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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36화 (3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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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부

“마왕님, 그냥 저 둘이 싸우게 내버려 두시죠.”

스킬로 묶어 낸 뒤에도 서로 죽일 듯 노려보는 크라운과 아델라.

더구나 제나는 오히려 재밌다며 싸움을 부추기고 있었다.

“파우스트도 문제지만 저 두 사람도 문제네.”

“마왕님도 궁금하지 않습니까? 두 사람 중 누가 더 강한지?”

“···두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이었네.”

앞길이 구만리인데 지금부터 이렇게 삐걱대니 앞날이 참으로 걱정됐다.

그때 삼장법사와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온 듯 사오정이 나타났다.

“삼장법사 님이 뭐라 하십니까?”

“······.”

그러나 사오정은 삼장법사와 대화를 한 이후부터 갑자기 묵언 수행에 들어간 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갑하다······.”

* * *

“탄주, 거기 있는가?”

한편. 아기루 황제를 암살한 것이 흑사협의 짓이라 생각한 세계 정부 총사령관 바우트는 블루우드를 찾아가 집행자의 대군주 탄주를 불렀다.

“바우트 님, 무슨 전쟁이라도 벌이러 가십니까?”

탄주는 바우트에게 물었다.

바우트 곁에 일제히 집합한 사람들이 단순 수하들이 아닌 대장급 장군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신도 소문을 알지 않은가?”

“알고 있으나. 바우트 님께서 전쟁을 일으키면 저희의 입장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아시지 않습니까?”

“알고 있지. 먼저 공격당한 세력에게 힘을 나누어 주겠지. 그것이 당신들의 존재 이유 아닌가.”

“그런데 왜 대장급 장군들을 불러 모아 오셨습니까?”

탄주는 정색하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바우트 또한 심기가 불편한 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기루 황제가 암살당해도 바보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으라는 말이군.”

바우트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에게 물어보겠네. 그들에게 동료를 잃으면 당신들은 어찌하겠나.”

“···그렇다고 전쟁은 일으키지 않을 겁니다.”

“흐흐흐······.”

바우트는 탄주의 대답이 어이없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소사이어티 도시에 크게 울려 퍼질 정도로 말이다.

“자네들이 갑자기 사라졌었다는 소식은 들었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생각 못 해 봤나? 그들이 우리를 건드리려고 자네들을 잠시 사라지게 만든 것일세!”

바우트가 분노 섞인 목소리로 탄주에게 소리쳤다.

그의 분노한 목소리만으로도 소사이어티 도시 건물들이 흔들렸다.

“아마도 헨드릭스와 흑사협은 우리가 전쟁을 일으킨다고 선언하면 집행자들이 도와줄 것으로 생각해서 우리의 황제를 암살한 것이겠지. 그러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뿐일세. 아기루 황제는 우리의 상징. 자네들이 어떠한 스탠스를 취한다 한들 전쟁은 피하지 못할 것이야.”

바우트는 이 말을 끝으로 대장급 장군들과 블루우드를 떠났다.

* * *

“뭐?! 끼린 사부님을 잡았다고?”

한편. 난 삼장법사에게 찾아가 정중히 긴고아를 내어 달라 부탁했다.

삼장법사는 미처 우리가 끼린을 반나절 만에 잡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듯 크게 놀라워했다.

그리고 우릴 의심하며 물었다.

“긴고아는 어디다 쓸 것인가?”

“통제 못 하는 동료 한 명이 있습니다. 악용할 생각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삼장법사는 내 말을 듣고 끼린 사부님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끼린 사부님은 우리를 좋게 봤는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인정해 주었다.

“뭐, 약속은 약속이니 긴고아는 주겠네. 근데 통제 못 하는 동료가 한 명이라고?”

삼장법사가 의아한 듯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아직까지 죽일 듯 노려보는 크라운과 아델라가 보였다. 그 중간에서는 싸움을 부추기는 제나가 얄밉게 서 있었다.

“도대체 통제하려는 동료가 누구인가?”

* * *

긴고아는 생각보다 빨리 만들어졌다.

사오정과는 옐로우우드에서 위험한 상황을 같이 겪은 동료라 마지막 파티를 벌인 뒤 블랙우드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그럴 분위기도 아니고 우리도 한시가 급했기에 뒤풀이는 나중에 하기로 한 뒤 블랙우드로 돌아갔다.

“아직까지 서로 삐져 있는 상태야?”

삼장법사가 마련해 준 근두운을 타고 빠르게 블랙우드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직도 서로 말 없는 크라운과 아델라.

뭐,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다.

미운 정도 정이니깐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접근 금지 지역을 지나 지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마법진이 있는 백화점에 들어서자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가 내 몸을 지배했다.

“에어컨 틀어져 있는 거 아냐?”

크라운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당신들은 포위됐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그 순간 갑자기 그곳에서 잠복하고 있던 군사들이 총을 겨눈 채 명령했다.

“어쩐지 너무 싸늘하고 고요하더라.”

난 잠복한 군사들을 보곤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자세를 갖췄다.

“뭐야, 일개 병사들이야?”

크라운도 검을 뽑아 그들을 위협했다.

그런데 그곳엔 군사들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거기까지다, 브라고!”

군사들 뒤로 나타난 세계 정부 소속 대장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수십 명이었다.

세계 정부 소속 대장급 장군들이 수십 명 모인 것은 이번이 아마 두 번째일 것이다.

마왕 브라고를 공략하기 위해 66명이 모였을 때가 첫 번째였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3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대장급 장군들.

그때와 달리 지금 마왕은 외관상만 브라고일 뿐 속은 나약한 공황장애 환자일 뿐이다.

“공격하라!”

“옥타비아누스!”

대장들이 공격하자 난 그들을 묶기 위해 스킬을 썼다.

군주들만큼의 무력과 마력은 지니지 못한 대장들.

다행히 내 스킬에 꼼짝없이 묶여 있는데.

그러나 수십 명의 대장을 모두 스킬로 묶어 버리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브라고 님!”

제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그때 뒤쪽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자 그린우드 교도소에서 만난 대장 플리처가 마력을 채운 검을 휘둘렀다.

챙!

다행히 플리처의 일격을 크라운이 막았다.

그러나 플리처를 필두로 내 스킬을 한둘씩 푸는 대장들.

그들을 모두 제압하는 건 아무리 마왕이라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난 그들을 향해 손을 뻗고 중력 에너지 파를 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 너머로 민간인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젠장.”

중력 에너지 파에 휘말리면 대장들은 모르겠지만, 일반 민간인들은 재가 되고도 남았다.

그래서 난 스킬을 발동시키지 않았다.

그때 옥타비아누스 스킬을 풀고 내게 다가오는 대장들.

아델라와 크라운이 맞서도 수적으로 밀렸기에 나도 그들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무력 또한 대장급 장군들의 수준을 뛰어넘었기에 내 공격은 먹혔다.

“마왕님, 조심하십시오!”

그러나 대장들의 맹공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맹공격을 막다가 철퇴를 휘두르던 대장에게 타격을 입었다.

“커억.”

철퇴를 맞은 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

그러나 난 먼저 손가락에 낀 단잉의 반지 상태를 확인했다.

금이 갔지만, 다행히 깨지지 않았다.

“제나! 단잉의 반지 좀 많이 소환해 줘.”

철퇴가 한 차례 또다시 나를 향해 던져졌다.

그러나 두 번 이상 당할 정도로 내 몸은 약하지 않았다.

주먹을 뻗어 강력한 철퇴를 내려찍었다.

그러자 산산조각이 난 철퇴.

“마왕님, 이거 받으십시오.”

제나가 단잉의 반지와 고글을 건넸다.

그리고 연막탄을 백화점 곳곳에 소환시켰다.

우린 제나의 고글 덕분에 연막이 쫙 깔렸어도 대장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십 명의 대장을 상대하기엔 수적으로 밀린다고 생각했기에 난 동료들을 이끌고 도망쳤다.

“왜 에너지 파 같은 거 안 써?”

“주위에 민간인들이 너무 많아.”

“···미친놈.”

위급한 시기에 민간인까지 생각하고 있냐며 크라운이 버럭 내게 소리 질렀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다.

지금이 얼마나 위급한 상황인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엄청 강했던 웬디고를 손쉽게 이겼던 사건 때문이었을까?

강한 내 힘과 공황 증세를 막아 주는 단잉의 반지만 있으면 죽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함이었다.

“제나!”

대장이 쏜 활이 제나의 왼쪽 허벅지를 관통시켰다.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세계 정부 소속 대장들은 전 세계 군사 중에서 TOP 100위에 뽑힌 랭커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서 연막탄 하나에 의존한 채 도망간다는 것 또한 오만함이었다.

“괜찮아?”

“제가 치유하겠습니다.”

난 제나를 부축하며 백화점 옥상에 올라섰다.

옥상에 다다르자 제나가 자신의 몸에 박힌 화살을 표정 하나 일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뽑아냈다.

그리고 아델라가 그녀의 상처를 치유했다.

“마왕님, 세계 멸망을 이루려면 약한 모습이 아닌 악한 모습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난 제나의 말을 곱씹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말은 아니었다.

민간인을 생각하는 게 약한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없어.”

그래서 난 대답했다.

내 대답에 화살이 몸에 박혔어도 표정 하나 일그러지지 않았던 제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델라 병에 단단히 걸렸구만.”

크라운이 내 대답에 비아냥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제나를 치유하던 아델라가 화를 냈다.

“백성들을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건가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뭉친 거 아닙니까?”

“너조차도 평등하게 보지 않잖아. 너도 마음속으로는 백성보다 네가 더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그러니 위선을 떨어 대지.”

“뭐라고요?!”

아델라가 크라운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크라운도 지지 않고 용검을 휘둘렀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제나도 다쳤고, 밑에선 대장들이 우릴 죽이러 쫓고 있는데 내부 분열이라니.

난 화가 났다.

“난 그만 질렸어. 이곳에서 나가겠어.”

그러나 분노한 것도 잠시, 크라운의 그만둔다는 대답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크라운, 우리 동료잖아.”

“동료는 얼어 죽을. 동료의 생명보다 민간인의 생명이 더 중요해?”

“그 말이 아니잖아······.”

“그 말 맞아. 나 지금 고구마 100만 개 먹은 것처럼 네 행동이 답답하다고.”

크라운은 내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였기에 난 그를 설득했다.

그러나 크라운은 나와 아델라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혼란스러웠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일까?’

속으로 되짚어 보았다. 민간인을 보호하면서 4대 세력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난 강한 마왕이니.

그러나 지금의 난 내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

“조심해!”

그때 다급한 제나의 외침이 들렸다.

대장들이 연막에 가린 우리의 모습을 찾아 버린 것인데.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우릴 공격했다.

나와 달리 민간인들이 휘말려도 상관하지 않은 채 말이다.

“궁극기(窮極技) 최후의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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