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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26화 (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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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자넨 왜 날 못 죽여서 안달인가.”

조금 진정된 듯한 파우스트에게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니.”

“내가 너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산 건가?”

“원한이라······. 이것도 따지자면 원한이지. 그것도 엄청난.”

내가 브라고로 부활하기 전 마왕은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빌런 중의 빌런이었기에 원한 살 사람이 많을 것이라 예상은 어느 정도 했었다.

그래서 난 머리를 긁은 채 그의 말을 끊지 않고 듣기만 했다.

“25년간 널 죽이려고 지옥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런데 이곳엔 아무도 없더군. 그렇게 혼자 기나긴 25년을 지옥에서 보냈다. 널 원망하며······.”

지옥에 들어오려면 제나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갈 때 또한 제나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니 25년간 파우스트는 지옥에 홀로 있던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지옥에 들어온 것이지?”

“그거야 나도 모르지. 눈을 떴는데 이곳에 있었으니.”

“내가 지옥 밖으로 나가게 해 주면 원한이 조금 풀리겠나?”

파우스트가 죽으면 현생으로 가니 난 좋게 좋게 말하며 화해를 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을 듣고선 난 이자와 절대 그럴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난 너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존재야. 그래야 내가 현생으로 갈 수 있거든.”

그 또한 나처럼 게임 세계로 들어온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메인 퀘스트가 마왕 브라고를 죽이는 것이었다.

즉 나를 죽여야 그가 현생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괜찮아?”

한편 아델라는 기분이 상한 제나를 위로하러 그녀 뒤를 종종 따라갔다.

그러나 제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난 이후.

펼쳐진 장소.

그곳은 우리가 처음 지옥에 도착한 장소였다.

아직 그곳엔 우리와 같이 지옥으로 떨어진 백화점이 보였다.

걸음을 멈추자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던 제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게 다 아델라 당신 때문입니다.”

“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당신의 행동이 마왕님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입니다.”

“······.”

제나는 아델라 탓을 하며 지옥에서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마왕 브라고의 곁에서 떨어지라고 명령했다.

“차원의 문을 열겠습니다. 지옥에서 나가 주십시오.”

제나는 다시 블랙우드로 돌아갈 수 있는 차원의 포탈을 열었다.

그러나 아델라는 걸음을 떼지 않았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대로 갈 순 없어요. 제 사명이 다할 때까지 이곳에 있을 겁니다. 브라고 님 또한 그것을 원하고요.”

“···그럼 죽으십시오.”

아델라가 순순히 지옥 밖으로 나가지 않자 제나는 그를 향해 폭탄류를 소환했다.

아델라는 돌연변이화하여 수많은 폭탄이 떨어지는 장소에서 긴급히 대피했다.

그렇게 내전이 발발되었는데······.

* * *

그 시각.

난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파우스트를 설득하고 있었다.

“나 또한 파우스트 당신을 죽이면 현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퀘스트를 받았어.”

“···그래? 그럼 둘 중 하나는 죽어야 게임이 끝나는군.”

“근데 난 메인 퀘스트가 아니라 서브 퀘스트야. 메인 퀘스트는 세계 멸망이지.”

“세계 멸망이라.”

파우스트가 내 메인 퀘스트의 내용을 듣고 비웃듯 크게 웃었다.

“세계 멸망이라니. 그걸 믿으라고 하는 얘기인가?”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야. 그래서 난 당신을 해치지 않고, 세계 멸망을 시켜 현생으로 돌아갈 거야.”

“나만 해치면 현생으로 돌아갈 텐데 왜 굳이 그런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약속한 동료들이 있으니.”

또다시 내 대답에 파우스트는 헛웃음을 지었다.

“동료들이라······. 그 게임 그래픽들?”

“뭐, 미친놈 같겠지만, 맞아.”

“단단히 미쳤구나.”

“아무튼, 세계 멸망이 되면 난 현생으로 돌아갈 터이고 그럼 마왕의 몸은 사라지게 되겠지. 그러면 당신도 메인 퀘스트에 저절로 성공하는 것이니 현생으로 돌아갈 것이야. 어때? 같이 손을 잡고 세계 멸망을 시키는 거.”

난 파우스트에게 제안했다.

동료가 되라고.

파우스트는 망령 술사로서 먼치킨인 인물이고, 그의 무기 또한 9성짜리 초귀급이었다.

분명 동료가 되면 크게 도움이 될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죽으면 난 현생으로 돌아가기에 지켜야 할 인물이기도 했다.

“후······. 난 너처럼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그러나 파우스트는 내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는 대답했다.

자신이 현생에 빨리 가야 할 이유를.

“현생엔 내 아이를 가진 아내가 있었어. 그런데 25년이 지났지. 내 아이가 아비 없이 25년이나 자랐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 그래서 난 지금이라도 널 죽이고 현생으로 돌아갈 것이야!”

파우스트는 다시 이성을 잃은 듯 주먹으로 자신을 가둔 누에고치 모양의 감옥을 힘껏 내려쳤다.

그러나 그 감옥은 무력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에.

파우스트는 절망한 듯 털썩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난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25년을 살았어. 너만을 기다리며!”

“······.”

그는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난 그에게 아무런 위로의 한마디도 전할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25년.

그것도 가족과 떨어진 채 홀로 살았으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정신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난 그가 그나마 가질 수 있는 희망적인 진실을 하나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틀란티스라는 히든 장소에 우리와 같이 게임 세계로 떨어진 인간이 있어. 그는 이곳에서 300년 동안 살았다고 했지.”

“300년?!”

“이상하지 않아? 브라고 게임이 출시된 지 10년도 안 됐는데 300년이라니. 아마 이 게임 속 시간과 현실 속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 같아. 혹시 게임 세계로 떨어졌을 당시 그때 날짜를 기억해?”

“게임 세계로 떨어졌던 당시······?”

그는 그때 당시 날짜를 기억하려고 노력하였다.

“2022년. 1월이었던 건 기억하는데 25년이나 지나서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어.”

2022년 1월이라. 그것도 큰 수확이었다.

나 또한 2022년 1월 11일에 이 세계에 떨어졌으니 말이다.

같은 연도와 같은 달에 떨어진 두 사람.

그러나 파우스트는 이곳에서 지낸 지 25년이 흘렀다고 했다.

“정확하지 않지만, 현생에서의 하루가 이곳에선 10년인 것 같아.”

“10년?!”

“응. 그러니깐 자네가 25년간 이곳에서 살았다고 해도 현생으로 돌아가면 단 이틀하고도 열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거지.”

“···그럼. 아직 괜찮다는 건가?”

“응. 그러니깐 너무 절망하지 마. 같이 메인 퀘스트를 잘 수행하고 이곳에서 나가자.”

내 마음이 잘 전달된 것일까?

살기 가득했던 파우스트가 진정한 듯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진짜라면 자네를 돕겠네.”

* * *

지옥의 우물에서 파우스트를 꺼냈다.

물론 아직 그를 100%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같은 세상 속 인간이고,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풀어 준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그는 나의 동료가 되었다.

최고의 망령 술사가 나의 동료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든든한데.

만족스러워하던 그때 저 멀리서 크라운이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아델라와 제나가 싸우고 있어!”

“왜?!”

아델라와 제나가 다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아니, 다투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혈투하고 있다고 한다.

난 크라운의 얘기에 황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 * *

크라운의 뒤를 따라 제나와 아델라가 있는 곳에 도착한 나는 그곳이 블랙우드로 통하는 마법진이 있는 백화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 제나와 아델라가 서로 상처를 입은 채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난 그들을 중재시키려 막아 세웠다.

“무슨 일이야!”

“마왕님. 비키십시오. 저년 때문에 마왕님의 마음이 약해지시는 겁니다.”

“웃기지 마! 오히려 네가 브라고 님을 악하게 만드는 거겠지.”

“마왕이 악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야!”

그러나 내가 아무리 중재한들 그들을 말릴 순 없었다.

제나는 아델라에게 폭탄을 소환시켜 공격했고, 돌연변이화된 아델라는 그것을 맞받아쳤다.

“옥타비아누스!”

그래서 난 스킬을 사용해 두 사람을 땅바닥으로 내리꽂았다.

그제야 진정이 된 듯 조용한 두 사람.

두 사람 전부 땅에 머리가 박힌 채 쓰러졌다.

* * *

“아니, 아델라 때문이 아니라니까.”

진정을 시킨 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난 제나에게 물었다.

그러자 제나가 내 마음이 약해진 것은 전부 아델라의 영향 때문이라고 답했다.

제나는 파우스트가 지옥의 우물에서 풀려난 모습을 보자 더욱더 아델라를 지옥에서 쫓아야 한다고 외쳤다.

“오해야.”

“무슨 오해입니까. 파우스트는 저희 신전을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를 풀어 주신 겁니까.”

‘파우스트 또한 나와 같이 이 게임 세계에 떨어진 자였고, 그가 죽으면 난 현생으로 바로 돌아가기에 죽이지 못했어.’

난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처럼 솔직하게 제나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얘기이기도 했고 제나를 포함한 모든 동료가 단지 게임 그래픽일 뿐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 좀 해 보세요. 마왕님!”

“···대화하고 풀었어. 그리고 이자 또한 우리의 동료가 됐으니 그만 싸워.”

그래서 난 그저 좋게 좋게 풀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마왕이라도 우리를 공격한 파우스트를 동료로 삼은 건 다른 이들이 보기엔 불편한 행동인 듯했다.

“동료라니? 그럼 저자와 앞으로 같이 팀이 되는 거라고?”

크라운이 먼저 어이없다는 어투로 물었다.

곧이어 아델라 또한 파우스트를 믿을 수 없다며 그가 동료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정신 차렸습니다. 앞선 행동은 죄송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파우스트가 먼저 나서서 동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래서 난 파우스트를 믿었다.

“이미 정해진 일이야. 파우스트도 잘못을 뉘우친 것 같으니. 앞으로 우리끼리 잘해 보자.”

* * *

밤이 되었다.

물론 온통 어두운 지옥에선 낮과 밤이 구별되지 않았지만, 삭신이 쑤시고 피곤이 몰려오는 걸 보면 자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암.’

그리고 오늘 너무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기에 난 저절로 하품했다.

그리고 침실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든 지 30분이 경과한 시각.

“이건 아니잖아.”

한편. 회의실에선 파우스트의 영입에 대해 회의하고 있는 제나와 크라운 그리고 아델라가 있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우릴 죽이려 했던 자를 상의도 없이 동료로 삼은 게 너무 아니지 않아?”

“마왕님이 정한 일이니. 난 받아들인다. 오히려 누구처럼 착한 것보단 마왕님 곁엔 악한 자가 낫지.”

크라운이 서운한 어투로 말하자 제나는 아델라에게 눈치 주며 대답했다.

“그래도 우릴 죽이려 했고 네가 공들여 만든 신전도 부순 자인데?”

“그래서 나 또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왕님 말대로 그자가 사용하는 망령술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몰라! 난 아직 그자를 못 믿겠어. 난 이만 자러 간다.”

크라운은 자리를 박차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회의실엔 제나와 아델라 두 사람만 남았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회의실.

그때 아델라가 제나 손목의 상처를 발견했다.

“손목 좀 가져와 보세요.”

아까 싸움으로 인해 생긴 흉터라 아델라는 자신의 치유 능력으로 제나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걸 본 제나는 휙― 빠르게 손을 다시 가져왔지만 이미 상처는 모두 치유된 상태.

“저도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델라 또한 어색한 기류 때문에 숨이 막혔는지 회의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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