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41화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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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제 아레스(4)

한편 파우스트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하늘 섬에 온 목적. 바로 천 리를 볼 수 있는 그들의 눈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부탁을 하기엔 모두가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난 파우스트의 어깨를 툭 치고 대답했다.

“조금만. 마음 추스를 동안만.”

파우스트가 내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다.

왜 굳이 게임 캐릭터들의 슬픔까지 공감하고 있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때 제나가 파우스트를 KF 사슬로 묶어 구석에 처박아 놓았다.

“마왕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저희도 시간이 많은 건 아닙니다.”

“알고 있어.”

제나의 말처럼 지금 크라운과 아델라가 어디에 있는지, 생사 여부도 모르는 상황.

한시가 급한 건 사실이기에 난 가장 어른스러운 요괴 사오정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그녀 또한 사부의 죽음으로 구석에서 몰래 슬퍼하고 있었다.

“집행자 소사이어티에 진언서를 넣을 예정입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것입니다.”

감정을 제일 조절 잘했던 오정 또한 분노에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난 그녀 옆에 앉아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있었다. 그녀 마음이 추슬러질 때까지 말이다.

“고맙습니다. 파수꾼님 아니었으면 더 큰 피해를 볼 뻔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러던 중 삼장법사가 직접 내 앞에 와서 감사 인사를 건넸다. 난 그의 손을 맞잡고 일어섰다.

“대륙 일에 간섭한 대가입니다. 모두 제 잘못이지요.”

삼장법사는 구름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부탁을 들어주지 못합니다.”

“네?!”

“목적이 있어서 다시 하늘 섬을 찾은 거 아닙니까?”

삼장법사는 다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저흰 이제 아무런 간섭조차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난 삼장법사의 단호함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방법은 이것뿐이기에 난 바로 포기하지 않았다.

천리안은 하늘 섬 요괴들이 다 지닌 눈.

삼장법사의 마음이 이렇게 단단하면 다른 요괴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제 생각은 삼장법사 님과 다릅니다.”

때마침 사오정이 감정을 추스른 듯 일어서서 삼장법사를 불러 세웠다.

“사부님이 저희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잠자코 있다니요? 그러면 나중에 사부님 뵐 면목이 없습니다.”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복수한다고 끼린 사부님이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것입니다.”

오정은 삼지창을 들고 삼장법사와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삼장법사가 오정 앞을 막아 세웠다.

“네가 대륙 일에 간섭하면 또다시 하늘 섬에 재앙이 올 것이다. 네 행동이 우리를 죽음에 놓이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전쟁은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는 행위일 뿐이다.”

“과연 하늘 섬 요괴들도 삼장법사 님과 뜻이 같을까요?”

그 둘의 말다툼에 집중하느라 알지 못했다.

하늘 섬 모든 요괴가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저팔계가 사오정 곁에 서서 그녀를 지지하였다.

“저도 오정과 같은 뜻입니다.”

“후우.”

저팔계의 대답에 이어 주변에 있던 하늘 섬 요괴들의 울음소리가 이곳을 메웠다.

모두 복수를 하길 바라는 외침이었다.

“삼장법사 님은 억울하시지도 않습니까?”

“우리 요괴들이 먼저 한 짓이다. 우리 잘못이야.”

“그렇다고 사부님의 죽음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파수꾼님, 당신들 부탁에 제국 라노키아가 연관되어 있습니까?”

사오정이 두 눈을 부릅뜨며 내게 물었다.

우린 세계 정부의 공격에 당했고, 아마도 크라운과 아델라는 세계 정부가 데려갔을 것이다.

세계 정부는 제국 라노키아와 혈맹을 맺은 관계.

제국 라노키아와 연관이 없다곤 볼 수 없기에 난 오정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런 말 해서 죄송하지만,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난 오정이 아닌 삼장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삼장법사 님 말대로 전쟁은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는 행위입니다. 저도 그 때문에 동료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단 또한 전쟁입니다.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하늘 섬 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내 간곡한 요청에 삼장법사는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그 또한 슬픔에 눈이 충혈돼 있었다.

그리고 내 요청에 대답하는 삼장법사.

“하늘 섬을 지키고 싶네.”

“고맙습니다. 도와주셔서.”

난 삼장법사에게 심신이 안정되는 복개차를 건넸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복개차를 마시는 삼장법사.

거구의 양반이지만, 스승을 잃었다는 슬픔 때문일까?

그의 뒷모습이 하염없이 작게 느껴졌다.

“요괴님들도 드시면서 하세요.”

난 천리안으로 아델라와 크라운을 찾고 있는 하늘 섬 요괴들에게도 음식과 복개차를 나누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하늘 섬 요괴들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다.

물론 음식과 복개차는 제나의 능력 덕분에 나눠 줄 수 있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감사의 인사는 나만 받는 느낌이라 난 제나에게 고맙다고 전하였다.

그러자 제나가 손사래 치며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제나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매일 이런 생각이 든다.

난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해 준 것도 없는데 내게 헌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난 제나에게 고마운 마음을 항상 품고 있다.

“연애질은 그만하시고, 크라운과 아델라가 어디 있는지 찾아냈습니다.”

“진짜입니까?”

사오정이 말하길 현재 크라운과 아델라는 화이트우드 세계 정부 본부실에서 목격되었다고 한다.

난 그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내일 정상 회담이 세계 정부 본부실에서 치러진다 합니다. 4대 세력 대군주와 세계 정부 총사령관이란 거물들이 모여 황제의 암살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나 봅니다.”

“마음 같아선 세이시로가 황제를 암살한 범인이라고 진술을 하고 싶네요.”

마왕 브라고가 아니었으면 당장 세계 정부 총사령관에게 찾아가 진실을 고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말을 믿지도 않을 테고 지금 내 정체를 그곳에서 들킨다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 오늘 당장이라도 구하러 가죠. 오늘은 괜찮잖아요.”

“오늘도 위험해요. 당장 내일 정상 회담을 하니 오늘 도착하는 군주들도 있을 거예요. 아마 아서왕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도 정상 회담 때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럼 정상 회담이 끝난 뒤 구하는 게 안전하겠군요.”

“그게 최선의 방법이겠죠. 마음 같아선 정상 회담에서 아서왕을 죽여 버리고 싶지만, 아직 저희는 세력이 약하니 말이죠.”

사오정은 또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구름 밑 대륙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파수꾼이 이름이 아니라 세력을 지칭하는 말이더군요.”

“······?!”

난 사오정의 물음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천리안으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없습니다. 당연히 블랙우드에서 일어난 사건도 봤었죠. 그리고 신문에도 대서특필되어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 겁니다. 루기아 세계 최강의 빌런 마왕 브라고의 부활을······.”

“···죄송합니다.”

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할 뿐. 처음부터 그들을 속이고 찾아간 것도 맞았기에 마땅히 그들에게 내세울 핑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오정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다.

“죄송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저희는 좋습니다. 당신이 과거엔 극악무도했던 대마왕이라 하더라도 파수꾼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 아마 부활한 뒤엔 뭔가 심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수꾼은 누군가를 지킨다는 뜻이기도 하니깐요.”

사오정은 오히려 내 힘이 하늘 섬의 복수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 줄 요소라며 호의적인 태도를 갖췄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브라고 님을 알아본 결과 당신은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하늘 섬과 연맹을 맺어 주십시오. 삼장법사 님에겐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그녀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나 또한 하늘 섬 요괴들이 우리에게 앞으로 찾아올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 오정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 *

“두 시간 후면 정상 회담이 시작돼.”

한편. 화이트우드에 위치한 왕실에선.

크라운이 몰래 아델라의 침소에 들어가 안전하게 도망갈 루트를 알려 주었다.

“대피령이 떨어졌으니 여기 주변 거주민들 사이에 묻혀서 도망치면 아무도 모를 거야. 세계 정부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하면 동쪽에 위치한 삼다 도시로 가. 그곳이 가장 안전해.”

“이제 진짜 이별이군요.”

크라운은 아델라의 짐을 싸던 중 그녀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묵묵히 아델라의 짐을 정리했다.

짐이 다 정리된 후 아델라를 안전하게 세계 정부 본부 밖까지 빼낸 크라운.

진짜 세계 정부 본부 밖까지 나가니 이제야 헤어진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데.

그래서 아델라는 뒤돌아 크라운을 마주 봤다.

“그래도 훗날 인연이 되면 언젠가 다시 보는 날이 있겠죠?”

아델라의 물음에 크라운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뭔진 몰라도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그나마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하는 크라운.

“···그럼!”

그 말을 끝으로 크라운은 다시 세계 정부 본부로 아델라는 그 밖으로 걸었다.

“대군주님 오십니다!”

한창 세계 정부 본부는 경계를 갖추며 4대 세력의 대군주들을 모셨다.

범죄 집단 헨드릭스, 암살 집단 흑사협, 제국 라노키아, 집행자 소사이어티.

새로운 황제의 취임식이라는 명분으로 모였지만, 그들의 눈치 싸움은 세계 정부 본부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힘든 발걸음해 줘서 고맙네.”

세계 정부 총사령관실에 가장 처음 들어온 대군주는 집행자 소사이어티의 탄주였다.

탄주는 총사령관의 안내에 따라 내부에 구비된 원탁 테이블에 앉았다.

그 누구든 상석에 앉게 된다면 또다시 말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둥그런 원탁 테이블에 앉힌 것이다.

“저번 일은 미안하네. 아기루 황제님이 갑자기 암살당한 탓에 내가 다혈질적으로 행동했네. 자네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총사령관님.”

“역시 자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구먼.”

누구보다 냉철하고 차가운 눈빛을 지녔음에도 평화를 바라는 집행자. 새하얀 피부처럼 탄주는 그 누구보다 맑은 정신의 소유자였다.

탄주가 아니었으면 이미 루기아 세계는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황폐화됐을 것이었기에 바우트가 가장 존경하는 대군주이기도 했다.

“어, 아서왕 님. 오랜만이십니다.”

그러던 사이에 아서왕 또한 본부실로 찾아왔다.

비어 있는 자리 중 하나에 다가가 털썩 기대앉는 아서왕. 그는 묵묵한 자였기에 인사를 끝으로 가벼운 근황 토크 따위에 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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