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살집단 흑사협(2)
“오랜만에 합이 맞는 상대와 만나니 즐겁구나!”
한편. 도시 외곽 부근에선 크라운과 아델라가 여포의 강력한 일격을 겨우 막아 낸 채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던 두 사람도 여포의 적토마의 속력엔 장사 없었다. 천룡 언월도를 공중에 돌리며 두 사람을 향해 일격을 가하는 여포.
하스마 건틀릿으로 겨우 막아 냈지만, 아델라가 그 충격파로 인해 저 멀리 날아가 쓰러졌다.
“아델라!”
아델라가 쓰러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크라운.
그러나 그 또한 누굴 걱정하긴 이르다.
또다시 여포가 천룡 언월도를 돌려 크라운에게 일격을 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도망쳐!”
그때 제나가 여포 주변에 폭발물을 소환시켰다.
크라운 또한 휘말릴 수 있을 정도의 대량 물량이었다.
“이봐, 나 아직 여기 있어!”
크라운이 제나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폭발물이 터지며 거대한 굉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그 굉음 때문이었을까? 확성기에서 들리던 긴급 뉴스가 그들의 귀까지 닿지 않았다.
“괜찮습니까?”
거대한 폭발이 끝나고 제나는 아델라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다행히 크게 다친 부분은 없어 보이는 아델라.
제나는 그 모습에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이 악마 X아!”
다행히 크라운도 죽지는 않은 듯 카랑카랑한 음성이 연기 자욱한 방향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뒤이어 여포 또한 자그마한 충격조차 받지 않은 듯 멀쩡히 서 있었다.
“말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할 것 같은데. 이럴 때 마왕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최대한 빠르게 돌아온다고 하니 버티고 있으면 오실 겁니다.”
“크윽. 희망적인 대답이면서도 절망적인 대답이네. 빠르게 돌아온다는 건 도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그만 쫑알거리고 저 괴물 어떻게 죽일지 고민이나 해 봅시다.”
제나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자 여포가 적토마를 탄 채 또다시 천룡 언월도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다 마왕 오기 전에 우리 모두 죽겠어.”
“그! 끼린 사부님을 잡았을 때처럼 팀워크를 발휘하죠.”
절규만 남은 상황에서 아델라가 의견을 제시했다.
힘을 합쳐 끼린과의 술래잡기에서 이겼을 때처럼 서로의 약점을 보완시키며 강점을 극대화하자고.
“우리가 팀워크가 있어 보여?”
그러나 매일 싸우는 3인방이 모인 상태.
전혀 팀워크를 기대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다시 무턱대고 여포와 싸우기엔 무력이 너무 달리는 상황.
그때 아델라가 입을 열었다.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 * *
그 시각. 가이라 도시에선 아기루 황제가 죽었다는 소식에 모든 시민이 패닉에 빠진 듯 확성기만 쳐다봤다.
그들 또한 아는 것이다.
아기루 황제가 암살당했다는 건 조만간 세계대전이 또다시 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전투 가능한 병력을 모집해!”
그리고 생각보다 더 빨리 암살 집단 흑사협은 전쟁을 대비했다.
병력을 강제로 끌어모으는 군대.
그 때문에 순식간에 가족, 그리고 연인과 헤어지는 시민들이 이곳저곳 즐비했다.
* * *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절규만이 가득한 행위입니다.”
한편. 순식간에 가족과 연인을 잃은 시민들의 모습에 사오정은 세이시로에게 전쟁에 대한 정의를 얘기했다.
그러나 세이시로는 사오정의 답변에 헛웃음을 지었다.
“뒤에 계신 분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나를 딱 지목해서 물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오정과 같은 내 의견까지 듣고는 세이시로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10성 괴수인 라의 신이 가이라 도시로 내려왔다.
태양의 신이라 그런지 라의 신은 너무나 뜨거웠다.
약한 자들은 몸이 불타 사라질 정도로 말이다.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자기들 도시 시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세이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길.
“저희에겐 약한 종족 따윈 필요 없습니다. 이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입니다.”
“미친 사상이군.”
“신분 제도보단 나은 사상이죠.”
세이시로가 칼집에 칼을 넣었다. 그러자 10성 괴수 라의 신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미 불타 없어진 집과 거리.
그곳은 이젠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인간들에게 사람 취급도 못 받던 종족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들이 다른 타 종족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죠. 물론 전 인간이지만, 같은 종족이라 불리기 창피할 정도로 그들이 추구하는 신분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입니까? 그것도 황제를?!”
“황제도 같은 사람 아닙니까? 하늘 섬 요괴분들은 과거 우리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
“당신들은 예전처럼 그저 대륙의 일을 관망하기만 하십시오.”
그때 외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저쪽은 동료들이 있는 방향인데!’
현재 흑사협의 대군주 세이시로와 마주하고 있음에도 난 동료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다.
그래서 폭발음이 들렸던 방향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걱정하시는 표정입니다? 가 보십시오. 저희도 이제 전쟁 준비로 바쁘니 굳이 하늘 섬 분들과 싸우기는 싫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세이시로가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이후 사오정은 대사관에 들어가 서쳐를 찾았지만, 서쳐 또한 세이시로처럼 감쪽같이 사라진 상황.
할 수 없이 우린 빈손으로 대사관에서 나갔다.
* * *
한편. 여포가 적토마를 타고 천룡 언월도를 다시 휘두르자 주변에 있던 바위들이 갈라졌다.
“오랜만에 날뛰니 재밌는구먼!”
불행 중 다행으로 가이라 경비대들은 여포의 일격에 혹여나 휩쓸릴까 봐 경계 태세만 갖춘 상황.
천하제일 검 버서커 또한 여포 홀로 날뛸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그 계획이 먹힐 것 같아?”
크라운과 제나는 날뛰는 여포를 보며 아델라가 준비한 계획대로 전투 준비를 갖췄다.
“제나 님, 한 번 더 폭발물 소환시켜 주세요. 아까보다 두 배 더 많이!”
아델라의 신호와 함께 제나가 먼저 여포 주변에 대량의 폭탄물을 소환했다.
그리고 또다시 굉음과 함께 폭발물이 터졌다.
그러나 역시나 여포에겐 폭탄은 무용지물이었다.
“어디 있느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폭발물은 단지 여포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용도일 뿐이니 말이다.
크라운이 용검을 휘두르며 여포와 합을 맞췄다.
크라운 머리엔 고글이 씌워져 있었다.
폭발물로 인해 생긴 안개 속에서도 여포를 볼 수 있는 적외선 고글이었다.
여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100% 직감만으로 크라운을 상대해야 했지만, 크라운은 여포가 어디 있는지 다 보였다.
그리고 계획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무리 일당백이라고 칭하는 여포라 하더라도 눈과 귀가 가려진 상태에서 싸우기엔 한계가 있었다.
손까지 묶이면 분명 틈새가 생길 것이다.
현재 크라운과 합을 맞추느라 여포의 두 손은 천룡 언월도에 가 있는 상태.
“궁극기(窮極技), 하스마 권!”
그 틈새를 노리고 있던 아델라가 쿵후 마스터 끼린에게 배운 궁극기를 시전했다.
바로 왕가의 무기 하스마 건틀릿을 낀 두 주먹을 모아 일격을 가하는 기술.
하스마 건틀릿 또한 9성 초고레벨 무기로 아무리 여포라 하더라도 큰 충격을 먹일 만한 일격이다.
그자가 나서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
분명 여포의 복부를 강타하려고 궁극기 하스마 권을 사용해 주먹을 뻗었는데. 하스마 건틀릿은 여포에게 닿지 않았다.
짙은 안개 속 아델라의 일격을 가로막은 자.
천하제일 검 버서커가 손수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델라, 피해!”
그리고 버서커의 적성의 정신이 아델라 앞으로 내려치자 붉은 핏빛 물결이 쏟아져 내렸다.
“커억.”
아델라는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가 쓰러진 자리엔 찐득한 피만이 잔뜩 흘러 내려왔다.
* * *
“이게 무슨 일이래······.”
세계 정부의 근원지인 화이트우드. 그곳은 갑자기 암살당한 아기루 황제 시해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그 때문에 세계 정부 소속 대장급 장군들이 모두 화이트우드로 호출당했다.
“이건 전쟁 선포와 같습니다.”
“맞습니다. 더구나 흑사협은 현재 웬디고 군주를 잃은 상황입니다. 지금 복수를 해야 할 때입니다.”
세계 정부 고위 관리들과 대장급 장군들은 서로 뜻이 같았다.
그만큼 아기루 황제 시해는 용서받지 못할 사건이었다.
“대장들은 모두 전쟁을 준비하라. 난 제국 라노키아에게 연락을 취해 보겠다.”
세계 정부 본부실 중앙에 자리 잡은 중년 남성.
근육질 몸매가 돋보이는 그는 세계 정부 소속 총사령관인 바우트였다.
그리고 그가 모든 대장 앞에서 선언했다.
현 시간부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되었다는 것을.
* * *
“왜 흑사협은 군주를 잃었음에도 아기루 황제를 암살한 걸까요?”
한편. 나와 오정은 동료들이 있는 가이라 도시 외곽으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삼장법사 님처럼 과거에도 갑자기 사람들이 증발한 사건이 있다고 했죠?”
“네. 메시아의 능력으로.”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고 했었나요?”
“정확하지 않지만 돌아온 것으로 기억해요.”
“그러면 그들이 왜 그랬는지 대충 짐작이 가네요.”
“그 이유가 뭔데요······?”
사오정은 내 대답을 퍼즐처럼 모아 추리하였다.
왜 힘의 균형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흑사협은 아기루 황제를 암살했을까에 대해 말이다.
그리고 답을 내렸다.
“제 추측이지만······.”
사오정이 추측한 것을 내게 말했지만, 난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버서커의 일격으로 아델라가 치명상을 입은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델라!”
난 그 광경을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버서커에게 달려갔다.
“옥타비아누스.”
그리고 스킬로 버서커를 잠시 묶은 뒤 쓰러진 아델라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칭호를 보니 적성의 주인.
10성 괴수 여포였다.
“강한 마력이구나.”
여포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강함일 만큼 그의 무력은 루기아 세계관 최강이었다.
한마디로 지금 무찔러야 하는 상대가 무력의 최강자와 천하제일 검이라는 것인데.
그러나 상관없었다.
지켜야 할 동료들이 그들의 뒤에 있으므로 난 그곳을 향해 달려나갈 뿐이다.
“자이언트 블럭!”
난 여포에게 중력 에너지 파를 쐈다.
다행히 여포는 무력의 최강자지만, 무식한 성격의 소유자.
그는 자신의 힘만 믿고 무식하게 내 스킬을 그대로 받아쳤다.
아무리 강한 여포라도 마왕의 스킬은 강력했기에 그는 꽤 큰 피해를 받았다.
“커억.”
피를 토하는 여포.
그러나 난 시간을 주지 않고 다시 한번 그를 향해 중력 에너지 파를 쐈다.
간발의 차로 버서커가 여포의 뒷덜미를 잡고 스킬을 피했다.
그들이 한 걸음 물러섰기에 난 치명상을 입은 아델라를 구할 수 있었다.
“제나. 아델라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치료해 줘.”
그리고 그곳에 있던 제나에게 부탁했다.
아델라를 꼭 구해 달라고.
“그동안 크라운은 나와 함께 저 괴물들을 막아 보자.”
“아델라의 복수는 내가 맡을게.”
크라운은 버서커를 향해 달려갔다.
“그럼 내가 여포를 맡을게. 죽지만 마!”
“내가 할 소리!”
크라운과 약속을 한 채 나 또한 여포를 향해 달려갔다.
아직 회복을 완전히 하지 못한 여포는 당황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근거리에 자리 잡았다.
자신의 강점인 무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시도 같은데.
그러기엔 내 무력 또한 누구에게 무시당할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기에 여포와 순수 힘으로 겨루어도 밀리지 않았다.
“누구냐, 넌?”
여포에게 밀리지 않은 무력. 그리고 강력한 마력.
여포는 내 정체를 물었다.
그래서 난 대답했다.
“파수꾼.”
이젠 난 마왕이란 칭호를 벗어던지고 파수꾼이란 칭호를 사용할 것이다.
자기 도시 시민들까지 죽이는 무자비한 세이시로와 마주한 뒤 내 신념은 더 다져졌다.
내가 이곳에 남을 이유가 없어질 때까지 난 파수꾼이란 칭호에 맞게 행동할 것이다.
“궁극기 일기토.”
그러나 여포도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확실하다.
적토마에 올라탄 여포가 천룡 언월도를 가지고 궁극기를 사용했다.
일기토.
순식간에 상대방을 베어 버리는 여포의 궁극 스킬이다.
“제기랄!”
강력한 마력과 무력은 갖고 있지만, 결코 단잉의 반지가 파괴되어선 안 되었기에.
난 최대한 반지를 지킨 채 가드를 올렸다.
그 때문에 여포의 궁극기를 정통으로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