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46화 (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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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대전

“궁극기(窮極技) 블랙홀.”

난 두 손을 모아 기를 모았다.

그리고 두 손 한가운데 마력을 집중해 궁극기를 펼쳤다.

블랙홀. 강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

화이트우드 건물은 모조리 휩쓸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손잡아!”

난 4대 세력들과 사투를 하는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크라운의 손을 잡고 이동했다.

아틀란티스로.

* * *

“모두 빠짐없이 도착한 것 맞지?”

난 아틀란티스로 이동한 동료들을 확인했다.

크라운, 제나, 아델라, 파우스트, 하늘 섬 요괴들까지.

전부 무사히 아틀란티스에 왔다.

“하아.”

그래서 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아틀란티스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헛웃음이 났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것같이 온몸이 뻐근하고 쑤신데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뭐야! 계획은 성공한 거야?”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의 얼굴을 마주하자 진짜로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여기 치명상 입은 요괴 둘 있어!”

아틀란티스 힐러들은 우리의 계획을 도와준 하늘 섬 요괴들을 치료했다.

우리의 계획은 단순했다.

크라운과 아델라를 찾은 뒤 아무도 모를 히든 장소 아틀란티스로 오는 것!

그 뒤 계획은 일단 살아남고 생각하기로 했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동료들을 구할 수 있었어요.”

삼장법사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온 세계의 적이 되었지만, 뭐,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담아낼 수도 없으니 앞으로의 계획을 천천히 세워 봐야지.”

삼장법사는 하늘 섬 요괴들이 무사한 것만으로 다행이라 답했다.

“저희를 도와준 은혜. 삼장법사 님이 우려하시는 일로 변하지 않게 제가 잘 수습하겠습니다.”

난 다시금 삼장법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하늘 섬 요괴들을 지킬 것을 맹세하였다.

“마왕과 손잡은 하늘 섬이라. 아직도 믿기지 않네.”

한편. 핫스퍼는 크라운과 아델라를 치료하며 나와 삼장법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 하늘 섬 요괴들과 연맹을 맺은 건 엄청난 수확이긴 하지. 온 세계가 앞으로 마왕을 죽이려 들겠지만.”

“지켜 내야지.”

“오. 그래도 마왕이 자네를 든든한 동료라고 설명했었는데 맞나 보네.”

크라운이 핫스퍼의 말에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여서 난 크라운에게 다가가 괜히 몸은 괜찮냐고 다시금 물어봤다.

“몸 좀 괜찮냐?”

“아까도 물어봤어.”

“아델라는?”

“저도 괜찮습니다.”

뭔가 정상 대전 이후로 끈끈해졌지만, 한편으론 어색해진 사이가 된 듯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아마 블랙우드 때 일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때 일은 다시 한번 미안해. 내가 너무 안일했어.”

난 그래서 진심으로 또다시 사과했다.

그러자 크라운이 내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그 사과도 아까 했어. 몇 번이나!”

“······?! 그렇다고 때리냐.”

이제야 웃음이 나왔다. 핫스퍼가 미쳤냐며 손짓을 하지만, 나와 크라운은 아틀란티스가 떠나갈 정도로 웃었다.

“어머니의 말이 옳을 때가 있군.”

“응?”

“너희들이 날 구해 줬으니 이번엔 내가 너희들을 지킬게.”

크라운이 나와 아델라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뒤이어 제나, 핫스퍼, 파우스트, 하늘 섬 요괴들한테까지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잠깐이나마 평화를 누릴 줄 알았다.

찌지직―

아틀란티스 시공간이 찢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화이트우드 세계 정부에 날린 블랙홀의 천체 크기는 세계 정부 본부가 다 휩쓸릴 정도의 크기였다.

찰나였지만, 눈대중으로 봐도 지름이 40m는 족히 넘어 보였으니 말이다.

“계획에 이상이 생겼군요.”

궁극기 스킬에 가장 난감한 기색을 보인 사람은 세계 정부 총사령관 바우트나 정상 회담을 가장 먼저 권유한 집행자 소사이어티 대군주 탄주가 아니었다.

바로 범죄 집단 헨드릭스의 대군주 카모라였다.

“마왕의 마력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4대 세력을 뿌리치고 도망갈 줄은 저도 상상을 하지 못했군요.”

정상 회담이 있기 일주일 전.

카모라는 다른 세력들 몰래 헨드릭스 군주 회의를 했었다.

그때 열린 회의에선 집행자들을 잠시 다른 시공간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고 아기루 황제의 암살 또한 그들이 계획한 것이었다.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킬 생각입니까?”

헨드릭스 1군주 아이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모라는 찰랑거리는 머리칼을 풀어 넘기며 그에게 답했다.

“집행자들이 있는 한 세계대전은 쉽게 발발되지 못할 거야. 그러나 과거 역사를 보면 세계 멸망은 전쟁보다 다른 것들에 의해 일어났었지.”

“그것이 뭡니까?”

“바이러스.”

카모라가 손을 휘젓자 작은 소용돌이와 함께 붉은빛 에너지가 나타났다.

하스마 제국과 라이칸이 벌인 전쟁에서 병사들에게 쓰였던 물질이며, 현재 아델라가 돌연변이로 진화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에너지 자원.

바로 디도스 물질이다.

“가장 강한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신이 깃든 아홉 자루의 검이 아닐까요?”

“아니다. 가장 강하고 잔인한 살상 무기는 검이 아닌 감염성 높은 질병이야. 이것이 앞으로 세계를 위협할 무기가 될 것이야.”

카모라는 자신의 손에 깃든 붉은 에너지를 아이젠에게 보여 주면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이 물질이 어떻게 쓰일지는 어느 한 여인에게 달렸다며 말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물질에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여인이 있네.”

“이상 반응이요?”

“이 물질에 감염되면 아무리 강한 마력을 소유해도 이성을 잃어버리거든. 그런데 희한하게 그렇지 않은 한 여인이 있어.”

“그게 누굽니까?”

카모라가 손에 깃든 붉은 에너지를 허공에 날렸다.

그러자 붉은 에너지가 사람의 형태로 흩어지면서 누군가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자세히 보면 마왕의 여자라고 대문짝만하게 신문에도 실린 여인이었다.

“하스마 제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주. 아델라의 혈청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카모라의 표적은 크라운도 세계 정부도 아니었다.

바로 아델라.

카모라가 만든 디도스 물질에 높은 감염률을 더해 줄 돌연변이 물질이 아델라의 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루 황제를 암살한 뒤 세계 정부와 제국 라노키아가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우린 세계 정부에게 잡힌 아델라를 손에 얻으면 된다.”

* * *

“S급 이동기로 어디론가 순간 이동한 것 같습니다.”

주변에 있던 헨드릭스 군주들이 카모라의 상태를 살핀 뒤 마왕 브라고가 도망친 루트를 살피고 있었다.

“역시 마왕은 마왕이네요.”

블랙홀이 사라질 동안 화이트우드가 받은 피해는 막심했다.

굳건한 세계 정부 본부부터 지하 감옥까지.

이곳이 화이트우드인지 예전 블랙우드인지 구별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흔적을 찾기는 어렵나?”

“아뇨.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순간 이동하여 흔적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 불행 중 다행이군. 다른 세력들 몰래 어디로 갔는지 알아 와. 오늘 내로.”

카모라는 아이젠에게 몰래 명령을 한 뒤 낙심하고 있는 다른 세력들의 군주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시선을 돌렸다.

* * *

정상 대전으로 지친 우리는 깊은 잠에 빠졌다.

모두가 약속한 듯 누가 깨워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빠진 동료들.

그 안에서 난 생각보다 빨리 눈이 떠졌다.

일어나 보니 아직 쌩쌩한 파우스트와 제나 그리고 크라운이 일어나 있었다.

“더 자지.”

“괜찮습니다. 푹 주무셨습니까?”

난 제나가 소환해 준 모닝 복개차를 마시며 오랜만에 나른한 새벽을 만끽했다.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가니 덩달아 지친 내 심신도 정화되는 듯했다.

“그래서 세계 멸망은 언제 시키는 거야?”

파우스트가 사슬을 돌리며 나를 위협한 채 물었다.

“전투가 끝난 지 하루도 안 됐어. 좀 쉬자.”

“세계 멸망될 때까지 난 안 쉬어.”

파우스트는 마치 항의하는 듯 사슬을 크게 돌렸다. 그러자 헬리콥터 프로펠러에서 나는 것처럼 거대한 바람 소리가 울렸다.

“앉아!”

그래서 간신히 긴고아로 그를 잠재웠다.

“근데 나도 궁금하네. 앞으로의 계획은 뭐야?”

크라운이 내 앞에 앉아 진지한 어투로 물어봤다.

그의 진지한 물음에 긴장되어 딸꾹질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서 복개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동료들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던지라 앞으로의 계획까지는 상세하게 짜지 못했는데. 우리를 도운 하늘 섬 요괴들에게 힘을 실어 주긴 해야지.”

“아서왕에게 당했다지?”

“응. 그러나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야. 세계 정부 본부가 있는 곳에 블랙홀을 처박았으니 모든 이들이 우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마음 같아선 악마 군단이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지옥에서 숨어 지내고 싶을 정도야.”

내 말에 제나가 반응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마왕님.”

제나는 아마 지옥에서 5년간 지내면서 온전한 힘을 되찾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지옥에 있어야 악마계인 제나 또한 온전한 힘을 모두 되찾을 테니 말이다.

아틀란티스로 돌아오고 휴식을 취하던 중. 제나가 전투형 악마가 아녀서 내게 더 힘을 실어 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넌지시 얘기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 제나는 온전한 힘을 되찾아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듯이 얘기했었다.

“늦어.”

그러나 파우스트와 크라운의 대답은 냉랭했다.

물론 나도 제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5년이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방도가 없으니 잠깐 생각했던 것일 뿐. 지옥에서 긴 시간 동안 몸을 숨기고 있는 건 나도 동료들도 원하는 계획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계획이 뭔데.”

다시 한번 크라운이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난 대답했다.

수평 관계를 깨뜨릴 또 다른 세력을 만들자고.

“현재 헨드릭스와 흑사협이 약육강식 사상으로 연맹. 세계 정부와 라노키아는 신분 제도 사상으로 연맹 중이고, 그 중간에서 수평 관계를 맡는 집행자들이 있어. 그런데 그들을 대적할 또 다른 세력이 나타나면?”

“판도가 바뀌겠군.”

내 뒤로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 하늘 섬 요괴들까지 연맹으로 만들었으니 그 정도 힘까지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나 4대 세력이 괜히 4대 세력이라 불리는 건 아니야.”

핫스퍼는 내 계획이 참신하면서도 무모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4대 세력이 세계 정부와 나란히 한다 한들. 세계 정부에서 인정받아 대장급 칭호를 받은 사람들이 100명이야. 즉 TOP 100위 랭커들의 집합소가 세계 정부라는 것인데. 아마 라노키아와 손을 잡지 않아도 단 8군주밖에 없는 헨드릭스와 가뜩이나 가장 적은 군주들을 가진 흑사협도 웬디고의 죽음으로 이젠 다섯 명의 군주밖에 없으니 세계 정부의 뿌리를 쉽게 공격하진 못할 것이야. 그렇다고 세계 정부 또한 집행자들 때문에 그들을 공격하긴 어려운 상황이고.”

핫스퍼의 말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만약 나였으면 지금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보단 제나 말대로 힘과 세력들을 더 구축했을 것 같아.”

나보다도 이 세계에 훨씬 오래 살았던 친구의 조언이었다. 어물쩍 넘어갈 조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난 깊은 고민을 했다.

제나와 핫스퍼의 의견처럼 힘과 세력들을 더 구축한 뒤 세계의 질서를 바꿔 놓을지. 아니면 파우스트와 크라운의 의견처럼 일단 부딪쳐서 우리가 가진 힘으로 그들이 구축해 놓은 질서를 방해할지.

“도착지는 같아. 어떤 길로 갈지는 네가 정하는 것이고.”

마지막 조언을 끝으로 핫스퍼는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로비에는 나를 포함해 네 사람만이 남았다.

제나와 파우스트 그리고 크라운은 아직까지 의견 충돌이 있는 듯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핫스퍼의 조언으로 난 마음을 굳혔다.

“정했어. 난 이렇게 할래.”

난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 선포하듯 말했다.

“난······.”

그런데 그때! 그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성에 관해 얘기하려고 하던 중.

갑자기 고막이 터질 정도의 굉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눈이 저절로 질끈 감아지는 굉음이었다. 난 빠르게 두 손으로 귀를 막아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았다.

상황은 고개만 들면 쉽게 알 수 있었다.

찌지직―

아틀란티스 시공간이 찢어지며 헨드릭스 군주들이 나타나는 광경이 내 눈에 비쳤기에.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또다시 이곳에서 피바람이 불겠구나!

[범죄 집단 헨드릭스 대군주 카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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