소설리스트

〈 25화 〉24화. 그 남자의 사정(3) (25/95)



〈 25화 〉24화. 그 남자의 사정(3)

“일단은, 정보를 더 모아야겠네! 상인도 만나봐야 하고. 구리야, 형아 머리 아프다! 에휴!”
”꽥!“

발란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에게 발삼과 피페 나무에 물어보았으나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발란의 도서관에서도 마땅한 정보를 찾지 못한 루시안은 숙소로 힘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루시안! 일이  안 풀린 거야?”

라펠라가 루시안을 맞이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타몬트가 보이질 않는다. 발터도.

“하나는 알 것 같은데, 재료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하나는 애매하고. 하나는 누군가 정보를 감춰놓았어요.”

라펠라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나가 말이지? 너도 발란의 도서관에 들러서 알 테지만, 관련 책들이 없거나 분실된 상태야. 발터가 정보상을 찾으러 갔어.”
“왕실에있는 책도, 어딘가 찢겨있더라고요.”
“왕실도서관은 못 없앴나 보네!”

라펠라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가린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의도가 뭘까?”
“그러게 말이에요.”

대화를 마친 루시안은 방으로 들어가,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아! 몰라, 자고 나서 생각해보자. 아함!”

다음날, 일행이 모인 식사 자리, 타몬트는 술에 절어 비몽사몽 한 상태였다.

“타몬트 형 또 술이에요? 술 마실 시간에 라펠라 누나나, 발터를 도와주면 얼마나 좋아요?”
“아함! 알았어! 알았다고, 쳇!”

타몬트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어제 말이에요. 왕실 도서관에 갔더니, 북부 야만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지금은 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힘든데, 상당히 흥미롭더라고요.”
“그 북부인들의 후손이 제나르 왕국인데?”

타몬트가 무심하게 대답한다.

“뭐?”
“네?”
”꽥?“

라펠라와 발터 그리고, 구리도 처음 듣는다는 듯 타몬트를 바라본다.

“이거 다들, 역사 공부를 안 하는 거야?”

타몬트의 말에 따르면, 북부 야만족들은 현재의 제피르칸 제국에 의해 완전히 멸망해버렸다고 한다. 그들이 야만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북부를 버리고 현재의 제나르 왕국으로 내려가 터전을 꾸렸다고 한다. 그래서, 제피르칸 제국과 제나르 왕국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럼, 제국이 제나르 왕국이 커질 때까지 두고 본 거예요?”
“그게 복잡한 관계가 끼어 있지. 제피르칸 제국은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했고, 그러는 동안 여러 반대세력이 들고 일어났어. 그들에게 공격받은 소수 부족들, 국가들 그리고 탐욕스러운 반대파 귀족들까지도.”

다들 궁금해서 타몬트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제나르 왕국이 거대해진 건가요?”
“아니, 더 복잡해. 제나르 왕국은 원래, 탈마르 왕국이었는데, 왕태자가 북부 야만족의 여인을 보고 한눈에 빠져버렸지. 반대에도 불구하고 왕태자는 왕위를 이었고, 그 여인은 왕비가 되었어. 그리고, 북부 야만족들이 권력을 잡아 나가면서 왕국이 그들에게 삼켜진 거야. 그렇게, 세워진  제나르 왕국이고.”

루시안이 무언가 건질게 있어보이자, 질문을 던졌다.

“그럼, 북부의 관습이나 생활 같은  제나르에도 남아 있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하지만 오래 지나서 섞일 대로 섞이고 변했다고 해.”

아무래도, 2왕자의 협조를 받아, 일행들과 정보를 넓게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루시안은 2왕자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일행들에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은, 계속 나가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야! 나도 도울게.  인맥을 활용해 보겠어! 내가 말이야 어! 술로 맺어진 의리가 넘친단 말이야!”

일행들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저 이상한 소리나 안 하는  다행으로 여길 뿐이었다.

필립을 통해 보탄 왕자와의 자리를 마련했다.

“일에 진전이 있습니까?”
“일단, 무좀 관련해서는 왕실의 유리정원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루시안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들려주었다.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제가 어머니께 확인해보겠습니다.”
“키 크는 약에 대해선 실마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 오래된 구전된 이야기이고.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대수림에서 보았다던 몬스터 이야기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만.”
“그렇군요····.”

보탄은 매우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희망을 잃은 사람의 눈빛이랄까.

“그리고, 나가에 대해선 누군가 정보를 지워버린 흔적이 보입니다. 저는 그게 칼스 마카트 공작이 아닐지 의심하는 중입니다.”
“그 이야기는 필립 경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필립 경이 알아보는 대로 한번 다시 자리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행들에게 나가에 대한 건 도움을 구했지만, 남은 두 의뢰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혼자 돌아다니기엔 문제가 있다 보니, 일행들에게 말을 해도 될지 확인을 받고 싶습니다.”

보탄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무좀 이야기만 아니면  것 같습니다. 저 그건 좀 많이 부끄럽습니다.”

보탄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게 보인다.

“주의하겠습니다. 보탄 왕자님”

그날 저녁, 숙소에 딸린 식당.

“왕자님의 허락을 받아 왔어요. 의뢰 하나는 같이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대신 입이 무거워져야겠지만요.”

일행들의 눈이 타몬트를 향한다.

“뭐! 뭘 봐? 내가 뭐!”

한숨을 내쉰, 라펠라가 정보상에게 받은 정보를 알려왔다.

“나가에 대해선 상부의 압력에 의해 알아봐 줄  없다고 선을 그어 버렸어.”

그러자, 타몬트가 보란 듯이 낡은 책 한 권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하하! 이걸 보라고 루시안.”

‘나가의 전설’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이었다.

“이타몬트 님이 말이다. 이 지역의 나가 용병단의 용병대장과 술을 마시면서 빼온 책이라! 이거야.”
“하필, 용병단 이름도 나가 용병단이네요?”
“그들이 이름을 떨친 게 여름의 악몽 때였으니까. 거기서 활약한 이후, 이름을 나가 용병단으로 바꾸었다더라.”
“그래서, 이 책은 뭔데요?”
“나가 용병단이니까, 나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전 대륙을 뒤져서 찾아낸 책이라고 하더라. 술에 취해서 나한테 그냥 줘버리더라고.”

모두의 눈초리가 곱지가 못하다.

“나중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에요?”
“문제 생기면 돌려주면 되지 않겠냐?”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타몬트에게 할 말이 없어진 일행들.

“일단, 이 책을 필사해서 보관하고, 원본은 되돌려주는 거로 하죠.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의뢰 하나는 키 크는 약입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의뢰를 했는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제가 찾은 정보는 북부 야만족의 스노우레인디어라는 짐승의 젖, 저 멀리 있는 네빌론 대륙의 소의 젖과 바닷고기 그리고 대수림의 키가 변하는 몬스터에요”
“대수림? 엘프가 있다는 그 대수림?”

발터가 놀라서 물어본다.

“설마, 거길 가는 거야?”
“단서가 더 없다면 가보는 수밖에!”

발터의 표정이 침울해진다. 발터의 손이 배신한 나무의 독으로 향해있었다
.
“내가그랬지? 루시안이랑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확신하지 말라고!”

라펠라가 웃겨 죽겠다는 듯 말하며 발터를 놀렸다.

“스노우레인디어라, 아직 북쪽 땅 그러니까 제피르칸 북부에는 살고 있을 테지.”
“거길 갔다 오는 것도 일이에요. 언제, 거길 갔다 오겠어요? 게다가 확신도 없는데.”
“야, 그거 말이야, 스노우레인디어! 그거, 사육시켜서 가축화했어. 제나르 왕국에서. 이젠 긴 털을 가지지도 않았고, 덩치도 작아졌지. 젖을 많이 내도록 사육되었거든!”
“오! 형! 오늘따라 달라보이네요.”
“제나르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이젠, 밀키디어야. 제나르에선 이걸 이용한 치즈를 각국에 팔고 있거든.”
“형 말은 그러니까, 그 젖이라는  결국, 그게그거라는 이야기네요?”
“그렇지!”

식사를 마친 일행은 숙소의 응접실에 모여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루시안은 타몬트가 가져온 ‘나가의 전설’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필사할까 하다가 중요 내용만 수첩에 적어두고는 돌려주기로 했다.

“책의 내용으로 보면, 이들에게 재생력은 저주이자 하나의 힘이 되어버렸다는 거네요. 이들의 조상이 바다의 지배자 레비아탄의 심기를 거슬려, 저주를 받아 불멸에 가까운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들을 두고두고 괴롭힐 수 있게 금방 상처가 낫도록, 육체의 재생력을 높이는 저주를 내렸다고 하네요.”

루시안은 이후, 내용을 요약 전달해주었다.이때가, 고대의 전쟁 무렵에 있던 일로, 타차원의 존재 카라함과의 싸움에서 레비아탄도 환수의 편에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때, 심각한 상처를 입은 탓에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자취를 감추었고, 이때 저주를 받은 나가는  저주를 바탕으로 힘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 당시 레비아탄의 심기를 거스른 게 잘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네?”

발터가 짧은 소감을 남겼다.

“이게 저주인 이유가 고통을 엄청 크게 느낀다고 해. 상처를 입을 때보다 재생될 때 더. 그런데, 이들이 통증을 줄여주는 약을 만들어 먹는다는 거야!”
“나가족이 저주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거네!”
“그럼, 루시안이 이 저주의 해주 포션을 만들면 되는  아니야? 무기의 봉인도 풀었잖아?”
“저주라는 게 거의 피로 매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레비아탄의 피가 필요할 수도 있어.”
“이젠, 나가도 아니고 레비아탄이야?”

타몬트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때, 라펠라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외쳤다.

“내가 예전에 본 책에서 레비아탄에 대해 본  있어. 레비아탄은 환수의 피를 절반 몬스터의 피를 절반 가진 존재로. 반 환수에 가까워 막대한 힘을 가졌다고 해.”
“와! 그럼 환수랑 몬스터랑 그걸 한 거야?”

타몬트가 부럽다는 듯이 말을 한다.

“형! 왜 그렇게 좋아하는데?”
“저 바보의 말은 무시하자. 아무튼, 레비아탄에겐 다섯의 자식이 있었대. 현재 그가 잠든 상황이니까 다섯 자식의 피를 구하면 되지 않을까?”

라펠라의 설명에 따르면 레비아탄이 있던 지역을 떠나 각자 영역을 찾아 떠났지만, 자식 중 하나가 그가 잠든 곳을 지킨다고 했다.

“심연의 이빨 네오돈, 왕의 침소를 지키는 레비아탄의 다섯 자식 중 하나야.”
“거기라면, 아까 책에서 나가가 절대로 가지 않는다는 금지라는 곳의 이름과 같네요.”
“문제는 거기가 어디고, 어떻게 가냐라는 거지.”

발터의 물음에 타몬트가 심드렁하게 뭘 그리 고민하냐며 루시안을 가리켰다.

“쟤 있잖아. 쟤. 알아서 알아오고, 구해오겠지. 뭐!”

발끈 한 ‘쟤’ 루시안이 타몬트를 노려보았다.

“하나는 이렇게 길이 보이는데. 키 크는 약이 문제네요.”
“그냥, 키가 자라는 데 좋다는 음식 다 모아다가, 연금술로 쪽쪽 추출해다가 휘리릭 휘릭 섞으면 끝 아니야?”
“형도 쭉쭉 짜서 휘리릭 섞어드려요?”
“힝! 루시안 무셔워”

눈이 썩을  같은 타몬트의 애교에 라펠라의 칼이 뽑혔다. 발터가 필사적으로 말렸다. 잠시, 소란스러웠던 상황이 정리되자, 루시안이 말을 했다.

“일단  분께서는 대수림을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몬스터가 가진 풀이라는 걸 확인해 봐야 할  같아요. 발터는 나를 도와줘.”
“칼이  주인으로 삼은 이후론 칼이 다시 돌아오더라고. 이번엔, 일단 여기 남아서 널 보조하는  맞을 것 같아.”
“내 생각도 그래. 엘프라도 나타나면 어휴!.”
“루시안이라도 있으면, 유식하게 혓바닥을 놀려서 엘프를 구워삶기라도 할 텐데. 우리로선 무리지 무리야!”
“형에게 저는 어떤 이미지였나요?”
“음, 잘났고 잘난 유식한 연금술사”

일행의 웃음이 터진다.

“저는 왕자님이 부르시면, 다시 왕궁에 들어가야 봐야 해요. 발터는 형이 말했던, 제나르 산 치즈를 비롯해 여기 적힌 목록의 재료들을  구해와 줘.”

일행들이 그동안 들었던 키 크는 데 좋다고 들은 음식들을 나열해 적어내었고, 그걸 일단 다 사서 확인해보기로 한 루시안이었다.

“형과 누나는 의뢰를 넣어서, 10인 파티로 가세요. 대수림의 내부로 깊숙하게는 가지 마시고 대수림의 외곽에서만 살펴봐 주세요. 기록에 따르면, 대수림에 들어가 얼마 되지 않은 때라고 적혀있었어요.”

“알았어! 루시안!”
“타몬트와 움직인다니 불안하다 불안해!”
“누님! 나, 못 믿어? 이거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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