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3화. 그 남자의 사정(2) (24/95)



〈 24화 〉23화. 그 남자의 사정(2)


말간테의 왕성은 소피아르 왕성과는 느낌이 달랐다. 푸른 청석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감돌고 건물이 매우 각져있어서 기사도를 보는듯했다.

“2 왕자께서 머무시는 별관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가는 동안, 군데군데 잘 조성된 정원이 눈에 띄었다.

“응접실에서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필립은 자리를 비웠고, 시종이 나서서 그들을 안내했다.

“여기는  맛이, 또 다르네!”
“과자도 맛있는데?”

잠시 후, 필립이 나타났다.

“서재로 모시겠습니다.”

보탄 왕자는 금발의 미남자였다. 키가  작은 게, 흠일 수는 있겠다 싶었다. 나이가 22살이라고 했었는데. 키가 160가량 되어 보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탄 말간테라고 합니다.”
“루시안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루시안이 일행들을한명 한명 소개시켜줬다.

“자리에들 앉으시지요. 루시안님 덕분에 큰일을 넘겼기에, 감사를 표하고자 직접 모시게 되었습니다.”

보탄 왕자는 꽤 유쾌한 사람이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점심을 함께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손님이 오신다고, 제가 신경을 썼습니다.”

처음 보는, 식재료와 다채로운 조리법의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맛도 아주 좋았다. 발터와 타몬트도 입에 맞는지, 엄청나게 먹어대었다.

“식사 후에는, 제가 준비한 숙소에서 머무시면 됩니다. 편안히, 휴양차 왔다 여기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왕자로서 권위도 내세우지 않고, 소탈하게 대했다. 보탄 왕자에 일행들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저! 루시안님? 잠깐, 제게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둘만 남은 서재 안, 일행은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이렇게 따로 뵙자고 하여,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을지 걱정이군요.”
“저 같은, 평민에게 과분할 뿐입니다.”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세요. 루시안님은 뛰어나신 분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며, 루시안을 바라보던 보탄은 이내, 마음을 굳힌  입을 열었다.

“제가,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실은, 초대한 것도  의뢰들이 목적이었습니다. 제가 무좀이 있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치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키를 크게 하는 약이 필요합니다.”

연신 웃던 보탄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진다. 들어주지 않으면 울 것 같은 얼굴이다. 필립이나 보탄이나 그 주군에  가신이라  수 있겠다.

“중요한 업무로 귀족들을 만날 때도 타국의 사신을 맞이할 때도 발가락이 간질거려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늘 신경이 어디론가 가 있으니, 실수를 하고 국왕 전하께 눈초리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보탄이 한숨을 푸욱 내쉰다.

“게다가, 키가 이리도 작으니 형님에게도 체격으로 밀리고, 검술도 멋지지 않고 의복은  고쳐 입어야 하니 늘 주눅이 듭니다. 이번에 맞은  아내가 키가 큽니다. 상대적으로 저는  작아 보이지요.”

보탄이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전 잘하고 싶습니다. 떳떳하고 당당한 능력 좋은 왕자로 남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걸리는 게 많으니······.”
“제가 잘 알아볼 테니, 상심을 거두시지요.”

보탄의 의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있습니다. 매년 여름 저희 말간테는 나가의 습격을 받습니다. 물의 나가는 특유의 회복력으로 바다의 트롤이라 불립니다. 그들을 무력화시킬 약이 있다면, 왕국의 피해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껏 많은 이들이 실패해왔지만, 루시안 님이라면 다르지 않겠습니까?”
“기대가 너무 크신  같지만, 한번 알아는 보겠습니다.”

루시안의 대답에 근심이 조금 가셨는지, 다시 미소를  얼굴로 말했다.

“보수는 넉넉히 치를 것이니, 의뢰를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탄 왕자님.”

루시안은 품에서 푸른색 상자를 꺼내 왕자에게 건넸다.

“이건, 필립 경이 말한 약입니다. 직접 건네드리라, 부탁받았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리도 세심하시다니!”

보탄이 상자를 소중히 품에 안았다. 숙소로 돌아온 루시안, 일행들은 수도 발란을 구경한다고 다들 나가 있었다.

“무좀약에 키 크는 약에 나가를 물리치는 약이라. 구리야! 나, 약제사를 해야 할까?”

루시안은 구리에게 물어보며, 스스로도 웃긴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꽥!꽤애액!
”아! 다 잘한다고? 고맙다 구리야!“

보탄은 루시안이 왕실도서관에 드나들 수 있게 허가증을 내주었다. 3가지 의뢰를 해결하려면, 왕실도서관뿐만 아니라 수도의 도서관도 들러야할 상황이었다. 주로, 약초와 조합법을 살펴야 했다.

“기후와 지역이 다르면, 다루는 약초와 연금술의 조합에도 차이가 생길 테니까.”

생각을 정리하던 루시안이 구리에게 말을 건다.

“구리야, 왕자님 어떻게 생각해? 밤도 두려웠고, 키가 작아 위축 되었지. 거기에 무좀이 있어서 실수도 하고. 당당히, 펴져야  어깨가 좁아져 있지. 그런, 와중에도 나라 걱정을 한단 말이야. 잘하고 싶은데, 걸리는 게 참 많은 사람이지?“
“꽥!꽥!꽥!”
“응원 보내고 싶다고? 나도 그래. 막, 응원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랄까?”

루시안은 보탄 왕자가 차후, 왕이 되면 이 왕국이 살기 좋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필립경의 사람 보는 눈이 굉장한 것 같아. 역시, 연륜이려나?”

다음날, 루시안은 왕실도서관을 찾았다. 허가증은 루시안만 가지고 있었기에 혼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도울  없어?”
“제가 받은 의뢰가 총 3건인데, 2개는 저만 따로 부르신 걸 보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길 꺼리시는 거 같아서요. 다만, 3번째 의뢰는 도와주실 게 있을 것 같아요.”
“나가만 아니면 도와줄게!”
“타몬트 형은 못 도와주실  같네요.”
“뭐? 진짜 나가야? 아, 이거 나가린데?”

타몬트의 헛소리를 무시하며, 의뢰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나가를 무력화시킬 약을 찾는 거예요. 물의 나가의 회복력을 저지할 무언가를 찾아야 합니다.”
“난 잘리기 싫은데······.”
“루시안? 내가 발터랑 같이 수도 발란의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볼게! 나가에 관한 자료를 보면, 그들의 힘의 근원이나 뭐 그런 이야기가 있겠지!”
“그래, 내가 누나랑 찾아볼 게, 타몬트 형은주점이나 가라지.”

타몬트는 급기야, 침대에 누워이불을 뒤집어쓴  중얼거리고 있었다.

“잘리기 싫어…….”

모두들 한숨을 내쉬었다.

“저 형, 진짜 왜 저러나 모르겠다.”

그렇게, 타몬트를 남겨둔  일행은 각자 길을 나섰다.

“출입증 확인되었습니다. 머무실 수 있는 시간은 2일입니다.”

왕실도서관 사서가 딱딱한 어조로 기계처럼 말했다. 선을 딱, 그어버리는 굉장히 사무적인 말투였다.

“일단은, 치료사들의 영역에서 살펴봐야겠지?”

루시안의 눈길이 닿은 것은 ‘왕실에서 쓸만한 치료 약초에 관한 연구’라는 책이었다. 저자 소개에 왕실 치료사를 역임했다고 적혀있었다.

“흠, 이 꽃의 뿌리는 약효를 뼈까지 전달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보조제로 사용함이 적합하다. 이름이 발삼인가? 서식처는 강가네.”

수첩에 발삼과 서식처 그리고 생김새를 적고 그려 넣었다.

“다음으로, 상처의 고름이 차는 걸 막는데 탁월하다? 이거네. 어디 보자, 이름이 피페 나무네. 서식지는 산 중턱. 이것도 적어두자.”

필요한 식물을 찾다 보니, 문제점을 발견했다. 바로, 겨울에 접어들어 발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겨울이면 대부분의 식물과 동물들이 이듬해, 봄에 기지개를 피기 위해 휴식하는 시기이다.

“일단은, 필요한 것들을 모두 찾아두고 방법을 찾아보자!”

자리를 옮긴, 루시안은 몬스터와 관련된 책들을 살펴나갔다.

“‘말간테 왕국과 나가 그 불편한 동거의 역사’ 제목 참 잘 지어놓으셨네”

[용의 둥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대충 지어놓은 섬에나가가 알을 깐 것은 말간테 왕국이 건국되고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나가는 여름이 되면 비를 타고 왕국에 들러 인간의 고기를 씹고 피를 마셨다. 그들에게는 비의 축제가, 말간테 왕국엔 여름의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 중략-

고대의 마법사들과 연금술사 그리고 치료사들은 나가의 재생력에주목했다. 그들의 뛰어난 재생력의 비밀을 알아내 이를 막을  있다면 이 악몽을 끝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

“이런, 뒷장이 찢겨나갔잖아? 내용을  수가 없네.”

그 뒤로도 이상하게, 나가랑 관련된 책들만 일부 낱장이 찢겨져 있었다.

“이상하네! ‘나가의 역사’ ,‘나가와 비의 축제’, ‘나가라!’ ,‘나가란 무엇인가?’ 왕실에 이만한 책이 있다는 건, 나가에 관해 연구를 했다는 건데 중요 부분이  찢겨나가 있다니!”

루시안은 의문을 잠시 미뤄두고,  크는 약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나섰다.

[북부 야만족들은 아이가 3살이 되면, 스노우레인디어라는 북부에서 서식하는 거대한 짐승의 젖을 먹여 키운다. 이 젖을 먹인 아이는 키가 크고 덩치가 매우 컸다고 한다. - 중략- - 야만족의 역사-]

[저 멀리 네빌론 대륙에서 온 왕실 정원사에 의하면, 그 나라에선 소의 젖과 조그마한 바닷고기를 아이들에게 많이 먹인다고 한다. 아이의 무병장수와 뼈가 튼튼하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문화라고 한다.- 신기한 풍습 모음 - ]

[대수림에 갔던 이가 말했었다. 그곳엔 괴이하게 키가 큰 몬스터가있다고.  몬스터는 처음엔 작은 토끼만 한 했는데, 그 일행을 본 몬스터가 놀라 부리나케 무언가를 씹어먹더니 키가 거대한 나무만큼 치솟았다 하였다. 일행은 놀라서 도망쳤다고 한다. - 왕실가의 재담꾼 모음집- ]

더 이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루시안은 찢어진 책에 대해 사서에게 물었다.

대뜸, ‘네가 찢었냐?’이라는 눈초리로 루시안을 바라보던 그녀에게 욱한 루시안은 ‘원래 찢겨있었다 관리를 엉망으로 한 거 아니냐’고 따졌다.

사서는 입을 다물고는 손상된 책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책을 마지막으로 빌려  사람의 기록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시안도 슬쩍 기록을 훔쳐보았는데, 이를 눈치챈 사서가 이름을 급히 가리며 째려본다.

“누군데요? 그분이?”
“알려드릴, 의무가 없습니다.”
“어허! 왕자님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분께 그 무슨 무례란 말인가?”

그때, 필립이 들어오며 사서를 꾸짖었다.

“자네가 왕실의 방계여서  서고에 있는 주제에, 이는 왕자 전하를 능멸하는 것임을 아는가?”

사서의 이빨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얼굴이 부르르 떨린다.

“칼스 마가트 공작 전하십니다.”

사서는 그 말만 내뱉고는 몸을 홱 돌려 나가버렸다.

“필립 경,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방계라고 왕실에 자리 하나씩 꿰차고 있어서, 콧대만 높은 인간들입니다. 능력도 없는데 말입니다. 저리 버릇까지 나쁘니.”

방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쁜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덕분에 일은 잘 해결되었습니다만.”
“하하! 왕자님이 적당한 공방을 하나 알아보시라고 했는데, 제가 잊어먹고 안 알려 드렸지 뭡니까?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필립이 위치를 적은 종이를 전해주었다.

“종이가 여기까지 들어온 겁니까?”

유통된 지 얼마 안 된 듯했는데, 말간테 왕국에서 이걸 볼 줄은 몰랐다.

“제가, 따로 사들여서 가져온 것이지요. 국왕 전하께서도 이걸 보시고는 라이야 상단과 자리를 마련하라 하셨을 정도입니다.”

‘라이야 상단주의 치장이 한층 더 과해지겠네!’

“그런데, 찾으시던 건  해결이 되셨습니까?”

필립이 어려움은 없는지 확인해온다.

“찾은 것도 있고,찾지 못한 것도 있고, 누군가 감춘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감춘다는 것은 정황상 공작 측이겠군요?”
“나가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었습니다. 중요 기록마다 찢겨나가 있어서, 마지막 열람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중이었습니다. 이름은 서기가 교묘히 가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슬쩍 보았을 때, 그 동안은 아무도 빌리지도 않았고 보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딱, 한 번 열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공작이군요? 흠, 보탄 왕자님께 알리고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지금 시기엔 구하기 힘든 시기인 식물들이 있어 상인들을 찾아 가볼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루시안에게 필립이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흠, 그거라면 왕실의 유리정원에 가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저희 말간테 왕국의 왕가의 여인들은 이 유리정원을 가꾸고 유지하는 걸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대마법사의 힘을 빌려 건축된 말간테 왕국의 보물이지요.”
“제가 들어올 땐,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만!”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출입도 엄격히 관리되고 있지요.”

루시안은 의문이 들어 확인을 해보았다.

“그런데 들어간다고 하여도, 그런 곳의 식물을 채취할 수가 있겠습니까?”
“왕비님의 허가가 있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허가를 내는 게, 힘들다는 게 문제이지요.”
“왕비님을 뵙고 무언가 협상을 해야 하는군요?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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