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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43화 (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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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2)

아레스에겐 전혀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 저급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아델라에겐 카모라의 말이 하염없이 크게 들려왔다.

“하스마 제국이 라이칸이란 작자에게 멸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공주는 앞으로 제국 라노키아에서 보호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나.”

아서왕이 아델라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아델라가 아서왕에게 물었다.

“혹시 하스마 제국이 멸할 당시 저희의 SOS 신호를 받으셨습니까?”

“···받았으나 레드우드까지 지원을 보내기엔 너무 멀었네.”

결정적으로 제국의 대군주라는 사람의 대답이 아델라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

제국의 대군주라는 작자가 하스마 제국이 단지 레드우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델라는 자신의 군주는 아서왕이 아닌 마왕 브라고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멀어서 저희 제국을 버렸다는 말입니까?”

“후우. 이봐, 공주. 자네 아버지 아수라에게 몇 번을 얘기하고 얘기했네. 레드우드를 고수하지 말고 제국의 땅 골드우드로 이민 오라고. 무시한 건 내가 아니라 자네 아비일세.”

“핑계입니다.”

“뭐?!”

“저희가 SOS 신호를 보냈던 건 늑대 종족에게 멸했을 당시뿐만 아니라 과거 몇 년간 지속해서 보냈었습니다.”

아델라는 아서왕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새로 모시는 군주를 밝혔다.

“마왕 브라고와 아는 사이냐고 물으셨죠? 저의 새로운 군주입니다.”

아델라의 폭탄 발언에 대군주들은 모두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에 카모라가 웃음을 지었다.

“아서왕 님. 군주로서 마왕 브라고보다 못했나 봅니다. 공주께서 저리 말씀하시는 걸 보니.”

카모라의 비아냥거리는 어투에 아서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래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금성의 정신을 빼 들었다.

“공주, 그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아서왕이 아델라를 향해 칼날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때 아서왕 뒤에서 아레스의 고함이 들려왔다.

“아서왕! 공격을 멈춰라!”

“제가 가만히 있으니깐 만만하게 보신 겁니까?”

아서왕이 아레스의 명령에 심기가 불편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제국 라노키아 또한 아기루 황제의 명령에 불복종하면 그 즉시 사형에 처한다고 들었다. 이건 황제로서의 명령이다.”

새로운 황제 취임식 때문에 생긴 정상 회담에 자꾸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생기니 총사령관 바우트는 머리를 싸맨 채 상황을 일단락 지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세계 정부와 나란히 하는 세력들의 대군주.

“아직 취임식도 하지 않은 애송이 아닙니까?”

아서왕은 아레스를 상대로 검을 다시 빼 휘둘렀다.

“개인적으로 아델라 님의 몸에 관심이 있습니다.”

한편. 카모라는 갑자기 주사기를 든 채 아델라의 몸에 관심이 있다는 이상한 얘기를 해 대는 상황이다.

“얼어붙어라. 서리 밭.”

그때 집행자 소사이어티 대군주 탄주가 정상 회담에 있는 모든 사람의 발을 서리로 꽁꽁 얼어붙게 했다.

“인제 그 정도만 하십시오. 여기서 먼저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는 분들은 적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탄주의 말에 모두 공격을 멈추었다.

집행자의 힘을 뺏기는 쪽이 전쟁에 패배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주도 마왕 브라고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모신다고 폭탄 발언한 아델라를 본 이상 그녀를 무시할 수 없었다. 마왕의 세력이 더 크기 전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왕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알아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죽는다 하더라도요?”

“···브라고 님의 계획이 이뤄질 수만 있다면 저의 목숨 따위 언제든 내어 줄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군요. 안타깝지만 여기까지입니다. 공주님.”

탄주가 청성의 정신을 빼서 아델라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피가 총사령관실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그 피의 주인은 아델라가 아니라 집행자 탄주의 것이었다.

“미안해, 너무 늦었지. 구하러 왔어, 아델라. 그리고 크라운.”

* * *

한 시간 전.

하늘 섬 요괴들은 일자로 나열하여 아델라와 크라운의 자취를 천리안으로 찾고 있었다.

내 눈엔 그저 흐릿한 구름과 개미보다 더 작은 마을밖에 보이지 않는데 요괴들은 동공을 열심히 굴려 가며 찾는 것을 보니 뭐가 보이긴 보이나 보다.

구름 끝에 나열된 수많은 하늘 섬 요괴들.

그들 또한 끼린 사부님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우리를 돕는 것이리라.

“하늘 섬을 오히려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군.”

그러던 중 삼장법사가 내 옆에 앉아 넋두리했다.

그의 말이 어느 정도는 이해돼서 이야기를 들어 줬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런데 당하기만 하면 호구가 되는 세상이에요.”

“호구?”

“리더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에요. 평화도 중요하지만, 동료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요.”

과거 블랙우드에서 세계 정부 대장급 장군들과 싸웠을 무렵.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이 치명상을 입고 있어도 제대로 된 스킬을 쓰지 못했다.

그때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였더라면 아마 크라운과 아델라까지 지옥으로 데려왔을 터인데 내 안일한 마음이 그들을 위험에 내몰았다.

그래서 내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물론 개혁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내 동료들을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그 생각은 점점 확고해졌고, 난 삼장법사에게 말했다.

“동료들이 있어야 제 세상도 있는 겁니다.”

내 말을 들은 삼장법사는 멍하니 대륙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지만, 하나는 명확했다.

그 또한 하늘 섬보다 하늘 섬 요괴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찾았습니다!”

그때 구름 저편에서 동료들을 찾고 있던 저팔계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계 정부 총사령관실에 있습니다.”

난 팔계의 확답을 듣고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당연히 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확답을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럼 동료들. 아니, 우리 세상을 지키러 갑시다.”

* * *

세계 정부 총사령관실.

집행자 소사이어티 대군주 탄주가 마왕 브라고를 알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 아델라를 심문하던 중이었다.

“마왕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알아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죽는다 하더라도요?”

“···브라고 님의 계획이 이뤄질 수만 있다면 저의 목숨 따위 언제든 내어 줄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군요. 안타깝지만 여기까지입니다. 공주님.”

그러나 아델라는 탄주의 심문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래서 탄주는 청성의 정신이 깃든 검을 빼 들어 아델라를 향해 휘둘렀다.

“미안해, 너무 늦었지. 구하러 왔어, 아델라. 그리고 크라운.”

다행히 늦지 않은 것 같다.

청성의 정신이 깃든 검을 막고 스킬로 탄주를 날려 보냈다.

“브라고 님!”

“아델라! 크라운!”

난 동료들이 무사한가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들은 무사해 보였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이곳에 들어올 무렵 하늘 섬 요괴들에게 나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세계 정부 총사령관실에서 정상 회담을 개최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기에 내 눈앞에 4대 세력의 대군주들과 세계 정부 총사령관 바우트가 서 있었다. 아마 이 주변 어딘가에 그들의 세력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더 기세가 강한 자들이구먼. 이제 어쩌냐?”

뒤이어 삼장법사를 포함해서 제나와 파우스트 그리고 하늘 섬 요괴들이 내려왔다.

난 그들에게 한 가지를 명심하라고 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살아남으세요!”

우린 4대 세력과 싸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동료들을 구하는 것!

“첫 만남에 무례하시네요.”

저편에서 청성의 칼날이 날카롭게 휘몰아쳤다.

아마 내 공격에 집행자 탄주가 열을 엄청 받은 것 같았다.

“저 친구 많이 열받은 거 같은데.”

“호랑이 굴에서 빠져나가려면 삼십육계 줄행랑이 상책이죠.”

난 아델라를 삼장법사에게 맡기고 크라운을 향해 달려갔다.

“크라운, 같이 가자!”

아델라는 그대로였지만, 크라운의 스타일은 많이 바뀐 듯했다.

덥수룩한 머리로 얼굴을 가렸던 그 전의 모습과 달리 말끔하게 정돈된 머리와 용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앞을 막아서는 한 남자.

삼장법사만 한 덩치를 지닌 자.

세계 정부 총사령관 바우트다.

“네놈이 부활한 마왕 브라고냐! 겉모습만 봐서는 맞는지 구별이 안 되는군.”

그의 주먹이 나를 향해 묵직하게 날아왔다.

난 그 찰나 묵직하게 날아오는 주먹에 정통으로 맞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옥타비아누스!”

“크윽. 스킬을 보니 마왕 브라고가 맞군.”

중력으로 그의 스텝을 꼬이게 만든 후 크라운에게 달려갔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어!”

“어떻게 오긴. 구하러 왔어!”

난 크라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크라운은 내손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며 머뭇거렸다. 지금 손을 잡으면 세계정부에게 등을 지는 행위. 그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그래서 손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블랙우드 사건 당시. 그는 내 안일한 태도 때문에 우리 세력에서 나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크라운은 든든한 내 동료.

지금 잡지 않으면 영영 후회할 것이기에 난 그를 향해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그때 안일하게 행동한 건 미안했어. 자만이었던 것 같아. 난 아직 힘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얼간이인데.”

한편. 동료들과 하늘 섬 요괴들이 4대 세력 대군주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중.

사오정은 견디다 못해 사랑 싸움 그만하고 어서 대피하자고 소리 질렀다.

“같이 가자. 부탁이야. 알다시피 난 얼간이라 믿음직한 동료들이 필요해.”

“같이 가자. 부탁이야. 알다시피 난 얼간이라 믿음직한 동료들이 필요해.”

난 뒤에 있던 동료들의 울부짖음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크라운에게 한 차례 또다시 손을 내밀었다.

“역시 나 없으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구먼.”

다행히 크라운은 용포를 벗어 던진 후 내 손을 잡았다.

“이놈들!”

난투 전으로 세계 정부 본부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

우린 총사령관실에서 빠져나와 근두운을 타고 다시 하늘 섬으로 도망을 준비했다.

그러나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었다. 그 탓에 근두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뒤를 돌아보니 암살 집단 흑사협의 세이시로가 뭔가 주문을 건 것 같았다.

“세이시로 님. 다 놓쳐도 공주는 놓치시면 안 됩니다.”

“······.”

카모라의 명령에 세이시로는 황성의 정신이 깃든 검을 빼내었다.

그리고 그 위로 황성의 주인 라의 신이 소환됐다.

그러자 사막같이 뜨겁고 무더운 날씨로 변했다.

근두운 역시 수증기로 변해 버렸다.

“마왕 덕분에 잠시 팀이 된 겁니까?”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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