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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투왕-2화 (2/43)

〈 2화 〉 1장. 회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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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회귀 (1)

"공자님! 공자님!"

너무나 다급한 외침에 백강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아파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그보다 목이 너무 마르다고 느꼈다.

"괜찮으십니까?"

"누구냐?"

눈을 뜬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약관이 갓 넘어 보이는 능글능글해 보이는 인상의 청년이었다.

"예? 공자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설마 머리라도 다치신 겁니까?"

"왜 자꾸 날 공자라고 부르는 것이냐?"

"아이고! 그럼 공자님을 공자님이라 부르지 않고 뭐라 부른단 말입니까?"

청년은 답답한 듯 제 가슴을 두드리며 백강휘를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산에서 굴러떨어지며 머리라도 다친 모양이었다.

"이 근처에 의원도 없으니 더 답답하네."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강휘를 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일그러졌다.

"그보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녀석들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녀석들?"

"예. 공자님을 죽이기 위한 녀석들 말입니다."

백강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던 도중인지 깨달은 것이다.

"혈교 놈들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가?"

"혈교요? 그건 뭐 하는 놈들입니까?"

이번에는 청년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물을 겨를이 없었다.

"어서 일어나기나 하십시오. 진짜 이러다 둘 다 죽습니다."

"혈교가 아니라고?"

"아이고! 제발 빨리 좀요!"

청년은 꾸물거리는 백강휘를 억지로 일으켰다.

"걸으실 수는 있지요? 제가 업어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위험하니 봐주십시오."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서 걸었고, 백강휘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너, 이름이 뭐였지?"

"진짜 머리를 다쳤나 보네. 하필이면 이럴 때······."

"그래서 이름은?"

백강휘는 계속 이름을 말하지 않고 답답해하는 청년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이 인간이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청년은 그런 눈으로 백강휘를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왕평입니다. 왕평!"

"왕평?"

백강휘는 왕평이라고 밝힌 청년의 뒤를 쫓아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왜냐면 왕평이란 이름은 그에게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내 몸종?"

"그럼 제가 누구겠습니까? 괜히 공자님 몸종 하다가 같이 죽게 된 몸종 왕평입니다!"

"어째서 네가 살아있지?"

"엑!"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던 왕평은 갑작스러운 백강휘의 질문에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는 억울하다는 눈으로 백강휘를 보았다.

"그럼 공자님은 제가 죽으면 좋겠다는 것입니까?"

"그게 아니라, 넌 분명 이십 년 전에 죽지 않았나?"

"예? 그럼 전 태어나자마자 얼마 못 가 죽었다는 겁니까? 흰소리 그만하고 어서 걷기나 하십시오."

왕평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바삐 움직였고, 백강휘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얼굴로 그를 따라갔다.

'어째서 이렇게 몸이 무거운 것이지?'

아무리 다쳤다고 하더라도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은 산을 오르는데도 힘이 들다니. 그의 경지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보다 이 산은 왜 이리 따듯한 것이지?'

그가 있던 청해성 곤륜산은 눈으로 덮여있었고, 그 추위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의 주위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도저히 같은 곤륜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력도 느껴지지 않고, 몸도 무겁다. 그리고 곤륜산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이곳.'

백강휘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지만, 그의 머리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공자님! 우선 저곳으로!"

상황도 모른 채 무의식적으로 왕평의 뒤를 따르던 그의 귀로 몸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가리킨 곳은 몸을 쭈그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은 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끄응!"

바닥에 엎드려 동굴로 들어가는 백강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이런 꼴로 이런 동굴로 몸을 피해야 한다는 이 상황이 너무나 역겹게 느껴졌다.

"왕평. 그래, 왕평. 이 상황을 나에게 설명해 주겠나? 내가 대체 무엇한테 쫓기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왜 내가 널 쫓아가고 있는 것인지."

"후우. 정말 기억이라도 잊으신 모양입니다."

좁은 입구와 달리 동굴 안은 그래도 두 사람이 앉아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주저앉은 상태로 한숨을 내쉬며 백강휘를 보는 왕평의 얼굴에는 원망이라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선 공자님께서는 세가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리고 추적자들이 있어서 도망가는 중이지요."

"세가? 백씨세가를 말하는 것이냐?"

"공자님의 세가가 백씨세가 말고 또 있습니까?"

백씨세가는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의 출신 세가였다.

그리고 분명 그는 세가에서 쫓겨났었다. 세가의 일공자였음에도, 그는 단순한 서자였으니까.

'분명 서자였기에 나는 몸을 사렸었지.'

대공자였지만, 가주의 적통은 그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세가에서 쥐죽은 듯 살았다.

"하지만 그건 대략 이십 년 정도 전의 이야기일 텐데."

"이십 년이요? 대체 뭔 말입니까?"

왕평은 자꾸만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백강휘가 답답해져 제 가슴을 두드렸다.

백강휘는 그런 왕평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난 분명 혈교와 싸우던 도중이었다.'

그는 낭인이었다. 그래서 정의맹에 고용되어 혈교와 싸우고 있었고, 우연히 혈교의 보물을 취득했다.

'제길. 그걸 정의맹에 주고 손을 뗐어야 했는데.'

욕심 때문에 그 혈교의 보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혈교 놈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를 계속해서 쫓아왔다.

'그리고 어땠지?'

마지막에 수백 명의 혈교 놈들에게 둘러싸였고, 그 상황에서 그는 그 보물을 삼켰다. 단순한 환 같은 거였으니까.

'그때 그놈 얼굴이 아주 볼만했었지.'

당황한 얼굴로 그에게 쌍욕을 퍼붓던 혈교 장로놈의 얼굴을 떠올리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당연히 그 혈교의 장로 놈에게 공격당했다.

"컥!"

"공자님?"

갑자기 양손으로 목을 감싸며 숨을 헐떡이는 백강휘를 보며 왕평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뭔가를 생각하던 백강휘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깜짝 놀란 것이다.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분명 그 장로 놈에게 목이 베였다. 그것은 확실하다.

그 상황을 떠올리니 목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어째서 살아있는 것이지?'

인간이 목이 베였는데도 살아있을 수가 있나? 그렇다면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혈교의 사이한 술법으로 강시가 되었다던가?'

잠시 그 생각을 했지만,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강시가 되면 이지를 상실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

"지금이 건무(建武) 몇 년이냐?"

"예? 건무요? 지금은 영흥(永興) 육 년입니다."

"영흥? 영흥이라고?"

그가 죽기 전이 건무 십사 년이었다. 그리고 영흥이 십 년까지였으니 대략 십팔 년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십 년이 살짝 안 되는군. 아니, 그보다 정말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온 것인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왔다고? 대체 그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비루먹을 몸뚱이를 보니 왠지 그것이 사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공이 느껴지질 않으니.'

이 시절의 그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부각되는 모습을 보이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되는군."

"예. 저도 지금 공자님을 보며 그리 느끼고 있습니다."

툭 내뱉는 백강휘의 말을 왕평이 곧바로 받아쳤다.

그는 눈을 뜬 백강휘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그 유약하던 사람이 맞나?'

백강휘는 너무나 소심한 사람이었다. 다른 말로는 성격이 좋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무림세가의 공자란 직위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지금은 왜 이렇게 침착한 모습인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려움에 떨면서 왕평에게 어떻게 해야 좋겠냐며 칭얼거리던 모습이 거짓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우선 과거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나?'

정말 과거로 돌아온 것이 맞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 왕평의 모습이나 상황을 보면 정말로 회귀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단순히 그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가 과거로 돌아온 것이 맞기를 바라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이 추격자들에게서 벗어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백자후는 소가주가 되었나?"

"예? 갑자기요?"

"대답."

"아직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곧 소가주가 되겠죠. 그러기 위해서 공자님께서 쫓겨나신 것이니까요."

백강휘에게는 오래전 이야기였기에 사건의 순서가 헷갈려 왕평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서자라지만 일공자가 있는데 동생인 백자후에게 소가주의 자리를 주는 것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백씨세가의 가주인 백연호는 남들의 시선을 무척이나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소문에는 유람을 하러 갔다가 습격을 받았다고 했었나?'

대충 그런 식으로 손을 썼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백씨세가의 명성이 더럽혀지지 않을 방법을 쓴 것이다.

"지금 여기가 어디쯤이지?"

"예? 무당산으로 가는 길목이지 않습니까?"

"무당이라."

그러고 보니 당시에는 구파일방 중 하나인 무당에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움직였던 것 같다.

"방향을 바꿔 강서로 가자."

"강서요? 그렇다면 다시 세가쪽으로 가지 않습니까?"

백씨세가는 호북성 남동쪽에 있는 함녕에 있는 세가였다.

현재 그들은 호북성 북서쪽에 있는 무당으로 향하는 도중이었고, 호북의 남동에 위치한 강서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세가가 있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지금은 무조건 강서로 가야 한다."

"이유라도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은 그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니까."

강서성 북동쪽에 있는 삼청산은 그가 예전에 기연을 얻었던 장소이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만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다시 그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장소로 가야만 했다.

'팔 단계 중 오 단계까지밖에 익히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강한 편이었지.'

대성은 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혈교의 장로라 할 수 있는 녀석들과 맞붙어도 쉬이 지지 않을 정도로 고강한 무공이었다.

그런 무공을 두고 다른 무공을 익힐 생각은 없었다.

'과거로 돌아왔고, 백씨세가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지?'

과거 그를 버렸던 세가에 복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런데 그가 무공을 익히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백씨세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당시 삶의 의욕을 잃고 방황을 할 정도로 그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좋군.'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기회를 얻었다. 꿈에도 그리던 기회였고, 백강휘는 이것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대체 뭘 생각하기에 저렇게······.'

왕평은 생각에 잠긴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백강휘를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정도로 백강휘의 미소는 너무나 섬뜩했다.

"이 근처로군."

"잘 찾아봐."

그런 왕평의 귀로 듣기 싫었던 말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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