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꿇어앉은 포로들 가운데 황제는 발견했다.
더 볼 생각도 없이 외면했던 대열의 끝자락.
“ 내 너를 살려 주마.”
“…….”
“하면 네놈은 내게 무엇을 줄래.”
“저를 원하십니까.”
황제는 희미하게 웃었다.
‘찾았다.’
경국지색.
나라 말아먹을 미친놈.
그렇게 시작된 황제와 노예의 지나칠 만큼 위험한 밤.
지도가 그리지 못할 동쪽 바다 끝 외대륙에서 날아드는 신묘한 징조들.
황제 서림이 치리하는 우란에 닥쳐오는 변화들.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 가운데 황제와 노예의 봄밤은 어떤 새벽을 맞을 것인가.
“네가 ‘그저 종놈’일 리 없다고 생각하거든.”
“…….”
“하니 나의 덫이 되어라, 호산.”
“……덫?”
“덫이 싫으면 꽃이 되든가.”
황제는,
노예의 밤을
모른다.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