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7화. 마녀의 숲(2) (8/95)



〈 8화 〉7화. 마녀의 숲(2)

“어이어이! 너무 그렇게 반응하지 말라구! 그냥 지나가던 손님인데 말이야.”

등 뒤에 커다란 대검을 매고, 여기저기 피가 묻은 경갑옷. 다부진 체격. 덥수룩한 붉은 머리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 딱 의뢰 실패하고 복귀하는 용병의 모습이었다.

루시안이 말없이 쳐다보자 사내가 너스레를 떤다.

“일행이 다 몬스터에게 당해 버려서 말이야. 며칠을 굶었다니까? 뭐? 먹을 거라도 있어? 길에서 만난 전우끼리 도움도 주고 그래야지! 응?”

루시안은 말없이 배낭에서 건조 비스킷을 꺼내 사내에게 던졌다. 소독용으로 사둔 여분의 독주도 같이.

“아이쿠! 이거 황송하게도 술까지 주다니 말이야. 싸구려는 싸구려의 맛이 있지!”

술의 도수만 보고 산 거라 저렴하긴 한데, 그걸 한눈에 알아봤다는 건 알아주는 술꾼이라는 거다.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지 않자, 루시안이 경계를 풀고 모닥불의 곁을 내준다. 사내는 빙긋이 웃으며 익숙한 듯 털썩 앉아 비스킷을 씹고, 독주를 들이킨다.

“크으으. 이제야  것 같네!”
“어딜 가셨길래, 그리 당한 겁니까?”
“상행단의 호위 임무! 용병들 주 수입 중 하나잖아? 용병 생활하며 알게 된 사람들과 상행단을 따라 무나간 초원을 지나서 네칸 항구로 가는 길이었지.”
“오크를 만났군요?”
“이야! 형씨 소문이 빠른데? 무나간 초원지대엔 워낙 몬스터가 많아서 빈 영지로 두고 있잖아. 마녀의 숲부터 해서 무나간 초원지대까지 왕국으로서는 아까운 땅을 놀리는 셈이지만. 왕국은 그냥 둔다고 왜? 굳이 거길 공격해서 병력을 잃으면, 타국이 얕볼 기회를 만든다는 거야!”

술을 모금  마신 사내가 말을 이었다.

“나라에서 나서서 처리를 해주면 좋은데, 엉덩이가 어찌나 무거운지 저러다가 무간나초원에 오크가 나라 세우고 독립할  같다니까?”
“오크가 상당히 많은가 보군요? 나라에서도 방치만 한다니.”
“초원에서 수도로 이어지는 주요 관문들과 초원 주변 도시의 병력을 늘려놨지.그걸로 대책은 끝!”
“차라리 그 병력으로 치는게 낫지 않습니까?”
“몰라! 높으신 분들이 그렇다는데 뭘 어쩌겠어?”

사내가 술을 다 비워낸다.

“꺼억! 대접  받았어. 나중에 만나면 내가 술 한잔 살게. 난 타몬트야!”
“연금술사 루시안이라고 합니다. 발테리안 마을에 에피엔 연금 공방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아! 거기? 요즘 좋은 포션이 나온다던? 어이 형씨 술 얻어먹은 보답으로 하나 알려주는데 상인들 조심해, 포션으로재미 좀 보던 인간들이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고.  치들 꽤 손해도 보고 모험가랑 용병들한테 욕도 먹었으니까 자존심이 크게 다쳤을 꺼야!.”

루시안은 별일 아니라는듯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장사하다 보면 그런 거죠. 뭐! 여기저기 얽히고설키고 은원이 오가고”
“형씨 이제 보니 나이는 어려 보이는데 아주 노인네가 따로 없네?”

루시안이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따지면 한 1000살 즈음일 테니까. 타몬트는 모닥불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술이 들어간 데다 피로가 몰려온 탓이다.

“아! 맞아 형씨는 어디로 가?”

잔뜩 졸린 목소리의 타몬트가눈을 비비며 말을 건다.

“마녀의숲을 들렀다가, 무간나 초원으로 갑니다.”
“위험한 곳만 골라서 가는구먼? 어이~ 형씨 나 고용해줄래? 어차피 돌아가 봐야 상행단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 손 놓고 있어야 한단 말이지. 실패한 용병은 몸을 사려야 하거든.”
“마음이 통하는  같고, 위험해 보이지 않아서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굳이 고용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루시안이 딱 잘라 말하자 타몬트가 엉겨 붙기 시작한다. 한숨이 나온다. 게르가도 이 사람도 왜 이렇게 다 엉겨 붙는 건지.

“이봐 이봐! 형씨 내가 검밥만 10년을 먹었단 말이야. 이 주변 길도 훤히 잘 알고 남들 모르는 샛길도 잘 알고 말이야. 100골드 딱 그것만 받을 게 응?”

나이는 분명 타몬트가 더 많은데 자꾸 형씨라 하면서 자꾸 매달린다. 그 소란에 라펠라와 발터가 깨어 난다.

“하아암, 루시안 무슨 일 있어?”
“적이 나타난 겁니까?”

라펠라는 검을 꺼내 주위를 살핀다.

“어! 얼음꽃 용병 라펠라 아니야? 여기서 다 보네?”

타몬트가 라펠라를 보며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라펠라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딴, 별명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타몬트님!”
“라펠라님 아시는 분이에요?”

발터가 활을 매만지면서 라펠라에게 물어본다. 적이면 쏴버리겠다는 듯이 타몬트를 쳐다본다.

“거 형씨! 초면에 활을 드미는건 좀? 내려놔 내려놔!”
“용병 중에서  실력은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성격이 좀 그런 사람입니다. ‘인맥으로 버티는 용병이다’라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어이어이! 사람 앞에다 대고 험담이라니 너무 한거 아니야?”

앞 담화를 당하고도 실실 웃고만 있다. 보통 성격은 아닌 셈이다.

“내가 어? 대부분의 용병 길드 장이랑 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어? 결혼식도 가고 그랬다니까? 내가 아는 용병대만 해도 손으로 못 센다고.?”
“딱 봐도 피곤한 스타일이네. 루시안 그래서 저분은 여기 왜 와있는 건데?”

루시안이 대충 이야기를 정리해서 들려주었다.

“무나간 초원지대면 우리 목적지 중 하나긴 한데….”

발터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타몬트를 바라보았다.

“허허 활쟁이 형씨 심사하는 거야? 어? 형씨가  빨 땐 난 검을 빨았다니까?”

타몬트가 호탕하게 웃는다. 라펠라는 고개를 돌려버렸고, 발터는 말문을 잃어버렸다.

“일단 자고 아침에다시 이야기하죠. 이러다  샐 것 같습니다.”

라펠라가 다음번 보초를 자처했다. 알람 마법 확인차 보초를 선 루시안이었던지라 굳이 보초는 필요 없다고 했음에도 그녀는 타몬트를 감시하겠다며 나섰다.

타몬트는 그러거나 말거나 모닥불의 온기가 잘 전달되는 자리를 잡고 코를 골아대기 시작했다. 세상 참 속 편하게 산다 싶었다. 용병의 삶이 썩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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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이 내려 축축하다. 마녀의 숲의 안개가 여기까지 온 것인지 시야가 많이 흐려졌다.

모닥불엔 큼지막한 물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타몬트씨가 어제 신세 졌다고 잡아 온 거예요”

루시안의 의문은 라펠라가 풀어주었다.

“형씨! 내가 물고기 하난 기가 막히게 구운다니까?”

타몬트의 말대로였다. 물고기는 맛이 매우 좋았다.

“형씨! 그래서 날 고용해줄 거야?  거야? 100골드면 싸다니까?”
“저분, 실력과 평판에 비하면 저렴하긴 합니다.”

라펠라가 대꾸했다.

“저기 비실비실한 형씨는 활깨나 잡았을 테지만, 거기 형씨는 이상한 무기를 들고 다니는 데다가 겉으론 전혀 파악이  된단 말이지. 어찌 됐든  다 근접 격투 체질은 아닌 것 같아. 내가 전위를 맡아주겠다, 이거야!”

그 뒤로도 계속, 타몬트는 자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저기, 루시안 나! 귀 아픈데 빨리 결정을 내려주면 안되냐?”
“저, 루시안님,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라펠라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 말을 한다.

“네? 무슨 일이시죠?”
“저도 동행을 하겠습니다. 저분이 걱정되어서 말입니다.”
“오오. 얼음 꽃 용병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야! 이거 술안주 하나 생겼는데?”
“저래도 가시겠습니까?”
“오래 구른 용병의 싸움을 눈에 새겨 넣고 싶습니다. 인성이건 외부 요인을 다 떠나서 말입니다.”

그 뒤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보수를 논의한 끝에 둘은 일행에 합류했다.

“크하하하! 이 타몬트님의 대검 맛을 본 몬스터는 그 뒤로 내 앞에서 질질 싼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하!”

점차, 안개가 짙어진다. 루시안이 왼손을 들어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주변에 마나로 생성한 얼음 알갱이를 뿌린다. 얼음 알갱이에 물기가 끌리면서 안개비가 되어 내린다. 일행의 머리 위에 마나의 막을 형성해 비를 막았다.

“오오! 형씨 마법사였어? 보통 마법사보다 나아 보이는데? 요리할 때 불  빌리자고 형씨!”
“루시안? 너 내가 아는 루시안 맞는 거지? 나도 머리 다치면 너처럼 되는 거야?”

두 바보와는 다르게, 라펠라는 앞을 경계했다.

“전방에 무언가 다가옵니다.”

라펠라는 팔에 달린 작은 방패로 몸을 가리면서 검을 비껴 들었다.

“키야야약!”

호리호리한 체격에 온몸이 하얗고,  여기저기 가시들이 튀어 나와 있는 몬스터가 달려든다.

“이런 젠장! 미스트 스토커야! 주위를 잘 경계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몰라!”

타몬트가 대검을 꺼내 달려드는 미스트를 그대로 갈라버렸다.

“이놈들은, 무리로 다니니까 조심하라고!”

루시안은 다시 한번 얼음 결정을 뿌려서 안개를 제거했다. 걷힌 안개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덩치의 몬스터, 빨간 눈이 일행을 바라본다.

“제기랄, 스토커 챔피언이라니!”

타몬트의 말을 들은 일행이 모두 긴장을 하며, 경계를 강화했다.

“내가 앞장서서 길을 뚫을 테니까 라펠라는 옆에서 날 보조하고  형씨는 뒤에서  따라오라고!”
“와우! 타몬트 아저씨. 전투가 시작되니까 사람이 달라지네!”
“그러게나 말이야.”

루시안은 품에서 크로우를 꺼내고는 바로 뒤로 돌아 총을 갈겼다. 총구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총알이 튀어나간다. 뒤에서 기습을 노리고 다가오던 스토커의 머리에 총알이 박혀든다.

“와! 그건 뭐야? 처음 보는 무기인데?”
“내 전용 무기. 연금술로 만든 거야. 옆이나 신경 써”

발터는 옆에서 짓쳐 드는 스토커를 걷어차면서 화살을 몸통과 머리에 연달아 쏘아 맞혔다.

“케에엑!”
“오! 형씨들 뒤는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어이! 라펠라 내가  큰놈 주의를 끌 테니까 잔챙이들 처리를 부탁해!”
“예!”

타몬트는 넓고  대검을 이용해 챔피언의 손톱을 대검의 옆면으로 막고는 그대로 튕겨내었다. 비어버린 챔피언의 하체로 대검을 크게 휘둘러 베어낸다. ‘스각’하는 소리와 함께, 챔피언의 허벅지가 깊게 파인다.

“키야아아약!”

일격을 당한 챔피언의 모습이 안개 뒤로 사라진다. 타몬트는 오러를 일으켜 주위를 탐색한다. 그리고는 급히, 대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까까강’ 하는 금속 마찰음과불꽃이 튀어 오르면서 힘 겨루가 시작됐다.

“이 자식 힘 좀 쓰는데?”
“키키키약”

루시안이 총을 들어 챔피언의 빈 신체를 노려서 쏘았다. 챔피언의 어깨에 총알이 박히자, 힘겨루기가 급격히 기울어버린다. 다시, 비명을 지르며 챔피언이 안개에 몸을 숨긴다.

“저! 치사한 새끼 자주 안개로 숨네!”
“발터 조심해.”

챔피언의 커다란 손톱이 발터의 등 뒤로 날아온다. 발터는 바로 자리에서 뛰어올라 뒤로 몸을 넘기면서 공중에 뜬 상태로 화살을 날린다. 화살이 정확히 녀석의 왼쪽 눈을 파고 들어가 꽂힌다.

비명을 지르며 사라지려는 녀석의 뒤통수를 라펠라가 방패로 후려친다. 그리고는 검을 그대로 그어 내린다. 검은 그대로 녀석의 등가죽을 길게 내리그었다.

“잘했어! 라펠라. 이젠 다리로 걷는 즐거움을 없애주지!”

타몬트가 대검을 크게 뒤로 젖히고 마나를 모아 대검에 오러를 주입했다. 라펠라가 자리에서 물러나자 마자, 타몬트가 대검을 크게 휘두른다.

“크하하하 받아라!! 이것이 남자의 참격이다”

등을 공격당해 휘청이는 챔피언의 다리를 대검의 날이 통과하며 지나간다.
‘스걱‘ 하는 소리와 함께, 깔끔히 다리가 잘려나간다, 녀석이 바닥에 쓰러져, 몸을 뒤집고는 손톱을 이용해 기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루시안이 비산폭발형 특수탄을 장전하고는 챔피언을 겨눴다.

“모두, 제 뒤로 피해요!”

모두 재빠르게, 루시안의 뒤로 몸을 날렸다. 살짝 숨을 내뱉고는 챔피언에게 붗꽃을 선물했다. 한발 한발 꽂힐 때마다, 거대한 폭발음이 터진다. 몸이 너덜너덜해진 챔피언이 그래도 살겠다고 손톱을 계속 땅에 박아넣으며 기어간다.

“케르르륵….”

총구를 다시 겨누고는 녀석의 뒤통수에 총알을 쏘아낸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터져나가고 챔피언의 움직임이 완전히멈춘다.

“형씨! 다시 봤는걸?”
“우와! 루시안 멋지다!”
“고생하셨습니다.”
“생각보다 저희 합이 잘 맞네요.”

몬스터 시체에서 쓸만한 부분과팔릴 만한 것들을 챙겨 넣었다.

“어때? 연금술에 쓸만한 것들이 좀 보여?”
“몇 개는?”
“아! 연금술사 형씨, 그 구한다는 게 어떻게 생긴 거야?”
“나무가 아주 하얗습니다. 안개에 가려지면 잘  보이겠네요? 대신 열매가 아주 붉어요. 아! 나무가 제법 큽니다.”
“크고 하얀 나무라는 거네? 보이면 바로 말해줄 게 형씨! 그것만 채집하면 숲은 나가는 거지?”
“그렇죠! 그것 외엔 따로 볼일은 없습니다.”

일행은 출발 지점부터 나무를 꺾어 땅에 꽂으면서 표식을 남겼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다.

“안개가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루시안님의 마법으로 시야가 조금이나마 확보가 되어있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일행은 계속 나아갔다.

“흠. 형씨가 말한 나무가 안 보이네.”
“루시안! 저기 하얀 게 있어! 저거 아니야?”

발터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신나서 달려간다. 조심성 없게도 말이다.

“크고 하얀 나무라고 했잖아? 이거 아냐? 저기 붉은 열매도 두 개 있는거 같은데?”

일행이말릴 새도 없이 달려가 살펴보는 발터에게 라펠라가 경고를 한다.

“저 그게 뒤로 물러 시는 게···.”
“왜요?”

고개를 돌아본 발터가 무언가를 눈치채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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