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49화 (4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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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대전(4)

한편. 스핑크스가 카모라를 짓눌러 물어뜯었다.

“저리 가!”

처음 보는 카모라의 표정이 헨드릭스 군주들의 눈에 담겼다.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대군주가 당하고 있으니 나머지 군주들도 두려움을 느낀 듯 보였다.

이 기세가 꺾이지 않도록 난 스킬을 퍼부어 댔다.

“자이언트 블럭!”

당황한 헨드릭스 4군주 아르곤이 내 스킬에 대처하지 못한 채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다.

“일단 한 명.”

더구나 헨드릭스 6군주 사탄 또한 내 모습을 보자마자 동상이 된 양 얼어붙었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승리의 여신이 우리 손을 들어 주듯 운이 따라 줬다고 생각했다.

“너무 늦은 거 아냐?”

“미안. 또 실례를 범했다.”

“동료끼리 실례는 무슨.”

크라운이 웃으며 날 맞이해 줬다. 난 그와 함께 6군주 사탄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

공격이 먹힌 듯 거대한 투구가 깨지며 사탄 또한 쓰러졌다.

“계획이 뭐야? 또 도망쳐야 하는 거야?”

“아니, 이번 계획은 정면 승부. 그리고 이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야.”

“좋네.”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그 기세를 눌러 주려는 듯 백성의 정신을 가진 아이젠이 우릴 공격해 왔다.

“잠시 다른 시공간으로 가야겠어.”

메시아가 내 주변을 휘감으며 다른 시공간에 날 끌어들이려 했다.

그러나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난 내가 소환한 블랙홀 쪽으로 방향을 비틀었다.

그러자 블랙홀이 내 주변에 있던 메시아 기운을 빨아 당겼다.

“백성의 주인 메시아에 대처할 방법 또한 생각하고 있었다고.”

“훗.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다른 시공간에 보낼 생각이 아니라 잠시나마 동료들 곁에서 날 떼어 내려던 것이었다.

“카모라 님, 괜찮으십니까?”

메시아 기운이 나에게 떨어져 스핑크스에게로 향했다. 아마 아이젠은 카모라가 스핑크스에겐 당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 같았다.

스핑크스는 메시아 기운으로 다른 시공간으로 보내졌고, 그 덕에 카모라는 일어섰다. 아주 무서운 눈빛을 지닌 채 말이다.

“죽여 버리겠어.”

대군주 카모라가 분노하자 단숨에 기세는 헨드릭스 군주에게로 기울었다.

카모라는 날 향해 핫스퍼의 환각술을 걸었다.

그녀는 마치 내 약점을 알고 있다는 듯 내가 무엇에 공포심을 느끼는지 잘 파악하고 있었다.

“너 때문에 내가 죽은 거야.”

핫스퍼가 나를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심장이 아파져 왔다.

카모라가 벌인 환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핫스퍼의 원망은 진하게 다가왔다. 그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그리고 과거 아틀란티스에서 꿈꿨던 장면이 내 눈에 담겼다.

크라운과 아델라는 이미 목숨을 잃은 듯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나마 제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난 무의식적으로 제나를 향해 기어갔다. 그러나 그녀조차 날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그때 갑자기 거미 촉수가 날아와 제나의 심장을 관통시키고 피가 내 얼굴에 튀었다.

“으아아아악!”

바로 눈앞에서 동료가 모두 죽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은 동료를 껴안고 절규하는 것밖에는······.

“너의 존재 자체가 주변인들을 피로 물들게 하고 있어.”

카모라의 음성이 들려왔다. 환술인데도 생생한 감각.

그러나 아마 환술 바깥 상황도 좋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모라를 죽일 마지막 수단을 꺼냈다. 생각하고만 있었지 꺼내고 싶지 않았던 계획.

“궁극기 블랙홀.”

난 눈을 감아 감각에 의존한 채 카모라가 어디 있는지 파악했다. 그리고 찾아냈다.

“너의 존재나 나의 존재나 주변을 피로 물들게 할 것 같은데 이왕 가는 거 같이 가자.”

난 카모라를 안은 채 블랙홀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수단이 바로 카모라를 데리고 같이 죽는 것이었다.

내가 카모라와 같이 죽으면 파우스트 또한 현생으로 돌아갈 것이고, 나머지 동료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더는 누군가의 희생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희생했다.

어차피 현생으로 돌아간다 한들 받아 주는 친구 하나 없는 인생.

공황장애로 힘들게 사느니 이곳에서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혼자 책임지지 말라 했지!”

그때 어둠 속에서 크라운의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 카모라를 날려 버리는 한 사람.

정신을 잃었던 아델라가 깨어나 하스마 건틀릿으로 카모라를 날려 버린 것이다.

“아델라!”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마세요.”

난 혼자가 아니었다. 내 앞엔 크라운과 아델라가 있었고, 뒤엔 든든한 조력자 제나, 그리고 먼치킨 망령 술사 파우스트, 하늘 섬 요괴들까지.

헨드릭스 군주들에게 치명상을 입은 상태지만, 그들은 나처럼 두려운 눈빛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린 똘똘 뭉쳤다.

“괜찮아?”

난 아델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는 그냥 입으로만 미소를 지었다.

아델라는 망령이 된 라이칸을 주시하고 있었다.

씁쓸한 그녀의 표정.

아델라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어루만진 뒤 결의에 찬 눈빛을 지었다.

“궁극기 하스마 권!”

아델라가 두 손을 모아 빼앗긴 망령 라이칸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녀의 건틀릿 위력은 라이칸이 속수무책으로 날아갈 만큼 강했다.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기운을 차린 아델라가 먼저 나서 주니 뒤에서 회복하고 있던 동료들 또한 사기가 올라간 듯 다시 헨드릭스 군주들과 대치했다.

나 또한 쓰러진 카모라를 쫓았다.

파라오의 목걸이를 계속 만지며 스핑크스를 소환시키려 했지만, 아이젠의 메시아 능력으로 다른 시공간에 갇혀 있는 상황 같았다.

“옥타비아누스!”

난 중력으로 헨드릭스 군주들을 눌러 버렸다.

카모라가 유일하게 꼼짝 못 하는 스핑크스를 소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좋지 않았지만, 더는 물러설 공간이 없다.

지상낙원 소환사의 섬 아틀란티스 대륙은 고된 전투로 이미 형태를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파괴된 상황.

“그만 끝냅시다.”

아델라의 공격에 날아간 카모라도 다시 일어서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제 그녀 또한 고된 전투에 질린 듯 전쟁을 끝내려 했다.

그때 우리 뒤로 헨드릭스 군주들을 향해 핏빛 화살이 소나기처럼 내려왔다.

“우리도 돕겠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핫스퍼가 시간을 끌던 중 신전에서 구한 아틀란티스 소환사들이 보였다.

소환사들은 활과 검을 소환해 장로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그들도 도망치지 않고 우리에게 힘을 주었다.

“크윽!”

카모라는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핏빛 화살을 부채질 한 방으로 무력화시켰지만, 화살의 수는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하나의 화살이 카모라의 오른쪽 어깨에 관통당했다.

“죽여 버리세요!”

카모라가 바로 화살촉을 빼낸 뒤 자가 치유 능력으로 상처를 재생했지만, 표정을 보니 몹시 화가 난 듯 이를 갈았다.

카모라가 군주들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틀란티스에 있는 생명체 모두를 죽이라는 명령이었다.

“후······.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날 것 같네.”

카모라의 화가 난 표정에 난 동료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까 전 내가 카모라와 같이 블랙홀에 떨어지기만 했어도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같이 게임 세계로 온 핫스퍼가 죽으니 가슴이 메여 왔다.

“이건 내가 일으킨 싸움이야. 내가 아틀란티스로 도망치지 않았으면 핫스퍼 또한 죽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선택을 한 것이다. 이곳에 헨드릭스를 끌고 온 내가 직접 카모라와 함께 자멸할 것이라고.

“그 얘긴 아까 끝났잖아!”

그런데 진지하게 말하고 있던 와중에 크라운이 칼집으로 내 뒤통수를 쳤다.

“무슨 짓이야?”

“정신 차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세계 정부에 잡혀 오지 않았으면 될 일이었어. 그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어.”

“그렇지만··· 더는 동료들이 희생하는 꼴은 못 보겠어.”

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망령이 되었음에도 우리를 위해 싸우는 핫스퍼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난 네가 구해 주지 않았으면 이미 그린우드 교도소에서 사형당했을 거야. 처음 봤을 때 나한테 왜 도둑질을 하면서까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냐고 했었지? 기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야.”

“뭐?”

“난 의적이 아니야. 따지자면 위선자지. 기댈 사람이 없어서 범죄라도 저질러서라도 외로움을 채우고 싶었어. 그런데 너희를 만나고 달라졌어. 과거 어머니가 살아생전 이런 얘기를 녹음기처럼 하더라. 돈이든 권력이든 힘이든 다 없어도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친구를 만나라고.”

크라운이 뒤돌아 나와 제나 아델라 등 동료들을 바라보고 말을 이어 나갔다.

“난 지금 그런 친구들을 만났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혼자 희생하려고 한 거 아니야? 혼자 책임지지 마. 이곳에 네 편 많으니까.”

다른 동료들도 크라운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순간에 크라운의 말에 사기를 얻은 동료들.

“꽤 어른스러운 면모도 있으시네요.”

아델라가 크라운을 칭찬하며 다시 전장으로 나갔다.

그 뒤로 크라운도 용검을 휘두르며 헨드릭스 군주들을 향해 달려갔다.

나도 질 수 없다.

“메테오!”

고대 유물 발록의 장갑으로 메테오 스킬을 발동시킨 후 중력으로 헨드릭스 군주들의 발을 묶었다.

“궁극기 오버 소울!”

파우스트 또한 핫스퍼의 망령과 카모라가 훔친 라이칸의 망령을 도로 불러 거대 망령을 소환시켜 공격했다.

그 뒤로 삼장법사의 무력과 사오정, 저팔계의 창술이 더해져 헨드릭스 검성을 위협했고, 나머지 하늘 섬 요괴들과 아틀란티스 소환사들도 쉴 틈 없이 공격을 쏘아 댔다.

“생각보다 질깁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 메테오를 홀로 감당하던 헨드릭스 1군주 아이젠이 다급하게 카모라를 불렀다.

메테오 스킬은 정통으로 맞으면 9성 괴수인 스핑크스도 치명상을 입을 만큼 고급 스킬인데. 홀로 막으려니 벅찬 것이다.

그러나 아이젠을 도와줄 군주들은 없었다.

카모라는 아델라와 크라운이 맡고 있었고, 나머지 군주들 또한 든든한 동료들이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쓰러져라, 옥타비아누스!”

난 헨드릭스 군주들에게 또다시 강력한 중력의 힘을 가했다.

동료들의 쉴 틈 없는 맹공격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강한 중력까지 더해지니 여유만만했던 헨드릭스 군주들이 하나둘씩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어!”

그래서 난 외쳤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기세는 우리에게 기울었고 승리의 여신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궁극기 둠스데이!”

“쓰러져라, 옥타비아누스!”

“떨어져라, 메테오!”

그러나 우리가 강해질수록 카모라 또한 더 강력해진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는 카피 스킬의 소유자. 우리가 발동하는 스킬은 거의 다 따라 할 수 있는 먼치킨이었다.

“피해!”

공격할 땐 몰랐지만, 막상 받아치려 하니 버거웠다.

아무리 영혼은 나약한 공황장애 환자지만, 스킬을 발동시키는 몸은 이 루기아 세계에서 몇천 년을 주름잡던 마왕 브라고의 것이다.

그것을 버티는 헨드릭스 군주들이 대단했던 것이지. 막상 우리가 막으려 하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꺄악!”

“으악!”

또다시 곡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제기랄······.”

난 우리의 스킬을 카피하는 카모라를 향해 중력 에너지 파를 쐈지만, 오히려 역으로 당했다.

“피해!”

하늘 섬 요괴들 쪽으로 날아간 중력 에너지 파.

그 스킬로 하늘 섬 요괴들 절반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당신이 죽인 겁니다. 당신이 강하기 때문에 저 또한 강해졌거든요.”

또다시 카모라가 환술을 걸었다. 고요한 공간. 그곳엔 나와 카모라 딱 두 사람만 존재했다.

“마왕님이 스킬을 발동시킬 때마다 전 마왕님의 주변 동료를 잔인하게 죽일 겁니다. 마왕님의 스킬로 말이죠.”

카모라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난투전으로 단잉의 반지가 부서진 사실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졌다. 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단잉의 반지를 소환시켜 줄 제나도 이 어두운 공간에 보이지 않았다.

“몹시 힘들어 보입니다?”

카모라도 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날 보고 비웃으며 물었다.

“바로 눈앞에서 또 동료가 죽으면 마왕님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요.”

“그만! 내가 졌어.”

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모든 수단은 카모라에게 닿질 않았다.

그래서 난 포기했다. 남은 동료들만이라도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헉. 헉. 너의 목적이 뭐야.”

“당신의 죽음.”

“내가 죽으면 동료들은 살 수 있는 거야?”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조금만 더 이 어두컴컴한 공간에 있으면 죽을 것 같았다.

“그건 모르죠? 당신들 동료가 제 심기를 무척 건드렸거든요.”

“원하는 모든 걸 할게.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 동료들은 그만 도망치게 해 줘.”

그래서 이왕 죽는 거 동료들이라도 살리고 죽자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어두운 공간에 크라운을 소환했다.

“브라고! 괜찮아?!”

크라운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쓰러진 날 보자마자 부축했다. 그러나 공황 증세는 이미 막을 수 없었고, 난 공황 발작까지 했다.

“커억··· 큭.”

“후후후. 패배자의 모습입니다. 마왕님?”

엎드린 채 발작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비웃는 카모라. 크라운은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보고도 비아냥거리는 카모라를 용서할 수 없는 듯 그녀에게 달려가 용검을 휘둘렀다.

그때 막아서야 했다.

“안 돼!”

카모라의 촉수가 크라운의 몸 이곳저곳을 뚫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크라운은 검고 찐득한 피만 잔뜩 흘린 채 쓰러졌다.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크라운이 죽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만! 그만하라고!!”

난 발작을 견디면서 그녀를 향해 외쳤다.

고통에 이를 꽉 다물어 잇몸에 피가 고였다. 그러나 카모라는 멈추지 않고, 다른 동료를 다시 이 공간에 데려왔다.

바로 제나였다.

“제나··· 반지··· 반지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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