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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32화 (32/43)

〈 32화 〉 8장. 십이신룡(十二新龍)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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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십이신룡(十二新龍) (4)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딸 아이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하였소."

남우혜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백연호를 보았다. 그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째서 서희를 제자로 받으시겠다는 겁니까?"

오랜만에 백연호를 만난 것에는 아무 감정도 들지 않은 그녀였지만, 백서희를 제자로 맞이하고 싶다는 태허 진인의 말에는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근골과 오성이 뛰어나며 백 공자 덕분에 정순한 내력도 가지고 있소. 처음 봤을 때부터 욕심이 났소."

태허 진인은 남우혜의 질문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좋은 스승을 구해주겠다고 하더니.'

문득 이전에 백강휘가 백서희에게 좋은 스승을 구해주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저 백서희를 위로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잊었는데, 오히려 백강휘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필이면 서희라니."

마냥 기쁜 남우혜와 달리 백연호는 아쉬운 표정이었다. 백자후는 소가주니 안 된다고 하더라도 동생인 백성후도 있었다.

태극검왕의 제자가 된다면 세가에도 큰 힘이 되었을 텐데, 하필이면 그가 신경을 안 쓴 백서희를 맞이하고 싶다고 한다.

'백강휘 녀석도 그렇고, 왜 하필이면.'

그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흔히 말해서 버린 자식들에게 이렇게 복이 굴러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당에는 여제자가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백서희는 백강휘를 무척이나 잘 따른다. 백자후와 백성후는 그녀를 철절히 무시하고.

그녀가 고수가 되면 누구를 따를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백연호는 황급히 떠오르는 말을 지껄였다.

"물론 정식 제자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무당을 이끌어갈 아이라면 이미 있소."

무당파 장문인의 제자인 청하 도사를 말하는 것이다.

"설마 속가제자로······."

"그렇소."

하지만 속가제자라면 무당의 진신무공을 배울 수 없다.

그 사실에 백연호는 속으로 안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태허 진인의 말이 이어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할 정도로 욕심이 났소. 한 번 그 아이를 키워보고 싶소."

지금 태허 진인은 무당의 검이 아니라 한 사람의 무인으로 백서희를 욕심내고 있었다.

"그 아이가 그 정도로 뛰어나단 말씀이십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근골이 엄청 뛰어난 편은 아니오."

범재는 아니지만, 천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수재 정도.

"그리고 그 정도라면 함께 온 십이신룡에 비해서도 떨어지오."

십이신룡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로 불리던 자들이고, 대문파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자들이다.

백서희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들에 비할바가 못 되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말했잖소. 백 공자 덕이라고."

뛰어난 근골은 아니지만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정순한 내력이 엄청났다.

만약 백강휘가 미리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태허 진인은 백서희에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으리라.

"서희만 괜찮다면 저도 좋습니다."

백연호는 자신이 고민하고 있을 때, 먼저 입을 연 남우혜를 보았다.

그녀는 그런 그를 잠깐 보았을 뿐, 긴장한 표정으로 태허 진인을 보았다.

"어차피 가주께서 관심도 갖지 않은 아이입니다. 부디 그 아이가 뜻을 펼칠 수만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어찌 딸 아이가 품속에서 벗어나려는데 좋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남우혜는 언제까지 그녀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게 무슨······."

갑작스럽게 세가의 치부를 드러내는 남우혜였지만, 백연호는 보는 눈이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붉어진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이 이야기는 끝난 것 같고, 이제는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으음."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을 본 남궁혁이 빠르게 나섰다.

"강휘 동생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남궁혁의 말에 백연호도, 남우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소?"

"강휘 동생이라면 십이신룡에게 큰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으음."

백강휘가 십이신룡과의 비무에서 이긴 것은 비밀이 아니다.

어떻게 싸웠는지 본 자는 적었지만, 십이신룡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 서희는······."

"기초적인 무공을 가르쳐주고 떠날 생각이오."

태허 진인은 이 일을 끝내고 무당으로 돌아가는 길에 백서희를 데려갈 생각이었다.

조금 더 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남우혜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남 부인과 서희를 남궁세가에 초대하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아무래도 제 동생이 서희를 마음에 들어해서 말입니다. 한 번 세가에 초대하려고 했는데, 아직 어린 아이니 모친이 함께 가는 것이 좋겠지요."

남궁혁의 말에 백연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남궁혁은 그에게 경고를 하는 것이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말라고.

"···알겠소."

하지만 어찌 제왕검의 말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백연호는 쓰린 속을 애써 감추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가도 되는 걸까요?"

"괜찮습니다. 제가 정식으로 초대하는 것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남우혜는 백씨세가는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한 남궁세가에 간다는 것에 걱정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 해서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태허 진인과 남궁혁은 할 말을 끝내고는 곧바로 돌아갔다.

남우혜와 백연호는 오랜만에 보는 사이이건만, 서로 말이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무거운 분위기에 남우혜가 먼저 일어나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는 백연호를 뒤로했다.

'대체 왜 모두 그 녀석에게 유리한 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냐.'

그리고 백연호는 여전히 백강휘에게만 유리하게 흘러가는 이 모든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를 갈았다.

* * *

백강휘에게 불려 찾아온 백서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앞에 앉아있는 태허 진인을 보았다.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니 구배를 하거라."

백서희는 어정쩡한 자세로 절을 하기 시작했고, 태허 진인은 그 모습마저 인자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싫어하지 않는구려."

"사숙의 제자가 된 것 말이오?"

태허 진인의 객실에는 무당의 청하와 백강휘도 함께하고 있었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오."

태극검왕의 제자가 되는 것은 무당파 제자라면 모두가 꿈꾸는 일이었다.

아니, 무당파 제자만이 아니라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꿈꿀 것이다.

"괜히 저 아이를 괴롭혔다가 보복을 당할까 두렵다오."

청하의 솔직한 말에 백강휘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 아이가 들어왔다고 내가 사숙께 가르침을 청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어쨌든 청하는 무당파의 차기 장문인이기에 장문인만이 아니라 그 사형제들에게도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태허 진인에게도 배우고 있으니 질투에 사로잡힐 일은 없었다.

'어쨌든 무공만 대단한 것이 아니야.'

백서희가 분명 근골도 뛰어나고 정순한 내력을 가지고 있지만, 태허 진인이 꼭 욕심을 부릴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백강휘와 남궁혁이 태허 진인을 잘 구슬려서 제자로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것처럼.'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서 태허 진인이 그녀를 속가 제자로 받아들이게끔 만들었다.

백서희를 제자로 받아 들인 것은 단순히 그녀의 재능만이 아니라 백강휘, 남궁혁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말이었다.

"아우! 떠날 준비는 잘하고 있는가?"

구배지례가 끝나자 곧바로 백서희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는 태허 진인을 보고 백강휘는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궁혁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반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준비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어디로 가는 겁니까?"

"사천으로 갔다가 섬서를 통해서 정의맹으로 향할 걸세."

정의맹은 무당파가 위치한 호북과 소림사가 위치한 하남 사이에 있었다.

그렇기에 사천과 섬서를 통한다는 것은 주변을 돌겠다는 말이었다.

"말 그대로 이 움직임은 십이신룡에게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서이니까."

사천에는 당가를 포함하여 아미파와 청성파가 있었고, 섬서에는 화산파와 종남파가 있었다.

즉 이런 대문파들을 돌면서 비무도 하고, 움직이는 길에 녹림이나 사파 무리를 만나면 싸우면서 경험을 쌓는다는 말이었다.

"남궁 소협!"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남궁혁을 부르며 누군가 다가왔다.

"안녕하시오. 소가주."

"진인께서 백서희를 제자로 맞이한다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그렇소. 지금 막 구배지례를 끝내고 이것저것 가르침을 받고 있소."

"어째서 그 녀석이!"

남궁혁의 말에 백자후가 분개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친은 다르다지만 그 아이는 소가주의 동생이지 않소. 그렇다면 축하해줘야 하는 것 아니오?"

어떻게든 분을 삼키던 백자후는 이어지는 남궁혁의 말에 아차 싶었다.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혁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끼어드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 않소."

"으윽."

백자후는 남궁혁이 백강휘와 백서희에게만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어째서 백씨세가의 소가주인 자신이 아니라 항상 무시당하던 그 둘이란 말인가.

'성후가 제자가 되었어도 화가 났을 텐데, 하필이면 백서희 그것이라니.'

백강휘가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그의 생각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백강휘는 갑자기 엄청난 고수가 되어 돌아왔고, 태극검왕의 제자가 된 것도 덜떨어졌다고 무시당하던 백서희였다.

'망할.'

백강휘와 함께 떠나는 남궁혁을 보는 백자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런데 자네는 정말 가주의 친자가 맞는 건가?"

실례인 것을 알면서도 결국 남궁혁이 백강휘에게 질문을 던졌다.

백연호나 백자후가 그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의 거처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백강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거처로 향했다.

그리고 남궁혁은 걸음을 멈추고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태허 진인까지 떠날 준비가 끝났다.

백서희에게 무공만이 아니라 무당파의 역사나 예법 같은 것을 가르쳐서 조금 늦은 것이다.

"아이가 무척 똑똑하오."

그리고 태허 진인은 떠날 때까지 백서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분명 근골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워낙 오성이 뛰어나 그가 가르치는 것을 단번에 외워버린 것이다.

"돌아왔을 때가 기대되오."

그리고 태허 진인의 제자 자랑은 백씨세가를 떠나서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남궁혁이 질려서 그와 떨어졌을 정도였다.

"그 정도인지는 몰랐습니다."

다만 동생의 관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백강휘는 계속 태허 진인의 자랑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걸 잘 되었다고 해야 할지.'

태허 진인과 백강휘가 붙어서 백서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 남궁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백강휘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그는 기꺼이 그들의 틈에 끼기로 했다.

다만 그의 발은 그의 의지와 달리 무척이나 무겁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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