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11화. 오크의 사생활(3) (12/95)



〈 12화 〉11화. 오크의 사생활(3)


일행은 루시안의 신호에 맞춰, 미리 받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잔당 처리에 나섰다. 타몬트가 대검을 휘둘러 오크들의 허리를 잘라나갔다. 라펠라의 방패가 오크의 머리를 후려치고, 칼로 베어내었다.

눈으로 세기 힘들었던 오크의 숫자가 이젠 눈으로 제법 셀만해 졌다.

“우리 오크는 나약하지 않다 취이익!!! 오크 신이시여 취익!”

부족장 오크가 열불이 나서 거세게 발을 굴린다. 땅이 거세게 올리며 부족장 오크의 육탄 공격이 루시안을 향한다. 경로에 있던 오크들이 부족장 오크의 도끼날에 무참히 갈려 나간다.

루시안은 기겁하며, 탄환을 쏟아내 보지만 역부족이다. 비어있는 탄창을 버리며 라펠라를 부른다.

“누나!”

라펠라가 방패에 오러를 불어넣어 부족장의 경로를 막아 세운다. 라펠라가 뒤로 크게 밀려났지만, 자세는 계속 유지한다.

“오래 못 버텨!”

발터가 곧장 화살을 날렸다. 도끼의 사각을 타고 화살이 부족장의 몸에 박혀 든다.

“크라락 이 쥐새끼들이 취익!”

루시안은 라펠라가 막아 세운 정면을 돌아 오크 부족장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는 마나 블레이드를 부족장의 몸체에 박아넣었다. 루시안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닿는 게 허벅지 근처다.

칼날이 살갗을 찢고 들어오자 부족장 오크가 발길질로 라펠라를 걷어 차버리고 한 개였던 커다란 도끼를 큰 도끼 하나와 좀 더 작은 도끼로 분리했다.

“모두를 갈가리 찢어 취이익! 오크의 신에게 제물로 바칠 것이다! 췩”

뒤로 날아가는 라펠라에게 광속으로 돌진해 도끼를 연속으로 찍어댄다.

“누나!”

뒤에서 오크 잔당을 처리하던 발터가 놀라서 라펠라를 부른다. 뿌연 흙먼지가 부족장과 라펠라를 가린다. 먼지가 가시자 발터는 급히 라펠라를 찾았다.

거세게 흔들리는 부족장의 단단한 몸에 칼날을 박아넣으며, 루시안은 어느새 어깨까지 도달했다.

“난 무사해!”

라펠라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안 괜찮아! 쿨럭!”

타몬트가 부족장의 도끼 두 개를 대검의 옆 날로 받아내느라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입가에 선혈이 흐른다.

“젠장! 타몬트 형, 괜찮아?”
“아직까진 그런데, 곧 한계야!”

힘겹게 목소리를 내는 타몬트의 뒤로 라펠라가 뛰쳐나온다.

“피해!”

타몬트가 잽싸게 몸을 뒤로 빼는 순간 점착 포션이 부족장의 다리를 땅에 붙여버렸다.

“이런 더러운 쥐새끼들! 취익췩, 오크 신이 노여워하신다!췩!”

발터는 기회를 잡자마자, 바로 화살을 최대한 당겨 부족장 오크의 눈에 화살을 쏘아 넣었다.

“크아악!”

부족장이 괴롭다는 듯이 울부짖는다. 작은 도끼를 던지고는 눈에 박힌 화살을 뽑아낸다.

남은 눈이 빨갛게 물든다. 부족장 오크의 근육이  거대해진다. 점착 포션으로 달라붙었던 다리를 그대로 들어 올리자 땅이 갈라지며 딸려 올라온다.

“크라락락!! 오크 신이 나와 함께 하신다! 췩이이잌!”
“그래!  네가 좋아하는 신을 만나러 가야지!”

부족장 오크의 어깨에 칼날을 박아넣고 가볍게 점프해 부족장의 두꺼운 목을 다리로 단단히 휘감는다.그리고는 뒤통수에 총구를 밀착시킨다.

“크라락!이 귀찮은 인간 놈이 취이이익!”

오크가 손을 들어 루시안을 잡으려 하자 화살이 손에 꽂힌다.

“루시안, 쟤는 언제 저기까지 올라갔대?”

타몬트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보고만 있지 말고, 최대한 손을 묶어!”

라펠라가 부족장의 족장의 다리에 칼날을 박아넣으면서 말했다.

“크라라락!! 인간 놈들! 오크 신이 너희를 벌할 것이다! 취이익!”

루시안이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자 떼어내려던 것을 포기하고, 귀찮게 구는 눈에 잘보이는 녀석들을 제거하고자 마음을 먹은 족장이 커다란 도끼를 치켜든다.

“내 총이 너를 벌하겠지!”

총구에서 불꽃이 춤추듯이 휘몰아쳐 부족장의 뒤통수를 파고들었다.새로 끼운 12발 탄창이 순식간에 절반 넘게 비워진다. 두꺼운 피부가 거침없이 헤집어지고 난자당한다.

들어 올리려던 도끼를 떨어뜨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는 부족장 오크가 도끼를 겨우 쥐어서 지팡이처럼 몸을 지탱한다.

“크아아악! 이 쥐새끼한테 취익 내가  당하다니!오크 신의 취이익!”

탄환에 헤집어진 목덜미와 뒤통수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새하얀 뼈가 드러난다. 부족장 오크는 그 충격에 머리가 어지러운지 정신을 못 차린다. 몸을 지지하고 유지하는 게 최선이었다.

루시안은 마나 회복제 하나를 들이켜고, 폭발비산형탄을 장전했다. 그리고는 뒤통수의 상처에 두 개의 총구를 쑤셔 넣고 대각선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만나서 더러웠다! 이놈아!”

총구에서 탄이 부족장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내부에서 탄이 폭발한다. 루시안이 쉴드를 펼쳐 몸을 보호하면서 남은 탄을 모조리 우겨넣었다. 마지막 탄이 터지고 쉴드가 깨져나간다.

루시안의 몸이 크게 팅겨나가 바닥에 구른다.

보족장의 머릿속은 연달아 들어온 탄들이 뒤엉키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뇌는 완전히 곤죽이 되어버리고, 새까맣게 타버렸다. 시신경도 날아가버려 앞이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매캐한 매연이 머리를 가둑 채우다가 부족장의 코를 통해 뿜어 나온다.

“크라락······. 취이이익. 오크 신이시여······.”

마지막 말을 끝으로, 부족장의 거구가 그대로 땅으로 고꾸라진다. 머리가 지면에 부딪힌 충격으로 ‘퍽’하고 터져 버린다.

마지막, 한 마리의 오크까지 처리한 일행이 루시안을 찾아 나섰다. 오크 부족장의 시체 뒤로 한참 떨어진 곳에 땅에 굴러 먼지 투성이인 루시안이 보였다.

“이 자식! 왜 이렇게 무거워졌어?”

발터가 루시안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살아있냐?”
“반쯤?”
“후···. 이겼네?”
“빨리, 여관에 돌아가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

라펠라도 제자리에 푹 주저앉아버렸다.

“라펠라 누님, 루시안한테 돈 더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타몬트의 넉살에 라펠 리가 웃음을 짓는다.

그들이 떠나가고 잠시 후, 날카로운 인상의 오크 하나가 부족장의 시체를 살핀다. 그리고는 땅에 떨어진 탄피를 주워, 유심히 살핀다.

“취익! 쿠칸다 부족장이 죽었다. 취익! 대족장에게 전해라! 취익칙 1차로 추격대를 꾸린다. 췩 추후 병력을 모아 저들을 계속 추격한다! 취이익!”

오크가 함성을 내지르며 무기를 들어올렸다. 100마리의 오크 추격대가 뒤를 바짝 추격해 나섰고, 일부는 자리에 남아 2차 추격대를 꾸리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쇠냄새 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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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있는 작은 덤불 지대. 그 안에 일행은 잠시 몸을 숨기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살아있냐?”

타몬트가 루시안의 볼을 쿡쿡 찔렀다.

“형의 소중한 걸 날릴 힘은 남아있어요!“

어느새 총구가 타몬트의 아래로 향해있었다

“이 자식이?이런 식으로 나와? 네가 준 약도 먹어야 하고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발터와 라펠라는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이제 화살도  떨어졌고, 소모품도 없네. 네칸 항구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강을 따라서 한 이틀 거리에요.”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고. 오크 부족장의 목을 쳐놨으니, 쉽게는 안 놓아줄 거야!”
“목을 친 건 형이니까, 형만 던져주면 되는 건가?”

사뭇 진지하게 반쯤 진심을 담아 농담을 건넸다

“이 자식이?”

둘의 뒤통수에 다시 혹이 생겼다. 그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주변에서 오크의 함성이 들려온다. 슬쩍 봐보니, 늑대를 탄 오크들이 보인다.

“벌써! 온거야?”
“제길!”
“마지막 힘을 짜내서 공격하죠!”

루시안이 시험작 포션을 꺼내놓았다.

“아직, 이게 남았거든요!”
“큭큭, 이번엔 재들 늑대랑 하는 거야? 미치겠다 진짜!”
“취이익! 잡아라! 저기 있다!”

일행들은 일제히 그 포션을 던졌다. 포션이 깨지고, 연기가 주변으로 퍼져갔다. 오크들이 늑대와의 합일을 시도했다.

“후, 저런 더러운 꼴을 또 봐야 한다니!”

일행은 무기를 들어 하나하나 처리해나갔다. 발터와 루시안은 단검으로 처리했다. 라펠라와 타몬트는 지칠 때까지 무기를 휘둘렀다.

“헉헉!,  오는 건 아니겠죠?”
“또 오면 그냥 잡힐래, 죽겠어! 아주!.”

일행은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였다. 강물에 몸을 씻고 세수를 하니 살짝 정신이 돌아온다.

“빨리, 항구로 가요! 여관을 잡고 푹 쉬자고요!”
“그래! 가자 가!”

일행은 강을 따라 움직였다. 정찰 없이 한없이 강물을 따라 내려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커다란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했다. 남은 건량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중간중간 나무 열매나 산딸기 같은  구해다 먹었다.

나무에 올라 뒤를 확인한 발터가 내려온다.

“후방은 잠잠해요.”
“그럼, 이젠 안전한 건가?”
“모르지, 엄청난 수를 모아서 몰려올지도?”
“누님, 그건 좀!”
“고생했어, 발터! 그리고 형이랑 누나도요. 보수는 넉넉히 드릴게요. 저 돈 많거든요!”
“그거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야! 힘이 팍팍 난다! 크하하”

타몬트가 크게 웃어댔다. 일단 당면한 위험도 사라졌으니 긴장이 풀린 것이다.

“어서, 빨리 씻고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나도 밥!”
“일단 네칸 항구에 가요 하고 싶은 거 다 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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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두터운 성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생각보다 경계가 삼엄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런 거 세울 돈으로 토벌대나 보낼 것이지!”

타몬트가 못마땅한 듯이 혀를 찼다.

“누구냐!”

성문을 담당하는 경비가 일행을 멈춰 세운다. 타몬트가 금빛 용병 패를 꺼내 보여준다.

“금패 용병 타몬트님이시군요. 네칸 항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용병 패를 보자 공손히 일행을 대한다.

“오호! 타몬트 형, 사람이 달라 보이는데요?”
“봐! 임마 내가 어? 이 정도란 말이야! 하하하”
“누나는 무슨 패에요?”

라펠라는 조용히 은빛 패를 꺼냈다.

“5년만에 은패라니? 누님 이제보니 이거 자라나는 신성이었었네?”
“용병 패는 종류가 몇 개예요?”
“입문자는 그냥 목패야. 다음이 동, 은, 금이고 그다음이 백금 가장 높은 건 미스릴이고”
“그러니까 형은 위에서  번째라는 거네요?”
“뭐! 그런 셈이지. 대부분이 금 패에서 생을 마감해. 미스릴 급은 대용병장이나 받는 거니까.  길드 장  실력과 경력이 뛰어난 자들이 백금을 받고 그들을 이끌 리더가 상징적으로 미스릴을 받거든. 그러니 일반 용병들의 끝은 금 패가 끝인 거지!”
“그렇구나!”

일행은 넓게 정비된 대로를 따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펠라 누나!  여관 어때요? 누나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데?”

[바다 갈매기와 소라]라는 여관이었다. 여관의 외관도 깔끔했고,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다.

“여기요! 방 4개 주시고. 목욕물에 식사까지 준비해주세요.”

루시안은  5일가량의 숙박비를 지불했다.

“5일 후엔 수도를 거쳐 마을로 돌아가는 거로 하죠. 네칸 항구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루시안이 식전 빵을우물거리며 말했다.

“부자라고  쓰는구나?”
“물론, 내가 공방만 열만 사람이 미어터지잖아?”
“그 공방을 이렇게 비워둬도 되는 거야?”

라펠라가 걱정되는지 물어온다.

“포션 만들 사람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미리 포션을 잔뜩 만들어두고 판매를 맡길까 생각도 했는데. 대량으로 만드는게 귀찮아서요. 게다가 의뢰 들어달라고 시달리다가 짜증 나서, 즉흥적으로 결정한 일이기도 하고요. 일이 재밌어서 하는데 그게 의무가 되어버리는 거 억지로 하는 거 말이에요. 그런건 싫더라구요”
“집도 있고 돈도 있으니, 저런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타몬트가 부럽다는 듯이 말하고는 음식을 쑤셔 넣었다.

“저 녀석이 한번 크게 다치더니, 회의를 느낀 것인지 성격이 많이 바뀌더라고요!”

발터가 수프를 한입 떠먹으며 말을 이었다.

“연금술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에, 아니 10년간 배웠는데 말이에요. 매일 공방엔 폭발음이 들리고. 마리엔 앞만 서면 말을 더듬고! 큭큭큭”

루시안은 말없이 나온 음식에 집중했다.

“발테리안 마을에 가면 행운을 시험할수 있다는 말이 있었지 참. 그게?”
“네. 운이 좋으면 좋은 포션을 운이 나쁘면 불량 포션을 뽑는 거죠. 그걸 만든게 여기 루시안이랍니다!”
“야! 지금은 잘하잖아! 내 포션 받고 히죽거리던  누구였지? 앞으로 내 포션 없어!”
“루시안! 너무, 한거 아니냐!”
“그래도, 형껀 줘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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