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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27화 (2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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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2)

그렇게 홀로 남은 제나.

그녀가 치유된 자신의 손목을 멍하니 보고 있던 때였다. 식탁에 있던 물이 든 유리컵이 어떠한 진동으로 인해 흔들렸다.

쿵― 쿵―

진동은 점점 심해졌고, 유리컵 속에 있던 물이 컵 밖으로 흘러넘쳤다.

그때 제나를 가리는 누군가의 거대한 그림자.

뒤를 돌아보자 8성 괴수 마이티 베어의 망령이 두 손을 힘껏 들어 제나를 향해 내려쳤다.

“꺄아악!”

누군가의 비명.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난 그 비명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

그리고 만약 그 비명이 아니었으면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뻔했다.

눈을 뜨자마자 날 향해 날아오는 쇠사슬이 보였기 때문이다.

파우스트의 사슬 분쇄기였다.

“제기랄.”

다행히 빨리 반응한 탓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그의 탄식이 들려왔다.

“옥타비아누스!”

파우스트의 배신!

사태 파악을 바로 끝낸 후 난 재빨리 그에게 스킬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사슬이 하필 내 단잉의 반지에 금이 가게 했다.

스킬을 쓰자 그 충격 때문인지 금이 간 단잉의 반지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고, 그대로 나 또한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흐억.”

얼른 제나를 찾아야 한다.

그나마 아틀란티스에서 단잉의 반지가 없는 삶을 어느 정도 훈련했기에 바로 공황이 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은 똑같았다.

그 와중에 산 넘어 산처럼 침실 바닥에 금이 가며 내 방이 무너져 내렸다.

“브라고!”

다행히 침실이 무너져 밑바닥으로 떨어지자 망령들과 싸우는 크라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나는?”

“몰라! 괜찮아?”

“죽겠어. 제나가 필요해.”

그러나 제나가 보이지 않았다.

파우스트 또한 어디로 사라졌는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는 상황.

점점 이 상황이 패닉처럼 다가온다.

“그러게 내가 수상하다 했지!”

한편. 크라운이 원망 어린 목소리로 날 다그쳤다.

그러나 그 원망 섞인 말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한계점이 왔기 때문이다.

바다 깊은 심해 속으로 빠진 듯 귀가 먹먹했고, 가슴이 답답했다.

숨도 잘 쉬지 못하는 상태.

“크라운, 잠깐 엎드려!”

“응?”

“자이언트 블럭!”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크라운을 막고 있는 망령들을 향해 중력 에너지 파를 쐈다.

“신전 무너진다!”

내 스킬 한 방에 망령이 사라졌지만, 신전 또한 날아갔다.

그런데 지금 신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망령은 파우스트가 죽지 않는 이상 다시 살아났고, 내 정신은 점점 아득해지니.

얼른 제나를 찾아 단잉의 반지를 획득해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분을 조금 챙기는 것인데.

“크라운, 부탁인데 제나 좀 어디 있는지 찾아 줘.”

그러나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

난 크라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를 막는 망령들이 잠시 사라졌기에 크라운은 제나를 찾으러 신전 여기저기를 빠르게 확인하였다.

“제발, 빨리.”

그러나 난 이제 한계에 다다라 바닥을 짚은 채 고개를 숙여 숨만 고르고 있었다.

이제 허수아비보다 못한 인간이 된 것이다.

“찾았어!”

다행히 파우스트가 나타나기 전에 크라운이 제나를 찾았다.

그래서 난 겨우 정신을 부여잡은 채 크라운이 부르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옮겨 나아갔다.

“위급 상황이야!”

그러나 도착한 곳에서 치명상을 입은 듯 제나가 많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치료하는 아델라.

불과 몇 시간 전에 제나와 죽을 듯 싸웠던 아델라인데.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제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델라의 표정이 내 눈에 담겼다.

그녀는 혼신의 힘으로 제나를 치료하고 있었다.

“다급하게 어딜 도망가시나?”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또다시 파우스트의 사슬이 나를 향한 채 공격적으로 날아온 것이다.

다행히 악마 군단이 그 일격을 막아 냈지만. 그의 주술로 또다시 나타나는 망령들.

“마왕님, 단잉의 반지입니다.”

그러던 중에 제나가 의식을 차린 듯 내게 단잉의 반지를 건넸다.

아직 치료가 덜 끝났다며 움직이지 말라는 아델라의 외침이 들렸지만, 제나는 자신의 몸보다 내 정신이 더 중요했는지 아픈 와중에도 날 걱정했다.

“마왕님, 괜찮습니까?”

“응······. 고마워.”

제나가 소환한 단잉의 반지를 손에 끼고야 아득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후우.”

난 심호흡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크게 분노하였다.

날 배신한 파우스트에게!

“파우스트!”

난 무력으로 파우스트의 멱살을 잡은 채 신전 밖으로 내던졌다.

무력만으로도 파우스트를 이길 수 있는 존재.

자칫했다간 자던 중에 그의 일격에 죽을 뻔하였고, 아끼는 동료 제나가 그의 망령 때문에 크게 다쳤다.

그래서 단전 깊은 곳부터 그를 향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옥타비아누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난들 죽일 수는 없었기에 스킬로 그를 무력화시켰다.

“크윽. 역시 마왕인가?”

“왜 날 배신했지?”

“그야 널 처음부터 믿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는 처음부터 배신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이곳의 시간으로 그는 25년간 나만을 기다리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날 증오한 채 살았겠지.

아무리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한들 그는 이미 날 죽여야 할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막상 여기까지 오니 떠올리기도 싫은 게임이 생각나는군. 게임 세계에서도 84번이나 도전했었지.”

파우스트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듯 웃으며 외쳤다.

“오늘로써 진보스인 마왕 브라고를 해치운다!”

파우스트의 사슬이 다시 날아왔다.

마왕의 몸은 그의 사슬에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강철 같지만 단잉의 반지는 그렇지 않다.

스치기만 해도 부서지는 장신구.

그래서 난 최대한 그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뒷걸음질 치며 틈을 노렸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건가?!”

그러던 중에 계속 피하기만 하는 나를 보며 파우스트가 도발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도발한다고 한들 어찌할 상황이 아니다.

그를 죽이기는 쉽지만, 그러면 내가 현생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돌아가는 건 아니기에. 난 그저 그의 공격을 피하기만 할 뿐이다.

“궁극기(窮極技), 오버 소울.”

그러나 공격을 피하는 것도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그의 망령술 궁극기.

오버 소울이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과거 게임했을 당시에 흑성의 정신 무기를 획득하기 전까지 부동의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던 유저.

그래서 난 그의 궁극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었다.

망령들의 무력과 마력을 한데 모아 최강의 망령을 부르는 주술.

그가 궁극기를 사용하니 악마 군단과 싸우던 망령들의 혼이 한데 모였다.

그리고 신전보다 더 큰 거대 망령이 만들어졌다.

마치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형태로 말이다.

“자이언트 블록!”

중력 에너지 파를 망령을 향해 쏘아 올려도 소용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피해는 있지만, 망령이기에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지는 단 하나.

저 거대 망령을 조종하는 숙주.

파우스트를 저지하는 것뿐이다.

“브라고, 네가 약하게 나오면 내가 나선다!”

그러던 중 크라운이 악마의 무기를 가지고 파우스트를 향해 돌파해 나갔다.

아마도 계속 머뭇거리던 내가 답답했는지 나 대신 파우스트를 쓰러뜨리러 돌진한 것 같은데.

크라운이 이기나 지나 내겐 당황스러운 상황이기에 난 그의 앞을 막았다.

“이봐. 브라고. 더는 나도 못 참아.”

그러자 크라운의 칼날이 내 목을 겨누었다.

“왜 저 녀석을 감싸고도는 거야?”

크라운의 물음에 난 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말하진 못했다.

그들이 듣기엔 말도 안 되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KF 사슬로 다시 묶는 수밖에 없어.”

파우스트를 죽이지 못한다면 전처럼 그를 가둬 두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래서 난 제나에게 또다시 KF 사슬을 소환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크라운이 제나에게 소리쳤다.

소환해 주지 말라며.

“브라고. 그만 정신 차려!”

그리고 크라운이 나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살기가 없는 일격이라 피하기 쉬웠지만, 크라운이 처음 나를 향해 공격한 것이기에 난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더구나 지옥에 있는 망령들이 저 거대 망령에게 모두 흡수된다면 나중엔 마왕의 힘으로도 제압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크라운은 내 앞을 막아 세웠다.

그리고 그가 내 머리에 박치기했다.

정신을 차리라고 외치며 말이다.

“나도 사정이 있다고!”

어휴. 크라운의 머리는 바위와도 같았다.

박치기를 당하자 뇌가 울리는 듯했고, 볼록 혹도 났다.

“그러니깐 그 사정이 뭔데!”

“파우스트를 죽이면 나도 죽어.”

그래서 난 파우스트를 죽이지 못하는 이유를 말했다.

파우스트와 내가 이 게임 세계에 떨어진 인간이라는 비밀은 빼고 말이다.

“어째서 파우스트가 죽으면 너도 죽는 거야? 알아듣게 말해 봐.”

“그런 게 있어. 암튼.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내 말을 그냥 믿어 주면 안 될까? 시간 더 끌면 아무리 우리가 강하다 한들 저 거대 망령을 막아 내지 못한다고.”

진심을 담아 그에게 호소하자 내 앞을 가로막았던 크라운이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아직 그는 나를 의심하는 듯 바라봤다.

그때 크라운 뒤로 무언가 내게 날아왔다.

“KF 사슬입니다. 마왕님.”

그것은 바로 제나가 소환한 KF 사슬이었다.

“고마워!”

다행히 아델라의 치유 능력으로 치명상을 입었던 제나가 치료되었다.

그리고 제나는 바로 내게 달려와 내 명령을 받들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날 믿고 따라온 동료.

내 명령이 탐탁지 않았던 적도 있겠지만, 제나는 절대 내 말에 불복종하지는 않았다.

“후. 나도 탐탁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세력 리더이니 믿고 따른다.”

“뭘 하면 될까요? 브라고 님.”

제나를 시작으로 크라운과 아델라 또한 진심 어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날 믿고 따라왔다.

“아까처럼 KF 사슬로 묶어 놔야 해. 크라운과 아델라가 저 거대 망령의 시선을 끌어 주면 그동안 내가 파우스트를 묶을게.”

내 명령을 끝으로 종족 최강 군단인 악마 군단을 홀로 대적하는 거대 망령을 크라운과 아델라가 함께 대적했다.

그리고 난 그사이 파우스트를 향해 돌진했다.

“옥타비아누스!”

사슬이 내 얼굴에 정통으로 날아와 상처를 냈지만, 빠른 순발력으로 파우스트를 다시 KF 사슬로 묶어 내는 데 성공했다.

“제기랄!”

그러자 파우스트의 울부짖는 소리가 지옥 끝까지 울려 퍼졌다.

* * *

“파우스트를 죽이지 않고 우리 편으로 만들 방법이 하나 있긴 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파우스트를 다시 지옥의 우물에 가둔 후.

우린 제나가 다시 소환한 회의실에 한데 모여 앉아 파우스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토론했다.

“그게 뭔데?”

“하늘 섬에 있는 긴고아.”

“긴고아?”

난 그들에게 설명했다.

금성의 주인 제천대성 손오공도 통제시킬 수 있는 장신구.

긴고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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