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9화. 오크의 사생활 (10/95)



〈 10화 〉9화. 오크의 사생활

9화. 오크의 사생활

“그럼 이제 무간나 초원으로 가는 겁니까?”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그럼, 일단 주변에 야영지를 찾아보겠습니다. 우선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찬성!”
“난, 주변에 먹을만한 걸 찾아보고 올게”

야영지가 꾸려지고,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타몬트가 대검으로 기절시켜 잡아 온 땅굴 멧돼지가 야영지에서 깨어나 소리를 쳐댔다. 루시안이 가볍게 마나를 머금은 딱밤으로 고이 보내주었다.

“죽여서 잡아 오면 편했잖아요?”
“피 빼기 귀찮아서 말이야! 하하하. 형씨? 설마, 나한테도 딱밤 날리려고?”

라펠라는 솜씨 좋게 멧돼지를 해체해 구웠고, 일부는 훈연했다. 타몬트는 식사하는 중에도 크나르 열매를 계속 만지고 있었다.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이 웃으면서.

“저희 다음 목적지가 오크 부락인데. 거기서도 그러고 계시면 오크랑 하룻밤을 보내게 될 겁니다.”

루시안의 말에 타몬트가 그것참 흥미롭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참 색다른걸? 거기서 확인 해볼까?”

보다 못한 라펠라가 방패로 타몬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적당히 하십시오. 적당히.”
“으으윽, 무서운 여자야. 두 형씨는 이런 여자 만나지 말고, 조신하고 부끄럼타는 여잘 만나라고!”

라펠라가 주먹을 들어 올리자, 타몬트가 황급히 자리를 루시안의 옆자리로 바꾼다.

“루시안이 만나는 여자는 딱! 타몬트 아저씨가 말하는 상이랑 반대네요.”
“너! 후환이 두렵지 않나 보다?”

발터는 말없이 고기를 가져다 씹었다.

“근데, 나 25살인데? 왜 자꾸 아저씨래?”
“컥컥! 물! 물!!!”
“켁!”
“쿨럭!”

이게 뭔 소리란 말인가.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저기요? 아무리 적게 봐도 30대 중후반에서 제대로 보면 40대 초반이거든요?”
“활쟁이 형씨! 거 너무한 거 아니야? 나 상처받았어!설마 연금술사 형씨도? 우리 얼음 마녀도?”

얼음꽃이라더니 이젠 마녀란다. 라펠라가 타몬트를 노려보았다.

“하, 내가 노안이긴 하지만 이거 너무하네! 진짜. 거기, 연금술사 형씨 술 없어?”

루시안이 몰래 마시려고 챙겨온 사과주를 건넨다.

“이야! 사과주네 달달하니  마음을 달래줄 술이로군!”

순식간에 술병을 비워낸다. 분위기가 매우 어색하다.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서 각자 나이나 말해보지 그래? 내 나이는 말했고”
“저와 발터는 이제 18살이 되었습니다.”
“전 27살이에요.”

이젠 세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누나였어?”

타몬트가  병을 떨어뜨린다.

“세상에나····.”

루시안도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저 얼굴로 누나라고 하면, 모두 충격을 받을 거야!”

발터가 중얼거렸다.

“아씨!  자꾸 얼굴로 뭐라 그러는데? 에휴, 확실히 라펠라 누님의 얼굴은 반칙이다. 이제부터 너희 둘은 날 형이라고 부르고 난 라펠라님을 누님이라고 부르면 되겠다.그치? 하하! 오늘 동생 두 명에 누님 한 분이 생겼군. 크하하하!”
“하하! 그러네요.”

#
무간나 초원은 가을의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불붙이면 아주 불바다가 되겠는데?”

풀들이 다 말라가고, 나무들이 잎들을 떠나보내고 있었다. 불쏘시개론 아주 적합해 보였다.

“가을은 수확의 시기이나, 무간나 초원은 가을이 가장 고비가 찾아와. 오크는 생각 없이 번식하고 생각 없이 식량을 먹어치우지. 무간나 초원은 그들의 잠자리로 손색이 없지만 먹여 키우기엔 버거운 곳이야.”

타몬트가 초원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오크는 말이야. 봄하고 여름엔 활동량이 적은 데다 식사도 조금만 해.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엄청나게 먹어대고 엄청나게 씨를 뿌려대지. 그리고는 그 숫자로 겨울을 버티는 거야. 살아남은 놈이 강한  그런 거지. 가을이 되면 오크의 습격이 잦은 것도 그 때문이고.”

일행 등은 모두 심각해졌다.

“수확 시기면 병사들도 수확을 돕는다고, 방어가 약해지지 않습니까?”
“그럼 큰일 아니야?”
“뭐, 윗대가리들이 알아서 하겠지. 우리가 그 넓은 지역을 다 지킬 수도 없고 말이야. 오크가 이동하는 경로나 살펴보다 경로에 있는 영지에 경고나 알려주면 최선인 거지.”

모두 타몬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초원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올라갔다.

“아주 대놓고 살림을 차려놓으셨네? 이런데도 손 놓고 있다고?”

무언가 짐승의 가죽으로 얼기설기 지어놓은여러 개의 막사와 나무를 박아 둘러놓은 울타리들이 초원에 빼곡했다.

“이거, 숫자가 상당한데?”
“이 오크가 전부 쳐들어온다면 피해가 엄청 나겠어요.”

일행은 엄청난 오크들의 숫자에 놀라 잠시 말을 잃었다.

“맞다. 루시안, 여긴  오자고 한 거야?”
“그러네? 루시안! 오크 부락엔 무슨 일인데?”

루시안이 말을 아끼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뭐. 다들 알다시피 오크가 번식력은 다들 잘 있지 않습니까?”
“또, 그거야?”

마녀의 숲의 일로 놀랐던, 라펠라가 바로 무슨 일인지 직감을 한다.

“네. 그겁니다. 오크가 하룻밤을 위해 먹는 풀이 있습니다. 그걸 구하러 온 거예요.”
“저기, 루시안 솔직히 말해봐. 네가 필요해서 그런 건 아니지?”

라펠라가 미심쩍다는 듯 쳐다본다.

“저기요? 저 나이도 나이고 아직 팔팔하거든요? 걱정할 단계가 아닙니다. 타몬트 형이면 모를까?”

타몬트가 펄쩍 뛴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한참 어! 그럴 어! 알잖아?”
“그게 어떻게 생긴건데?”
“그 풀이 어떻게 생겼는지, 저도 몰라요. 이걸 밝혀내겠다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오크한테 맞아 죽었죠.”

루시안의 전생에서는 정력에 환장한 마법사가 오크를 세뇌시켜 상납받긴 했었다.

“그러니까 네 계획은 오크가 응응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풀을 먹을라치면 죽이고 뺏어온다 그거지?”
“뭐, 그렇죠?”
“변태!”
“오크가 불쌍하다!”

타몬트가 크게 웃어댔다.

“오크의 하룻밤을 다 같이 보는 건가? 큭큭큭”
“정확히는 보다가 끊을 겁니다.”
“변태!”
“누나, 왜 자꾸 변태라고 해요?”
“변태에게 변태라고 한  잘못이야?”
“아니, 어디까지나 의뢰라고요. 하도 사정을 해서 하는 의.뢰.”
“그건 아무도 모르지. 남겨서 네가 쓸지 어떻게 알아?”

루시안이 당황해 말문이 막히자 타몬트와 발터가 웃겨 죽으려고한다.

“큭큭큭, 루시안이 맥없이 당하는  왜 이리 속이 시원하냐?”
“루시안 얼굴이 저렇게 빨개진 건 처음 봐요.”
“여기에 내 편은 없구나!”

다시금, 마리엔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하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무언가 수상한 구석이 있는 오크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폈다.

“루시안? 오크들이 풀은커녕 고기만 뜯고 있잖아?”

타몬트가 투덜거렸다. 뭘 기대한 걸까?

“저기, 왜소한 오크가 다른 오크한테 구박을 받고 있어.”

라펠라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근육질의 오크가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며, 깡마른 오크를 구박하고 있었다.

“왕따아냐?”
“어? 바구니 들고 초원으로 간다.!”

이내 깡마른 오크는 알  없는 잎으로 얼기설기 짠 바구니를 들고 초원으로 나가 무언가를 캐기 시작했다.

“저 안에 루시안의 밤을 위한 약초가 있는 건가?”

타몬트가 이죽거린다.

“우리, 루시안 젊은 나이에!”

루시안이 총을 꺼내 매만졌다.

“하하! 장난에 너무 반응이 예민한  아니야? 설마 진짜로?”

총구가 타몬트의 아랫도리를 향한다.

“형이 약을 쓰지도 못하게 만들어 드리죠!”

순간, 타몬트와 루시안의 뒤통수에 혹이 생겼다. 보다 못한 라펠라가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둘 다! 오크한테 여기 있다고 대놓고 알릴 거야? 조용히 안 있어?”

“예······.”
“네······.”

루시안과 타몬트가 서로를 째려본다.

깡마른 오크는 열심히 풀을 캐내더니 바구니 가득 담아 다시 부락으로 향했다. 근육질의 오크는 바구니를 보고는 흡족해하며, 괜히 깡마른 오크를 발로 걷어찬다. 그리고는 그들 부락의 가장 큰 막사로 움직였다.

“목표물은 저 안에 있겠네?”
“그런데, 이 정도면 그냥 저 바구니의 약초만 빼앗으면 되는 거 아니야?”
“저 약초를 오크가 그걸위해 쓰는지는 확인해봐야죠!”
“누님! 루시안이 그게 보고 싶은가 봅니다. 하하”

루시안이 조용히 마나 볼트를 시전해 손으로 겨냥하고는 쏴버렸다. 마나 볼트가  타몬트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간다.

“다음엔 봐주는 거 없습니다.”
“야!”

타몬트가 깜짝 놀라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린다.

“와! 진짜 쐈어!”
“어휴! 내가 이 의뢰를 왜 받았을까?”
“누나, 힘내요! 저 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는지 모르겠네요.”

발터가 라펠라를 위로했다.

근육질의 오크가 바구니를 들고 큰 막사로 가자. 안에서 근육질 오크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덩치의 오크가 나온다. 우람한 어금니와 거대한 근육과 덩치가 위용을 드러낸다.

“누나, 족장인가 봐요.”
“루시안이 원하는 그 주인공이네요. 루시안 그거 내려놔! 워워 진정해!”

족장은 바구니의 약초를 보더니 만족한  히죽 웃었다.

“족장, 진짜 크다! 키가 큰 편인 루시안의  배는 될 것 같네!”

키가 작은 편인 발터가 부럽다는 듯 말했다.

족장이 만족해하자, 근육질 오크가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리고는 바구니를 6개를 더 준비했다. 달이 차올라 오크 부락을 비추었다. 족장의 막사 안으로 오크 몇 마리가 들어간다. 덩치가 작은데 보이는 근육이 옹골차 보였다.

족장은 막사 밖으로 나와 약초를 한 움큼 집어먹는다. 서서히 반응이 오는지 족장 오크의 어금니가 크게 드러난다. 족장의 신체 변화를 눈치챈 발터가 황급히 라펠라의 눈을 가린다.

“누나! 보면 안 돼요!”

오크의 옷은 가죽쪼가리를 하체에 두른 게 다였는데. 그게 크게 들려있었다. 유난히  밝은 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것.

“허! 거  부럽네!”

타몬트가 코를 쓰윽 문질렀다. 족장 오크는 기분이 좋은지 아랫도리를 쳐다보고는 당당하게 막사를 열고 들어갔다.

“이제, 저 약초를 찾으러 가죠!”

일행은 조용히 부락에 숨어들었다. 막사 주변엔 오크가 없었다. 족장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였다.덕분에, 일행은 쉽게 막사 앞에 다다를  있었다. ‘취이익! 취익!’하는 거친 숨소리가 막사 밖으로 울려 퍼진다.

“몇 마리의 오크가 들어갔지?”
“3마리요.”
“와우!”

타몬트는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조용하고 약초바구니나 챙겨요!”

일행이 바구니 두 개를 챙겨서 뒤로 빠지려는데, 콧김과 거친 숨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망한  같죠?”
“응!”
“뛰어!”
“취이익! 감히 내 비약을 훔쳐 달아나다니 잡아서 죽이겠다 췩!”

오크가 울부짖자 족장의 막사를 피해 있던 오크들이 사방에서 달려든다.

“일이나 잘 치를 것이지!  나온 거야?”
“한 건 치르고 약 빨러 나온 거죠. 뭐!”

발터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사냥꾼은 시력이 좋아요. 쓸데없이”
“아······.”

타몬트는 발터의 안구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친구를  못 두어서 못 볼 것을 보고만 발터의 안구에 애도를.

“커?”
“엄청!”
“아씨”
“두 사람 지금 노닥거릴 땝니까?”
“철없는 동생들 때문에, 내가 늙는다 늙어!”

도망치는 일행의 뒤로 오크들이 무기를 치켜들고 따라온다.

“취이익 침입자다! 취익!”
“족장의 의식을 방해한 자들이다. 취익”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데려오라 하셨다! 췩!”

오크가 든 글레이브와 도끼가 달빛에 빛난다. 작은 핸드 엑스가 일행의 뒤통수로 날아온다.

“일단 저 언덕으로 가요. 여기서 싸웠다간 다른 부락의 오크까지 몰려 들 거에요.”
“지금 얼핏 보이는 게 50마리야! 그 뒤로 더 보이고.”
“입 놀릴 시간에 뛰라고!”

발터는 활을 잡고 재빠르게 화살을 잰 다음 몸을 돌려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꾸웨엑!”
“저, 비실한 놈부터 공격한다! 취이익!”

루시안은 최루성분의 특수탄을 장전했다.

“그건, 뭐야?”
“저번에 그걸 탄으로 만들었거든!”
“설마 그걸?”
“바람이  맞바람이라서, 우리  피해는 없을 거야!”
“만약 나한테 조금이라도 오면, 화살이 너한테 박히게 될 거야!”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는지 발터는 치를 떨었다.

탄은 뭉툭한 형태였다. 총구를 떠나 정확히 중앙의 오크에 부딪혀 터졌다. 연달아 주변의 오크들을 노려서 쏘아댔다. 주변에 매캐하고 자극적인 기체가 퍼져나간다.

“취이익 컥,켁.맵다 눈물이 난다! 췩!”
“살려줘라! 취익! 칙!”

오크들이 목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켁켁거린다.

“켁! 악마가 나타났다! 취익.췩!”
“컥컥 악마가 방귀를 뀌었다! 칙췩!”

오크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매는 덕분에 일행은 근처의 언덕 동굴로 피할 수 있었다.

“루시안! 그거 뭐야? 오크들이 맥을 못 추던데?”
“최루 성분의 탄이에요. 온갖 맵고 자극적인 것들을  모아다가  정수를 뽑아냈죠.”
“저건 맞아본 사람만 알아요.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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