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18화 (1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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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고

그 시각. 크라운은.

아델라의 뒤를 쫓다 보니 어느새 웬디고의 소굴에 도착하게 되었다.

웬디고의 소굴은 사막이 80%를 차지하는 옐로우우드에서 유일하게 얼음으로 만들어진 왕국이었다.

“미치겠네.”

그리고 웬디고의 소굴로 들어간 아델라.

크라운은 아델라가 타고 있는 마차 뒤 칸에 숨어 있는 중이다.

웬디고의 하수인인 거대한 설인들이 군주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준비 중이었다.

“어이, 아델라. 내 말 들려?”

결혼식 준비로 바쁜 웬디고와 그의 수하들.

그 틈에 크라운이 아델라가 있는 마차에 들어가 그녀에게 몰래 접근했다.

“크라운?”

“쉿. 조용히 말해. 지금 웬디고 소굴까지 들어와서 나가기 힘든 상황이야. 그러게 왜 지금까지 반격도 하지 않고 있었어.”

“이전에 납치된 여자애들도 구해야지.”

“하아.”

아델라는 웬디고의 소굴로 들어올 때까지 난동을 부리지 않은 이유를 크라운에게 설명했다.

미인 선발 대회로 웬디고의 신부가 된 여자애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그녀가 정의롭다 해도 웬디고는 암살 집단 흑사협의 4군주.

이 계획은 너무나 무식한 방법이었다.

“만약 납치된 애들을 찾는다면 그 이후엔 어쩌려고?”

“그들을 구한 후 이곳에서 빠져나가야지.”

“똑똑한 줄 알았는데 멍청한 사람이었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납치된 애들을 찾아 줘.”

“누가 걱정한대?!”

크라운은 아델라의 신념이 이상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웬디고의 소굴까지 들어온 이상.

그녀의 계획에 따를 수밖에 없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난 납치된 애들이 아닌 너를 지킬 거야. 브라고가 지시한 사항이거든. 그때는 너도 그냥 이곳에서 빠져나올 생각만 해.”

마왕 브라고와 헤어지기 전. 그는 크라운에게 아델라만큼은 꼭 지켜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만약 일이 틀어져 웬디고에게 들키면, 납치된 아이들보다 그저 자신의 살길만 생각하라고.

“알겠어.”

크라운의 말을 들은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휴, 못 믿겠네. 그냥 일이 틀어지지 않길 빌어야지.”

그러나 아델라는 이미 이곳에 납치된 아이들을 구해 내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크라운은 투덜거리며 납치된 아이들을 찾으러 홀로 웬디고의 소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 * *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는군.”

우린 스핑크스를 통해 히든 장소인 피라미드에서 마지지대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고대 유물을 훔쳐 간 자는 누굽니까?”

“파라오를 신봉하는 놈 중의 한 명이겠지.”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자 그를 신봉하던 사람들의 무덤.

과거 파라오를 신봉하던 자들은 직접 미라가 되어 그와 같이 피라미드에 묻혔다고 스핑크스가 설명했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최고의 통치자 파라오가 되길 갈망했고, 그렇게 하나둘씩 강력한 힘이 깃든 고대 유물을 들고 도망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났다고 한다.

그들을 저지하는 것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스핑크스는 말했다.

“그런데 이 드넓은 사막에서 어떻게 찾죠?”

“그들 몸속에 흐르는 고유의 에너지가 있네. 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이동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나.”

스핑크스는 고대 괴수이자 9성급 고레벨 괴수.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해 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다.

그렇게 나와 제나는 스핑크스 등 위로 올라타서 이동했다.

그러던 중에 그의 말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카모라.

분명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가 피라미드에서 카모라를 만났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카모라 또한 파라오를 신봉하던 놈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인데.

“고대 유물을 들고 도망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났다고 했잖아요. 그중에 카모라라는 자도 있었나요?”

그가 피라미드에서 도망친 파라오의 신봉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카모라는 현재 범죄 집단 헨드릭스의 대군주.

우리를 죽음의 문턱까지 보낸 라이칸도 카모라의 수하라고 생각하면, 그녀가 가진 힘과 마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카모라. 그래, 그런 놈도 있었지. 내가 유일하게 놓쳤던 자였네.”

카모라가 파라오의 신봉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하니 지금 쫓고 있는 녀석 또한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자가 카모라처럼 강한 자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쫓고 있는 상대도 카모라처럼 강할 수도 있겠군요.”

“그건 아니네. 그놈은 운이 좋은 특이 케이스였으니.”

그러나 스핑크스에게 카모라의 성장 배경을 듣고 나니 그가 왜 현재 정점에 선 인물 중의 한 명이 되었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상대방의 힘과 마력을 카피할 수 있는 고대 유물을 훔친 채 도망갔는데, 운이 좋게도 가이곤과 마주했다고 하더군.”

“가이곤이요?!”

“아마 그때 가이곤의 힘과 마력을 고대 유물로 카피했겠지. 또한, 카피할 수 있는 능력은 무한이니 유명한 자들의 힘과 마력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야.”

미친 능력이다.

상대방의 힘과 마력을 똑같이 복제 가능한 고대 유물이라니.

카모라가 가진 고대 유물의 능력을 듣자, 그녀가 왜 엘라 대신 거미 여왕 타이틀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또한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와 처음 마주한 날 약했던 이유도 이해가 갔다.

아마 핫스퍼와 처음 마주한 날에는 가이곤의 능력을 복제하지 못했던 것 같다.

피라미드 히든 장소 근처에 거미 소굴이 있으니 거미 여왕 엘라의 힘을 복제해서 거미 능력을 갖춘 것이겠지.

더구나 카모라는 제왕 가이곤의 힘을 복제하고 그를 죽인 인물.

아무리 내가 마왕 브라고로 빙의됐다 한들 그를 대적하기엔 힘들어 보였다.

“그럼 카모라를 이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그가 복제 능력만 사용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카모라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듣자.

의욕이 상실되었다.

아무리 강해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차피 그가 복제하면 끝일 텐데.

“뭐, 그럴 수도 있지만, 복제가 안 되는 힘이 있다네.”

“그게 뭡니까?”

“신념.”

“······.”

자신의 신념. 즉 마음가짐은 복제되지 않는다니.

딱히 위로되지 않는 말이다.

그러던 중 스핑크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리고 보이는 도시. 우리가 머물렀던 메주르가였다.

* * *

“이게 뭔 상황이지?”

스핑크스를 타고 급히 이동했지만, 이미 메주르가 도시는 도망친 파라오의 신봉자에게 점령당한 듯 싸움의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부서진 건물, 누군가의 핏자국.

그리고 무엇보다 곳곳에 나타나는 미라의 군대들.

“통치자의 지팡이로 미라 군대를 소환한 것 같은데요?”

메주르가 도시를 점령한 미라 군대는 우릴 보자마자 공격했다.

물론 스핑크스의 발길질 한 방에 몇십 명이 나가떨어졌지만,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

“옥타비아누스.”

스핑크스의 공격에도 끊임없이 미라 군대가 출몰하자 할 수 없이 내가 스킬을 쓰며 그들을 중력으로 묶어 두었다.

“마왕의 주술이군.”

“······?!”

그러나 스킬을 쓰면 안 됐었나 보다.

내 스킬을 본 스핑크스는 갑자기 몸을 흔들더니 등 위에 타고 있던 우리를 떨쳐 냈다.

그러곤 날 유심히 보는 스핑크스.

그의 거대하고 용맹한 눈빛이 날 감싸자 기세가 저절로 꺾이는 듯 압도당했다.

“브라고가 부활한 것인가?”

스핑크스는 낮고 서늘한 음성으로 나의 정체를 물었다.

스핑크스와 브라고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브라고가 한때 루기아 세계를 지배했던 마왕이니 좋게 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난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둘러대려 했다.

“그렇다! 이분은 마왕 브라고이시다. 그러니 예의를 갖춰라.”

제나가 먼저 나서지 않았으면 말이다.

난 제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스핑크스를 경계했다.

“마왕이 통치자의 지팡이를 왜 필요로 하는가. 세계 멸망이라도 또다시 시키려는 것인가?”

“······.”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계 멸망. 그것이 내 최종 퀘스트이자 현생으로 돌아갈 유일한 방법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말하면 절 막으실 겁니까?”

“내 아무리 피라미드 수호자라도 마왕을 어찌 막겠는가. 그리고 약속은 약속. 통치자의 지팡이를 어떻게 쓰든 자네 마음이겠지.”

솔직하게 말하자. 스핑크스는 한 걸음 후퇴하였다.

그런데 그때 우리에게 폭탄이 발포되었다.

그것도 여러 개의 폭탄이.

“크흑.”

폭탄의 위력은 상당했다.

스핑크스가 몸으로 폭탄을 막았지만,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피를 토했다.

“옥타비아누스.”

뒤이어 날아오는 폭탄은 내 스킬로 이곳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9성 괴수에게 충격을 가할 폭탄이 메주르가 도시에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놀랄 시간도 주지 않고, 후속 병력이 우릴 향해 공격해 왔다.

그중에는 도시 주민들도 있었다.

그들은 내가 웬디고의 수하인 줄 알았던 듯 우리를 공격했다.

“통치자 아마다 씨를 지켜 내라!”

미라는 죄책감 없이 상대할 수 있는데 도시 주민들까지 힘을 보태니 당황스럽다.

아델라의 정의로운 모습에 감명받아 게임 속 세계 사람들을 지켜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날 향해 칼을 내밀었다.

“마왕님. 주저하지 마십시오.”

제나는 주민들 또한 스킬로 날려 보내라고 조언했지만, 이미 다짐한 이상. 주민들을 공격할 수는 없다.

“통치자의 지팡이만 가져간 것이 아닌가 보군.”

폭탄을 맞은 스핑크스가 정신을 차린 듯 공격해 오는 사람들을 날려 보냈다.

그때 또다시 스핑크스를 향해 떨어지는 폭탄.

자세히 보니 폭탄이 아닌 운석과도 같은 형태다.

“메테오다.”

그것은 폭탄이 아닌 메테오라는 스킬이었다.

“일단 후퇴하죠.”

메테오는 유성을 날려 보내는 상당히 위력적인 스킬.

그 때문에 난. 제나, 그리고 스핑크스와 함께 한 보 후퇴하기로 했다.

* * *

“웬디고에게 납치된 아이들을 구해 낼 것이다.”

한편 미라 군대 뒤로 들려오는 힘찬 함성.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우리는 멀리서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도망친 파라오의 신봉자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통치자의 지팡이를 든 채 미라 군대를 데리고 웬디고의 소굴로 이동했다.

그곳엔 엘라 가족들도 있었다.

“우리도 따라가자.”

웬디고 소굴로 이동하는 대규모 군대를 막을 수 없는 지경인 데다가 정황상 동료 아델라와 크라운이 그곳으로 먼저 향한 듯했다.

난 스핑크스와 제나에게 저들을 따라 웬디고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말했다.

신봉자의 외침을 들어 보니 웬디고에게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소굴로 향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라 군대와 함께 도시 주민들도 따르는 것 같았다.

“난 반대일세.”

그러나 스핑크스는 웬디고의 소굴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하는 행위와도 같다며 내 제안에 반대하였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웬디고는 암살 집단 흑사협의 4군주. 우리의 힘으론 그를 대적할 수 없네.”

“그럼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두자는 겁니까? 당신이 놓친 신봉자 때문에 죄 없는 주민들이 죽게 생겼는데요?”

난 스핑크스의 책임감 없는 모습에 실망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피라미드 밖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내 몸은 쇠약해지네. 지금이라도 고대 유물을 훔쳐 간 쥐새끼를 잡을 생각이면 도와줄 수 있지만, 웬디고의 소굴까지 가는 것은 어렵네.”

그는 두 개의 선택지를 주었다.

지금 고대 유물을 훔쳐 간 도둑놈을 같이 제압할 것인가. 아니면 저들을 도와 웬디고와의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

후자를 선택하면 스핑크스에게 도움받지 못한다.

“얼른 정해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 힘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으니.”

“······.”

난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고민은 생각보다 길어지지 않았다.

“도시 주민들의 목숨이 먼저입니다.”

“마왕답지 않은 신념이군.”

난 메주르가 도시 주민들을 선택했다.

지금 그들은 미라 군대라도 믿고 웬디고에게 납치된 자신들의 아이를 구해 내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마음을 짓밟고 내 목적만 달성하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다.

과거의 나였으면 그냥 컴퓨터 그래픽일 뿐이라고 여기고 현생으로 돌아갈 생각만 할 테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렇게 따지면 제나도 크라운도 아델라도.

컴퓨터 그래픽일 뿐 현생으로 다시 돌아갈 내겐 중요하지 않은 동료들.

그러나 이 세계의 질서를 바꾼다고 다짐했기에 난 이곳의 운명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죄 없는 주민들을 구하고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을 것입니다.”

“훗. 흥미롭군. 마왕이 세계의 질서를 바꾼다니.”

“그것이 제가 정한 세계 멸망의 정의입니다.”

“그런 신념이면 세계의 운명을 자네에게 맡겨도 되겠다 싶군.”

내 신념을 들은 스핑크스가 미소를 지은 채 피라미드로 통하는 포탈을 열었다.

“자네가 내 실수를 만회할 만한 인재라고 생각되니 돕는 것일세.”

그리고 피라미드로 가기 전. 그가 내게 준 하나의 고대 유물.

[파라오의 목걸이]

언제든 피라미드 수호자 스핑크스를 소환할 수 있는 파라오의 고대 유물.

스핑크스를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파라오 님 다음으로 누군가를 주인으로 받드는 건 오랜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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