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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20화 (20/43)

〈 20화 〉 5장. 형문채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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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형문채(荊門寨) (2)

"살려달라는 말을 하면 될 것을 왜 그리 복잡하게 해."

녹림의 산적들은 대부분 현상금이 걸려있었다.

단순히 무림인들만이 아니라,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상금은 단순히 목만 가져가는 것보다 살려서 데리고 가는 경우에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아쉽지만, 현상금이 목적이 아니라서."

의창에 존재하는 관과 연관이 되어있는 형문채였기에, 부채주는 살아서 그곳에 가면 다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백강휘가 현상금이 목적이 아니란 것이 문제였다.

"그럼 살려줘!"

부채주는 현상금이 목적도 아니면서 어째서 이곳에 왔냐는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살려달라고 빌었고, 백강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손을 움직였을 뿐이었다.

-퍽!

간단하게 부채주의 머리까지 터뜨린 백강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를 둘러싸고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산적들이 보였다.

채주와 부채주에 대한 복수심으로 노려보는 자들도 있었고, 겁에 질린 표정의 산적들도 있었다.

"빨리하자. 덤빌 것이면 덤비고, 아니면 그냥 도망가고."

채주와 부채주가 죽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자 백강휘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어린아이?"

"으음."

덩치가 조금 작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정말 나이까지 어릴 줄이야.

"흐흐흐. 어린놈이 겁도 없이 왔군."

백강휘가 나이가 어리다고 판단한 산적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미 채주와 부채주가 죽은 것은 기억 속에서 잊었다. 그들이 술에 취해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기에 기습에 당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음 채주는 나다.'

이미 산적들은 백강휘를 죽이고, 그다음 채주의 자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절대적인 강자가 없으니 이제 엇비슷한 놈들끼리 싸워서 이기는 자가 채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간부라고 할 수 있는 산적들은 모두 자신이 채주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죽여!"

누군가 외치자, 산적들이 우르르 백강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음.'

여전히 정문 밖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는 우일향은 계속 움찔거렸다.

어서 그의 주인을 도와주러 움직여야 하는데, 얼어붙은 발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저기에 끼어들어봤자 금방 죽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퍽! 퍽! 퍽!

백여 명의 산적들 한 가운데서 미친 듯이 움직이는 백강휘의 모습이 보였다.

사실 그의 공격이 모두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가끔 일권이나 일장을 내지르고, 발을 휘두르는 모습이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저것이 초절정의 고수인가.'

백여 명의 산적들 사이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사방으로 공격만 하고 있으며, 그가 공격할 때마다 산적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크윽!"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놈이 다 있어."

아무리 무위가 높아도 체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지치기 마련이다. 한 번 실수해서 공격을 허용하면, 이후부터는 몸이 둔해지게 된다.

그렇기에 많은 수의 무인과 싸우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백강휘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다.

"그만할 거야?"

공격을 중단한 산적들은 백강휘가 살짝 움직이거나 말을 할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저놈이 마지막인가?'

백강휘는 무턱대고 덤벼드는 산적들만 죽인 것은 아니었다.

-쉭! 푹!

백강휘가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돌을 발로 차자, 산적들 사이에 있는 한 산적의 이마가 뚫렸다.

"히익!"

녀석을 마지막으로 이곳에 있는 일류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산적들마저 모두 죽일 수 있었다.

이제 이 형문채는 망했다고 할 수 있었다. 남아있는 이들로 다시 형문채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야 있겠지만, 이전처럼 많은 수익을 바라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놈들도 처리하지 못하면 호위를 바꿔야지.'

이제 산적들에게서 싸울 의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으, 으아악!"

백강휘가 움직이지 않고 있자 산적들이 병기를 내팽개치고는 뒤도 보지 않고 산채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안 쫓으실 겁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쉽게 빼앗는 놈들이었지만, 백강휘는 협사가 아니었기에 그들을 모두 죽여서 세상의 해악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녀석들은 결국 다시 산적이 될 것입니다."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 내가 부탁받은 일은 이 형문채라는 곳을 없애 달라는 것이었지, 전멸이 아니었으니까."

채주와 부채주, 게다가 간부라고 할 수 있는 놈들까지 모두 죽였다.

나머지는 겨우 어중이떠중이들뿐이다. 저놈들은 결국 이곳에 다시 모이던가,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작은 산채를 만들 수도 있고, 다른 녹림채에 갈 수도 있겠지."

"······."

백강휘는 그렇게 말하며 훌쩍 몸을 날려서 가장 뒤에 있는 산적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커흑!"

"너는 잠시 기다려."

달리는 도중에 뒷덜미가 잡힌 산적은 켁켁거리며 주저앉았다.

"여기 보물 모아놓은 곳 있지?"

"이, 있긴 있습니다만."

산적은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미 동료라고 불렀던 다른 산적들은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비겁한 놈들. 우리는 가족이다 뭐다 하더니, 바로 도망쳐?'

동료들을 원망했지만, 그는 백강휘의 이어지는 말에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안내해."

"알겠습니다!"

사내는 크게 외치며 전각들 중 가장 허름한 곳을 향해 백강휘를 안내했다.

"저 사람들 다 풀어주고, 집에 가라고 해."

"예."

백강휘의 말에 우일향이 곧바로 움직였다.

보통의 협사라면 여기서 산적들이 모아놓은 재물을 나누어 주겠지만, 백강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여, 여기입니다."

"흠. 자물쇠가 있네."

"아마 열쇠는 채주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가, 가져올까요?"

허름한 전각 바닥에 걸려있던 자물쇠는 백강휘가 발로 툭 치자 그대로 부서졌다.

"그, 그럼 전 이만 가도 될까요?"

"그러던가."

허락을 받은 산적이 뒤도 보지 않고 도망갔고, 혼자 남은 백강휘는 지체하지 않고 열린 바닥을 통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잡하네.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그놈들이 뚫은 것인가?'

비밀통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잡해서 채주가 산적들을 시켜 바닥을 뚫어놓은 것 같았다.

"뭐야, 이거."

생각했던 금은보화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여러 개의 책과 병기라고 할 수 있는 것들만 있었다.

'보물로 안내하라 했더니 잡다한 것으로 안내했네.'

백강휘는 서책들을 집어 들고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뒤로 돌렸다.

-우웅!

그러자 곧 안에 있던 병기들이 둥둥 떠오르더니 백강휘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허공섭물?'

막 잡혀 온 사람들을 보내준 우일향은 백강휘의 등 뒤에 떠 있는 병기들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내력으로 물건을 옮기는 수법으로, 초절정 고수가 되어야만 할 수 있다고 들었다.

즉, 백씨세가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우일향 역시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많이 얻으셨습니까?"

"생각보다 별로. 보물로 안내하라 했더니 비급으로 안내하네."

"······."

무인들에게는 그 비급이 엄청난 보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백강휘에게는 저 비급들이 별로 대단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공자님에게는 많은 돈이 있지 않습니까?"

"내가?"

"예. 강서에 숨겨두신 그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일향의 말에 그제야 백강휘는 무공을 익히고 떠날 때, 삼청산 주변에 숨겨둔 야명주들이 떠올랐다.

그가 수라파천공을 익힌 동굴에 있던 야명주들.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양을 가지고 나왔고 그것들을 떠나기 전 숨기고 왔었다.

"그것들이 있었군."

아무래도 그것을 팔지 않는 한,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잊고 있었다.

"나중에 한 번 다녀와. 가지고 와서 화란에게 맡기면 되겠어."

"알겠습니다."

하오문의 지부장이라면 암시장과 연이 있을 것이다.

백강휘는 제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빠르게 야명주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산적들이 재물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한데."

"하하."

우일향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는 다른 전각들을 돌아다니며 잡혀있는 사람들을 더 발견하고 구해냈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들을 나누어준 것은 비밀로 해야겠군.'

의협심이 전혀 없는 백강휘와 다르게 우일향에게는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구해내며 산적들이 모아놓은 재물을 발견했고, 그것들을 구해준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었다.

백강휘가 더 큰 보물을 가져오리라 생각했기에 행동했는데, 그가 허탕을 쳐버렸다.

그러니 이 사실을 무조건 숨겨야만 했다.

"그런데 그놈은 뭐지?"

"사람들을 구해낼 때 찾았는데, 갈 곳이 없다고 합니다."

우일향의 뒤에는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선망의 눈빛으로 백강휘를 보고 있었다.

백강휘가 산적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은 것이다.

"그럼 돈이라도 쥐여주고 보내던가."

"제, 제자로 받아주세요!"

백강휘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년은 우일향이 미처 말리기도 전에 백강휘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제자? 내가 어떤 놈인 줄 알고?"

"협사님이 아니신가요?"

"난 협사가 아니야. 그러니 널 제자로 받아줄 수는 없어."

으레 이 나이대의 소년들이 그러한 것처럼 이 소년 역시 협사에 대한 선망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백강휘는 협사가 아니었고, 누군가를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너, 이름은?"

"예? 해, 해령입니다."

막 소년을 지나치던 백강휘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백강휘는 해령이라는 이름의 소년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전각 안에서 가져온 병기를 보았다.

"흠."

"왜 그러십니까?"

"잠시만."

백강휘는 다시 품속에서 비급들을 꺼내 그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염화마공(炎火魔功)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염화마공은 혈교 이전에, 이미 사라진 천마신교란 곳의 장로인 염마가 익히던 무공이었다.

그것이 왜 이런 산채에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품이야.'

그리고 염화마공의 비급 뒤쪽에는 그 짝이 되는 염화도법에 대한 내용도 같이 있었다.

'혹시 서희가 익힐 만한 무공은 없나?'

그런 생각으로 비급을 살펴보았지만, 그리 대단한 무공서는 보이지 않았다.

'염화마공은 대단한 무공이지만 서희가 익히기에는 무리야.'

괜히 마공을 익혔다가 무림공적으로 몰리면 곤란했다.

아무리 협사라도 마공을 익힌 순간 태도를 쉽게 바꾸는 것이 무림인들이었으니까.

'이건 우일향에게 줄 수도 없고.'

이미 검을 오랫동안 익힌 우일향에게 도를 들라고 해봤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약한 것도 곤란하긴 한데.'

그의 손에 있는 비급 중에서 염화마공만큼 훌륭한 무공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염화마공이라.'

무언가 떠오를 것 같은데,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기억이 나지 않으니 답답했다.

'내가 어째서 염화마공을 알고 있는 것이지?'

이미 오래전 사라진 천마신교의 무공을 그가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생에 그것을 익힌 유명한 무인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염화신룡(炎火新龍)?'

무언가를 떠올린 백강휘는 휙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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