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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15화 (15/43)

〈 15화 〉 4장. 호북상회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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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호북상회 (1)

백씨세가로 돌아와 힘을 보였음에도 백강휘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세가 내에서 가장 초라한 전각이 그의 거처였고, 그에게 배속된 하인이나 시녀도 적었다.

"이것 좀 드세요, 오라버니."

"고맙구나."

그나마 변한 것이라면 이전처럼 거처에서 두문불출하는 시간보다 이렇게 백서희와 남우혜의 거처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시간도 좋군.'

백서희는 예전부터 형제 중에서 백강휘를 가장 잘 따랐다. 백강휘 역시 그런 백서희를 무척이나 귀여워했었다.

백강휘는 백서희가 건네는 다과를 먹으면서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는 남우혜를 힐끔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의 시선을 느낀 남우혜가 의아한 듯 묻자 백강휘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게도 어머니가 있었으면 이랬을까?'

백강휘의 기억 속에서 모친에 대한 것은 찾기 힘들었다.

그의 모친이 죽은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떠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모친에 대한 것은 가주의 명으로 세가의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까.

'남 부인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

백연호가 우연히 이름도 없는 시골에서 발견하고 세가로 데려온 여인.

그녀가 세가로 온 것은 이미 백강휘의 모친은 세가에 없을 때였다. 아마 백강휘의 모친에 대해서 들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했던가?'

백강휘가 아직 어렸을 적, 그러니까 백서희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남우혜는 모친이 없는 백강휘가 안쓰럽게 느껴졌는지 자신을 모친처럼 생각하라고 했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쑥스럽기 때문인지 거절했었다.

"공자의 입에 잘 맞는 모양이군요."

"예. 아주 좋네요."

"저도 무척 좋아하는 다과랍니다."

그 이후 남우혜는 백강휘에게 공자라 호칭하며 하대를 하지 않았다. 적절한 예의를 가지고 거리를 두며, 백강휘와 잘 마주치지 않았다.

그것은 백씨세가의 일공자인 백강휘가 시골 출신의 자신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것이 착각이란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싫었으면 백강휘는 백서희를 그렇게 예뻐하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구나.'

예전에는 백강휘가 그녀를 어려워한다고 느꼈다.

아마 세가 내에서 그녀와 딸인 백서희만이 백강휘의 아군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남우혜는 세가의 모두가 적인 백강휘였기에 아군인 두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서 어려워한 것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었다.

"공자께서는 스스로가 변하신 것을 알고 계시나요?"

"제가 변했나요?"

"예. 어렸을 때부터 공자께서는 분명 어른스러웠지만······."

당시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른스러움을 연기한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가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온 백강휘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은 마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과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여러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조금 철이 들은 모양입니다."

백강휘는 뜨끔한 속내를 감추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확실히 백강휘는 남우혜보다 더 오래 살았던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정도로 남 부인이 어리니.'

백서희가 열둘의 나이임에도 이제 막 서른이 되어가는 그녀였다.

즉 그녀는 현재 백강휘와 비슷한 나이에 이곳으로 와서 가주의 첩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 둘의 미래는 좋지 못했지.'

그가 쟁자수로 일하고 있을 때, 백서희가 누군가와 결혼을 했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명문가도 아니었고, 어디 돈 많은 나이 많은 상인의 첩으로 들어갔었다.

'그 삶도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

백씨세가가 멸문하고, 백서희에게 배경이 없어지자 그녀는 혼인한 남자에게 무시를 많이 당했다.

'그래도 따라오지 않겠다고 했었지.'

상인의 첩이었음에도 그녀는 마치 하녀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당장 그 상인을 죽이고 데려올 생각이었지만, 백강휘가 악명이 쌓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처연하게 웃었던 백서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무공을 배우고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변변한 직업도 없던 백강휘였기에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불쌍한 녀석.'

그래도 초절정 고수였기에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지만, 백서희는 끝끝내 고개를 저었다.

'남 부인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고.'

백서희는 혼인을 하며 이곳을 떠났지만, 남우혜는 계속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멸문당했을 때, 그녀 역시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행복하십니까?"

"네? 그게 무슨······."

백강휘의 뜬금없는 질문에 남우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빠르게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제게는 이 아이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찾아와주는 공자도 계시고요."

백연호는 남우혜를 찾아오지 않는다. 장문영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그녀가 딸을 낳아서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백강휘의 거처보다 조금 더 좋은, 하지만 가주의 첩이 생활하기에는 초라한 이 전각에서 딸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백강휘가 고개를 돌려 백서희를 보자, 그녀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강휘를 보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남우혜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백강휘가 보는 것은 그녀의 외모 따위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무공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녀의 재능 때문이었다.

"무공은 열심히 익히고 있느냐?"

"하고 있기는 한데, 재미가 없어요. 백변검법은 어딘가 이상해요."

"서희야!"

백서희의 솔직한 대답에 남우혜가 당황스러워하며 백강휘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백강휘가 화를 낼 것으로 생각한 그녀의 생각과 달리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백변검법 따위를 익히려 했으니 이 아이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것일 수도.'

백변검법은 백 가지 변화가 있다는 검법이지만, 너무 그 변화에 치중된 검법이었다.

그렇기에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전혀 실용적이지 못했다.

변화에만 너무 신경 쓰니 정작 공격을 해야 할 때도 상대를 교란하는 검만 펼치게 되는 것이다.

'가주가 못 알아본 것도 당연하겠지.'

그가 기억하는 백서희는 백변검법에서 큰 재능을 보이지 못했다. 아마 검법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무술 사범들에게 말하면 무시를 당했을 것이다.

그러니 점점 무공에 흥미를 잃었을 것이고, 백연호는 그녀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무공이 없으니.'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백강휘는 분명 강하고 무공에 재능도 있었지만, 백서희에게 알려줄 만한 검술이 없었다.

'혈교의 무공을 가르칠 수도 없고.'

혈교의 무인들과 주구장창 싸운 덕분인지 그들의 초식이나 기의 흐름 같은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혈교의 무공을 백서희에게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괜히 동생이 무림공적이 되는 것은 사양이었다.

'구파일방의 무공은 알고 있지도 못하지만, 알고 있어도 가르치기 애매하고.'

백강휘는 분명 정의맹에 고용된 낭인으로 혈교와 싸웠지만, 구파일방의 무공을 견식할 기회는 없었다.

구파일방에 속한 사람들이 낭인들과 어울릴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제의가 왔을 때 수락했어야 했나?'

정의맹에서는 초절정 고수인 그가 맹으로 들어오길 원했지만, 그가 거절했다.

아무래도 백씨세가의 일 때문인지 대문파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철저히 무시했지.'

당시의 정의맹주는 낭인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때문인지 백강휘를 철저히 무시했다.

그 때문에 초절정 고수임에도 백강휘는 정의맹의 고위직 사람들과 마주할 일 없이, 일개 낭인으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실제로 알고 있어도 가르칠 수도 없었겠지만.'

만약 백서희가 구파일방의 무공을 익히면 그들은 자신들의 무공을 훔쳤다고 그녀를 추궁할 것이 분명했다.

"네게 더 적절한 스승을 구해주어야겠구나."

"정말요?"

"공자?"

백강휘의 말에 백서희가 반색했고, 남우혜는 당황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한 번 알아보도록 노력하마."

"고마워요, 공자."

하지만 이어지는 백강휘의 말에 백서희는 풀이 죽었고, 남우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남우혜는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딸을 위해서 그렇게 말을 해주는 백강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어쨌든 두 사람 다 백강휘가 그저 백서희를 위로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모양이었다.

'화산이나 무당이 좋을 것 같지만.'

하지만 백강휘는 진심으로 백서희에게 좋은 스승을 구해주고 싶었다.

다만 그들과 접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럼 어떻게 그들과 접점을 만드냐가 문제로군.'

열둘이란 나이는 결코 적은 편이 아니었다.

아무리 백서희가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 늦었다는 사실에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꺼릴 수도 있었다.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접점을 만들어야지.'

백강휘가 기억하기로 이제 곧 새로운 오룡삼봉을 뽑기 위해서 비무 대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닌 대부분 정파의 대문파나 명문세가의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린애들 싸움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런 자리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의 수준과 맞지도 않았다.

아무리 오룡삼봉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결국 후기지수들이었기에 겨우 일류 수준, 두각을 나타내봤자 절정의 수준이었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해야지.'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에 어울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백서희를 위해서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전 생에서는 내가 살아야 해서 널 챙기지 못했지만······.'

백서희와 남우혜는 백강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들이었기에 이전 생처럼 이 두 사람이 불행한 삶을 살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오라버니?"

백강휘가 머리를 쓰다듬자 백서희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으면서 그의 손길을 즐겼다.

그리고 남우혜 역시 그런 사이 좋은 남매를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괜찮으십니까?"

그러던 중, 밖에서 시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요?"

"가주님께서 공자님을 찾으십니다."

시녀의 대답에 남우혜와 백서희가 의아한 눈으로 백강휘를 보았지만, 그 역시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호북상회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공자님을 꼭 뵙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시녀의 대답에 백강휘의 눈이 반짝였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공자?"

"별 일 아닐 것입니다."

백강휘는 미소를 지으며 백서희와 남우혜를 안심시켰다.

"그럼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예. 다음에 또 다과를 즐기죠."

백강휘는 그녀에게 간단하게 예를 표하고는 거처를 나섰다.

"어디로 오라더냐?"

"예. 가주전으로 오라셨습니다."

"알았다."

밖으로 나서자 대기하고 있던 우일향과 함께 가주전으로 향하는 백강휘는 호북상회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백강휘를 부른 백연호의 의도가 궁금했다.

'호북상회는 내가 없었어도 움직일 곳이었어. 그런데 호북상회에서 날 찾은 건가? 그것이 아니면 가주가 이 문제를 나에게 맡기려는 건가?'

백강휘는 둘 중 어떤 것이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괜찮으신 건가? 어째서 호북상회에서 공자님을 찾은 거지?'

하지만 그런 백강휘와 다르게 우일향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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