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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22화 (22/43)

〈 22화 〉 6장. 보물과 혈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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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보물과 혈교 (1)

백씨세가에서 가장 무능하다고 알려진 백강휘가 호북상회의 일을 단독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백씨세가는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일공자가 우 무인과 둘이서 녹림의 산채를 공격했다고 하더군."

"사실은 혼자서 다 처리했다는 말도 있던데?"

우일향과 둘이서 형문채를 처리했다는 말은 어느새 부풀려져서 사실은 혼자였다는 말도 퍼지고 있었다.

"한 번 공격할 때마다 산적들의 머리가 터졌다더군."

물론 소문이 부풀려질수록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럼 정말 절정 고수인 건가?"

"초절정 고수라는 말도 있던데, 그건 아니겠지?"

그들에게 있어서 절정 고수인 가주 백연호도 마치 하늘 위의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초절정 고수가 어느 정도로 대단한 것인지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제길! 그 천박한 놈이!"

물론 백강휘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백연호의 정실부인인 장문영과 그녀의 두 아들이었다.

'대체 어떻게 호북상회의 회주를 꼬드긴 거지?'

그녀의 부친이 많은 돈을 쓴 것과 다르게 백강휘는 아무것도 없이 호북상회의 회주를 움직였다.

덕분에 자금으로 백연호를 압박하려던 그녀의 계획이 전부 틀어져 버렸다.

'정말 그 녀석이 녹림십팔채의 산채를?'

백강휘가 어떻게 호북상회의 회주를 움직였냐에 대해 초점을 둔 장문영과 달리, 백자후는 형문채를 처리한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 아무리 산적들이라 하더라도 녹림은 다르다.'

특히 그냥 단순히 녹림이라고 칭하는 산적들과 달리 그들은 정말 녹림십팔채에 속한 산채다.

'녀석은 그래선 안 돼.'

백강휘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 항상 그의 밑에서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존재였다.

입술을 질끈 깨문 백자후는 검을 들고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

검이라도 휘두르면서 정신을 가다듬지 않으면 질투심에 폭발할 것만 같았다.

* * *

"오라버니! 저에게도 무공을 가르쳐 주세요."

"전에도 말했지만, 너에게 가르쳐 줄 검술이 없어."

"하지만 오라버니가 데려온 아이한테는 가르쳐 주고 계시잖아요!"

우일향과 해령의 무공수련을 봐주던 백강휘는 막내의 투정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배우는 무공은 너와 맞지 않는단다."

"우."

백강휘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한 백서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녀석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은 너보다 그 녀석이 더 좋아서가 아니란다."

"정말이죠?"

그제야 백서희가 반색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무공을 배우고 싶어서무공을 가르쳐달라고 조른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백강휘를 해령에게 뺏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가 익히는 무공은 정말 네가 익히기 힘들단다."

염화마공은 양기(陽氣)가 가득한 무공이었다. 그렇기에 백서희가 익히기에는 힘든 무공이었다.

'어떻게 익히더라도 큰 성과를 보이기도 힘들 테고.'

게다가 마공이다. 그런 무공을 백서희에게 익히라고 할 수는 없었다.

'마공이라고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사실 마공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이지를 상실하거나 살육에 미치는 그런 무공은 아니었다.

물론 저급한 마공이라면 그러겠지만, 염화마공 같은 강한 무공은 그러한 부작용 같은 것도 없었다.

'단순히 정순한 내공이 아니라고 그러는 것도 웃기지만.'

정공(正功), 마공(魔功), 사공(邪功).

백강휘는 각 무공이 그리 특별하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정공이나 사공은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이 쓸 수 있는 내력으로 바꾼다.

정기, 또는 사기가 바로 그것인데, 마공은 그런 것을 많이 생략하는 편이었다.

'단순히 마교의 사람들이 익히는 무공이라 그런 것일지도.'

만약 염화마공을 구파일방에서 만들었다면 그것은 마공이라고 불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서희에게 무공을 가르쳐야 하긴 하는데.'

백강휘는 백서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되길 원했다.

'아무래도 움직여야겠어.'

백강휘의 심부름으로 강서를 갔다가 다시 화란을 만나고 온 우일향이 가져온 무공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원전장이라.’

화란은 백강휘의 야명주를 판 돈을 중원에서 가장 큰 전장에 맡겼다.

그 결과로 받은 것이 전(錢)이라는 글자와 백강휘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황금의 패였다.

‘이 패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중원전장의 황금패를 받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백강휘가 맡긴 돈이 절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공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백강휘는 우일향이 수련하는 무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광살검(光殺劍).’

화란이 구해준 무공은 광살검이라는 쾌검 하나뿐이었다.

빛이 번쩍이면 사람이 죽어있었기에 광살(光殺)이란 별호가 붙었다고 한다.

‘약한 무공은 아니야.’

중원 전역을 돌며 비무행을 하던 광살검의 마지막 모습은 천마신교의 교주와 비무하기 위해 떠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희가 익히기에는 너무 살기가 짙어.’

천마신교에서 보관할 정도로 강한 이 무공이 우연한 경로로 암시장에 나왔고, 화란이 그것을 구한 것이다.

‘그나저나······.’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자 이쪽을 보고 있는 해령과 눈이 마주쳤다.

"하앗!"

백강휘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백서희와 눈이 마주친 해령이 휙 고개를 돌리며 도를 휘둘렀다.

"왜 그러세요?"

"아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백강휘를 올려다보며 백서희가 물었지만, 백강휘는 대답 대신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저 녀석······.'

해령이 백서희보다 조금 어리긴 하지만, 결국 비슷한 나이다.

게다가 아무 출신도 없는 시골에서 단순히 미모 때문에 백연호의 첩이 된 남우혜와 꼭 닮은 백서희였다.

그러니 해령은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힐끔거리며 백서희를 보고 있었다.

[이쪽은 그만 보고 집중이나 해라. 그 상태로 서희를 지켜줄 수나 있겠느냐?]

해령은 갑작스러운 전음에 움찔 놀랐다. 백강휘는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보다가 몸을 휙 돌렸다.

"예! 알겠습니다!"

백강휘를 따라 몸을 돌리던 백서희는 갑자기 해령이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하지만 해령은 더는 그녀를 보지 않고 오로지 도를 휘두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괜찮은 것인지.'

그리고 그런 해령과 백서희를 보던 우일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강휘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가장 괜찮은 곳은 그곳인가.'

백서희를 거처로 데려다 준 백강휘는 전생에서 보물 때문에 소동이 일어났던 장소들을 떠올렸다.

'대부분 혈교가 진행한 일이었지.'

그렇게 해서 무림의 시선을 돌린 것이다.

아무리 혈교와의 전쟁 중이라고 하더라도 보물이란 것에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가짜도 많았지만, 진짜도 많았어.'

결론을 내린 백강휘는 곧바로 가주전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냐?"

"잠시 나갔다 오려고 합니다."

"호북상회에 갔다 온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디를 말이냐?"

백연호의 질문에도 백강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백연호는 화제를 돌렸다.

"녹가장에서 움직임이 있다. 본가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꼭 움직여야겠느냐?"

녹가장은 몇 년 전 호북에 자리 잡은 무림세가로, 백씨세가와 엇비슷한 힘을 가진 곳이었다.

"바로 칼 들고 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현재 그들은 백씨세가의 거래처를 조금씩 빼앗고 있는 정도였다.

"호북상회와 거래를 재개했더니, 이번에는 녹가장이군요."

호북상회에서는 소속된 상인들에게 백씨세가와 거래를 하지 말라고 명령을 했기에 상인들이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녹가장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백씨세가와 거래를 끊는 것이다.

'호북상회라도 상인들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니까.'

호북상회에서 백씨세가와 거래를 재개했다고 해서 상인들을 무조건 세가와 거래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사소한 일까지 제가 나서야 합니까?"

"사소한 일이라니! 녹가장이 지금 본가를 노리는 것이 사소하단 말이냐?“

이런 중대한 일을 사소하다고 치부해버리는 백강휘 때문에 백연호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녹가장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현재 녹가장이 하는 일은 백씨세가를 말려죽이겠다는 의도였다. 마치 호북상회가 그들에게 했던 것처럼.

"이런 것까지 제게 맡기실 것이면 대체 소가주는 왜 필요한 겁니까?"

"으음."

마치 비꼬는 것 같은 백강휘의 말에 백연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하지만 백강휘의 말처럼 지금은 무력보다는 정치적인 수완이 필요했다.

'이 일을 맡기면 녀석이 세가의 얼굴이 되어야 한다.'

백연호는 백강휘를 세가의 검으로 쓰고 싶었고, 아직까지는 검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언제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니.'

같은 정파의 문파이니 지금 당장 전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가가 궁지에 몰리면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백강휘가 필요해졌다.

"그럼 넌 본가가 몰락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냐?"

"가주와 소가주가 무능해서 몰락하는 것까지는 제가 막을 수 없겠죠."

"······."

대체 무엇이 백강휘를 이토록 변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세가의 일공자인 백강휘는 세가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세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쓰고 처리해야 해.'

백연호는 백강휘가 위험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라도 세가를 버릴 녀석이었다.

'이번이 좋은 기회다.'

아직 녹가장과 전쟁을 할 명분이 없었다.

녹가장이 백씨세가와 거래하는 모든 상인들을 빼돌린 것은 아니었으니까.

비록 호북상회를 이용하여 백씨세가를 압박했던 장문영의 집안이었지만, 이럴 때는 분명 도움이 되었다.

"언제 돌아오는 것이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으음."

백강휘가 이 일에 자신은 필요 없다고 못을 박았기에 백연호로서도 더는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반년. 가능하겠느냐?"

"그 정도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백연호는 반년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반년 후에는 녹가장과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

'만약 녹가장을 흡수한다면.'

백씨세가는 단번에 힘을 키울 수 있으리라.

백연호는 그때가 바로 백강휘로부터 벗어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 *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괜히 다치지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아마 제가 없는 동안 우 무인이 부인을 도와줄 겁니다."

"제가 우 무인께 도움받을 일이 있을까요? 그냥 공자께서 데려가시는 것이 좋을 텐데요."

다음날, 떠나는 백강휘를 마중 나온 사람들은 남우혜와 백서희, 그리고 우일향과 해령뿐이었다.

세가의 일공자가 외출하는데도 나오는 사람이 겨우 넷뿐이란 것을 보면 세가에서의 그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괜찮습니다. 비록 미덥지 못하지만, 그래도 도움은 될 것입니다."

백강휘가 우일향을 보며 말하자, 남우혜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오라버니, 꼭 무사히 돌아오셔야 해요."

"그래. 잘 지내고 있어야 한다."

"네."

남우혜와 백서희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백강휘는 우일향과 해령에게도 고개를 돌렸다.

"내가 없다고 무공 수련 게을리하지 말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일향은 더 강해질 기회였기 때문인지 광살검을 미친 듯이 수련하고 있었다.

백변검법 너무나 다르기에 처음에는 고생하나 싶더니, 이제는 그것도 조금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이 녀석도 이제 좀 눈빛이 괜찮아진 것 같고.'

해령은 처음에는 열심히 수련하더니, 고된 수련에 점점 무공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독기어린 눈으로 백강휘를 보고 있었다.

"얼마 안 되지만, 여비에 보태도록 하세요."

떠나려는 백강휘를 붙잡은 남우혜가 그의 손에 작은 주머니를 쥐여주었다.

백강휘가 가지고 있는 돈에 비하면 정말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남우혜에게는 큰돈이었으리라.

"감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백강휘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열심히 모아서 건네주는 돈을 거절하면 그녀에게 무안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우일향이 알아서 잘하겠지.'

두 사람에게 돈이 필요하면 우일향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백강휘는 남우혜가 건네준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품속에 집어넣고는 곧바로 세가를 떠났다.

'목적지는 안휘.'

백강휘가 향하는 곳은 안휘성의 성도인 합비에서 좀 더 북쪽에 있는 팔공산이란 곳이었다.

'서희에게 잘 맞는 무공이면 좋으련만.'

안휘에 있는 팔공산에는 삼백여 년 전에 이름을 날렸던 뛰어난 여고수의 무공이 잠들어 있었다.

'문제는 남궁세가의 영역이라는 것인데.'

특히 남궁세가가 위치한 합비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 걱정이었다.

비록 정파를 대표하는 남궁세가였지만, 자신들의 영역에서 보물을 찾은 것을 좋게 넘어갈지 알 수 없었다.

'남궁세가와 연을 쌓는 것도 좋겠지만.'

오대세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남궁세가와 연을 쌓으면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쨌든 남궁세가와 부딪치는 일이 없기를 바랄 수밖에.'

백강휘는 안휘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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