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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
“혹시 모르니 매시간 파우스트를 확인해 줘.”
난 하늘 섬으로 가기 전 악마 군단에게 부탁했다.
우리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파우스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잘 감시해 달라고.
“알겠습니다. 마왕님.”
악마 군단을 대표하는 최정예 악마 데빌런이 늠름하게 내 명령을 받드니 이토록 듬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그들을 믿고 동료들과 다시 모험하러 떠났다. 하늘 섬에 있는 긴고아를 찾아 파우스트를 통제하기 위해.
“진짜 하늘 섬이라는 게 있어?”
우린 블랙우드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백화점에 들어섰다.
그러던 중 크라운이 설레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줄 알았던 하늘 섬이 실제로 존재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이다.
그리고 그곳엔 긴고아 말고도 다양한 보물들이 즐비하다는 소문도 익히 들었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긴고아는 제나 님의 주술로 소환시키지 못하는 건가요?”
그러던 중 아델라가 물었다.
제나가 S급 소환사인 건 맞지만, 긴고아는 영적인 물건.
아무리 수준 높은 소환사라도 영적인 물건은 제한된 사람만이 소환할 수 있기에.
긴고아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긴고아를 처음 만드신 분 성함이······.”
“삼장법사.”
“네. 저도 소문으로 들어 본 것 같아요.”
삼장법사.
브라고 게임 세계관에서 하늘 섬이란 히든 장소는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공간이었다.
“그럼 히든 장소에서 히든 장소로 바로 갈 수는 없으니 부탁할게, 제나.”
계획은 이러했다.
지옥에서 제나의 도움으로 블랙우드로 떠난 뒤 아틀란티스로 가서 그곳의 길잡이 반 할의 도움으로 하늘 섬의 입구인 블루우드 청성의 폭포로 이동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왕님.”
내 설명을 경청한 모두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제나가 마법진을 이용해 지옥에서 다시 블랙우드로 이동했다.
같이 지옥으로 떨어진 백화점과 함께 말이다.
* * *
블랙우드의 백화점이 사라진 것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는 듯 주변에 접근 금지 지역이 지정되어 있었고, 그곳을 조사하는 수사관들이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오면서 사라졌던 백화점 또한 같이 돌아왔다.
“······?!”
그 때문에 그곳에서 조사하던 수사관들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나는 그들에게 발각되기 전. 동료들과 빨리 아틀란티스로 순간 이동했다.
그러나 그때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우리와 같이 지옥으로 들어갔다가 같이 나온 한 사람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이 후에 우리에게 미칠 엄청난 영향력 또한 알지 못했다.
그저 우린 앞만 보며 달려갔다.
* * *
“헤어질 땐 무슨 몇 달 정도는 보지 않을 거라 말했으면서 불과 하루 만에 다시 돌아왔네?”
그렇게 우린 아틀란티스에 돌아왔다.
하루 만에 다시 돌아온 우리의 상황이 웃긴 듯 핫스퍼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놀렸지만, 대륙과 대륙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수단 중 이만한 곳은 없었기에. 난 얼굴에 철판을 깐 채 길잡이인 반 할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나 청성의 폭포는 블루우드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장소이기에 그곳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반 할의 힘이 간절히 필요했다.
“하필 반 할이 지금 잠시 외출 중이야. 아마도 30분 정도 걸릴 것 같으니 그동안 이곳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져.”
길잡이 반 할이 잠시 외출했다는 핫스퍼에 대답에 우린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크라운은 제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파우스트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던 용검을 다시 강화하러 대장간으로 출발했고, 아델라는 아틀란티스 아이들과 놀며 힐링을 하고 있었다.
뭐. 하늘 섬에 가서 어떠한 위기에 처할지 모르니 지금 재정비나 힐링 타임을 갖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기에 난 반 할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동료들에게 편히 쉬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를 따로 불러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풀어 냈다.
그와만 할 수 있는 얘기를.
“뭐? 파우스트도 있었다고?”
난 지옥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핫스퍼에게 공유했다.
파우스트 또한 나와 핫스퍼처럼 게임 세계로 떨어진 인간.
다른 동료들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기엔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하기에 이 이야기는 같은 처지인 핫스퍼하고만 할 수 있었다.
“파우스트 그자의 메인 퀘스트가 날 죽이는 것이었어.”
“헐. 그래서? 먼저 죽였어?”
“···아니. 나 또한 파우스트를 죽이면 현생으로 돌아가더라고.”
“뭐?!”
한편. 내 말을 들은 핫스퍼는 엄청 의문을 가진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너 메인 퀘스트는 세계 멸망이라며. 근데 왜 파우스트를 죽이는데 현생으로 돌아가?”
“모르겠어. 파우스트를 죽이는 것은 서브 퀘스트인데. 하필이면 보상이 현생으로 돌아가는 것이더라고.”
“······.”
핫스퍼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 그래서 긴고아를 얻으러 하늘 섬에 가려는 거야? 파우스트를 통제하기 위해?”
“응. 지금 현생으로 가기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현생으로 가고는 싶고?”
“당연하지. 지금 파우스트를 죽이지 않는 건 진짜로 동료들과 약속한 것이 있기에. 그래서 그런 거야.”
핫스퍼는 내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지었다.
“마왕도 빌런 아닌가? 그것도 이 세계 최강 빌런. 근데 넌 내가 본 빌런 중에 가장 착하다. 아니, 바보스러운 건가?”
난 핫스퍼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은 현생으로 가는 것.
지금 바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데 이곳에서 잠깐 알았던 동료들 때문에 이루지 않고 있다니.
나 또한 내 모습이 바보 같다.
그러나 내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그것이 고집과 객기이더라도. 난 동료들과 약속했던 세계를 바꾸자는 그 말을 꼭 지킨 후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이 내 다짐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짐을 꼭 지키고 싶었고, 그리고 동료들 또한 지키고도 싶었기에 아직 난 현생으로 갈 수 없다.
“지키고 싶은 동료 중에 너도 포함되어 있어. 넌 헨드릭스 대군주 카모라가 죽어야 현생으로 돌아가잖아. 같이 가야지.”
“···지X. 난 저번에도 말했듯이 현생보다 이곳이 좋아.”
핫스퍼는 내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보면 대답은 그렇게 해도 내 말에 감동한 듯 날 빤히 바라봤다.
그가 이곳에 온 지도 300년.
그러나 300년 동안 이곳에 살았어도 현생의 하루가 이곳의 10년이기에. 아직 30일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네 말이 맞는다면 보고는 싶네. 엄마가.”
“아직 30일밖에 지나지 않았어. 충분해. 같이 꼭 메인 퀘스트 달성해서 현생으로 돌아가자.”
핫스퍼는 내 제안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던 중. 외출했던 길잡이 반 할이 아틀란티스로 돌아왔다.
“맞다, 하늘 섬 간댔지?”
“응. 혹시 가 본 적 있어?”
“당연하지. 여기서 300년을 살았는데. 그곳의 보상이 아마 긴고아였을 걸. 딱 네가 원하는 보상이네.”
“오! 임무는 달라도 보상은 같으니 임무만 달성하면 긴고아를 얻을 수 있다는 거네.”
“그치. 근데 난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어.”
“무슨 임무였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술래잡기였나? 아무튼, 위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달성할 수 없는 거였던 건 기억해.”
술래잡기라.
위험하진 않지만, 달성할 수 없는 것이라니.
위험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달성하지 못한다는 말이 조금 거슬렀다.
긴고아는 파우스트를 통제하려면 무조건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잘 해결되길 바랄게.”
한편. 흩어져서 자신의 시간을 가졌던 동료들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중 크라운은 제나와 아틀란티스 대장장이의 도움으로 또다시 5성으로 강화된 용검을 획득했기에 가장 신이 난 표정이었다.
뒤이어 반 할이 블루우드 청성의 폭포로 가는 포털을 열었다.
“그리고 고마워. 나도 생각해 줘서.”
그때 핫스퍼의 음성이 수줍게 들려왔다.
고맙다는 인사였다.
난 그 인사에 화답하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린 반 할이 열어 준 포털을 통해 청성의 폭포로 순간 이동했다.
* * *
청성의 폭포는 구름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 때문인지 주변엔 물안개가 자욱했다.
“뭔가 이곳은 천국 같다.”
왠지 영적인 장소 같은 공간이기에 크라운은 감탄하며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지옥보다는 멋없네요.”
제나는 크라운의 말에 빈정 상한 듯 까칠한 어투로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악마인 제나가 봐도 신이라도 내려올 것 같은 멋진 광경인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름에서 떨어지는 폭포라니.
히든 장소인 하늘 섬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폭포를 보았다.
그때 폭포 사이로 무지개가 우릴 맞이하듯 떠올랐다.
“예쁘다.”
무지개마저 떠오르니 그 광경에 매료된 우리.
“이 폭포를 어떻게 타고 올라가죠?”
그러던 중 제나가 정적을 깨고 물었다.
“폭포에 올라탈 수 있는 천사의 배가 필요해. 혹시 소환시켜 줄 수 있어?”
하늘 섬에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바로 천사의 배를 타고 청성의 폭포에 올라 구름 위에 도착하는 것이다.
“악마가 천사의 물건을 소환하다뇨!”
그러나 제나는 내 부탁에 혼비백산한 표정을 지은 채 날 쳐다보았다.
“흠. 천사의 물건은 소환이 안 되나?”
“그건 아닌데······. 후. 알겠습니다.”
다행히 제나가 악마계 소환사라도 천사의 물건을 소환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적인 물건과 강화된 무기만 아니면 뭐든 소환 가능한 최고의 소환사였기에 가능했다.
제나의 대답을 들은 난.
천사의 배를 얻기 위해 블루우드 번화가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올라가 볼까?”
“생각보다 하늘 섬 가는 것이 쉽네요.”
“뭐, 청성의 폭포가 어디 있는지와 천사의 배만 있으면 누구든지 갈 수 있는 곳이긴 해. 청성의 폭포 위치를 알기 어려워서 그렇지.”
내 말을 끝으로 동료들과 난 천사의 배를 타고 구름에서 내려오는 폭포를 향해 노를 저었다.
“과연 어떤 보물이 있을까?”
“크라운, 보물이 있어도 도둑질은 안 돼.”
“사람을 뭐로 보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
이제 동료들과도 제법 편해져 농담 따 먹기를 해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다.
모험과 친구들.
딱! 내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모습이다.
“우와!”
그때 천사의 배가 청성의 폭포에 닿자 롤러코스터처럼 올라갔다.
아니, 롤러코스터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는 배.
폭포가 역류하는 것도 아닌데 배는 빠른 속도로 하늘 위로 올라갔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듯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다.
그렇게 우린 하늘 섬에 도착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늘 섬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을 지키는 문지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머리가 돼지인 수인. 저팔계다.
“블랙우드에서 왔습니다. 삼장법사 님을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