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10장. 흑호오제(黑虎五弟)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0장. 흑호오제(黑虎五弟) (3)
-깡!
백강휘는 목을 향해 날아드는 도끼의 날을 쳐서 방향을 틀었지만, 삼호의 또 하나의 도끼가 같은 곳을 향해 날아들었다.
-후웅!
도끼의 속도가 범상치 않았기에 백강휘는 그것을 쳐내기보다는 뒤로 물러나서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잘도 도망가는구나!"
삼호는 한 번 붙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백강휘에게 달려들며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쉽지 않군.'
무식하게 몰아붙이는 삼호를 보며 백강휘는 이 전투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 무식한 도끼를 휘두르면서도 틈이 보이질 않으니.'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기가 없는 백강휘가 삼호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저 도끼 사이를 파고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삼호가 빠르게 도끼를 휘두르며 거리를 주지 않고 있으니 파고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파고들 수밖에 없겠지.'
생각을 정리한 백강휘는 물러나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깡! 깡!
백강휘는 삼호의 도끼들을 쳐내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공격 한 번을 막을 때마다 팔이 저릿했지만, 백강휘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놈, 설마?'
물러나던 것을 멈춘 백강휘를 보며 삼호는 눈을 빛냈다.
백강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래! 네놈이 이기는지, 이몸이 이기는지 한 번 해보자!"
삼호는 그런 백강휘의 기개가 마음에 들었다.
도끼를 잡고 있는 그의 양손에 힘이 들어가자, 그의 팔이 마치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으랴압!"
삼호가 오른손을 벌쩍 들어 올리더니 곧바로 아래로 내려쳤다.
백강휘는 그 공격을 막기보다는, 곧바로 발을 굴러 공격을 피해내며 삼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닿는다!'
백강휘가 삼호의 복부를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쾅!
귀가 괴로울 정도로 굉음이 들려왔고, 백강휘는 얼굴을 구기며 앞을 바라보았다.
"크음!"
삼호가 반응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왼손에 있는 도끼를 이용하여 백강휘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닌 것인지 얼굴이 창백했다.
'저놈, 정말 약관도 안 된 애송이가 맞는 건가?'
도끼로 막았음에도 백강휘의 기운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그 패도적인 기운이 그의 몸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헙!"
어떻게든 백강휘의 기운을 가라앉히려던 삼호의 눈에 지체하지 않고 달려드는 백강휘의 모습이 보였다.
"끄응!"
어떻게든 백강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반격이 쉽지 않았다.
그만큼 백강휘는 쉴 새 없이 삼호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까다롭군.'
정해진 경로가 없는 단순한 박투술인데, 그 공격 하나하나에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삼호의 몸속에 억눌러야 할 백강휘의 기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움직임이 둔해졌다.'
백강휘는 삼호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는 것을 깨달았다.
"이놈!"
삼호가 달려드는 백강휘를 향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그 기세가 떨어진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깡!
이전처럼 손을 들어서 막았음에도, 백강휘의 몸은 휘청거리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 빠르게 삼호에게 파고들어 일권을 내질렀다.
-쾅!
어떻게든 백강휘의 공격을 막아낸 삼호였지만, 그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났다.
'대체 어디에?'
뒤로 밀려난 삼호가 급히 앞을 보았지만, 백강휘의 모습은 사라진 상태였다.
좌우를 둘러보던 삼호는 등줄기가 오싹해져서 휙 고개를 돌렸다.
"커헉!"
그리고 등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삼호가 앞으로 쓰러졌다.
어느새 삼호의 뒤로 이동한 백강휘가 그의 무방비한 등에 일장을 내지른 것이다.
"쿨럭, 쿨럭!"
앞으로 쓰러졌던 삼호가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콱!
그에게 다가온 백강휘가 그의 머리를 강하게 밟았다.
"큭!"
단순히 밟고 있는 것뿐인데, 일어날 수가 없었다.
원래라면 이런 발 정도는 쉽게 피할 수 있었을 터인데, 백강휘의 기운 때문에 내상을 입었기 때문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놈! 정파의 무인 주제에 상대를 비참하게 하는구나. 깔끔하게 죽여라."
"그럴 생각이야."
이어지는 백강휘의 말에 삼호의 몸이 흠칫거렸다.
살기 어린 목소리도 아니었고, 분노나 증오 같은 것도 없었다. 너무나 담담한 목소리였기에 삼호는 백강휘에게서 기이함을 느꼈다.
"이런! 어서 대장로님을 구해라!"
"막아라!"
설마 초절정 고수인 삼호가 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흑호문도들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에 반해 그들을 상대하고 있던 화산파 제자들의 얼굴은 대번에 밝아졌다.
"크윽! 대장로님을 구해야 하거늘."
백강휘를 둘러싸며 방어하고 있는 화산파 제자들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어서 죽이시오!"
앞에 있는 흑호문 무인의 목을 찌른 종일원이 백강휘를 향해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이 신호가 된 듯, 백강휘가 삼호의 머리를 향해 손을 내려쳤다.
-퍽!
삼호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렸고, 백강휘는 얼굴에 묻은 피에 절은 뇌수와 살점들을 떼어냈다.
"크흑!"
흑호문의 무인들은 그런 백강휘를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그들을 이끄는 삼호가 죽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지만, 피에 절은 얼굴로 웃고 있는 백강휘의 모습이 너무 기괴했기 때문이었다.
-휙!
그 순간 백강휘가 발을 굴러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화산제자들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흑호문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허억!"
"이놈!"
백강휘는 방어 같은 것은 신경 쓰지도 않고 앞으로만 전진하며 흑호문도를 공격했다.
-휘익! 깡!
그런 백강휘의 등을 향해 공격한 이도 있었지만, 그가 입고 있는 천잠보의 때문인지 그대로 튕겨졌다.
"헙!"
그리고 백강휘의 등을 공격한 무인은 백강휘가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느리게 느껴졌다.
-퍽!
등을 공격한 무인의 머리를 단번에 터뜨린 백강휘는 다시 앞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어, 엄청나군."
화산파 제자들은 흑호문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백강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정도로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그가 손을, 그리고 발을 움직일 때마다 흑호문의 무인 중 한 명은 반드시 죽었고, 피로 물든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더욱더 기괴했다.
"어서 백 소협을 도와라! 이 기회를 놓치지 마!"
그나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종일원이 앞으로 뛰어나가며 외쳤다.
그러자 화산파 제자들도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는 흑호문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는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이미 머리를 잃은 흑호문의 무인들에게서 투지를 찾아볼 수 없었고, 그들은 화산파 제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목숨을 잃었을 뿐이었다.
"수, 수고하셨소."
"종 소협도."
백강휘에게 다가와 무명천을 건네는 종일원의 눈에는 두려움이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백강휘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흑호오제 중 한 명을 죽일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라면 시간을 끌어주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백강휘가 삼호와 싸우고 있을 때, 종일원과 화산 제자들이 흑호문도를 모두 처리하고 삼호를 협공하여 죽이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백강휘가 삼호를 먼저 죽이고, 가장 앞장서서 흑호문의 무인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예상보다 적은 피해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전혀 망설임 없는 손속이다.'
종일원은 자신이 건넨 무명천으로 얼굴을 닦아내는 백강휘를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적들의 한 가운데서 전혀 망설임 없이, 단 일격으로 흑호문도들을 죽이는 백강휘의 모습은 말 그대로 수라(修羅)와 같았다.
"그보다 함정은 전혀 쓸 수 없게 되었구려."
"그놈이 생각보다 감이 좋았소. 하지만 백 소협 덕분에 함정을 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으니 다행이오."
감이 좋은 삼호가 화산파 제자들의 기척을 느끼고는 곧바로 전투로 이어졌다.
덕분에 열심히 준비한 함정이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함정을 정리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도 아깝군. 그보다 백 소협께서는 바로 움직일 수 있겠소?"
"괜찮소."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은 곳이 있으니 서둘러 그곳에 합류해 도와야 했다.
'너무 수련을 게을리했어.'
종일원을 뒤따르며 백강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손쉽게 삼호를 이긴 것 같았지만, 실상은 삼호의 대처가 미흡하여 이겼다.
만약 삼호보다 조금 더 내력을 잘 다루는, 남궁혁 정도의 고수였다면 이렇게 쉽게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전의 경지였다면 그런 도끼쯤은 쉽게 부숴버렸을 텐데.'
만약 그러했으면 백강휘는 더 빠르게 삼호를 죽였을 것이다.
'어서 육 단계로 올라가야 해.'
그리고 수라파천공의 진정한 시작은 바로 육 단계부터였다.
오 단계까지는 단순히 내가중수법을 이용한 박투술이었지만, 수라파천공은 기공을 다루는 무공이었고, 육 단계가 되어야만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전혀 감이 안 잡히니 문제이지만.'
하지만 전생에서도 그는 육 단계를 밟지 못했다.
그가 전생에 이룩했던 경지까지는 경험이 있으니 오를 수 있었지만, 그걸 넘어서는 길은 요원하기만 했다.
-챙! 챙!
"끄아악!"
그리고 곧 백강휘의 귀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다른 이들 역시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각자의 검을 뽑고는 굳은 얼굴로 그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하앗!"
"흐아압!"
백강휘가 도착한 곳에서는 남궁혁과 흑호오제 중 한 명으로 보이는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남궁 소협! 합류하겠소!"
그리고 종일원이 크게 외치며 곧바로 그 전장에 합류했다.
"자네들!"
백강휘와 종일원이 합류한 것을 본 남궁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와 반대로 그와 싸우고 있던 사호(四虎)의 얼굴은 굳어졌다.
'설마 누군가 졌단 말인가?'
화산파 제자들은 막 전투를 치르고 온 것만 같은 모습이었기에, 사호는 자신의 형제들 중 누군가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챙!
백강휘와 종일원의 합류로 사호가 당황한 것을 남궁혁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검을 휘둘러 사호의 검을 쳐냈고, 남궁혁의 힘을 이기지 못한 사호에게 빈틈이 생겨났다.
-후웅!
그리고 남궁혁은 자세가 흐트러진 사호를 향해 곧바로 검을 찔렀다.
그 검은 아무리 과장하더라도 절대 쾌검이라 부를 수 없는 검이었다.
상대의 목을 찌르는 단순한 공격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느리다고 해야 했다.
"으읏!"
하지만 사호는 남궁혁의 검을 보고도 가만히 서 있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자 당황한 얼굴을 한 사호의 목을 남궁혁의 검이 꿰뚫었다.
"후우."
사호의 목을 꿰뚫은 남궁혁은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강휘와 종일원이 합류한 덕분인지, 비슷한 양상을 보이던 전투는 이미 많이 기울어진 상태였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숨을 고른 남궁혁은 히죽 웃고는 곧바로 남은 흑호문도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