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살집단 흑사협(3)
한편. 크라운은 버서커의 공격을 막아 낼 뿐 반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천하제일 검과 합을 겨뤄 보니 검술의 실력 차이가 컸다.
버서커는 검술로만 따지면 대군주 세이시로보다 강한 자였기에. 크라운이 상대하기엔 단 10초도 버거운 상대였다.
“이 스킬까지는 안 쓰려고 했는데.”
그래서 크라운은 자세를 다시 다잡았다.
“궁극기 영혼 가르기.”
웬디고 소굴에서 올스턴 장군을 단번에 쓰러뜨린 스킬.
크라운이 궁극기를 쓰자 용검의 칼날들이 수천 개로 휘날리며 버서커를 향해 날아갔다.
“크윽.”
천하제일 검도 크라운의 궁극기는 막아 내기 벅찬 듯 수천 개의 칼날 중 하나가 버서커의 옆구리를 베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올스턴 장군을 갈기갈기 찢었던 궁극 스킬인데.
버서커는 단 하나의 칼날을 제외한 모든 칼날을 튕겨 냈다. 그리고 단숨에 크라운 앞에 다가섰다.
“죽어라.”
버서커는 적성의 정신을 크라운 앞에 내려찍었다.
“큰소리치더니 당하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그러나 버서커의 검은 크라운에게 닿지 못했다.
사오정이 삼지창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마왕은?”
“거기는 괜찮을 거야. 나보다 더 든든한 존재가 갔거든.”
* * *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 젊은이들끼리 그렇게 죽기 살기로 싸우면 어찌하나.”
난 여포의 궁극기를 정통으로 맞으려 했다.
몸의 출혈이 마음의 출혈보다는 더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눈을 떠 보니 가드를 한 탓에 다행히 내 공황 증세를 막아 주는 단잉의 반지는 무사했다.
그런데 내 몸 또한 아무 피해도 받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왜 피해를 받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쿵후 판다 끼린 사부님이 나타나 여포의 궁극 스킬을 막아 냈기 때문이다.
“당신은 뭐야!”
여포가 끼린을 향해 천룡 언월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날쌘 끼린을 맞히기엔 천하의 여포도 벅찬 상황.
“예전부터 궁금하긴 했어. 지상 최강의 무력을 갖고 있다던데. 한번 그 무력 맛 좀 볼까?”
자기 몸집보다 네 배 정도 큰 여포의 무력을 버티는 끼린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사부님, 저도 돕겠습니다.”
지상 최강의 무력을 지닌 여포와 하늘 섬 최강자 끼린의 대결의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이곳은 무도장이 아니다.
이길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승부를 봐야 하는 싸움이다. 그래서 난 끼린 사부님에게 배운 궁극기를 준비했다.
이 궁극기는 끼린 사부님이 도저히 이기지 못할 상대에게만 사용하라고 신신당부했었는데.
그때가 지금인 것 같았기에 난 자세를 갖췄다.
“궁극기······.”
그런데 그때. 가이라 도시에 있던 닌자들이 여포와 버서커를 향해 다가왔다.
“계획이 차질없이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버서커는 공격을 멈추었다.
사오정이 힘을 보태도 버서커에게 밀리는 순간이었기에 그가 공격을 멈추니 잠시 숨을 돌리는 두 사람.
그런데 살기 가득했던 버서커가 갑자기 적성의 정신을 칼집에 넣었다.
그러자 적성의 주인 여포 또한 사라졌다.
“알겠네.”
그리고 수하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모습을 감춰 버리는 버서커.
확실히 암살 집단 흑사협의 은신 기술은 마왕인 내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후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은신한 뒤 5분이 지나도록 다시 공격하지 않는 것을 봐선 도망갔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래서 우린 승부는 끝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사라졌기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그 시각. 블루우드.
집행자 소사이어티 회의장에서 사라진 집행자들과 삼장법사가 나타났다.
“어···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예민한 감각으로 이상함을 느낀 집행자들.
밖을 확인했지만, 소사이어티 도시의 평온한 광경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탄주 님도 느끼셨습니까?”
“흠······. 뭐가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인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시간이오.”
그때 회의장에 같이 있던 삼장법사가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분명 회의를 시작했던 시각이 오후 7시였는데. 지금은 5시를 가리키고 있소.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면 하루가 지났다는 건데.”
“흐음. 그렇군요.”
삼장법사의 추리에 탄주는 바깥 상황을 다시 확인하였다.
그러나 소사이어티 도시는 평온한 상황.
그래서 탄주는 의아했다.
“소사이어티 도시 바깥 상황도 봐야겠어.”
* * *
옐로우우드에서는 제나가 의료 기구를 소환해서 아델라를 회복시킨 탓에 다행히 골든 타임은 놓치지 않았다.
더구나 아델라는 자가 치유도 가능했기에 정신을 차린 이후엔 자신의 치유 능력만으로도 완벽하게 몸을 회복시켰다.
난 무사한 아델라의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던 중 어느새 노을이 졌다. 그만큼 오늘 하루가 빨리도 가 버린 것인데.
오늘 하루는 길었다.
새벽부터 끼린 사부의 특훈이 있었고, 낮엔 암살 집단 흑사협의 대군주 세이시로와 마주했고, 아기루 황제가 암살됐다는 소식도 들었고, 흑사협 2군주 버서커, 그리고 적성의 주인 여포와 혈투도 했었다.
“으아, 피곤하다.”
그래서 아직 해가 저물지도 않은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녹초가 된 상황.
우린 근두운을 타고 다시 하늘 섬으로 올라가 옐로우우드의 동태를 살폈다.
그런데 그때 사오정이 귀신이라도 본 양 크게 소리 질렀다.
“오정아, 심장 떨어질 뻔했다.”
우리가 그토록 찾고 다녔던 삼장법사가 하늘 섬 마을에 태평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제국 라노키아의 본거지가 있는 골드우드.
정찰대들은 그곳에서 라노키아 대군주 아서왕을 찾았다.
그가 있던 곳은 골드우드 외곽의 버려진 공터였다.
“긴급 상황입니다. 대군주님.”
버려진 공터엔 핏자국이 흥건했고, 아서왕 뒤로 두 명의 요괴들이 쓰러져 있었다.
“들었다. 조카가 암살당했다고.”
급히 아서왕을 찾은 이유는 암살당한 황제 아기루가 그의 조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하나뿐인 조카였는데.
조카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아서왕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계대전을 일으킬 것입니까?”
“모르겠네. 집행자들이 있으니.”
“아! 그리고 세계 정부에서 임시로 황제의 자리에 아서왕 님이 앉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임시로?”
오히려 아서왕은 조카의 죽음보다 정찰병의 ‘임시’라는 단어가 거슬린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압도당한 정찰병.
“아··· 아닙니다. 말실수입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바로 아서왕에게 엎드려 절을 한 채 용서를 구했다.
그러던 중. 아서왕 뒤에서 꿈틀거리는 두 요괴.
그들은 제천대성 손오공과 무술을 겨루기 위해 골드우드로 향한 하늘 섬의 요괴.
평천대성 우마왕과 혼세마왕이었다.
“커헉.”
그러나 그들은 깊은 타격을 받은 듯 피를 토하고 있었다.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의 눈빛인데.
그럼에도 살아 있는 상태를 본 아서왕은 금성의 정신을 휘둘렀다.
그 탓에 아서왕의 얼굴에 마왕들의 피가 튀겼다.
얼굴에 튀긴 피를 손등으로 문질러 닦아 보려 하지만, 오히려 더 번질 뿐이다.
“정찰대.”
“네, 아서왕 님.”
“흑사협뿐만 아니라 하늘 섬도 우릴 얕봤는지 자꾸 건드린다.”
“죄··· 죄송합니다. 골드우드 경계를 더 강화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얕보지 않게 우리가 먼저 나설 것이다. 힘의 차이를 맛보면 멍청하지 않은 이상 우리가 건드리면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알겠지.”
아서왕은 금성의 정신을 칼집에 넣고 홀로 피바다가 된 공터에서 벗어났다.
그 뒤로 남은 요괴들의 시체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죽어 있다.
* * *
“아기루 황제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은 충격이네.”
그 시각. 하늘 섬 삼장법사의 사옥에서 사오정은 이제껏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집행자와 함께 사라진 현상이 범죄 집단 헨드릭스 1군주 아이젠의 능력일 수도 있다는 것과 옐로우우드에 가서 세이시로를 만났는데 그가 아기루 황제를 암살한 용의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먼저 공격한 쪽은 헨드릭스와 흑사협이라는 건데.”
삼장법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늘 섬은 대륙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던 곳이다.
하늘 섬 소속 마왕들은 제천대성 손오공과 힘을 겨루기 위해 라노키아로 향했고, 사오정은 세이시로가 아기루 황제를 암살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니.
“이래서 블루우드에도 안 가려 한 것인데.”
삼장법사는 또다시 한숨을 쉬며 사오정을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곁눈질하자 무언가 찔린 듯 화를 내는 사오정.
“어차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되면 저희에게도 영향이 갑니다.”
“누가 뭐래~ 그냥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장난치시는 겁니까?”
“몰라. 답이 없을 땐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오래 살아.”
삼장법사는 벌러덩 마룻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사오정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산다 한들 혼자면 외롭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 후 자리에서 사라졌다.
삼장법사는 그녀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손으로 눈을 가렸다.
* * *
“아기루 황제님은 저에게 고종사촌이라 마음이 좋지는 않네요.”
한편. 하늘 섬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던 와중 아델라가 아기루 황제의 명복을 빌어 줬다.
황족은 1대 아기루 황제의 형제들로부터 이어진 것이기에 아델라도 그와 연관이 있던 사이였다.
“레드우드에서 그런 수모를 당할 동안 황족은 돕지도 않았는데 밉지도 않냐?”
크라운이 아델라가 아기루 황제의 명복을 빌어 주는 모습을 보고 비아냥거리며 투덜댔다.
“아기루 황제와 고종사촌이라잖아. 마음이 쓰이는 거겠지.”
괜히 크라운의 비아냥이 아델라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어 난 그가 알아듣게 얘기했다.
“어차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아기루 황제 또한 죽어야 하는 대상이었어. 잘된 일이지.”
그러나 계속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크라운.
그의 눈치 없는 모습에 난 아델라가 신경 쓰였다.
“그만해. 크라운.”
그래서 일단 크라운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희한하게 오늘따라 예민해 보이는 크라운.
“아니, 쟤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지잖아. 무슨 초상집 온 것처럼.”
“후우. 그만하랬지.”
아무리 크라운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자꾸 하니 제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잠시 크라운을 스킬로 묶으려고 했다.
퍽!
그러나 내 스킬보다 먼저 크라운의 얼굴로 향한 아델라의 펀치.
그대로 크라운이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아델라가 힘 조절을 했는지 펀치의 위력은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힘 조절을 하지 않고 때리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
“뭐야! 죽을래?!”
크라운은 일어서서 아델라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용검을 꺼내 들어 그녀를 향해 겨누었다.
“이봐, 둘 다 그만해! 크라운, 검 내려!”
난 두 사람을 중재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크라운이 내 말을 무시한 채 아델라를 향해 일격을 날렸기 때문이다.
아델라 또한 돌연변이화된 후 본격적으로 크라운과 난투전을 벌였다.
“옥타비아누스!”
그래서 난 더 사태가 안 좋아지기 전에 할 수 없이 스킬로 두 사람을 바닥에 내리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