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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3화. 발모제의 위력 (4/95)



〈 4화 〉3화. 발모제의 위력

3화. 발모제의 위력

마을을 벗어나 숲까지 이르는 길은 아주 평탄했다. 날씨도 아주 좋아서 여행하기에 적합했다. 길을 따라 빠르게 말을 몰아 달렸다.

“발터! 우리 오늘 안에 도착 가능할까?”

길이 얼마나 먼지, 또 얼마나 걸리는지 전혀 파악을 안 했다는 걸 깨달은 루시안이 발터에게 길을 확인했다.

“우리 마을하고,  영지 간의 거리는 좀 있는 편이야. 말을 타고 서둘러 달리면 저녁 먹기 전엔 도착할 순 있을 거야!.”
“그렇구나! 빠르게 달려야겠네. 미안해, 어제 천천히 출발했어야 했는데!”
“발터가 늦잠 자서 그런 거잖아! 죄인 발터는 길 안내를 서두르거라!”
“예예, 마리엔 부인님!”

마리엔이 귀부인 흉내를 내며, 발터를 다그치자, 입이 댓발이나 튀어나와 빈정거린다.

“에휴, 우리 좀 심각한 상황이야. 늦으면 귀족의 짜증을 들어야 한다고.”
“그러게 누가 폭발사고 일으키래?”

마리엔의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차갑게 박힌다. 입을 단단히 봉했다. 너무 아팠다.
일행은 두 영지 사이에 있는 헤로나 숲길에 들어섰다.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빛이 들어오긴 하나, 전체적으론 어둑한 숲속이었다. 다행히도, 길이   있어서 이동엔 무리가 없었다.

“야, 이거 분위기가 딱! 몬스터가 나올 것 같지 않냐?”
“키아악?”

발터의 초대에 숲고블린들이 반갑게 뛰쳐나와 인사를 했다.

“발터가 초대한  고블린 들이네? 발터가 잘 놀아주고 와라. 우린 이만!”
“야! 루시안.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뒷일은 이번 초대를 주최한 발터에게 맡기고, 말을 몰아 숲고블린의 머리위로 뛰어넘어 지나쳐버렸다. 주최측인 발터가 말을 몰아 뒤를 따른다. 그리고는 몸을 뒤로 틀어 화살을 날려 초대를 취소했다.

“끼야야약!”

숲고블린들이 초대를 거절한 게 화가 났는지, 가지고 있던 나팔을 분다. 일행의앞에 다시 새로운 숲고블린 무리들이 나타나, 이번엔 말로 못뛰어넘게 하겠다는 듯이 나무창을 치켜세워 들었다.

루시안은 품에서 가면 3개와 말에 끼울 재갈을꺼냈다. 각 앞에는 정화장치가 달려있었다. 그걸 마리엔과 발터에 나눠줬다.

“하나씩 이거 착용하고, 재갈은 말에게도 씌워!”
“이게 뭔데?”

괴상한 생김새에 발터가 쓰기를 망설여했다.

“안 쓰면 너만 피 본다.?”

루시안이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마리엔은 재빠르게 착용하고, 말에도 착용을 시켰다.

“난, 분명 쓰라고 했다! 마리엔, 포션 중에 까만색이 하나 있을 거야! 그거 꺼내 줘!”

마리엔이 검은 포션을 꺼내 건네주자, 루시안이 그걸 들어 정면의 고블린 무리의 중앙에 던졌다. 병이 깨지면서, 매캐한 연기와 코와 눈을 따끔거리게 하는 연기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키엑엑에게”
“키어게에겍”

숲고블린들이 따끔거리는 목을 부여잡고 눈물 콧물 흘리면서 콜록거린다. 무기도 던져놓고 바닥에서 괴로워하며 뒹굴었다.

“루시안! 이게 컥컥 워 야! 켁 어흐응 컥컥!”
“내가 쓰라고 했지? 고블린 놔두고, 그냥 지나칠 거야! 알아서 따라와!”

루시안이  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빠르게 몬스터를 뛰어넘어 달렸지만, 발터가  말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고블린을 밟고 차며 지나갔다.

“히이잉”
“나쁜! 루시안 콜록콜록”
“그러게 누가 루시안 말 무시하래?”

숲을 빠르게 빠져나와 강가까지 냅다 달렸다. 강가 옆으로 옆 영지로 이어지는 다리가 보인다.

“발터! 강물에 얼굴이랑 피부를 씻어, 말도 같이 씻기고. 여기서 쉬었다가 가자!”
“나의 루시안이 이렇게 냉정할 줄 몰랐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발터가 웅얼거리며, 루시안을 노려보았다. 강물에 얼굴이 닳아 없어질 듯이 빡빡 씻고 있는 발터 옆에, 말도 강물에 머리를 처박았다.

“발터 때문에 말도 고생이네, 마리엔 길 알지? 얼마나 남은  같아?”
“한 절반의 절반쯤? 여기서부터 다리를 건너면 큰길 따라서  가면 되거든”
“여기가, 마지막 휴식지점이 될  있겠네!”

하늘을 보니 아직 해가 높이 솟아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시간 내에 도착이 가능할 것도같았다.

“야! 발터 다 끝났으면 바로 출발하자.”

루시안은 건량과 육포를 발터와 마리엔게 나눠주고는 바로 출발했다.

“식사도 간단히 말 위에서 때워!”
“의뢰 끝나고 난 후엔, 맛있는  사줄 거지?”
“어! 좋은 여관에서 좋은 식사를 사줄테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대로를 따라 말이 질주한다. 다행히도 도적 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때, 일행은 캐난 영지의 서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누구냐! 방문 목적은?”

경비들이 창을 가로질러 막아 세운다.

“발테리안 마을의 연금술사 루시안이라고 합니다. 옆에는 제 일행들입니다. 영주님의 의뢰로 찾아왔습니다.”

루시안은 의뢰서와 영주가 준 증표를 꺼내 경비에게 보여줬다.

“이봐, 그 중요고객이라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들여보내라던 그자들 아닌가?”

텁수룩한 수염의 경비병이 품에서 양피지 조각을 꺼내어 읽어본다.

“아, 그러네! ‘발테리안 마을에서 오는 자는 빠르게 영주 성으로 들여보낼 것’이라고 적혀있네!”
“빨리, 가보게나  늦어서 괜히 우리한테 피해 끼치지 말고!”

경비들은 재빠르게 길을 열었다. 일행이 캐난 영지에 들어서자 멀끔한 도로에 흰 대리석으로  집들과 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 언덕배기에 영주의 성이 있었다. 일행은 말을 마구간에 맡기고, 영주 성으로 향했다.

캐난 영지의 언덕배기에 세워진 영주성은 정말 화려했다. 누가 보면 왕성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반짝였고, 고급 사치재로 둘러놨다.

영주 성의 경비에게 증표와 의뢰서를 보여주자, 곧이어, 불퉁한 표정의 집사가 못마땅하다는 말투로 추궁한다.

“왜! 이렇게 늦은 것인가? 영주님이 늦어진다고 어찌나 화를 내시던지! 그런데, 물건은 확실한 거겠지?”
“네, 확실합니다.”

콧웃음을 친, 집사가 바로 몸을 돌려 휘적휘적 앞서서 걸어 나간다. 일행이 멀뚱히 서있자, 짜증을 내며 소리친다.

“다들! 뭘 하는 거야! 당장 안 따라오고! 하여간, 이래서 천것들이란! 에잇!”

표정이 구겨진 채로 불만이 가득해진 발터와 마리엔이 구시렁거리며 집사를 따라갔다. 루시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화려한 방문이 열리고, 일행은 영주의 서재로 들어섰다. 서재도휘황찬란했다. 고급스러운 가구부터가 빛을 내며 반겼다.

“베켄트 백작님 연금술사가 도착했습니다.”
“오오, 드디어 온 것인가? 빨리! 당장! 들어오라고 해!”

기대로 가득찬 백작이 일행을 맞이했다. 백작은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넙데데한 얼굴에 턱이 삼중으로 접혀있었고, 볼살이 목과 붙을 듯 했다. 그런데, 머리가 풍성했다. 분명 발모제 의뢰였는데 말이다.

“물건! 물건을 내놔라 당장!”

백작이 빨리 내놓으라고 성화다. 루시안이 상자를 꺼내자마자 집사가 그걸  가로채 백작에게 전달했다.

“오오! 이것이 신비의 묘약인가. 빛깔마저도 아름답기 그지없구나!”

백작이 집사에게 눈치 주며, 나가라고 했다.

“다른 두 분은 응접실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연금술사분은 여기 남으시면 됩니다. 백작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예의바른척 하는 집사는 발터와 마리엔을 데리고 서재를 나갔다.

“너! 만약! 이 약에 문제가 있으면, 자네와 친구들의 목을 성문에 걸어버릴 것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확실한가?  앞에서 죽어 나간 연금술사가 열을 넘어간다는 걸 알려나 모르겠구나?”

단둘이 남자, 백작은 본색을 드러냈다. 눈알을 희번득 거리며, 루시안을 협박하는데 그의 눈빛에서 광기가 보였다.

‘하여간, 귀족 놈들이란!’

루시안이 생각하던 딱 귀족스런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약은 확실합니다. 하루에 다섯 방울 정도 뿌리시면 됩니다. 머리가 어느 정도 나기 시작하면 약은 그만 사용하셔도 됩니다. 6개 월정도면 사용하지 않은 포션의 약효가 사라지니, 약효를 보신 후 폐기하시면 됩니다.”

자신만만한 루시안의 대답에 백작은 만족했다는 듯이, 풍성해 보이는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내 서재를 환히 밝히는 해가 떠올랐다.

“크흐흠, 부위가 넓으니, 전체적으로 고루 얇게 바르는  좋을  같습니다.”

백작은 말없이  접시를 가져와서 포션을 살짝 부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고루고루 정성스레 펴발랐다.

“효과가 보이면 그때 대금을 지급할걸세, 당분간은 영주 성내에 머물도록. 만약 이일을 비밀에 부치지 않고, 입을 함부로 놀렸다간 네놈의 목숨은 그날로 없어질 것이야! 네놈의 마을도 없애버릴 것이야!”

백작의 고압적인 협박에 루시안은 짜증이 났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하게 말했다. 여기서, 화내봤자, 당하는건 자신일테니까 말이다.

“예. 백작님 그럼 오늘은 물러가 보겠습니다.”
“밖에 페트릭 있느냐?손님을 준비된 여관으로 안내하거라!“

잠시 후, 영주 성을 나와 안내받은 여관으로 가니 발터와 마리엔이 있었다. 방은 두 개, 마리엔은 독방에 발터와 루시안은 같은 방을 쓰게 되어있었는데, 여관의 시설이 상당히 좋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고급여관인가? 우와!”

마리엔은 여관의 벽 재질, 침대의 이불 등 이것저것 다 만져보며 분석에 들어갔다.

“미래의 여관주인님이 신나셨네. 루시안! 영주님이 뭐라고 하셔? 돈 많이 주신대?”
“약효가 없으면, 내 목이랑 너희들의 목을 잘라 성문에 걸어버린다고 하시더라!”
“뭐!”
“으아앙!  여기서 죽는 거야?”

장난으로 물어봤던 발터나, 열심히 여관을 구경하던 마리엔도 딱딱히 굳는다. 발터는 이내 목을 매만지며 주저 앉았고, 마리엔은 울기 시작했다.

“발터! 토끼 실험했던  너도 봤잖아? 약효,  나타났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건 토끼잖아! 백작님은 토끼가 아니라고!”
“으아앙!”
“그럼 너희들은 먼저 도망가라! 난 여기서 대기할 테니까.”
“아니야, 그냥 이렇게 한날한시에 성문에 목이 걸리는 것도 좋을  같다. 외롭진 않을 테니까! 하하하”

발터가 정신줄을 반쯤 내려 놓았다. 바보처럼 웃는다. 마리엔은 갑자기 무엇을 결심했는지, 눈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잠시후 양피지와 펜을 들고 나타났다.

“마리엔 뭐 하는 거야?”
“유서 쓰는 거야!”
“약효는 내가 보증한다니까? 걱정하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루시안이 보증하는 약효는 늘 문제가 있었다고!”
“엄마, 내가 죽으면 루시안의 공방을 치우고 여관을 확장하시면······.”

발터는 불신가득했고, 마리엔은  기회에 루시안의 공방을 노렸다. 이게  개판인가 싶어 골치가 아파왔다.

“야! 약효 없으면 죽기 전에 영주님한테 부탁해서, 최고급 음식점에서 내가  한 끼 사줄게!”
“죽기전에 비싼 밥이라도 먹고 죽으라는 거야? 거참 위로가 되네!”

최후의 제안이 실패했다. 그들의 증상이 중증으로 치닫는다.

“루시안의 공방 물건은 다 내다 버리시고······.”
“야! 마리엔. 넌 자꾸  내 공방을 노리는 건데? 물건은 왜 다 버려?”
“거기다 여관 하나 더 세우면 돈 많이 벌  있잖아? 그리고, 네가 손댄 시약이 멀쩡할 리가 없잖아? 그걸 누가 써?”
“오면서 썼던 포션 덕분에 몬스터 무리 피한 건 기억 나지 않아?”
“너도 가끔 하나는 성공하니까!”
“하! 너희들 맘대로 해라 에휴.”

 이상 그들과 대화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포기다. 옷가지를 챙겨 식당으로 향했다. 그들의 증상은 다음날  악화 되었다. 이젠 생기를 잃고 좀비가 되고 있었다.

누군가 루시안을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니 페트릭이다.

“백작님이 보자고 하시네”
“가시죠!”
“아! 저 둘은 영주님의 병사들이 지킬 것이네”

집사의 눈빛이 매섭다. 약효가 없으면 목을 그어버리겠다는 눈빛. 지킨다는  아니라 감시가 맞을 테니까. 마리엔과 발터가 벌벌 떤다,

백작의 서재에 들어서자, 우스꽝스러운 커다란 모자를 쓰고 눈이 퀭한 백작이 루시안을 맞았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그에게, 백작은 난감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제, 말일세. 잠자리에 드는데 아무래도, 살짝 바른 게 안심이 되질 않지 뭔가? 그래서 포션의 반을 머리에 발랐다네!”

백작은 뿌리깊은 불신은 화를 불러왔다. 지난밤, 아무래도 너무 적게 사용한 느낌에 포션의 절반이나 들이부었다. 덕지덕지 쳐발라 만족한 백작은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약효로 머리가 급속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밤새, 머리가 간질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비몽사몽한 눈으로거울을  백작은  비싼 거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루시안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자, 백작이 서서히 모자를 벗었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도 이런 부작용은 생각해보질 않았다. 백작의 머리엔 복슬복슬 토끼 한 마리가 얹어져 있었다.

“제가 분명, 조금씩 써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이렇게 효과가 클  알았겠는가? 이거 설마 계속 자라는  아니겠지?”

백작이 조심히 물어온다. 해결책을 못 내놓으면 죽이겠다는 반 협박의 눈빛을 보내온다.

“포션 사용을 중지하시고, 전용 이발사를 부르셔야  것 같습니다. 엉킨 머리는잘라내셔도 될 겁니다. 약효가 나타난 이상 머리카락의 뿌리가  살아났다는 거니까요.”
“다행이네, 다행이야! 이러고는 밖에 돌아다닐 수가 없지 않은가!”

‘어휴, 말 더럽게 안 듣고 의심이나 하는 귀족 같으니라고!’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어대며, 백작을 욕했다. 백작은 그런 속도 모르고 그저 헤실거리며 머리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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