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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42화 (42/43)

〈 42화 〉 11장. 정의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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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정의맹 (3)

살막이라 하면 바로 살수집단으로, 흑사궁 소속이었다.

즉 사파의 살수가 정의맹에 들어온 것이다.

"정식 절차를 밟고 왔다면 이미 아우의 귀에 들려왔겠지."

왕평은 백강휘를 보고자 이곳에 온 것이었기에, 백강휘에게 사실 확인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백강휘는 왕평의 등장에 놀랐고, 결국 왕평이 이곳을 몰래 침입했다는 말이 된다.

"살막에서 나온 지 오래되었다고 하면 믿어주실 겁니까?"

"······."

왕평의 말에도 남궁혁은 그의 목에서 검을 떼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정의맹 안으로 들어왔지?"

아무리 은신이 특기인 살수이고 절정의 무인이라지만, 정의맹 안으로 침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몇 개의 개구멍이 있지요. 설마 그런 것이 없겠습니까? 흑사궁 내에도 정파의 간자들이 이용하는 그런 것이 있는데."

아무리 정의맹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흑사궁이라 하더라도 간자가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 간자들이 이용하는 개구멍을 이용했다고 하자 남궁혁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그곳들을 전부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알려드리지요."

남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왕평이 말하는 장소들을 전부 머릿속으로 기억했다.

왕평의 말대로 이것이 전부인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다 막지도 않겠지만.'

정의맹도, 흑사궁도 각 세력의 간자들이 숨어서 정보를 얻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전부 색출하여 죽이고, 그들이 들어오는 입구를 막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세력도 똑같은 움직임을 보일 테니까.'

정의맹에서 간자들을 전부 색출한다면 흑사궁도 그러할 것이다.

결국 정의맹도, 흑사궁도 서로의 정보를 얻으려고 일부러 간자들을 가만히 놔둔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 중요한 기밀 사항 같은 것은 알아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어쨌든 정보를 통제하는 것보다 상대의 정보를 얻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막이었을 줄이야."

"아마 살막에서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왕평의 첫 기억은 바로 살막에서 살수를 양성하는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훈련을 받아서 살수가 되었고, 그렇게 자라왔다.

"어쨌든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공자님은 가주의 친자가 아닐까 의심하고 계신 겁니까?"

"그래."

백강휘의 말에 왕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나?"

"그것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사실 저는 공자님의 어머님은 알고 있죠."

"알고 있다고?"

백씨세가에서 백강휘에게 모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예 백강휘의 모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 그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왜 이야기하지 않았지?"

"알아도 소용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당시 백강휘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었기에, 모친에 대해 알고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무공을 익혔어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말씀드릴 수 없겠군요."

왕평이 슬쩍 자신을 바라보자, 남궁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나중에 보세.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더는 방해할 수 없겠지."

남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왕평의 목을 겨누고 있던 검을 거두었다.

"하지만 함부로 이상한 짓은 하지 말기를 바라지. 아우의 몸종을 죽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도록 하죠."

"부탁하네."

백강휘는 남궁혁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혁의 말은 왕평이 무슨 짓을 하면 막으라는 뜻이었다.

"그럼 내일 보세."

남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떠나갔고, 둘만 남은 백강휘와 왕평은 곧바로 그의 거처로 움직였다.

"그럼 말해 봐."

"급하긴 하시군요. 그보다 정말 엄청난 고수가 되셨습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기막을 펼치는 백강휘를 보며 왕평은 감탄했다.

"저와 있을 때는 정말 무공을 모르셨으니, 정말 무공을 익히기 위해 저를 보내신 겁니까?"

왕평은 백강휘가 기연을 알고 있는 상태로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무당으로 향하는 길목에 강서로 가자고 한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흰소리 그만하고, 어서 말이나 해."

백강휘의 말에 왕평은 고개를 들고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 살막에서 양성한 살수였습니다."

"······."

듣고 싶었던 것은 왕평의 과거가 아니었지만, 백강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도 꽤 재능이 있었는지 어린 나이에 실전에 나갔습니다."

살막에서는 목표물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어린 살수들이나 여성 살수들이 많았다.

무림에서 괜히 어린 아이와 여자를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름 잘해 나가고 있긴 했지만, 결국 실수가 있었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살수의 실수는 죽음으로 연결되는 법이죠."

살수는 은신은 무척이나 뛰어나지만, 상대에게 들켰을 때는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죽을 위기였던 저를 불쌍히 여겨 구해주신 분이 마님, 즉 공자님의 어머님이십니다."

"흠."

혹시나 모친이 살막과 관련이 있나 싶었지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모양이야? 약관이 갓 넘어 보이는 얼굴인데."

"제가 좀 동안이긴 하지만, 확실히 공자님보단 나이가 많습니다."

현재 왕평의 나이는 이립(而立 : 30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왕평이 백강휘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갓 태어난 아기였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더 어린 나이에 실전에 투입된 모양이군."

"어리면 어릴수록 상대는 쉽게 방심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살막은 조금만 소질이 있다면 열 살도 되기 전에 실전에 투입하는 때도 있었다.

왕평 역시 바로 그런 경우였다.

"살막에서는 안 쫓아온 모양이지?"

"임무에 실패하고, 여기를 찔리고 강에 떨어졌기 때문인지 살막에서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왕평은 자신의 왼쪽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는데, 만약 조금만 검의 방향이 달랐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럼 그 강에 빠진 너를 구해준 것이 내 어머니이신가 보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계속 백씨세가 내에서 나오지 않고 공자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살막에서도 절 찾기 쉽지 않았겠죠."

백강휘는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빨리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그가 궁금한 것은 왕평이 어떻게 백씨세가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가 아니었으니까.

"너무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지금 말씀드릴 테니까요."

왕평 역시 백강휘의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얼굴을 찌푸렸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사라지셨습니다."

"사라져?"

"예. 그 어떤 흔적도 없이 말입니다."

없어진 물건도 없고, 파손된 물건도 없었다.

누군가의 습격이나 납치 같은 것인지, 그녀가 그저 훌쩍 떠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처음부터 없던 사람처럼."

"······."

"어쨌든 마님은 사라지셨고, 세가의 하인들은 마님이 도망갔다고 생각했죠."

그것도 어린 백강휘를 두고 말이다.

"그리고 마님이 도망갔다고 소문내던 하인들은 어느새 다음날 시체가 되었죠. 그 이후로 마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왕평은 그 하인들을 죽인 것이 백연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끝나가지만, 백강휘가 듣고 싶어 하던 말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난 왜 네가 이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궁금해 한 것은 이것이 아니야."

모친이 그를 버리고 간 것인지, 납치를 당한 것인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백강휘에게 모친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후우. 여전히 만족 못하시니, 공자님께서는 마님에 대해 듣고 싶은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맞아."

"간단히 말하자면, 저도 모릅니다."

백연호가 소가주일 때, 무림을 경험하기 위해 세가를 떠났던 그가 백강휘의 모친과 함께 돌아왔다.

그때 이미 그녀의 뱃속에는 백강휘가 있는 상태였다.

당시 백연호는 장문영과 혼약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세가는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

단 한 사람, 당사자인 백연호를 제외하고 말이다.

'어머니가 떠났다는 생각에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인가?'

모르겠다.

정말 친자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백강휘는 모친이 떠난 것 때문에 백연호가 그를 모질게 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어떻습니까? 친부일 수도 있는데, 정말 하실 겁니까?"

왕평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백강휘에게 물었다.

"정말로 피가 섞였다면······."

지금까지 백강휘는 백연호가 친부가 아닐 수도 있다고 더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백강휘가 고민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런 왕평의 생각과 달리 그의 주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의 뜻을 알아차린 왕평은 한숨을 내쉬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이다.

"사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예. 공자님의 고민을 없앨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왕평의 말에 백강휘는 눈을 빛내며 그를 보았다.

"천륜이니 뭐니, 그런 것도 다 무시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이라면 말입니다."

"호오. 그거참 기대되는군. 앞에서 했던 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실인지는 모릅니다."

개방이나 하오문 정도의 정보집단이라면 알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왕평 역시 우연히 들은 이야기였으니까.

"장씨상단에서 앵속(罌粟 : 양귀비)을 다룬다고 합니다."

"앵속? 그건 최근 황명으로 금지되지 않았나?"

"맞습니다."

앵속은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그 열매는 환각을 보여주는 성질이 있었다.

"사치품이죠. 고관대작들이나 돈 많은 자들의."

"그렇겠지."

그렇게 사치품으로 사용되니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처음의 목적과 달리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황제가 앵속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는데, 그것을 장문영의 집안에서 유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명으로 금지되긴 했어도 여전히 그것을 즐기는 자들이 많지 않나?"

무림에서 황명은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모두가 무시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을 쉽게 죽이는 것부터 잘못된 일이지 않나.

"물론 앵속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하지만 그 앵속을 사파와 거래한다면요?"

"그건 나쁘지 않네. 그리고? 단순히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물론이죠. 한 무림세가가 그 호위를 해준다고 합니다."

앵속은 사치품이기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

장씨상단이 그것을 어떻게 구했는지, 재배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 사실이야?"

"백씨세가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상단과 연관된 세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리고 백씨세가가 장씨상단을 지켜주는 대가로 많은 돈을 받는다면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런 낌새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공자님께서 떠나시고 나서부터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소문이 진실인지도 확인할 수 없고요."

호북상회와 녹가장의 장난 때문인지 백씨세가는 최근 재정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상태였다.

무인들은 계속 늘고 있는데, 그 무인들에게 제대로 돈을 지급하지 못하니 떠나는 사람도 많은 실정이었다.

그러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씨상단의 회유를 이기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오대세가를 꿈꾼다며 그렇게 평판에 신경 쓰던 사람이었는데, 꽤 급했나 보군."

사람들의 평판 때문에 백강휘의 일도 쉬쉬했던 백연호였는데, 사파와의 거래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사람이 많아지면서 현재의 백씨세가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겠죠."

세가가 강해지기 전에 파산하게 될 것 같으니, 결국 하면 안 될 짓을 한 것이다.

"아니면 무인이 많아지는 것을 맛보았으니, 더 많은 무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돈이 필요했을 수도 있겠지."

물론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은 백강휘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이제야 제대로 된 것을 가져왔네."

"그렇습니까? 진실 여부는 모릅니다."

"진실은 상관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파인 백씨세가, 그리고 같이 엮인 장씨상단이 흑사궁 소속의 문파와 모종의 거래를 한다는 것이니까.

'어쨌든 소문이 퍼지고 있다면 하오문과 개방도 그 진실을 알아내려 하겠지.'

그러니 그 전에 움직여야 했다. 정의맹이 움직이기 전에, 그의 손으로 끝내야만 하는 일이다.

'조금 더 크길 기다리려고 했는데, 그 인간에게 맡겨봤자 커질 것 같지는 않고.'

백강휘는 백연호가 키울 수 있는 세가의 한계가 지금 정도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백연호는 백씨세가를 지금보다 더 강한 세가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도 슬슬 지겹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도 얻었고.'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명분이 생겼다. 그 명분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명분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그의 편이 되어줄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어서 돌아가고 싶어지는군.'

백강휘는 어서 정의맹을 떠나 서둘러 백씨세가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사람 때문에 백강휘는 곧바로 떠나지 못하게 되었다.

"아우! 비무 한 번 하지?"

백강휘는 다짜고짜 찾아와 비무를 요청하는 남궁혁을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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