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첫만남은 가식.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전 가정에만 충실할 수 있는 아내를 원합니다. 오로지 저에게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서.” “저도 괜찮습니다. 강한기 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부부에겐 명백한 갑을관계가 존재했다. 여린은 그가 결혼을 전제로 무너져가던 제 집안을 살려준 것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 “결혼 전에 한 약속을 어겨서 되겠어? 누구한테 불리해지는지 잘 알지 않나.” “…….” “그리고 요구하고 싶은 게 있을 땐 정당한 노력을 해야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절대 평등한 부부 사이가 될 수 없다는 걸. “말을 예쁘게 하든, 사근사근 웃어주든, 몸으로 유혹이라도 하든.” 단단한 팔이 여린을 옭아매듯 끌어당겼다. “혹시 모르잖아. 내가 진짜 널 사랑하게 되면 네가 원하는 걸 들어줄지.” 후회할 걸 알았지만, 그의 입맛에 최선을 다해 맞춰주는 충실한 아내가 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