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30화 (3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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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3)

“허억, 허억.”

지친 숨소리가 훈련장 안을 가득 메웠다.

“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귀여운 외모와 달리 우리를 농락시키며 도망치는 쿵후 판다 끼린.

“제가 한번 잡아 보겠습니다.”

그때 아델라가 돌연변이 상태로 바뀌며 순식간에 판다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순발력으로 치면 나보다도 더 빠른 속도인데.

그래도 쿵후 마스터인 끼린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속도는 빠른데 날카로움이 없네.”

그러던 중. 귀여운 판다의 입에서 늙은 할아비 음성이 들려왔다.

외모와 달리 득도에 다다른 노인의 목소리.

쿵후 마스터 끼린은 귀여운 외면과 달리 깨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 뭔가 이질적이었다.

한편. 아델라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듯 끼린을 쫓다가 10분 만에 금세 지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그냥 시간 때우기 용이구먼. 삼장 나타나면 혼 좀 내야겠군.”

아델라가 지친 듯 그 자리에서 주저앉자 이번에는 크라운이 칼집을 휘두르며 끼린에게 다가섰다.

“날카로움 하면 또 나지! 목소리 들어 보니 영감님 같은데 허리 조심하쇼.”

크라운은 용검으로 끼린의 이동 루트를 방해하며 그를 쫓았다.

그러나 크라운이 칼집으로 내려치는 타이밍이 자꾸 한 박자 늦는 듯 먼저 도망치는 끼린.

뭔가 잡을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계속해서 놓치니 끼린이 더 얄밉게 느껴졌다.

“날카로움만 있으면 뭐 하나? 살기가 없는데.”

끼린이 헛웃음을 지으며 크라운의 칼집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무술 자세를 잡은 채 크라운의 얼굴에 살기 가득한 일격을 가했다.

다행히 코앞에서 끼린의 일격은 멈췄지만, 자칫하다간 얼굴이 날아갈 뻔했다.

“영감님이라 적당히 상대해 줬더니!”

그나마 크라운이 재빠르게 칼집에서 용검을 빼내 휘두르며 끼린에게서 벗어났다.

“칼집에서 칼을 빼내어 두지 않으니 살기가 없지. 이곳에 온 목적이 있을 텐데 그렇게 어영부영 상대하다간 빈손으로 쫓겨날 것이네.”

“영감이라 봐준 거라니까!”

“봐주지 않아도 전혀 상대가 안 돼 보이는데.”

끼린은 코를 후비적거리며 크라운의 자존심을 깎아내렸다.

그러자 크라운이 날카로운 용검을 들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진심 담긴 눈빛을 한 채 칼을 휘둘렀다.

아까와는 달리 위협적인 크라운의 일격.

그러나 귀여운 끼린의 외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래도 차이 나는 수준 때문이었을까?

제대로 공격해도 끼린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 크라운.

할 수 없이 크라운도 지친 듯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에휴. 요즘 애들은 끈기가 이리 없어서야······.”

크라운과 아델라 모두 끼린에겐 역부족인 상태.

이젠 내가 나설 차례이다.

“영감님, 저도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목소리만 들어 봤을 땐 끼린이 나보다 한참 어른 같았기에 일단 예의를 차린 후 그를 쫓았다.

끼린을 잡아야만 파우스트를 통제할 수 있는 장신구 긴고아를 획득할 수 있다.

난 그 일념 하나만으로 그의 뒤를 쫓고 쫓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허억, 허억!”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뭔가 그를 아쉽게 잡을락 말락 해서 그런지 흥분을 쉽게 했다.

그 때문인지 체력에는 자신 있던 마왕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나 또한 한 시간 만에 지쳐 쓰러졌다.

“끈기는 좋네.”

끼린 또한 살짝 힘에 부쳤는지 식은땀을 닦아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와 달리 아직 쌩쌩해 보였다.

난 지금도 숨쉬기 힘든 상태인데 말이다.

“마왕님은 잠시 쉬십시오. 다시 제가 쫓아 보겠습니다.”

한편. 아델라가 다시 하스마 건틀릿을 장착한 후 끼린을 잡으려고 준비 태세를 취했다.

내가 그를 잡는 동안 체력을 충분히 회복했는지 자신만만한 눈빛인데.

그러나 불과 20분 만에 또다시 녹다운된 아델라.

곧이어 크라운도 녹다운되어 쓰러졌다.

‘왜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가 위험하진 않지만, 달성할 수 없는 임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네.’

우리 앞에 있는 쿵후 마스터 판다 끼린은 생각보다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였다.

무력으로만 따지면 마왕인 나보다도 더 강한 자였다.

“에휴. 젊은이들이 이렇게 무식해서 쓰나.”

한편. 끼린은 또다시 녹다운된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한심한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혀를 찼다.

“한 명은 스피드는 있지만, 날카로움은 없고, 다른 한 명은 날카롭지만, 끈기는 없고, 또 다른 한 명은 끈기는 있지만, 요령이 없고······.”

그의 말이 맞았다.

마왕은 누구보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무력을 사용하는 당사자가 달랐기에 그를 아직까지 잡아 내지 못한 것이다.

나는 한 번도 몸을 쓴 적 없는 히키코모리였기에.

몸을 쓰는 요령조차 모르는 내가 마왕의 무력을 담아내기엔 그릇이 너무 작았던 것이다.

그러나 난 그의 마지막 말에 깨달았다.

우리가 쿵후 마스터인 끼린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아델라가 빠른 스피드로 계속 쫓으면, 크라운이 검을 휘둘러서 진로를 방해해 줘. 잡는 건 내가 해 볼게.”

바로 팀워크!

“제나는 뒤에서 끼린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계속 얘기해 줘.”

우린 바보같이 교대로 그를 상대했다.

그리고 그 승부가 정정당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아무도 함께 싸우자고 제안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승부가 아니라 일종의 게임.

더구나 우린 이 게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고, 그러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다시 힘내서 가 보자!”

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은 뒤 끼린을 향해 달려갔다.

* * *

“왼쪽입니다!”

제나의 외침이 들렸다.

먼저 재빠른 아델라가 끼린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그리고 크라운이 검을 꺼내 들어 끼린의 이동 경로를 방해했다.

“흐음······.”

아무리 쿵후 마스터인 끼린이라고 해도 다수가 상대하니 힘든 내색을 보였다.

그리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우리가 계속해서 끼린을 몰아치니 당황한 듯 발을 삐끗하며 주춤거렸다.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터치다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그를 쫓았기 때문에 그 짧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난 끼린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이런.”

끼린도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려고 내게 일격을 가했지만, 아무리 요령이 없는 나라도 몸뚱이는 세계 최고의 빌런. 마왕 브라고의 몸.

일격에 쓰러지기엔 맷집이 너무나 좋은 몸이었다.

그 덕분에 난 그의 일격을 견뎌 내고 그를 드디어 잡아 냈다.

[서브 퀘스트가 달성되었습니다.]

그를 잡아 내자마자 띠링! 소리와 함께 서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훈련장 문이 저절로 열렸다.

“드디어 포기했습니까?”

사오정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훈련장 안을 확인했다.

그러나 생각과 다른 광경 때문인지.

그녀는 놀란 듯 아무 말 없이 그저 우리를 마주한 채 마른침만 삼켰다.

* * *

“블루우드로 내려갔다고요?”

끼린을 잡아 냈기에 우린 당당히 사오정에게 긴고아를 요구했다.

그러나 오정의 청천벽력 같은 대답.

우리가 술래잡기하던 사이 삼장법사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올지도 모른다고 답하는 사오정.

“뭐야, 사기꾼이야? 당신들?!”

책임감 없는 사오정의 대답에 크라운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그 말에 사오정이 반박했다.

“사기꾼이라뇨.”

오정은 오점을 남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캐릭터.

그렇기에 사기꾼이라는 말과 책임감 없다는 얘기에 화가 났는지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자신이 책임지고 긴고아를 받아 올 것이라 답했다.

“우린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그러나 크라운은 그럴수록 그녀를 더욱 내몰았다.

만약 내 동료 중에 크라운처럼 직설적으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우린 그저 사오정의 말만 듣고 기다리기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옆에서 거들며 따지는 크라운이 한편으로는 듬직해 보였다.

“삼장법사 님은 블루우드로 왜 내려가신 겁니까?”

“그게··· 사연이 조금 있긴 한데. 요약하자면, 집행자 소사이어티 대군주 탄주를 만나러 내려갔습니다.”

탄주.

그는 아홉 자루의 무기 중 하나인 청성의 정신을 가졌던 캐릭터였다.

“긴고아는 무조건 삼장법사만이 만들 수 있는 물건입니까?”

“네······.”

난 다시 한번 확인했다.

파우스트를 통제할 수 있는 긴고아를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삼장법사 단 하나라는 것을.

그래서 난 다시금 물었다.

“그럼 저희도 내려가겠습니다. 삼장법사를 만나러.”

* * *

“우마왕과 혼세마왕이 제국 라노키아의 대군주 아서왕이 가진 금성의 정신을 빼앗으러 갔다는 겁니까?”

“정확히 말하면 금성의 주인 제천대성 손오공을 보러 간 것이지요.”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아서왕이 금성의 정신을 가진 지 얼마 안 된 것도 아니고, 오래됐을 텐데 왜 그 전엔 그러지 않고 이제야 그런 겁니까?”

사오정과 함께 우린 삼장법사를 만나러 블루우드로 내려갔다.

그러던 중에 왜 삼장법사가 집행자 소사이어티 대군주인 탄주를 급히 만나러 내려갔는지 그 이유를 사오정에게 들었다.

그것은 바로 혹시나 하는 전쟁 때문이었다.

하늘 섬의 인물들은 원래부터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하늘 섬을 대표하는 요괴, 제천대성 손오공이 제국 라노키아의 대군주 아서왕의 손에 들어갔을 때도 그저 그들은 그것이 운명이라 생각하며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받아들였다.

마왕들의 얄팍한 자존심 대결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동안 마왕 중에 누가 제일 강한지 힘겨루기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남은 마왕은 우마왕과 혼세마왕이었죠.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데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마왕은 제천대성 손오공이라고 말하면서요. 그래서 아서왕에게 간 겁니다. 아서왕이 아닌 그의 무기에 담긴 제천대성 손오공과 힘겨루기를 하기 위해.”

들어 보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자존심 때문에 일어난 상황 같은데.

그러나 그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4대 세력 중에서도 세계 정부와 동맹을 맺은 강력한 제국 라노키아.

더구나 제국 라노키아 군주들은 순수 혈통 황제의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이 세고 자존감도 높은 자들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우마왕과 혼세마왕의 무례함 때문에 하늘 섬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싶어서 잠시 제국 라노키아와 맞붙을 수 있는 세력인 집행자 소사이어티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간 것이라 오정은 답했다.

“혹시나 하는 상황 때문에 보험을 들러 간 것입니다. 확실한 것이 좋은 것이니깐요.”

제국 라노키아와 집행자 소사이어티라.

무엇이 됐든 메인 퀘스트인 세계 멸망을 위해서 이겨 내야 할 세력들이다.

그래서 난 그나마 중도 입장인 집행자 소사이어티를 만나러 가는 것임에도 긴장이 되었다.

그 세력의 대군주 탄주는 생각보다 고지식한 캐릭터였으니 말이다.

게임했을 당시에 집행자 소사이어티는 매일 군주 회의를 할 정도로 똘똘 뭉친 집단이었다.

그곳의 군주는 하루라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을 만큼 빡빡한 길드였다.

소문으로는 집행자 소사이어티 길드를 설립했던 대군주 탄주가 고지식한 탓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높은 출석률을 자랑하는 길드였다.

그것이 반영된 것일까?

“하늘 섬 관계자들입니까?”

삼장법사한테 긴고아를 얻기 위해 블루우드에 있는 소사이어티 도시로 가게 된 우리는 집행자 소사이어티 군주 세 명과 한꺼번에 마주쳤다.

그들의 칭호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난 입 안이 바짝 말랐다.

[집행자 소사이어티 6군주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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