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20화 (2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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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고(3)

“결혼식 10분 전입니다.”

하객들이 결혼식장을 채웠다.

거구의 설인들이 하객이라 그런지 결혼식장 또한 무슨 대형 오페라 무대처럼 높고 넓었다.

그러나 한쪽에서 사색이 된 채 결혼식장을 돌아다니는 무리들.

바로 아델라를 모시고 있던 웨딩 플래너들이었다.

“올스턴 님! 저희 좀 살려 주십시오.”

우왕좌왕 돌아다니던 그들은 식장 맨 앞에 앉아 있던 올스턴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신부 대기실에 있던 아델라가 사라졌다는 것을.

“군주님이 이 사실을 알면 저희 다 죽습니다.”

웨딩 플래너들은 올스턴에게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제발 군주 웬디고가 결혼식에 오기 전까지 아델라의 행방을 찾아 달라며.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냐!”

올스턴 또한 그들에게 화를 냈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기에 황급히 아델라를 찾으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10층이라.”

웬디고의 소굴은 10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말이 10층이지 다른 곳보다 훨씬 높은 천장으로 이루어진 탑이기에 외관으로는 20층 건물보다 높아 보인다.

계단 또한 암벽 등반해야 할 정도로 높았기에 일반 사람이 올라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만약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들 그 전에 다른 층에서 멈춰 걸리면 독 안에 든 쥐가 되는 것이므로.

그래서 아델라는 돌연변이화를 자처했다.

그러자 하얗고 백옥같던 미모가 붉은빛으로 변하며 괴물이 되었다.

하스마 건틀릿까지 소환한 채 계단 하나하나 힘껏 뛰어 올라가는 아델라.

돌연변이 상태라 그런지 높아 보이는 계단도 순식간에 올라섰다.

* * *

“휴우.”

드디어 탑의 최고층에 올라선 아델라.

꼭대기에 도착하니 10m에 육박하는 거대한 문이 눈에 담겼다.

아델라가 문고리를 돌려 열어 보려고 노력해도 굳게 잠긴 듯 열리지 않는 거대한 문.

더구나 강철로 이루어져 매우 단단했다.

부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아델라의 뒤에서 서늘하고 살기 가득한 음성이 들렸다.

“역시 목적은 이거였나?”

낯선 음성에 반응해 뒤를 돌아보니 날카롭고 거대한 양날 도끼를 든 설인이 보였다.

바로 올스턴 장군.

“쥐새끼 같은 년!”

아델라의 계획을 알아 버린 올스턴 장군은 그녀를 향해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려찍어 버리는 올스턴 장군.

그러나 챙―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일격을 막는 한 사람.

바로 용검을 든 크라운이다.

“이 자식은 내가 막고 있을 테니 넌 그곳에 있는 아이들을 구해.”

“어딜!”

아델라가 다시 문 앞으로 향하자 올스턴 장군은 그녀를 향해 힘차게 뛰었다.

그러나 또다시 그를 막는 크라운.

거머리처럼 그를 압박 마크했기에 올스턴 장군은 할 수 없이 크라운에게 양날 도끼를 선사했다.

그러나 용검의 내구도는 거대한 양날 도끼의 위력을 막아 내고도 남았다.

“드디어 무기 같은 검을 얻은 것 같네.”

아무리 거대한 도끼와 합을 겨뤄도 부서지지 않는 용검.

올스턴은 크라운을 빠르게 해치우지 못한 채 문 쪽으로 향하는 아델라를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슉―

파앙―

아델라의 왼손이 빠르게 뻗어졌다가 회수되자 공기가 작게 파열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스마 건틀릿은 9성짜리 초고레벨 무기였기에 강철로 만들어진 문이 일격 한 방에 찌그러졌다.

이어 아델라의 뒷발이 뒤틀리며 이동되는 무게 중심.

몸과 어깨가 연쇄적으로 움직이며 오른손이 번쩍인다.

후욱―

퍼엉!!

공기가 터져 나가는 묵직한 소리.

아델라의 묵직한 한 방으로 강철로 된 문을 지탱하던 시멘트 벽이 버티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졌다.

* * *

“웬디고에게 복수를 하는 날만 기다렸다.”

미라 군대를 이끄는 아마다.

이미 파라오의 신봉자에게 몸을 먹혔음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의지 때문일까?

그는 의식을 잃지 않고 얻은 어둠의 에너지로 웬디고에게 복수의 칼날을 드러내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러나 아마다의 몸은 어둠에 중독된 듯 검정 핏줄이 그의 얼굴을 휘감고 있었고, 흰자도 까맣게 물든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통치자의 지팡이를 꼭 잡으며 고통을 꿋꿋이 참고 있었다.

“암살 집단 흑사협은 대군주를 포함해도 단 일곱 명밖에 없는 소수 세력입니다. 그런데도 4대 세력에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집단이지요.”

한편. 메주르가 도시 시장은 아마다에게 소수의 인원으로 4대 세력에 들어간 암살 집단 흑사협의 위험성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

“계속 웬디고에게 우리 아이들을 바칠 것입니까? 차라니 흑사협의 표적이 된다 하더라도 전 맞서 싸울 것입니다.”

아마다의 대답을 들은 메주르가 시장 또한 가족을 웬디고에게 바친 피해자.

시장은 안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열어 잘 보관된 가족사진을 꺼내 보았다.

웬디고에게 바쳐진 자신의 딸아이. 해맑게 웃는 딸아이를 보고 시장 또한 결의를 다진 듯 입을 열었다.

“아마다 씨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 * *

그 시각.

“어째 점점 추워지는 것 같냐?”

무더운 사막을 뚫고 웬디고의 소굴로 향하는 미라 군대.

난 제나와 함께 그들을 몰래 뒤쫓았다.

아무리 수많은 미라 군대가 있어도 상대는 웬디고.

더구나 웬디고의 소굴에는 내 동료 크라운과 아델라가 있다.

점점 웬디고의 소굴로 이동하면 할수록 무더운 사막이 싸늘하게 변했다.

“스핑크스를 소환해서 편히 이동하는 건 어떠십니까?”

내가 추위에 떨자 제나는 나의 목걸이를 가리키며 제안했다.

스핑크스를 언제든 소환할 수 있는 파라오의 목걸이.

피라미드 모양의 펜던트가 특징인 목걸이다.

“벌써 사용하는 건 쫌.”

스핑크스의 주인이 되었다고 한들 아직 그를 맘대로 소환하는 건 불편했기에 난 제나에게 두꺼운 외투를 부탁했다.

“저는 이제 안 불편하신 겁니까?”

언제부터인지 제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나를 받드는 그녀의 스탠스 때문인지 몰라도 이제 제나에겐 맘 편히 부탁을 요청할 수 있다.

제나 또한 의지하는 내 모습이 좋았는지 자신은 스핑크스와 다르게 마왕님에게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시녀라고 또 한 번 강조하였다.

“그건 괜찮거든······.”

그때 메주르가 도시 시민들의 외침이 갑자기 울렸다.

그리고 급격하게 추워지는 날씨.

난 냉기가 흐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내 눈에 담겼다.

사막 한가운데 우뚝 선 빙(氷) 탑과 얼음 왕국!

“공격하라!”

웬디고의 소굴에 다다른 미라 군대는 그곳에 화살을 쏘며 공격했다.

더구나 거대 유성 메테오까지 힘을 가하니 웬디고의 소굴은 단번에 쑥대밭이 되었다.

높은 빙 탑이 메테오로 무너졌다.

그 광경에 환호하는 메주르가 시민들.

그러나 난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그곳엔 내 동료 크라운과 아델라, 그리고 납치된 아이들 또한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난 혼란을 틈타 전선에 침투하였다.

* * *

한편 선제공격을 맞은 웬디고의 소굴.

잠시 후 황소 무리들이 움직이는 듯한 땅 울림이 웬디고의 소굴 방향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소굴을 감싸던 단단한 철창이 열리고 미라 군대를 순식간에 덮치는 설인 부대.

그들은 잔혹하게 미라들을 씹어 삼켰고, 단번에 메주르가 시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때 또다시 군대는 메테오로 설인 부대를 공격했다.

미라 군대가 휘말려도 상관없는 듯 메테오를 사용하는 아마다.

“공격이 먹힙니다!”

설인들이 메테오에 깔려 하나둘씩 죽어 나가자 메주르가 시민들의 환호성이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그 광경으로 인해 그들에겐 희망찬 눈빛이 새겨지고 있었다.

* * *

난 혼란스러운 틈새를 공략해 미라 군대 몰래 메주르가 시민으로 위장한 후 통치자의 지팡이를 훔쳐 간 파라오의 신봉자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메주르가 시민들 전체가 다 왔는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 속에서 신봉자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마왕님, 저기!”

그때 제나가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대형 마차처럼 변형시킨 트럭이 시민들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이곳에 있는 차량 중. 유일하게 변형된 트럭에 난 신봉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트럭 위 통치자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남성의 칭호가 보였기 때문이다.

[파라오의 신봉자 아마다]

“저기다!”

난 제나와 함께 군중을 뚫고 신봉자 아마다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때 날 반갑게 맞이하는 한 사람.

메주르가 도시에서 구한 소년 아데이였다.

“형도 저흴 도우러 온 거예요?”

“그게······.”

아데이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날 맞이하니 너무나 난감했다.

그리고 위험한 전쟁터에 아데이까지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위험한데 넌 왜 여깄어? 엘라는 어디 있고?”

“엄마는 저기 트럭 쪽에 아빠랑 있어요.”

“아빠?”

분명 엘라가 어젯밤 말하길. 남편은 웬디고로부터 딸아이를 구하기 위해 가이곤의 무기 흑성의 정신을 찾으러 떠났다고 했었는데.

지금 이곳에 와 있다니.

난 그자가 흑성의 정신을 진짜 찾았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아데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순간 그 궁금증은 바로 해결되었다.

“저기 트럭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저희 아빠예요. 멋있죠?”

아데이가 가리킨 남성.

그자는 파라오의 신봉자인 아마다였다.

“저자가 너희 아빠라고?!”

“네! 주민 사람들이 저희 아빠가 메주르가에 있는 약탈자를 모두 해치웠고 웬디고까지 물리칠 영웅이래요.”

“흐음······.”

잔혹한 전쟁이 일어나는 중에도 아데이는 해맑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아마 든든한 아버지 때문이겠지.

그러나 그는 가이곤의 무기 흑성의 정신을 찾고 돌아온 영웅이 아닌 파라오의 신봉자에게 영혼을 뺏긴 피해자였다.

“설인들이 후퇴합니다!”

그때 메주르가 시민들의 환호성이 극에 달했다.

극악무도하고 잔혹한 설인들이 메테오와 미라의 군대에 못 이겨 후퇴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장은 잠시 소강상태.

난 이 틈을 이용해 몰래 엘라를 찾아갔다.

“제나는 아이들을 지켜 줘.”

“네, 알겠습니다.”

이곳엔 아데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또한 많았다.

그런데 통치자는 언제 폭주할지 모를 파라오의 신봉자이니.

난 혹시나 하는 위험이 닥칠 수 있으니 제나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홀로 그가 있는 트럭 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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