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6화. 마녀의 숲 (7/95)



〈 7화 〉6화. 마녀의 숲

6화. 마녀의 숲

“시험 삼아, 만들어본 화장품 반응이 꽤 괜찮았단 말이지!”

루시안은 양피지에 이런저런 조건들을 적어나갔다. 그리고는 약초도감과 몬스터 도감 등을 살펴 쓸만한 것들을 추려내었다.

“사막 가시도마뱀의 점액이라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이건 쓸만하겠네, 야래카 나무의 수액은 향이 좋은 데다가 피부에 잘 흡수된다고.?”

열심히 책을 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누군가 공방의 문을 두드렸다. 공방은 문을 닫았고 저녁 이후라 찾아온다는 게 이상했다.

“계십니까?”

문을 열고 나가니, 멋진 콧수염을 기른 반백의 사내가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공방은 닫았습니다만?”
“연금술 관련 의뢰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 요즘은 의뢰를 안 받습니다.”

남자가 잠시 당황하는듯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사정을 하기 시작한다.

“제가 모시는 분의 의뢰라서 꼭 이 편지를 전달해달라 하셨습니다. 대금은 섭섭지 않게 챙겨주신다고 하셨으니 꼭! 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하! 이거 참.”

안 받는다는데도 꾸역꾸역 편지를 찔러 넣고는 사라져버렸다. 찝찝한 마음으로, 침대에 앉아 편지를 읽어본다.

“밤이 두려워요? 밤을 정복하고 싶다고? 마른 나뭇가지에 새 생명을 달라고?”

장장 다섯 장에 달하는 편지엔 구구절절 자신의 신세 한탄과 그것(?)의 복구 정당성에 대한 성토로 가득했다.

“보수가 1000골드? 급하긴 한 모양이네.”

편지와 같이 온 쪽지에는 공방에 찾아왔던 사내의 거처가 적혀있었다.

“굳이, 내가  사람의 밤을 위해 몸을 불사를 필요가 있나?”

루시안은 이 의뢰를 거절하기로 했다. 그가 다시 찾아오기 전까진.

“저분은 누구셔? 나이도 있어 보이는 분인데?”
“그게 말이야! 네가 몰라도 되는 그런 일이 있어!”
“저분, 지금 며칠째인지 알아? 내가 본 것만 해도 3일은  것 같은데. 무슨 의뢰길래 그래?”

루시안이 발터의 귀에다가 나직이 의뢰내용을 말해준다.

“아! 그래서? 아이고,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하긴 뭘 해? 야! 너희들끼리, 속닥거리지 말고 말 좀 해봐! 무슨 일이냐니까?”

화들짝 놀란 발터가, 우물쭈물 말한다.

“이건, 여자가 알면  되는 거야!”

발터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고, 루시안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야! 궁금하다고 궁금해! 무슨일이냐고!”

게르가라는 남자는 자신이 모시는 주인의 명을 꼭 수행해야 한다며 벌써 5일째 공방을 찾아와 의뢰를 들어달라 물고 늘어졌다. 바짓가랑일 붙잡고 울질 않나, 공방 밖에서 아련한 눈빛으로 기다리질 않나. 한숨이 푹푹 나온다.

“루시안이 나이도 있는 분한테, 막 대하다고 욕하는 사람도 봤고, 저분이 널 사랑한다는이야기도 들리더라?”

물을 마시던 발터가 물을 뿜어낸다.

“뭐, 뭐? 사랑?”
“나이를 뛰어넘는 중년의 사랑이라나 뭐라나?”

루시안은 머리를 짚고 제자리에 앉아버렸다. 세상에 사랑이라니, 이건 무슨.

“그 의뢰는 별로 하고 싶지가 않은데, 자꾸 저러시네!”
“왜? 돈 많이 준다며!”
“돈을 많이 줘도, 그리 끌리지 않는 의뢰야!”
“야! 둘끼리 이야기하지 말고, 나도  알려주라니까?”
“........”

그러길 약 일주일째, 결국 루시안은 항복했다.

“들어드릴 테니까 그만 좀 찾아오세요. 제발! 어휴…….”
“정말입니까?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루시안을 힘껏 껴안고, 엉엉 운다. 힘도 세서 떨어뜨리기도 힘들다. 겨우겨우 밀어내고는 말했다.

“얼마나, 걸릴지 저도 모릅니다. 기존에 있던 것들은 소용이 없다고 하셨으니 새로 만들어야 할 테고. 저도 기약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한 달 안에는 불가능하겠습니까? 급하게 요구를 하시는 상황이라서. 제가 돌아가서 전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게르가란 남자는 주인의 이름도, 신분도 밝히지 않았다. 편지에도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저’라고만 되어있을 뿐이었다. 게르가라는 이름도 가짜일 것이다.

“무슨 사정이 있어 숨기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이것 때문에 공방을 비우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새로운 재료를 찾아서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주책을 부렸습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세요.”

루시안은 발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한 달 정도 날 도와줄 수 있냐? 100골드 준다.”
“나야, 좋지!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습지대나 오크 부락 위치 아는 거 있어?”
”아버지한테 물어봐야 것 같은데?“
”그럼, 넌 그걸 알아봐 줘!”

루시안은 50골드가 담긴 주머니 두 개를 발터에게 넘겼다.

“주머니 하나는 네가 쓰고, 하나는 부모님께 드려. 그리고, 내일, 공방으로 오면 돼!”

발터와 헤어진 루델은 모험가 길드와 용병 길드를 찾아 습지대와 오크 부락 위치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어머! 루시안님? 오늘은 무슨 일로?”

전의 그 접수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슬쩍, 1골드하나를 꺼내 밀어줬다.

“근처, 지리도 잘 아시나 해서요 아니면, 모험가분들에게 정보를 살려고 왔어요.”
“무슨 일이 신대요? 제가 모르면 의뢰를 등록해드리죠!”

1골드를 잽싸게 챙긴 접수원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습지대 정보랑 오크 부락 위치요.”
“습지대는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마녀의 숲이란 곳이 있다고 들었어요. 항상 안개가 껴있는데,그 주변 지대 자체가 늪지대라서 인적이 매우 드문 곳이죠.”
“그런 곳이 있어요? 일단, 거기에 가봐야겠네요.”
“저는 말리고 싶네요. 거길 들어간 사람 중에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거든요.”
“습지에서만 자라는 재료가 필요하니 들어갈 수밖에요.”
“재료구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한숨만 나온다. 접수원을 통해 오크 부락 정보제공 의뢰를 걸고는 용병 길드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똑같은 정보를 물어보았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 가까운 습지대라면 마녀의 숲밖에 없다고. 오크 부락의 위치는 역시 의뢰를 올렸다.

다음 날 아침, 당분간은 공방을 닫는다는 푯말을 내 걸었다.

“아버지가 그러는데, 마녀의 숲이 가장 가깝다고 하네. 거기들어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하시던데? 그리고 어제 준 돈, 고맙다고 전해달라셨어!”
“네, 아버지껜 죄송하지만, 목적지는 마녀의 숲이  것 같다.”
“뭐? 거길 왜 가는데? 그런데 왜 습지대야?”
“거기에 필요한 재료가 있으니까!”
“그래?”
발터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스승님이 남기신 책에 있더라고”
“아! 오크 부락은 여기서 서남쪽 무나간 초원지대에 있다고 하더라.”

그 후로, 모험가와 용병대에 의뢰한 정보가 들어왔다. 대금을 지불하고 정보를 조합했다. 용병 길드에서 구한 지도를 펴 길을 확인했다.

“일단, 금지나 다를  없는 마녀의 숲에 간 다음에, 거기에서 동서쪽으로 이동하면 무나간 초원지대야!”
“한 달 정도 잡고 움직이자고. 집에는 허락 맡은 거지?”
“어! 잘 다녀오라고는 하셨지, 마녀의 숲인  모르시지만, 쩝!”
“만약, 위험해지면 날 버리고  혼자라도 도망쳐라. 넌 가족이 있으니까!”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둘이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데. 누군가 공방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게르가입니다.”

루시안이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의뢰는 받아들이기로 했지 않습니까? 무슨 일로?”
“아무래도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린것 같아서. 저도 동행을 부탁드릴까 하여 찾아왔습니다. 검을 좀 씁니다.”
“괜찮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괜찮습니다.”

질기기론 저 사람을 따라갈 사람은 없어보였다. 의뢰도 질척하고, 부탁도 질척거린다. 굳이  따라가겠다는 건지 의아했기도 했고, 무언가 찝찝했다.

“저번에 그 아저씨인데, 따라가겠다고 저러네!”
“같이, 가도 문젠 없지 않아?”
“굳이, 같이 가야 할 필요가 없잖아? 용병대에 마녀의 숲까지 호위하나구할까 하는데 저 정체도 모르는 아저씨를 데려가긴  그래. 숨기는  너무 많아!”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출발은 3일 후야. 그동안 여행 준비를 마치자. 아! 마리엔한텐 비밀이다?”
“이걸 어떻게 말하냐? 의뢰도 참!”

연금술 공방이 닫혀있으니, 마리엔이 득달같이 달려와 물어 본다.

“야! 나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잘린 거야? 무슨 일인데? 응? 무슨 일이냐고!”
“약초 구하러 떠나는 거야! 험지로 돌아다닐 거라서 넌 안돼! 절대로 안돼!”
“치사하다! 흥!”

뾰로통해져서는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3일 후, 출발 당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용병하나가 공방으로 찾아왔다. 경갑옷 차림에 왼팔엔 작은 방패를 차고, 허리춤엔 검을 차고 있었다. 다부져 보이는 몸매에 긴 갈색 생머리를 묶은 미인이었다.

“의뢰로 왔습니다. 계십니까?”
“네! 들어오세요. 의뢰내용은 확실히 숙지하신 겁니까?”
“마녀의 숲 인근까지, 호위 및 안내라고들었습니다.”
“네! 정확합니다.”
“루시안, 나왔어!”
“이쪽은 같이 갈 발터입니다.”
“전 라펠랍니다. 용병 5년 차에 소드 익스퍼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 루시안이고 연금술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루시안은 치유 포션과 마나 회복제를 나눠주고, 기능성 포션을 포션 벨트에 채웠다.

“가시죠! 말로 이동할 겁니다. 라펠라님은 말이 있으신가요?”
“제 말은 오는 길에 찾아놨습니다.”

밖을 보니, 담벼락에 말이 매어져 있었다. 세 사람이 말을 타고 마을을 나서자, 뒤에서 누군가 달려왔다.

“야! 나도 데려가!”

무거운 배낭을 낑낑대며 메고  마리엔이었다.

“에휴! 넌 가봤자 도움이 안 된다니까? 그냥, 여관에 있어!”

발터가 마리엔을 나무랐다.

“여자까지 데리고 어디를 가는 건데! 나한테 말도 없고, 너무한 거 아니야?”
“발터, 말대로 네가 갈 곳이 아니야! 이분은 엄연히 용병이고. 넌 여관에 있는 게 좋겠어!”
”칫! 내 속은 몰라주고, 너무한 거 아니야?”
“베티 아줌마한테 잘 지내시라고 전해드려! 나중에보자!”
“야!”

말을 타고 빠르게 사라져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마리엔은 눈물을 훔쳤다.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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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벗어나 빠르게 말을 몰아 달린다.

“루시안! 마리엔 괜찮을까?”
“뭐가?”
“위험한 저번처럼 포션 쓰면 되잖아? 사실, 쟤 너랑 같이 가고 싶어서 그런  알잖냐!”
“우리도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데 아무나 데려가냐? 보호하기 힘들어! 그리고 지금 이게 놀러 가는 거로 보이냐?”
“쳇! 잘나셨어요. 난  보호하느라 힘들  같은데?”
“글쎄다?”

루시안이 의미 모를 웃음을 지어 보였다.

라펠라는 능숙하게 길을 잡아나갔다. 몬스터의흔적이 보이면 우회하고 적당한 야영지도 골라냈다. 여행은 그렇게 무탈하게 진행되었다.

“저기, 보이는 안개가 있는 숲이 마녀의 숲입니다.“
“여기서만 봐도 음침한 게 소름이 돋네!”
“굳이, 마녀의 숲에 들어가는 이유가 있습니까? 거길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돌아오질 못했습니다.”
“습지대에만 있다는 재료를 찾으러 왔습니다.”
“연금술 재료를 직접 구하러 다니시는 거군요?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근처까지 안내해드리면 의뢰는 끝이군요.”
“그렇네요.”

말린고기와 야채들이 들어가 있는 보존식 스튜 가루를 물에 풀어 끓인다.

“이 스튜 맛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맛이 그러면, 나가서 뭐라도 잡아 오던가!”
“죄다 평지라 잡을만한  없어. 물고기는 무리야, 무리!”

투덜거리면서도 그릇은 깨끗이 비우는 발터였다.루시안은 간단한 알람 마법을 깔아두었다.

“제가 보초를 설 테니까 먼저들 자요.”

모닥불에 마른 나뭇가지를 던져넣으며,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그러다, 난 무엇을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딱히, 이루고 싶은 큰 꿈이나 복수는 없는데 말이야.”

혼자서 중얼거린 루시안은 팔뚝을 걷어, 새겨진 검은 줄을 보았다.

“한 줄이라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건데. 길었던 여행의 종지부. 마지막 삶이니까 큰일 없이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긴 한데···.”

발터의 상념은 곧 깨졌다.유난히 별이 밝은 밤이다. 불청객이 오는  훤히 보일 만큼. 무기를꺼내 슬며시 겨누고는 경고를 날린다.

“그 이상 가까이 오면 공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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