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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7화 (7/43)

〈 7화 〉 1장. 회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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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회귀 (6)

조광이 백호대원들과 함께 움직인 후, 우일향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개 같은 놈.'

그는 자신을 쉴 새 없이 걷어찬 조광을 욕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광은 그의 조원들까지 데려간 것인지 그 혼자만 남은 상태였다.

'정말 그 두 놈이 백강휘, 그놈이 맞는 건가?'

그동안 꼭꼭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놈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고?

게다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심성 없이 허술하다.

'설마?'

그것에 의아함을 느낀 우일향은 빠르게 객잔을 벗어나 포구로 향했다.

포구에는 범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햇빛을 가리기 위해 방립을 쓴 사람들이 많았다.

'제길.'

우일향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방립을 쓴 사람들 위주로, 그리고 백강휘와 체격이 비슷한 사람들 위주로 살펴보았다.

"흐음. 범선이라. 나쁘지 않군."

"저희는 유람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하하. 알고 있소."

그런 우일향의 귀로 익숙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일전에 보았던 사천당문의 사람이 보였다.

'하필이면 당기인가.'

당가주의 동생의 아들. 즉, 당가주와 숙질(叔姪) 사이였다.

'문제는 성격이 아주 더럽다는 것이지.'

당기는 어린 나이임에도 빼어난 무공으로도 유명했지만, 그 성질머리로도 무척이나 유명했다.

특히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당가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더욱더 그러했다.

하필이면 당가주의 딸이 엄청난 천재라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당기에 관한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가 사천당가의 소가주가 되는 것이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백강휘를 찾는 것이었다.

"잠시 괜찮겠소?"

"예?"

그의 조원들은 이미 대주인 조광을 따라갔기 때문에 우일향은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방립을 쓰고 있는 사람 중,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무작정 다가가며 그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무례한 것 아니오?"

"미안하오."

개중에는 순순히 얼굴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화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평소라면 그 역시 화를 내며 몰아붙였겠지만, 당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가 있는 곳에서 괜한 소란을 일으켜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으니까.

'음?'

그런 그를 힐끔 바라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휙 돌리며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이 보였다.

'역시! 근처에 있었군!'

우일향은 사람들을 헤치며 방금 눈이 마주쳤던 사람을 찾아다녔다.

'저 사람인가?'

그리고 이내 목표를 발견한 우일향이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

"잠시 괜찮겠소?"

"무, 무슨 일이십니까?"

목소리가 다르다.

우일향은 그것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백강휘와 체격이 무척이나 비슷했고, 나이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목소리를 변조한 것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어째서 날 보고 있었던 것이오?"

"무, 무사님께서 방립을 쓴 사람들을 확인하고 다녀서요."

"그래서?"

우일향은 이 청년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래서 혹시나 저에게도 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우일향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청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내가 방립을 쓴 사람들을 확인하는 것을 안 것이오?"

"그, 그것이······."

청년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해하지 않을 것이니 어서 말해보시오."

"사실 저도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방립을 쓰고 여기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게 누구요?"

누군가에게 돈을 받았다는 말에 우일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정체는 모릅니다.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두 사람이었습니다."

청년의 말에 우일향은 그들의 정체가 백강휘 일행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백강휘는 이곳에서 배를 타고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그들을 여기서 보았소?"

"자, 잘 모르겠습니다."

청년의 말을 들은 우일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고맙소. 가도 좋소."

"예, 예."

우일향은 몇 번이나 대답하는 청년을 뒤로한 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우일향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청년은 다시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어디 있는 것이냐?'

한참을 백강휘를 찾아다니던 우일향의 걸음이 멈추었다.

'어째서 두 사람이 무조건 함께라고 생각한 것이지?'

그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 백강휘는 혼자 행동할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 개인으로 행동하다가 범선에서 만날 수도 있었으며, 추후에 다른 지역에서 만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조광이 찾으러 간 사람이 백강휘의 몸종일 가능성도 있었다.

'설마?'

방금 그에게 이것저것 떠들던 청년이 떠올랐다.

목소리가 다르고, 그에게 이것저것 전부 말해주었기에 얼굴을 확인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을!'

그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이야기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금 마주쳤던 청년이 백강휘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일향!"

방금 마주쳤던 그를 찾는 우일향의 귀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무한으로 돌아온 백호대주 조광이 그를 발견하고 급히 다가온 것이다.

"대주님. 설마······."

"그래. 허탕이었다. 거짓 정보였어."

"으음."

이제는 확실해졌다.

"찾았나?"

"사천당문과 제갈세가의 무인들도 있어서 쉽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조광의 질문에 우일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백강휘와 마주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숨겼다. 괜히 이야기했다가는 또다시 배를 걷어차일 테니까.

그렇기에 우일향은 주변에서 보이는 사천당문과 제갈세가를 들먹이며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잘못해서 그들을 건드려 일을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확실히."

그 변명이 통한 것인지 조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가장 의심 가는 사람은 있나?"

"저 녀석입니다."

우일향은 한 범선에 오르는 방립을 쓴 청년을 가리켰다. 조금 전, 그와 마주쳤던 청년으로 보이는 자였다.

같은 체격, 그리고 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 그가 맞을 것이다.

우일향의 말을 들은 조광은 지체하지 않고 그가 올라선 범선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시오?"

막 출항하려는 범선에 조광이 무작정 뛰어오르자 선원으로 보이는 자가 그를 막아섰다.

"확인할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막 오르시면······."

불만을 토로하던 선원은 조광의 살기 어린 눈빛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이지?"

"아, 공자님."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청년의 목소리에 선원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넌 누구냐?"

"으음."

조광은 청년을 보며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것은 청년이 사천당가의 당기였기 때문이었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느냐?"

"백씨세가 백호대 대주인 조광이라 합니다."

"백씨세가?"

당기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그 모습에 조광이 움찔했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 뭣 때문에 본 공자가 기다려야 하는지 말해주겠나?"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쫓는 녀석이 있습니다."

"흐음. 백씨세가에서 쫓는 사람이라."

당기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특히 초조해 보이는 조광의 눈을 볼수록 그 흥미는 더욱더 깊어졌다.

"같은 정의맹 소속이니 도와줘야지. 그래, 누구냐? 네가 쫓는 사람은?"

"확실하진 않지만, 저 방립을 쓴 청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린 녀석이 꼬박꼬박 하대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광은 그 불만을 표해내지 못했다.

"이리 와보도록."

"예? 아, 예."

당기는 조광이 지목한 청년을 불렀고, 청년은 쭈뼛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아니다.'

하지만 조광은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일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을 때, 당기가 그의 방립을 벗겼다.

"맞느냐?"

"아, 아닙니다."

"쯧!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 때문에 본 공자의 시간을 빼앗았다는 것이로군."

"죄, 죄송합니다."

차갑게 가라앉은 당기의 말에 조광이 빠르게 외쳤다.

"이 일은 백씨세가에게 물을 것이다."

몸을 돌리는 당기의 이어지는 말에 조광의 얼굴이 시꺼멓게 죽어갔다. 하지만 당기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의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망할!'

조광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범선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분노의 대상은 당연히 얌전히 죽지 않고 도주한 백강휘와 만만한 우일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찾아! 하오문의 힘을 써서라도!"

"예? 하지만 그건······."

"당장!"

백씨세가의 가주는 이 건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했기에 개방과 하오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있었다.

"가주님께는 내가 보고할 터이니 빨리 움직여라!"

"아, 알겠습니다."

우일향은 조광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광은 그런 우일향은 보지도 않은 채, 강 위를 움직이는 범선들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공자,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어떻게든 찾아내서 백강휘를 죽일 것이라고 다짐하는 조광의 눈이 새파란 살기로 물들어갔다.

* * *

'후우. 살았나?'

조광, 정확히는 우일향의 예상대로 백강휘는 범선을 타려고 했다.

어쨌든 범선을 타고 장강을 이용해 강서로 가는 것이 안전하고 빠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사천당가의 그놈이 성질 더러웠기에 다행이로군.'

그 녀석 덕분에 무한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포구에서 범섬을 탈 정도의 시간을 끌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움직이기 쉽지 않았어.'

우일향이 계속해서 포구를 철저하게 감시했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급한 성격의 백호대주가 무한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

'왕평을 미끼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미끼로.'

왕평이 백강휘와 비슷한 체격의 사람을 구해서 함께 무한을 벗어났다. 그때 구한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열 명의 사람을 넘게 구해, 그들에게 돈을 주어 오늘 이곳에서 여러 범선을 타도록 만들었다.

'사조 조장과 마주쳤을 때는 놀랐지.'

목소리를 변조한 덕분인지, 아니면 혼자였던 덕분인지 우일향은 그를 보내주었다.

어쩌면 그가 돈을 주고 사람을 구했던 사실을 말한 덕분일지도 모른다.

'왕평과 이곳에서 떨어진 것은 아쉽지만.'

이제는 그의 몸을 지켜줄 사람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것으로 가장 가까운 위험은 벗어났다. 하지만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백강휘는 점점 멀어져가는 포구를 보며 방립을 벗었다.

'내가 다시 돌아올 때, 너희는 나에게 다시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버리는 것은 너희가 아니라 내가 될 것이다.

너희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내가 짓밟을 것이다.

가만히 포구를 노려보던 백강휘가 이내 몸을 휙 돌렸다.

하지만 그는 보지 못했다. 포구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는 한 쌍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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