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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대전(2)
[범죄 집단 헨드릭스 대군주 카모라]
대군주를 포함해 하스마 제국을 멸했던 늑대 인간 라이칸까지. 시공간을 찢으며 아틀란티스를 침공하려 했다.
물론 처음 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위로 칭호가 보였기에 알 수 있었다.
카모라를 포함해서 아홉 명.
그들 모두 헨드릭스 군주들이라는 사실을.
“모두 깨워!”
난 동료들에게 외쳤다.
아직 자고 있는 나머지 동료들을 깨우라고 명령한 뒤 시공간을 찢으며 나타난 헨드릭스 군주들에게 스킬을 퍼부어 댔다.
“자이언트 블럭!”
중력 에너지 파를 쏘며 그들을 제압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헨드릭스 군주들은 아틀란티스 땅을 밟았다.
“제기랄!”
아직 정상 대전에서 치명상을 입은 동료들은 완쾌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계획 달성은커녕 이곳에서 모두 개죽음당하게 생겼다.
그때 침실로 들어갔던 핫스퍼가 다시 나와 찢어진 시공간을 봉합했다.
그리고 주변의 공간을 뒤섞어 그들이 동료들이 자고 있는 공간까지 도달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강한 환각술사가 있는 것 같군요.”
카모라도 핫스퍼의 능력을 눈치챘는지 경계하는 듯했다.
“이봐. 내가 저 괴물에게 트라우마가 있거든. 그러니 좀 도와주라.”
그러나 핫스퍼는 카모라에게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던 이력이 있던 인물.
항상 자신감과 여유를 뽐내던 핫스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식은땀을 흘린 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핫스퍼가 서 있었다.
“내가 시간을 조금 벌 테니 어서 다른 사람들 깨워!”
핫스퍼는 그 외침을 끝으로 환각을 만들어 헨드릭스 군주의 발을 묶었다.
이곳이 현실인지 그가 만든 환각 세상인지 구별하지 못하도록 시공간을 뒤바꿨고, 그 때문에 핫스퍼를 향한 군주들의 공격은 아무도 없는 허공으로 발사됐다.
“죽이기 아까운 인재네요. 환각 능력이 아주 수준급이에요.”
핫스퍼 또한 이 세계로 빙의된 먼치킨 캐릭터. 가벼운 장난을 일삼던 자라도 핫스퍼는 무시당할 만한 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카모라와 마주한 핫스퍼가 갑자기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떨었다.
그의 친구가 카모라에게 직접 죽은 모습을 두 눈으로 봤으니.
군주들을 모두 자신의 꼭두각시처럼 환각으로 농락했지만, 카모라와 마주할 때는 힘이 잔뜩 빠진 고무풍선이 된 듯 힘없이 철퍼덕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적으로 만났으니 없애야 하겠죠?”
그리고 자신의 환각을 카피한 카모라의 환각술에 당한 핫스퍼.
핫스퍼가 정신을 차렸을 땐 심장에 아틀란티스를 만들어 낸 통치자의 지팡이가 박혀 있었다.
* * *
“큰일 났어!”
난 아틀란티스 성전에서 자고 있던 동료들을 모조리 깨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지진이 일어난 듯 굉음이 들려왔다.
성전에도 금이 가며 한쪽 벽은 무너졌다.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지독하다.”
사오정이 바깥 상황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 친구 홀로 그들을 막고 있는 중이라. 전 다시 밖으로 나가 봐야겠어요. 나머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켜 주세요.”
난 믿음직한 오정에게 성전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맡기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같이 가요, 마왕님!”
저 멀리서 제나가 뛰어왔다.
숨차게 뛰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오라 지시했다.
밖으로 나가자 충격적인 광경이 내 두 눈에 담겼다.
“먼저 현생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욕심 부리다가 친구의 복수도 끝내지 못했네.”
내 눈에 담긴 핫스퍼는 마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하나님의 모습과도 같았다.
통치자의 지팡이에 심장이 뚫려 피를 토하고 있는 핫스퍼.
“핫스퍼!”
난 동료, 아니, 친구의 죽음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너무나 끔찍해 시선을 바닥으로 옮겼다.
우릴 살리려다가 죽은 친구의 모습을 겁쟁이처럼 끝까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옥타비아누스!”
난 소리 질렀다.
그러자 아틀란티스 대지가 갈라졌다.
복수심도 힘의 원천이 되는 듯 헨드릭스 군주들을 모두 무릎 꿇게 하였다.
심지어 대군주 카모라마저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왕님······.”
그러나 난 나약한 인간.
제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제기랄!”
그때 핫스퍼와 처음 만났던 날이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위험하지만, 이곳에서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하하. 전 응원만 할게요. 전 이곳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좋아요.’
‘좋지만 외롭겠지요.’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현생으로 갈 수도 있죠. 술과 파티만 있는 곳이 행복하지만은 않을 텐데요.’
‘당신. 생각보다 모험적인 사람이었네요?’
‘좀 미친 것 같죠? 그러나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나요? 저와 함께 가시죠. 메인 퀘스트 깨러.’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제안은 책임감 없었다.
누굴 구해 줄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감히 그런 제안을 하다니.
오히려 핫스퍼가 나를 위해 많은 정보를 나눠 준 강인한 존재였다.
‘맞다, 하늘 섬 간댔지?’
‘응. 혹시 가 본 적 있어?’
‘당연하지. 이곳에서 300년을 살았는데. 그곳의 보상이 아마 긴고아였을걸. 딱 네가 원하는 보상이네.’
‘오! 임무는 달라도 보상은 같으니 임무만 달성하면 긴고아를 얻을 수 있다는 거네.’
‘그치. 근데 난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어.’
‘무슨 임무였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술래잡기였나? 아무튼, 위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달성할 수 없는 거였던 건 기억해.’
내게 많은 것을 조언해 준 핫스퍼.
나와 같이 현생에서 게임 세계로 빙의된 친구······.
“으아아악!”
“마왕님, 정신 차리세요!”
내 괴성에 가려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게 난 이성을 잃은 채 스킬을 마구 쏟아 댔다.
지상낙원이었던 아틀란티스가 지옥으로 탈피할 만큼 난 중력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궁극기 블랙홀!”
이성을 잃은 탓에 뒤도 생각하지 않고 블랙홀까지 소환시켰다.
소환시킨 블랙홀은 세계 정부에 나타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육안으로는 엄청난 크기의 블랙홀이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으니.
거대한 블랙홀이 소환되자 아틀란티스 대륙이 모두 휘말려 쓸려 갔다.
통치자의 지팡이에 꽂혀 죽은 핫스퍼마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흥분한 나는 그것도 모른 채 헨드릭스 군주들을 향해 달려갔다.
“죽어!”
헨드릭스 군주들도 블랙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 걸음 후퇴를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난 그들을 향해 중력 에너지 파를 쐈다.
“아이젠 님은 공주를 찾으시고, 나머지 분들은 저 괴물을 막아 내죠.”
헨드릭스 군주들 모두가 내 마력에 당황한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때 머리가 핑 돌았다.
그리고 코피가 쏟아져 내렸다.
이성을 잃고 마력을 분배시키지 않고 쏟아 낸 탓인지 갑자기 극도의 피로감이 밀려왔다.
“마왕님!”
그러자 헨드릭스 군주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개로 돌변해 나를 공격했다.
챙―
헨드릭스 4군주 검성 아르곤의 일격이 내 목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그 일격을 막은 한 사람.
크라운.
“마왕님!”
“야, 정신 차려! 얘 또 이러네.”
제나와 크라운의 목소리가 뇌를 울렸다.
머리가 어지럽고 코피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계속 쏟아졌다.
혼란스러운 정신을 그나마 부여잡고 단잉의 반지를 어루만졌다.
그런데 백옥 같은 진주가 박혀 있던 단잉의 반지 보석이 어둠으로 뒤덮인 채 바뀌어 있었다.
“후우. 제나, 얘 정신 차릴 동안 데리고 대피해. 그동안 내가 어떡해서든 막을 테니깐.”
크라운의 말을 듣고 제나가 나를 둘러업고 도망쳤다.
핫스퍼 때와 똑같은 상황.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 힘이라도 보태야 하는데.
또다시 내 공황 증세에 동료들 발목만 잡는 상태라니.
그런 자괴감에 빠지니 단잉의 반지 진주는 더 까매졌고, 심연의 바다에 빠진 듯 허우적거렸다.
* * *
“후우.”
한편. 크라운은 발목에 힘을 주곤 블랙홀에 휩쓸려 빨려 들어가지 않게 중심을 다잡았다.
그리고 파괴된 아틀란티스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내가 지킬 차례야.”
이 말을 끝으로 크라운은 검성 아르곤에게 먼저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크라운은 도망치지 않았다.
* * *
그 시각. 블랙홀로부터 1km 떨어진 외곽.
아이젠과 카모라는 한 여성의 팔에 주사기를 꽂아 피를 뽑아 대고 있었다.
“돌연변이 중에서도 돌연변이네요.”
그들 너머로 정신을 잃은 듯 쓰러진 여성은 아델라였다.
“이 혈청으로 감염시킬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까?”
“연구를 해 봐야 알겠지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물질이 혈청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디도스 물질에 감염까지 더해지면 그 어떤 살상 무기보다 더 빠르게 세계를 멸망시킬 것입니다.”
카모라는 아델라의 혈청을 보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저희의 계획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아포칼립스.”
“종말. 얘기만 들어도 흥분이 되는군요.”
“아포칼립스로 세계를 멸망시킨 후 저희가 다시 건국하는 겁니다. 신세계를!”
카모라는 갑자기 미친 듯 웃어 댔다.
아델라의 혈청에 보글거리는 바이러스 물질을 보고 말이다.
그때 굉음이 한 차례 또다시 울려 퍼졌다.
“마무리는 아이젠 님이 맡아 주십시오. 저는 다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치광이 마왕이 저희 세력을 모두 죽여 버리면 제 계획에 차질이 생기니 말이죠.”
카모라는 다시 전장으로 떠났다.
그리고 남은 아이젠과 아델라.
아이젠이 백성의 정신이 깃든 검을 뽑았다.
그러자 백성의 주인 메시아가 나타났다.
메시아의 형태는 마치 햇살과도 같았다.
형태는 없지만, 빛은 있는 그런 존재.
“아델라를 다른 시공간으로 보내.”
아이젠은 메시아에게 명령했다.
집행자들을 잠시 다른 시공간으로 보낸 것처럼 아델라를 다른 시공간으로 보내라는 명령이었다.
“중요한 연구 자료이니 파손되지 않게 진공 상태의 시공간에 담아 둬.”
아이젠의 명령을 들은 메시아는 아델라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어둠으로 가득한 아틀란티스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며 아델라를 감았다.
“궁극기(窮極技) 피의 사냥.”
“궁극기(窮極技) 피의 사냥.”
그런데 그때 아이젠 주변으로 날카로운 일격이 날아왔다.
낯익은 목걸이를 차고 있는 짐승.
라이칸의 일격이었다.
“무슨 짓이지?”
라이칸의 일격에 메시아 빛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배신인가?”
아이젠의 물음에 답하듯 라이칸은 온몸을 흔들어 대며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그리고 아이젠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였다.
헨드릭스를 대표하는 천하의 아이젠도 따라오지 못할 속도였다.
“크윽.”
라이칸의 공격에 아이젠의 왼쪽 팔등에 상처가 새겨졌다.
“1군주로서 헨드릭스를 대표해서 지금으로부터 8군주 라이칸은 헨드릭스 세력의 배신자로 간주하고 처단한다.”
아이젠은 백성의 정신을 내리꽂았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라이칸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속도로는 최고인 라이칸.
전투태세를 취한 아이젠을 따돌리고 정신을 잃은 아델라 공주를 둘러업은 채 도망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