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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4화. 발모제의 위력(2) (5/95)



〈 5화 〉4화. 발모제의 위력(2)

4화. 발모제의 위력(2)

백작이 루시안에게 묵직한 주머니를 내민다.

“100골드일세, 결과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내가 실수한 것도 있으니,더 챙겨 넣었다네!”

평민 5인 가족  달 생활비가 대략 10~15골드 수준이니 의뢰 한 번으로 꽤 두둑이 받은 셈이었다.

“그리고, 집사에게 말해 영지 최고의 음식점에 3명의 자리를 예약해두었으니 가보게나. 여관은 머물고 싶을 때까지 머물다 가면 된다네.”

영주성을 빠져나와, 머무르던 여관으로 가니, 살아있는 시체  구가 있었다. 루시안은  시체에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영주님 건은  해결됐어. 밥 먹으러 갈 건데  올 거면 말고, 영지 내 최고 음식점에 예약까지 해주셔서 말이야.”

약간 꽁해있던 루시안은 그말만 하고 밖으로 나갔다.

“뭐! 우리 목  날아가는 거야?”
“으아앙! 엄마 여관 증축은 좀 더 걸릴 것 같아!”

도착한 음식점은 정말 화려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의 손님들은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로 돈깨나 번다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과시욕의 결정체인 셈이다.

그런 곳에 허름한 차림의 루시안 일행이 들어왔으니, 지배인의 표정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흠! 여긴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닙니다만?”

일행의 옷차림을  훑더니, 출입을 막는다.

“세상에, 그런 옷차림으로 여길 오려고 하다니, 끔찍하군요! 돌아가세요.”
“베켄트 루이보스 백작님의 이름으로  자리가 예약되어있다고 들었습니다. 예약자를 루시안으로 해두셨다고하셨습니다.”
“흥! 네까짓 놈들이 백작님하고 알 리가…? 있네? 어, 어, 어서 오십시오! 창가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무시로 일관하던 그가, 예약 장부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다. 영주님의 손님이라니,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그들을 안내했다. 원래는, 밀담이나 은밀한 연애를 위한 장소인 커튼이 쳐진 자리였다. 예약은 했지만, 어울리지 않으니 가려버리겠다는 지배인의 한 수였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일행은 맛있게 먹고 있었다. 화려한 그릇만큼 음식맛도 화려했다.

“이게,  지랄이라는 건가?”

루시안이 음식을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뭐? 어때! 공짜인 데다. 맛도 좋은데. 근데 양이 적어”

조금씩 여러 차례 나뉘어 코스로 제공되는 음식인데, 발터는 나오자마자 한입에 집어 삼켜버린다.

“맛있다. 이런 음식은 처음이야. 발터처럼 무식하게 먹지는 말아야 해 알았지 루시안?”
“내가 뭘?”
“이런 데선 우아하게 품격있게 먹는 거라고!”

뚱한 표정으로 마리엔을 째려보다 발을 밟힌 발터가 표정을 찡그린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캐난 영지를 편한 마음으로 구경했다. 루시안은 연금술 재료상점에서 재료도 샀고, 둘에게 선물도 하나씩 사주었다.

“루시안! 이 가죽 갑옷이랑 활, 정말 내가 써도 되는 거야?”
“어머! 이 목걸이 정말 예쁘다.”
“그래 날아갈  걱정하고, 날 믿지도 않던 너희들이지만. 그래도 같이 와준 게 고마워서 말이야!”
“뭘! 그런  다 기억하고 있어?”

아직 앙금이 남아서 투덜거리면서도 일행을 챙겨주었다. 그렇게 3일 후, 그들은 다시 발테리안 마을로 돌아왔다.

루시안은 가져온 연금재료를 정리하고, 공방 입구에 푯말을 내걸었다.

[임시휴업, 공방 재단장 중]

일단 매대를 모두 정리했다. 약효가 불분명한 것들 특히, 루시안의 손을 거친 것들을 감정 마법으로 확인 후 죄다 폐기처분 처리했다.

그리고는 마을의 모험가 길드를 찾았다. 마을 근처에 발견된 유적으로 모험가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모험가들은 주로 던전이나 유적을 전문적으로 탐색하는 자들이다.

“어떻게 오셨을까요? 모험가 등록이신가요? 의뢰수주이신가요?”

안내를 맡은 직원이 루시안에게 물어왔다.

“뭘 좀, 물어보러 왔습니다. 모험가들이 사는 포션들의 출처나 종류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걸 왜 물어보시죠? 누구시죠?”

직원이 루시안을 의심하며, 경계했다.

“이 마을에조그마한 연금술 공방을 하는데, 재단장하려고 합니다. 소비가 많은 제품과 가격을 조사하면 공방에서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요.”
“이 마을에 연금술 공방은 하나뿐인데, 아! 그 불량 포션이 많다던 그? 아! 죄송합니다.”
“큼! 최근 실력이 많이 올랐습니다. 불량 포션 없습니다.”
“뭐, 그건 써봐야 아는 거겠죠. 아무튼, 모험가분들의 불만이 많아요. 마을에 하나 있는 연금술 공방인데 포션이 들쭉날쭉해서 믿기가 힘들다고. 그래서 다들 다른 데에서 사 오거나 여기에서 물건을 가져다 파는 상인들한테서 비싸게 사죠. 주로 치유 포션하고 마나 회복제 하급에서 중급 정도에요”

한숨이 나온다. 공방의 신뢰도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 있었다.

“하급 포션 하나에 상인들이 파는 가격은 1골드고, 캐난 영지에서 사 오는가 격이 80실버 수준이라고 들었어요. 치유 포션이 그 정도 하고, 마나 회복제는 기본 1골드 정도죠. 제가 여기에서 듣는 정보가 정말 많다고요. 훗”

루시안은 1골드를 꺼내 슬쩍 내밀었다.

“어머! 뭐, 이런 걸다!”

종업원이 잽싸게 낚아챈다.

“돈만 주면 다하는 용병이나, 유적이나 던전만 찾는 모험가나 다들 싸고 질 좋은 포션을 원하지만 그런 게 어디 흔하겠어요?”

다시 공방으로 돌아온 루시안은 싸고 질 좋은 보급형 포션의 판매를 계획했다. 약초 목록을 적어 마을  상단을 찾아 대량 구매 발주를 넣었다. 그렇게 50골드가 나갔다.

“일주일 안으로 배달해드리겠습니다.”

#
“베켄트 백작, 머리카락이 많이 달라졌구먼?”

그는 베켄트 백작과 꽤 친밀한 사이로, 그의 광활한 민둥산을 기억하는 인물이었다.

“글쎄, 내가 말이야. 최근에 좋은 약을 하나 구했지 뭔가?”
“좋은 약이라니?”
“글쎄 머리카락이 다 새로 나버렸다네. 하하! 이제야, 속 시원히 다닐 수 있게 되었어!”
“호오? 그런 약이 있단 말인가? 나도 소개 좀 해주게나!”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냐면 말일세!”

알게 모르게 발모제 맛집으로 소문나기 시작한 루시안의 공방이었다.

#
깔끔해진 매대에 기존의 약효가 떨어진 포션들은 모두 폐기하고, 약효가 보증된 것들을 팔기로 했다. 주로 에피엔이 만든 물품들이었는데 이를 가격을 살짝 낮추어서, 재고 판매를 시작했다.

[에피엔 연금술 공방, 각종 포션 염가 판매 중]

“저기, 그 복불복 포션 공방 아니던가?”
“싸게 판다는데, 일단 가보지 뭐! 싼 맛에쓰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자넨, 목숨을 싸구려에 맡기고 싶나?”

일전에 한번 호되게 당한 이들로 여전한 불신의 눈초리를 보이는 이들이었다.

“굉장히 싸구만? 보증은 하는 건가?”
“문제 생기면 환불해 드립니다.”

반면에, 싸다고 다 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틀 만에 매대는 완전히 비었다. 매장을 정리하며, 영업 종료 팻말을 내걸려는데 누군가가 찾아왔다.

“영업 종료입니다. 내일 다시 찾아와주시겠습니까?”
“큼큼, 여기 기가 막히게 좋은 게 있다고 해서 왔네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중년의 사내가 모자를 벗어 머리를 보여줬다. 전구에 불이 켜진다.

“아!”
“큼! 소문을 듣고 왔다네, 크라켄 머리 백작을복슬토끼 머리 백작으로 바꾸어줬다는 그 소문 말이야!”

그는 큰 비밀이라도 밝히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그 백작님 입이 가벼우시네. 나한텐 말하지 말라고 협박해놓고선’

“뭐! 그런 일이 있긴 했죠. 어디 가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하하! 걱정하지 말게.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소문이니까!”
‘입이  가벼운 사람이었구나’

중년의 사내가,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물어온다.

“혹시, 남아있는가?”
“내일, 이 시간에다시 오시면 될  같습니다.”

살짝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하루정돈 기다릴순 있어보였다.
“알겠네! 알겠어. 100골드 주면 된다고 들었네만?”
“아! 네, 뭐 그렇습니다.”

중년의 사냐는 환히 웃으며 공방을 떠나갔다.

“이거, 굳이 포션을 팔아야 하나? 발모제 하나면 부자 되는  아냐?”

장밋빛 미래가 그려진다.

“발터한테, 사냥 도와달라고 해야겠네!”

시간은 딱, 저녁을 먹을 때였다. 루시안은 공방 문을 잠그고는 발터의 집으로 향했다. 발터의 집은 마을의 외곽지역이었다. 사냥꾼의 집안이라 사냥감의 가죽을 말리는 일이 잦은데, 이 냄새 때문에  번 항의를 받아, 다툼이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사한게 외곽이었다.

“발터! 집에 있어?”

그의 집앞에서 발터를 부르니, 발터의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온다.

“어머! 누구니? 루시안? 오랜만이구나. 그런데, 발터는 애 아빠랑 사냥을 나가 있어서 집에 없단다.”
“아! 그렇군요.”
“발터가 네가 많이 다쳤다고 걱정을 어찌나 하던지, 괜찮은 거니?”
“네! 괜찮아요. 나중에 발터가 오면 저한테 와달라고 전해주시겠어요?”
“그래, 알았다.”
“감사합니다.”

이튿날 아침, 발터가 싱글벙글하며 찾아왔다.

“야! 루시안 이 위대한 발터 님의 소중함을 알았냐?”
“그건 아니고, 오늘 시간 되냐? 안 되냐?”
“오늘은 쉬는 날이야. 사냥도 잘 끝나서 당분간은 가죽 말리는 데 집중해야 하거든!”
“숲에 가자! 복슬복슬 토끼랑 약초 몇 개가 필요해, 5골드 줄게”
“그러지 뭐! 루시안이 발터 님이 필요하다는데 기꺼이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

잔뜩 기합이 들어가 거들먹거리는 발터를 보며, 루시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괜히 부탁했나 싶은 후회가 들었다.

중간에 상단에 들러 추가 재료를 발주해두고는 둘은 숲으로 향했다.

“복슬복슬 토끼는 생포해줘!”
“또, 그  미는거야?”
“비슷해!”

발터는 토끼가 잘 다니는 길목에 올무를 설치했다. 그리고는 복슬복슬 토끼가 가장 좋아하는 당근을 잘라 두고는 풀숲에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

“뀨웅?”

당근 냄새를 맡은 토끼의 눈이 반쯤 돌아갔다. 기쁜 듯이 달려든다.

“뀨우우우!”

세상을 다 가진 듯이 달려들던, 토끼의 다리가 올무에 채였다. 토끼는 눈앞에서 당근을 놓쳤다. 올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복슬복슬 토끼를 마나로 마비시키고, 작은 칼을 꺼내 들었다.

“뀨? 뀨뀨뀨!”

토끼의 눈이 커지며, 울어댄다.

“안 죽여! 걱정하지 마. 털만 조금 얻어갈 뿐이야!”

세상 모든 범죄자가 내뱉을 만한 말을하며 토끼를 훑어본다. 복슬복슬 토끼의 정수리에는 흰색의 토끼털과는 다르게 회색의 털이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연금술 재료에 쓰이는 부위이다.
마나를 덧씌운 작은 칼이 유려하게 움직인다. ‘스스슥’하고 정수리가 훤히 비어버린 토끼를 올무에서 풀어주었다. 토끼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없다는 듯이 앞발로 휑해진 정수를 만지며 시무룩했다.

“뀨우….”
“루시안, 저렇게 깎으면 토끼한텐 문제 안 생겨?”
“저곳을 완전히 깎아내면 재들은 털이 다 빠져버려서 보통의 토끼같이 될 거야. 그래서, 약간 남겨두었지”

“토끼가 불쌍하다!”
“뭐래? 잡아다가 가죽 벗기는  괜찮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그날, 10마리의 토끼가 정수리를 잃었다. 루시안은 숲을 뒤져 약초도 캐왔다. 약초가 풍부해서 자주 숲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리고, 토끼도 한 마리 생포해왔다.

“약효 재료가 좋으니까, 확실히 저번 포션보다는 약효가 강하겠지?.”

일전에 발모제엔 고품질의 재료가 들어가질 않았다. 좋은 재료가 들어가 약효가 세다면 희석해서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증류관을 타고 똑똑 흐르는 액체. 이번엔 플라스크의 크기도 증류관도 매우 컸다.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사들인 기구였다.

“확실히 일전보다 더 에메랄드빛이 강하네.  영롱하고 향기도 좋고.”

실험대에 묶인 토끼의 등을  밀어서 원액을 한 방울 떨어뜨려 본다. 순식간에 털이 올라온다. 심지어 주변의 털까지 영향을 미쳐 거대한 털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다시 털을 밀고 희석한 액을 넣어서 약효가 적정해질 때까지 반복했다. 약효가 적당해지자 미리 준비한 고급스러운 작은 포션 병에 조금씩 나누어 담고 상표까지 붙였다.

[에피엔 발모제]

화려한 금박 표지에 크리스탈 세공이 들어간 포션 병. 누가 보아도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고생한 토끼를 뒷마당에 마련한 우리에 넣어두곤 당근과 채소를 넣어주었다.

“자주 보자 토끼야”

토끼가 당근을 거칠게 씹으며, 매섭게 노려본다.

“뀨!!”

“다음엔 오크나 고블린을 잡아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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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중년의 사내가 찾아왔다.

“준비는 되었는가?”

루시안이 고급스러운 작은 병을 내민다.

“한 번에 한 방울 정도면 솜털이 자라날 겁니다. 적당히 자라나면 사용을중지하시면 됩니다.”

“오호! 이것이 그 비약인가?”

중년의 사내가 환하게 웃으며 100골드를 건넸다.

“그럼, 난 이만 가봐야겠네! 효과를 보면 주변에 잘 말해줌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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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머리가자라나! 머리가!”
“백작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자네도 알지 않나? 내 고민을?”
“네, 알고 있습니다. 많이 속상해하셨지요.”

그게, 이젠 해결되었다 이 말일세! 보게나, 머리가 자라났지 않은가?”

휑하던 백작의 앞머리에 새싹들이 돋아났다. 집사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축하드립니다. 백작님. 정말 다행입니다.”
“자네! 주변에 고민하는 사람들 있나? 여기저기 소문을 좀 내주게나! 이렇게 좋은 걸 나만   없지 않겠나?”

기분 좋게 웃는 백작 옆에서 집사도 슬그머니 비어가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거기가 어디입니까?”
“거기가 어디냐면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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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테리안 마을은 최근 나타난 유적으로 인해 모든 상점과 여관이 북적거리지만 단   에피엔 연금술사 공방만은 조용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제는 밤마다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에피엔 연금 공방이었다.

“저기, 여기에 그게 있다던데?”

루시안이 익숙하다는  쓰윽 발모제를 내밀었다. 돈주머니를 놔두고 소중하게 포션을 챙긴다. 캐난 영지 의뢰로부터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공방은 그야말로 호황을 이루었다. 루시안은 낮에는 보급형 치유 포션과 마나회복제를 개발하고 발모제를 만들었다.

잘 갈무리된 최상의 재료로 토끼 한 마리의 털로 약 50병이 나왔다.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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