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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51화 (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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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살아남는 법(2)

“오빠, 어떡해? 훌쩍.”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식구가 된 동생이 위험에 휘말릴지도 모르는데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5년 만에 로체 도시로 내려가기로 했다.

도시로 내려갈 생각에 가슴에 통증이 조금 찾아왔다. 아마 오랜만에 갖는 긴장감 때문에 공황 증세가 오는 듯싶었다.

“루나야, 잘 들어. 하민 오빠를 찾으러 가는 거야. 너도 구경하고 싶다고 떼쓰면 안 돼.”

그래서 막내에게 당부했다. 하민 오빠만 찾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응. 알겠오.”

다행히 바루나는 내 말을 잘 듣는 착한 동생이기 때문에 걱정 한 스푼은 덜어 냈다.

“후우.”

숨을 고르니 공황 증세도 멈췄다. 아마 5년간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거의 없던 탓에 정신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공황 증세도 멈췄겠다. 난 바루나와 손을 잡고 로체 도시로 향하였다.

로체 도시는 걸어서 한 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바루나와 손을 잡고 한참을 걸어간 것 같은데 아직 로체 도시는 보이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시곗바늘은 벌써 세 시를 가리키고 있다.

이에로가 귀가하기 전까지 가출한 하민이를 찾아야 할 텐데.

“언니는 매일 이 거리를 가고 오는 거야?”

그때 바루나가 지친 듯 흙먼지 가득한 바닥에 풀썩 앉았다.

헥헥거리는 바루나.

하긴, 일곱 살짜리 아이가 땡볕에서 한 시간을 걷는 건 무리였을 것이다.

“업혀.”

난 지친 바루나를 업고 다시 로체 도시로 향하였다.

“이에로 언니는 대단하다. 매일 이렇게 멀리 가고 오는 거잖아.”

“그치. 대단하지.”

로체 도시 수산 시장에서 오징어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번도 수산 시장에 가서 도움을 준 적이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굶어 죽지 않은 건 집안의 장녀인 이에로 덕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난 헛기침을 하며 바루나에게 말했다.

“이에로가 고생하고 있으니 우린 속만 썩이지 말자.”

“응!”

바루나와 얘기를 나누던 사이 드디어 눈앞에 로체 도시가 담겼다.

로체 도시의 거대한 건축물이 웅장하게 다가섰다.

“우와. 저 아저씨들은 안 덥나 봐. 모두 갑옷을 입고 있어.”

용병의 대륙답게 로체 도시에는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늠름한 자태의 군인과 병사들.

바루나는 멋진 군인들의 각 잡힌 제식을 보곤 감탄했다.

“파레타 용병 길드는 어디에 있지?”

한편 난 고개를 좌우로 계속 돌리며 파레타 용병 길드를 찾았다.

그러나 용병 길드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을까?”

길을 헤매자 바루나가 군인들에게 다가가서 파레타 용병의 위치를 물었다.

“거긴 민간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데?”

군인은 가면 쓴 나를 보고 살짝 경계하듯 답했다.

그러나 같이 있던 해맑은 아이 바루나를 보곤 경계심을 풀고 쉽게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 답한 후 파레타 용병 길드의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나와 바루나는 위치라도 알려 준 군인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점 안으로 들어가자 군인들뿐만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는 민간인들도 보였다.

“우와! 사람 엄청 많다.”

“그러게······.”

가면을 쓴 탓인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이 다니는 도시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후우.”

“오빠, 괜찮아?”

“응. 걱정 마.”

5년간 숨어 지내면서 공황 증세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난 한숨을 내쉰 후 많은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나 목말라.”

오랜만에 도시에 온 탓일까? 위치를 설명해 줬음에도 우린 길을 헤매고 있었다.

맞다. 난 현생에서도 길치였지.

나 때문에 고생하는 바루나가 잠시 쉴 수 있도록 일단 땡볕을 피할 장소를 찾았다.

도착한 곳은 허름한 카페였다.

벽면에 거미줄까지 쳐져 있는 것을 보니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은 카페 같은데. 그래도 더운 바깥보다는 카페 안이 훨씬 시원했다.

“오렌지 주스 두 개요.”

난 꾸깃꾸깃한 지폐를 손날로 편 채 주스를 구매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구석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고츠 비리도 자경단이 밝혔다며?”

“진짜 고츠 비리가 밝혀지지 않았으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죽어 나갔을걸?”

카페 안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있자 저기 앞쪽에서 아저씨들의 대화 내용이 크게 들려왔다.

얼마나 크게 얘기하고 있으면 두 테이블이나 멀리 떨어진 여기까지 들리는지. 바루나가 시끄러운 듯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나 역시도 공공장소에서 크게 떠드는 아저씨들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도 못 봤다지?”

자경단이 가면을 쓴 자들이라는 대화 내용이 카페 안을 메웠다.

그러자 옆옆 테이블에 있던 손님이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마도 내가 언데드 가면을 쓰고 있어 흘겨본 것 같은데.

바루나조차도 아저씨들의 말을 듣곤 나를 의심했다.

“오빠가 다경단이야?”

“다경단이 아니라 자경단. 그리고 나는 그런 거 아니야.”

자경단이란 심각한 범죄, 폭동, 전쟁 등이 일어나거나 치안 공백이 발생했을 때 시민 중 일부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꾸리는 자발적 결사체를 뜻한다.

“훗.”

그런데 나 따위가 자경단이라고 오해받고 있다니. 헛웃음이 났다.

자경단은커녕 도시에 얼마 만에 내려왔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가면은 카모라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쓴 거고, 딱히 의로운 일을 하는 자경단이 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큰 소리로 떠드는 아저씨들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자 단지 가면을 썼다는 이유로 카페 안의 사람들이 소곤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자경단은 아니지만 날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했다.

“주스 다 마셨으면 하민이 찾으러 나가자.”

그래서 난 카페에서 도망치듯 빨리 나갔다.

* * *

“이쪽으론 못 갑니다.”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드디어 파레타 용병 길드가 있는 곳을 찾았다.

골목에 있었기에 찾는 데 오래 걸린 것 같은데.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골목을 지키는 경비대들이 우리를 막아 세웠다. 그리고 초대받지 않은 자들은 이곳 골목에 들어서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우린 하민이를 찾으러 온 것일 뿐. 경비가 삼엄한 것을 보면 하민이도 파레타 용병 길드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파레타 용병에 들어가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라 한 아이를 찾고 있어서 왔습니다. 혹시 이만한 남자애 보셨나요? 머리는 빨갛고 개구쟁이같이 생긴 놈.”

난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댄 채 하민의 키를 대충 가르쳐 준 뒤 그의 외관을 설명했다.

“아, 그 행패 부리던 애송이?”

예상대로 하민은 이곳에 들어가려 말썽을 부렸었나 보다.

경비대는 머리가 빨간 애송이가 자꾸 행패를 부리길래 신고했다고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보호자인데 혹시 그 아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수호자들이 잡아갔으니 아마 수감실에 있지 않을까요?”

“수감실이요?”

수호자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에 난 눈앞이 캄캄했다.

하민이 잡혀 들어간 것 때문이 아니다. 애송이라도 이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나이 정도는 됐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소식을 알게 된 이에로가 내게 가할 잔소리 폭격이었다.

“에휴. 죄송하지만 수감실이 어디 있을까요?”

난 경비대에게 수감실 위치를 물어봤다.

그런데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다.

“기영수 형?!”

하민이었다. 다행히 수감실에 갇히진 않은 모양이다.

“하민 오빠!”

바루나가 눈물을 보이며 하민에게 달려가 안겼다. 애틋한 가족 상봉을 잠시 제지한 채 난 하민에게 꿀밤 한 대를 먹였다.

“혼자 위험하게 도시로 왜 내려간 거야?”

난 하민을 단호하게 꾸짖었다. 그러자 녀석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 지어도 안 통해.”

“···누나도 형도 날 무시하잖아.”

“무시한 게 아니라 보호하는 거야.”

“그게 무시야. 나도 누나처럼 돈 벌어서 집안에 도움이 되고 싶단 말이야.”

후. 뭔가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나 역시도 이에로에게 빌붙어 살고 있으니 양심이 찔렸다.

“네 나이 때는 돈 버는 것보단 속 썩이지 않고 공부하는 게 도와주는 거야.”

“공부만 해선 내 꿈을 이룰 수 없어. 난 최강의 용병이 되고 싶다고.”

“아이고······.”

하민에게 내 말은 통하지 않았다.

“용병은 위험한 직업이야. 누나 말대로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더 좋아.”

“비겁하게 누나 뒤에 숨어 사느니 차라니 용맹하게 싸우다 죽겠어.”

또다시 하민이 내 양심을 건드렸다. 사실 5년간 숨어 지낸 것은 주변 이들을 죽이겠다고 선포한 카모라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핑계였다.

그저 또다시 전쟁하기 무서웠다.

물론 동료들의 죽음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공황장애. 단잉의 반지는 그저 억제하는 물건일 뿐 공황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극심한 공황 발작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 도망자 신세로 사는 것이다.

“나도 내년이면 아카데미 수료해. 더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하민이 소리치며 울었다. 아직 내 눈엔 어린애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보다 어른스러운 면모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의 꿈을 응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집에 가자.”

“싫어. 파레타 용병 길드에 들어가기 전까지 안 갈 거야!”

콩―

또다시 꿀밤을 먹이자 하민이 기절했다.

힘 조절을 잘 못 했나 보다.

난 하민을 업고 바루나와 함께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 * *

“오늘 하민이 말썽 부리지 않았어?”

이에로가 시장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내게 물었다.

아마 이에로도 출근하기 전 하민과 다툰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아직 애잖아. 까먹고 자고 있을걸?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난 하민을 걱정하는 이에로를 안심시켰다.

금전적인 책임을 모두 짊어진 이에로에게 다른 짐까지 얹어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이 찾아왔다.

난 이에로가 자는 모습을 확인한 후 방을 나가 마당으로 이동했다.

마당에 도착하자 나보다 이미 먼저 와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먼저 와 있었네.”

“당연하지.”

마당에 먼저 도착한 사람은 하민이었다.

오늘부터 내가 하민을 수련시키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최강 용병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멋있잖아!”

“단순하네. 그런데 지금 상태론 최강 용병은커녕 일반 용병조차도 되기 힘들어.”

하민의 무력은 병사로 따지면 이등병급도 안 됐다.

그렇다고 마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력도 별로. 마력도 없고. 마음만으론 용병이 될 수 없어.”

“······.”

그냥 조용히 게임 속에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다.

사실 단잉의 반지를 끼지 않고 5년간 공황을 극복하려 노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복수하기 위해서다. 아직 생생히 꿈속에 나오는 동료들의 죽음.

물론 무섭고 두렵다. 그러나 내가 정의한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은 조용히 숨어 지내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지킬 만큼의 힘을 길러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긴 해. 넌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크니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힘을 키우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거야.”

악마 군단이 온전한 힘을 찾는 데까지 5년.

그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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