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12화. 수도 소피아로!
“네! 일단 의뢰는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따라다니면서 경과를 파악하려 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지금은 공방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 상태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빨리 일을 마무리 지어주게. 자네도 이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지 않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밝게 빛나던 수정구의 빛이 점차 사그라든다. 멋진 콧수염을 한 반백의 사내가. 꺼진 통신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일이 빨리 마무리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군!”
사내는 그가 일을 빨리 잘 처리해주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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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루시안은 여관에 앉아 하렌츠 공방에서 가져온 책을 보며 빵을 먹고 있었다.
“하아암! 루시안 벌써 일어났어?”
발터가 졸린 눈을 비비며 내려온다.
“잠이 잘 안 오더라고”
루시안이 보던 책을 덮었다.
“어젯밤에 소란이 있었다고 하던데?”
“어? 그거?타몬트 형이랑 라펠라 누나가 주점에 가서 한창 퍼부을 때였지. 비상종이 울린 게”
“나도 그때 깼고”
“오크가 여기까지 따라올 줄이야!”
“분명, 추적은 피한 거 아니었나?”
“우리가 간 방향을 유추해서 찔러본 걸 거야! 어제 온 것도 오크 한 마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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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네칸 항구의 성벽은 소란스러웠다. 갑자기, 오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취이익 확실히 그 기분 나쁜 냄새가 난다 취익!”
오크가 목에 걸린 탄피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탄피에 묻은 화약의 냄새 오크들은 지금까지 그런 무기를 쓰는 인간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이 냄새를 쫓으면 그놈을 잡을 거라 확신했다.
“어! 저기 오크다! 오크가 나타났다. 비상! 비상!”
비상종이 울리고 병력이 화살을 쏘아댔다. 한 마리의 오크가 100마리의 오크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기 때문에 살려 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오크는 잽싸게 글레이브를 휘둘러 화살을 쳐내고는 사라졌다.
경비대장은 경비 강화를 명하고, 주둔군의 대장은 네칸 항구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대장 찾았다. 취익! 그 기분 나쁜 냄새를 가진 인간 취익!”
“취이익! 병력을 모아라 취익!”
그들이 모두 물러간 후, 오크 대장이 혼자 남아 중얼거렸다.
“대족장께서 이번에 그 인간만 잡아 온다면 취이익. 부족장의 자릴 준다 했다 취익!”
주먹을 꽉 쥐고, 뻐드렁니가 드러나도록 히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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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5일을 머물 게 아니라, 빨리 자리를 떠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형하고 누나는?”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술에 절여져 들어왔더라고. 자고 있을 거야”
발터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오크가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 거 같지?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가기도 그렇고!”
“그렇지. 원인은 우리니까”“포션을 더 만들긴 힘든데 말이야. 재료도 없고.”
루시안은 텅 비어버린, 탄창과 포션 벨트가 생각나 한숨이 나온다.
“싸우는 건 확실히 좀······.”
“손 놓기도 그렇고, 싸우기도 힘든 상태네?”
“뭘! 그리 고민하고 있어?”
부스스한 머리의 타몬트가 내려와 테이블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어제, 오크 때문에요”
“야! 그냥 조용히 사라지면 아무도 몰라!”
타몬트가 귀찮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머리를 벅벅 긁는다.
“공방이라면 여기에도 있지 않겠어? 잠시 빌려서 쓰면 되잖아? 재료는 사면 되는 거고”
어느새 깔끔히 단장을 마친 라펠라가 내려온다. 술에 찌든 타몬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찝찝함을 남겨두는 건 그렇잖아?”
라펠라의 그 말이 가장 와닿았다.정리는 깔끔히 하는 게 맞다 생각했다. 발터가 남은 빵을 입에 밀어 넣고, 수프를 마셨다.
“난, 공방을 알아볼게. 겸사겸사 화살도 사 오고!”
루시안도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다.
“그럼, 저는 재료를 사러 다닐게요.”
“나는 발터를 따라갈 테니까, 타몬트는 루시안을 도와”
“아! 루시안, 릴리스는?
릴리스는 그 시험작 포션의 이름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게 있는 타몬트의 작명.
“그건 제 공방으로 돌아가 차분히 연구해야 해요. 그리고 여기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사용했다간 신전에서 공적으로 찍힐지도 몰라요.”
“으으으, 그 고집 세고 아집으로 똘똘 뭉친 종교쟁이들하고 엮인다고.? 어휴!”
타몬트가 질겁을 한다.
“아무튼, 완성되면 나한테도 꼭 주는 거야?”
“어휴, 진짜 못 말린다.”
“누님, 이건 남자한테 중대한 거사라니까요?”
“아! 그래서 부족장의 거사를 망치셨어요?”
“그건, 루시안 때문이잖아요!”
한심한 표정으로 타몬트를 바라보던, 라펠라는 빵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발터와 여관을 나갔다.
“형! 우리도 나가죠!”
“그래야지. 야! 준다는 확답을 왜 안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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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 여관 근처 음식점에 모인 일행들은 음식점의 외부 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금술 공방이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네. 다행히도 폐업한 공방이 하나 있더라고. 기구도 그대로 있고. 사용료만 내면 된다고 하더라!”
발터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했다.
“라펠라 누나가 흥정을 그렇게 잘할 줄 몰랐지만!”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잖니?”
“누님 누가 보면 50대는 넘은 사람 같수다.”
라펠라의 눈초리가 사납게 변한다.
“크흠, 이쪽도 필요한 건 웃돈 주고 다 사들였어!”
“급히, 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싸게 사야 했어요. 다행히도 제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대장간에서도 많이 쓰이는지라 대장간에 들어갈 납품일을 살짝 늦추고 빼돌려 주더라고요.”
그때, 그들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흠흠. 여기 금패 용병 타몬트가 누구인가?”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허리춤엔 검을 찬 사내의 옆에 기사 두 명까지 있었다. 그리고 말을 건넨 사내는 그들 옆에 있는 딱 보아도 있어 보이는 그런 옷을 입은 중년의 사내였다.
“제가 타몬트입니다만?”
“식사 중에 미안하게 되었네. 이쪽도 나름 급한 사정이 있어서 말일세. 옆에 계신 분은 네칸 항구 주둔군 대장이신 칼 나르잘 님이시네! 나는 참모 겸 행정관인 이르 자라함이라 하네!”
“칼 나르잘일세!”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오크 때문일세. 오크가 있는방향에서 온 자네들이라면 무언가를 알 것 같아서 말이지!”
순간 다들 뜨끔해져 잠시 말을 잊었다.
“반응으로 보아 무언가 아는 게 틀림이 없군?”
이르의 눈이 매섭게 빛나며, 대답을 촉구하듯 찔러 들어온다.
“저희가 여행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오크 부락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겨우 탈출하게 된 겁니다. 오크들은 여기 계신 라펠라님을 마음에 들어 해서 쫓아온 거 같습니다. 부족장으로 보이는 오크가 엄청난 구애를 보냈었습니다.”
루시안이 거짓말을 능숙하게 뱉어냈다. 뻔뻔한 그의 말에 일행은 잠시 멈칫거렸으나. 이내 눈빛을 교환하고는
“제가, 라펠라입니다. 오크가 어찌나 치근대던지”
라펠라가 눈물까지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한다.
“커흠! 미안하네. 추궁하는 게 아니라 그게 그러니까 말일세!”
당황하는 이르를 보고는 칼이 혀를 찬다.
“내 참모의 무례에 대해 용서를 비네. 어제 나타난 오크 때문에 정찰병을 보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약 500의 오크 무리가 있는 게 보였다네. 가을이라고는 하나 사실 여기까지 오는 놈들이 아니거든! 그래서 꿀을 빨. 아! 그게 아니고 크흠. 아무튼, 오크가 생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했다 이 말일세!”
“그러다가 마침 어제 출입기록에서 금패 용병이 무간 초원 방향에서 온 게 보였기에 이리 찾아오게 된 겁니다.”
이르가 말을 이었다.
“오크 처리에 힘을 보태드릴 순 있으나, 저희도 아는 건 거기까지입니다.”
루시안이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도와줄 건 없네! 가을이라 발정 난 오크가 인간 여자를 보고 흥분한 것이지. 가을만 되면 머리가 획 돌아서는 어휴! 가세나, 이르! 그럼, 시간을 내어주어 고맙네!”
칼과 일행은 곧장, 몸을 돌려 사라졌다.
“우와! 루시안 다시 봤어!”
“야! 루시안 누나를 팔아먹어? 너 일로 와!”
“아니 그럼, 거기서 부족장 약초 빼돌려 거사 방해하고 쫓기다 왔다고 해요?”
“그건, 그렇지만 일단 맞자!”
식사를 마친 일행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흠, 아까 그 주둔군을 보니까,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어 보이던데?”
발터가 말을 꺼냈다.
“맞아! 라펠라 누나도 그렇고 루시안 너도 그래 임마, 굳이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겠냐는 거지!”
차를 홀짝이던 타몬트가 말을 이어받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준비는 해두는 거로 하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냥, 개인 정비하는 셈 치고 준비하면 되는 거지. 타몬트 너는 좀! 에휴, 말을 말자 말을!”
“와! 이 누님 보소? 왜? 말을 하다 말아요?”
“전, 공방에 들를 테니까 먼저들 여관으로 가세요.”
루시안은 발터가 넘긴 쪽지를 챙겼다. 공방 주인의 위치가 적혀있다.
“저는 활 정비하고, 철로 된 화살을 몇 개 준비해두려고 해요.”
“에휴, 나도 대검이나 손질해야겠다.”
“나도 무기나 정비해야겠어!”
루시안이 쪽지를 따라 간 곳은, [하얀 상어]라는 간판이 달린 곳이었다. 외관도 하얗다. 주인에게 받은 열쇠를 열고 들어가자 먼지 쌓인 매대가 눈에 들어온다. 주인이 설명해준 대로 안쪽에 공방이 있었다. 기구들도 뽀얀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창문을 활짝열고, 마나를 일으켜 먼지를 걷어내었다.
“자! 시작해볼까?”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푼 루시안은 마법 램프에 불을 켜고 정제수를 끓이기 시작했다.
“비산폭발형 포션이랑 필요한 물품들을 다 만들어 둬야지, 탄도 보급해야 하고! 어디 보자, 이거랑 저거를 넣은 다음에….”
폭발성 재료들은 연금안정제에 마나를 섞은 후, 혼합하면 폭발이 안정된다. 완성된 후에 병에 담에 쇳조각을 넣고 마나를 제거하면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마법 처리된 포션 병 자체가 이 폭발을 억제한다.
“루시안 밥은 먹었니?”
“어! 누나?”
“나도 왔는데, 누나만 보이냐?”
“나도 왔는데?”
“여기까지 무슨 일로?”
한참, 포션 만드는데 열중하던 루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밤이거든요?”
타몬트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밥도 안 먹으러 오고, 소식도 없길래 와봤어! 발터가 밥도 안 먹고 그러고 있을 거라고 해서!”
“누나, 제 말이 맞죠? 저 녀석이 저런다니까요?”
“하하!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수북이 쌓인 붉은 포션 들이 눈에 들어온다. 타몬트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오! 이거 그거 아니야? 그 '쾅' 하고 터지는 거!”
“터지면, 형도 같이 터지는 거예요.”
포션의 위력을 익히 아는 발터가 손짓으로 펑 터지는 흉내를 낸다.
“다 끝난 거니?”
“아직이요, 중요한 것도 있고, 작업이 좀 길어질 것 같아요.”
“설마? 릴리스?”
짜게 식은 루시안의 표정.한심하다는 바라보는 라펠라. 딴청 피우는 발터.
“아니! 왜 반응들이 그래? 중요한 거라잖아. 중요한 거!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루시안이 총을 들어 보였다.
“아! 그거? 맞다! 그런 무기 처음 보는데 무언가 쏘아내는 것 같더라고! 어디서 그런 걸 찾은 거야?”
“맞아, 다들 궁금해하지 않아서 물어보질 못했어!”
“저번에 스토커 잡을 때, 연금술로 만든 거라고 했었지?”
“이건, 마도 화기라는 거에요. 연금술로 재현해냈으니까 마도 연성화기라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건 활처럼 금속성 물체를 쏘아내는 무기에요. 몸체를 튼튼하게 만들어서 근접 격투용으로도 씁니다!”
루시안이 총을 매만졌다. 총을 개조하기 위해서 튼튼한 금속도 하나 구해다 놓았다.
“스승님이 남겨주신 고대의 연금술책에 있던 거에요!”
“신기한 이름이네. 나도 하나 만들어주면 안 되냐?”
“만들기 까다롭고, 힘들고 비싸서 안 돼요.”
“맨 뒤에 이유가 가장 큰 거 아니고?”
타몬트가 삐진 듯이 빈정대며 말했다.
“나중에 대검에 마법 부여해드릴게요. 그 정도로 봐주시죠!”
“야! 루시안, 나도!“
“누나도 있단다!”
다들 모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 마냥 손을 들고 나선다.
“당장은 힘들어요. 일단은 쉬세요. 발터는 성벽 상황 살짝 봐주고 알려줘!”
잠시 후, 발터가 급하게 들어 온다.
“성벽이 엄청 분주하길래 확인해보니까 오크 숫자가 1800마리 정도라더라! 지금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대.”
마침 네칸 항구의 비상종이 울려 퍼진다. 조용했던 네칸 항구의 밤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