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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40화 (4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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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제 아레스(3)

한편. 내게 끼린 사부의 행방을 물어보는 사오정.

난 그녀에게 진실을 말하기 두려웠다.

사오정도 이미 내 표정을 읽은 듯 눈물을 흘렸다.

전쟁엔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는 것처럼 아서왕이 돌아갔지만, 하늘 섬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한편 세계 정부 총사령관실에선.

크라운을 또다시 설득하는 바우트가 보인다.

“바로 내일 정상 회담이 이곳에서 있을 것입니다.”

“정상 회담이요?”

“네. 4대 세력 대군주들이 모여 회담 자리를 갖는 것입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다가 싸움이라도 나면요.”

“탄주가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는 전쟁을 싫어하는 고지식한 사내거든요.”

“집행자 소사이어티 대군주 말씀하시는 거군요.”

“황제님도 아실 건 다 아시는군요.”

“30년 동안 이곳저곳 다니며 악착같이 살아왔었으니 그런 정보는 다 알고 있습니다.”

바우트는 크라운의 대답에 따뜻한 차로 대응했다.

“마음이 편해지는 복개차입니다.”

크라운은 바우트가 따라 주는 복개차를 보곤 미소를 머금었다. 마왕 브라고가 자주 마시던 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행자가 있어도 저희 쪽엔 불리한 상황입니다. 저는 전쟁이 안 나기를 빌고 있지만, 이대로 황제의 암살 사건을 묵인한다면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칠 겁니다. 저 또한 이 사건을 그냥 묻어 버리기 싫고요. 그러니 저희의 황제가 되어 주십시오.”

“그런다고 민심이 돌아옵니까?”

“그렇고말고요. 오히려 시민들은 좋아할 겁니다. 30년간 천민의 신분으로 살아간 황제. 얼마나 멋있는 이야기입니까?”

크라운은 바우트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저 세계 정부의 허수아비 노릇이나 하라는 걸 돌려 말하고 있는 거 같군요.”

“아레스 님. 황제가 되시면 세계 정부가 아레스 님을 보필할 겁니다. 가장 강한 100명의 랭커들이 대장이란 칭호를 얻게 됩니다. 그런 자들이 아레스 님을 보필하는 겁니다.”

바우트의 설득에 크라운은 복개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한숨을 돌린 뒤 바우트에게 대답했다.

“제가 30년간 악착같이 살았던 이유는 언젠간 아기루 황제에게 제 손으로 직접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결국 복수는 하지 못했지만, 대상자가 없어졌어요. 삶의 이유가 없어졌으니 가장 강한 대장들의 보필도 필요 없어졌다 이 말입니다.”

크라운은 복개차를 또 한 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총사령관 바우트의 매서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저를 죽인다 협박한들 허수아비처럼 살아가진 않을 겁니다.”

이 말을 끝으로 크라운은 총사령관실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바우트의 물음에 크라운은 멈칫했다.

“···30년 전까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마왕 브라고가 부활한 소식은 알고 계십니까?”

크라운은 다시 뒤를 돌아 바우트를 바라봤다.

“마왕 브라고와 같이 있었더군요. 같이 잡혀 온 하스마 제국 공주와 함께 말이죠. 혹시 마왕에게 영혼이라도 판 것입니까?”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크라운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

“그럼 같이 잡혀 온 하스마 제국 공주를 좋아하시는 겁니까?”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번엔 바우트가 크라운의 대답에 헛웃음 쳤다.

“모르는 사람인데 지하 감옥에 있던 그녀를 왕실로 옮겼습니까?”

“···그들과 함께 다닌 건 맞지만 마왕이나 하스마 제국 공주인인지는 몰랐습니다. 저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말할수록 제 귀엔 그들이 아레스 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들리는군요.”

“······.”

“제가 감히 황제의 자손을 죽이겠습니까. 황제의 자리가 싫으시다면 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같이 잡혀 온 여인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계 정부의 총사령관이란 작자가 생각보다 비겁하군요.”

“그런 귀여운 도발은 안 통합니다. 결정하시지요. 동료를 지키고 황제가 되실지. 아니면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실지.”

바우트는 이 말을 끝으로 먼저 총사령관실에서 나왔다.

홀로 그곳에 남은 크라운.

혼란스러운지 식탁에 있던 복개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 * *

세계 정부를 지나 화이트우드 도시 쪽으로 걷다 보면 평온한 풍경들이 보인다.

화이트우드가 블랙우드 다음으로 작은 대륙이라 그런지 이곳은 치안이 좋다.

매일 대장급 장군들이 들락날락하는 대륙이니 아무리 멍청한 놈이라도 이곳에서 범죄를 저지를 생각 따위 못 할 것이다.

“공주님, 오늘 축제가 있다고 합니다.”

신분을 중요시하는 대륙 중의 하나가 화이트우드라 이곳에 왕족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아델라는 크라운의 도움으로 지하 감옥에서 빠져나온 다음 답답한 듯 화이트우드 도시 쪽으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보이는 공주와 그녀의 수하들.

그들을 지켜보던 아델라는 자신의 수하였던 백묘와 강율이 그리워졌다.

매일 자신들을 희생하며 자기를 보필했던 가족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흐음.”

아델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였다.

그때 아델라의 어깨를 치는 한 사람.

뒤를 돌아보니 크라운이 서 있었다.

“크라운 님?”

“왕실에서 나갔다고 하길래. 어디 가는 중이야?”

“그냥 답답해서 걷고 있었습니다.”

아델라는 크라운을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매일 덥수룩했던 머리로 이마를 가리고, 꼬질꼬질한 옷만 입었던 크라운.

그러나 지금은 머리도 이마 위로 올렸고,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앞머리를 올리니 크라운의 이마에 새겨진 황족의 문양이 보였다.

“왜, 반했냐?”

아델라가 자신을 멍하니 뚫어져라 바라보니 크라운은 어색한 듯 틱틱거렸다.

그러자 얼굴을 붉힌 채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아델라.

“이제야 사람다워서 그럽니다.”

크라운의 장난에 아델라는 몸이 경직된 채 그 자리에서 벗어나 도시 쪽으로 걸어갔다.

“같이 가!”

크라운은 아델라의 뒤를 따랐다.

“오늘 축제가 있나 봅니다.”

노을이 질 무렵. 세계 정부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도시에 도착한 아델라와 크라운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매료된 듯 그곳을 구경하였다.

그곳에선 다양한 구경거리들이 즐비했고, 퍼레이드도 준비 중이었다.

“저거 하자.”

그때 크라운이 사격장을 가리키며 아델라를 이끌었다.

말이 사격장이지 비비탄 총으로 풍선을 맞히는 게임이라 성인보단 어린이들이 많았다.

“애도 아니고 저걸 하자고요?”

“황제로 얼굴 팔리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 봐야지.”

“황제가 되기로 마음먹은 겁니까?”

“···응. 떠돌이처럼 다니는 것보단 최고 권력자인 황제 자리가 훨씬 낫잖아.”

그 말을 끝으로 크라운은 아델라의 팔목을 잡고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명중이요!”

두 사람은 사격을 시작으로 그곳에 배치된 놀이기구를 타거나 사진을 찍으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해가 지고 밤이 되자 배가 고파져 식당 테라스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

아델라의 손엔 사격으로 따 낸 큰 곰 인형이 들려 있었다.

“내 사격 실력 봤지? 검객이 아니라 저격수를 해야 했는데.”

“애들 놀이에서 1등 했다고 너무 기고만장하는 거 아닙니까?”

“요즘 애들 성장이 얼마나 빠른데. 우리 때랑 같지 않아.”

“아주 잘나셨습니다.”

어깨가 한껏 올라간 크라운에게 퉁명히 답하는 아델라.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행복한 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때 퍼레이드가 진행되었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불빛을 자아내는 퍼레이드였다.

아델라의 동공에 아름다운 불빛들이 비쳤다.

그곳에 매료되어 그녀는 한참 동안 반딧불이를 쳐다봤다. 음식이 나왔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말이다.

“브라고와 제나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크라운이 음식을 아델라 앞으로 가져다 놓으며 말했다.

그제야 음식이 나온 것을 인지한 아델라.

그러나 크라운의 말은 제대로 듣지 못한 듯 그를 보며 다시 물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아냐, 아무것도. 여기 피자 맛있네. 빨리 먹어 봐.”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와 크라운은 당황한 채 음식으로 화제를 돌렸다.

아델라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치즈피자 때문에 또다시 물어보지 못했다.

“내일 정상 회담이 세계 정부 본부에서 치러진대. 그때 틈을 봐서 이곳에서 몰래 도망치게 해 줄게.”

식사하던 중 크라운이 주위를 둘러보며 아델라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내일 이곳에서 안전하게 빼 준다는 약속이었다.

“정상 회담이라 하면?”

“응. 세계대전 휴전했을 당시처럼 내일 네 개 세력의 대군주들과 세계 정부 총사령관이 한곳에 모여 회의를 한대. 아마 새로운 황제 취임식 때문이겠지.”

“내일 진짜 이별이네요.”

“내일부턴 크라운이 아니라 아레스로 살아갈 듯싶어.”

떨리는 크라운의 음성.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 옆에 있던 콜라를 한 모금 마신 채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제 복수의 대상도 없어졌겠다. 아등바등 사는 것보단 황제가 돼서 사는 게 훨씬 낫잖아.”

“그래도 같은 뜻을 품었던 동료 아닙니까. 나중에 다시 만날 땐 동료가 아니라 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델라의 물음에 크라운은 입만 웃은 채 헛웃음을 쳤다.

‘제가 감히 황제의 자손을 죽이겠습니까. 황제의 자리가 싫으시다면 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같이 잡혀 온 여인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갑자기 바우트의 협박이 머릿속으로 회상되었다.

황제가 되지 않으면 동료들이 위험하다.

그 때문에 크라운은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없었다.

“황제가 되면 세상이 내 것이 될 텐데 너라면 이것을 마다하겠어? 나 같으면 허수아비 역할이라도 좋다고 황제 자리에 앉겠다.”

그래서 크라운은 장난치며 대답했다.

“지금 장난칠 때입니까? 진지한 상황엔 진지해지세요.”

그러나 크라운의 가벼운 행동에 아델라는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

“···진지해지면 뭐가 달라져?”

“네?”

반딧불이 퍼레이드가 끝이 나고 크라운과 아델라 사이로 불꽃이 올라갔다.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에 폭죽이 터졌다.

아주 아름답고 환하게 말이다.

한편 하늘 섬에선.

제국 라노키아 대군주 아서왕의 침략에 하늘 섬 주변은 엉망이 되었다.

갑자기 라노키아 11군주 다이몬이 나타나 싸움을 막아 세우고 아서왕을 데리고 가서 끝장을 보진 못했지만, 하늘 섬 요괴들은 두려움과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이자 사부인 쿵후 판다 끼린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 죽여 버릴 거야!”

저팔계는 끼린의 무덤을 보곤 소리쳤다.

그의 목청은 남들과 남다르게 매우 컸다.

마치 굉음과도 같았다.

“팔계야, 뇌 울린다. 그만하거라.”

다행히 삼장법사가 팔계를 진정시켰다.

나 또한 잠시나마 사부 역할을 해 주셨던 끼린 사부님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엄청 강한 분이셨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온 목적 잊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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