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16화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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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선발대회

“감사합니다.”

약탈자들에게 쫓겼던 소년의 이름은 아데이.

인간이라기엔 적색 눈동자와 창백한 피부가 돋보이는 소년.

역시나 칭호를 확인하니 인간이 아니다.

[거미 인간 아데이]

‘거미 인간이라······.’

우릴 쫓는 범죄 집단 헨드릭스의 대군주 카모라가 거미 여왕이기 때문에 난 괜히 소년의 칭호를 확인한 후 그를 경계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도와준 우리에게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눈이 올 동안 지낼 곳이 필요했기에 우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나저나 왜 쫓기고 있었어?”

“누나 때문에요.”

집으로 향하던 길. 난 아데이에게 왜 약탈자들의 표적이 되었는지 물었다.

내 물음을 들은 아데이는 다시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웬디고가 내일 우리 누나를 잡아간다고 했어요!”

“웬디고?!”

다시 감정이 복받쳤는지 눈물을 보이는 아데이.

난 조심스레 크라운을 곁눈질하며 웬디고가 왜 이곳에 있는지 물었다.

웬디고.

그자는 신장 5m의 거인으로 설원에만 출몰하는 고레벨 괴수였다.

그런데 날씨가 반대인 사막 지대에 존재하다니.

정보통인 크라운이 말하길. 웬디고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자가 암살 집단 흑사협의 4군주이기 때문이라 설명하였다.

“군주?!”

웬디고가 군주라는 말을 들으니 PTSD가 찾아온 듯 머리가 지끈거렸다.

불과 며칠 전에 헨드릭스 군주 라이칸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흑사협의 군주와 관련된 자를 만나다니.

“우리 다른 데 갈까?”

이제 더는 군주들과 엮이기 싫어 크라운에게 조심스럽게 다른 곳에 가자고 얘기했는데 하필 제나가 그 말을 듣고 반대했다.

“마왕님은 위험 속에 있어야 강해집니다!”

제나에게 들킨 이상 이 위험 속에서 도망치긴 글렀다.

* * *

아데이의 집은 벽돌로 지어진 다른 집과 달리 유럽의 고풍스러운 느낌이 한껏 풍기는 전원주택이었다.

‘생각보다 잘사는 집안인가 보네?’

그리고 그곳에서 아데이를 반기는 금발의 여성.

뚜렷한 이목구비로 상당히 아름다운 미모가 돋보인다.

그녀가 바로 아데이의 누나 아델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아델이에요.”

동생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아델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우리를 집 안으로 들였다.

아델의 안내에 따라 집에 들어가니 피자를 만들던 중이었는지 입구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때 부엌에서 나오는 여성을 마주한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엘라?!’

부엌에서 나온 여성은 바로 내가 게임했을 당시 거미 여왕이었던 엘라였다.

게임상에선 두려운 존재였던 거미 여왕 엘라가 지금은 그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엘라 또한 자초지종을 듣곤 우리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준비했던 화덕 피자를 같이 먹자며 권했다.

거미 여왕이 만든 피자라······.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은 아닌데.

그런데 생각보다 막 구워진 맛있는 빵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어느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피자는 다 먹어 치우고 깔끔한 그릇만 놓여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난 엘라에게 잘 먹었다며 인사했다.

“이곳에 눈은 언제 옵니까?”

그리고 엘라에게 눈이 언제 오는지 물었다.

이곳에 온 목적은 히든 장소로 가기 위해서였다.

히든 장소로 가는 포털은 눈이 오는 날 열리기에 이곳 거주민인 엘라가 정확히 알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그러나 엘라는 내 물음에 마른침만 삼켰다.

그리고 한쪽에선 아데이가 눈물을 보이고 아델은 그런 동생을 위로했다.

“눈은 내일이면 올 거예요. 웬디고가 그날 찾아오거든요.”

설인 웬디고가 나타나는 날. 사막에 눈이 내린다.

우리에겐 희소식이었지만, 그들에겐 비극.

그래서 난 왜 웬디고가 엘라의 딸 아델을 노리는지 물었다.

“웬디고는 왜 따님을 노리시는 겁니까?”

“그자는 여자에 미쳤거든요.”

그 얘기를 들으니 이곳에 왜 노인과 청년만이 보였는지 알게 되었다.

메주르가의 주인이자 옐로우우드 도시 중 여섯 곳을 통치하는 암살 집단 흑사협 4군주 웬디고.

웬디고는 매주 그가 통치하는 도시에서 대표 미인을 뽑는 선발 대회를 열만큼 여자에 미친 놈이었고, 미인 선발 대회에서 1등을 한 여성은 웬디고의 신부가 된다고 한다.

“내일이 미인 선발 대회가 있는 날이에요. 그리고 저희 딸 아델은 메주르가 도시 대표 미인으로 지목된 상태에요.”

* * *

동료들이 잠든 새벽.

난 나도 모르게 벽난로 모닥불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그동안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아직도 이곳에 있는 것이 꿈처럼 느껴진다.

한편. 엘라 또한 나처럼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모닥불만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그때 복층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빠 아직 안 왔어?”

인기척의 주인은 엘라의 막내아들 아데이.

내일 누나가 메주르가 도시 대표로 미인 선발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잠을 설치는 듯했다.

엘라는 아데이를 안아 주며 그를 위로했다.

아빠가 꼭 와서 누나를 구해 줄 것이라고 말하며 말이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

어린 소년의 슬픈 표정에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내 처지가 누굴 도와주기 힘든 상황.

난 모자(母子)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다시 약해질까 두려워 눈을 질끈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창가에서 한기 가득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싸늘한 분위기.

그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난 다시 깨어났다.

눈을 뜨니 소파에 기댄 채 아직도 잠을 자지 않고 모닥불만 바라보는 엘라의 모습이 보였다.

“밤새우신 겁니까?”

“아! 혹시 저 때문에 깨신 건가요?”

“아닙니다······. 힘이 되지 못해서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잠자리에 들기 전 그저 벽난로 모닥불을 보며 넋 놓고 있는 게 좋아서 남는 방을 동료들에게 양보했었다.

그런데 지금 엘라와 거실에 단둘이 남게 되니 너무나 어색해 동료들에게 방을 양보한 것이 후회되었다.

“방에서 주무시지 않고 왜 아직 여기 있으세요.”

“남편이 언제 올지 모르거든요.”

너무 슬퍼 보이는 그녀의 눈.

예전에 게임 속에서 보았던 거미 여왕의 면모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가정을 꾸린 한 어머니의 모습만 보였다.

“웬디고의 신부로 뽑히면 영영 보지 못하는 겁니까?”

“아마도요. 그리고 그가 매주 신부를 뽑으니 그 전에 뽑혔던 여자들이 무사히 있는지도 의문이 들어요.”

그 대답을 끝으로 엘라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인지 고개를 숙였다.

“남편분은 어디 가셨나요?”

“···아델이 메주르가 대표 미녀로 선정된 이후부터 떠났어요. 딸을 구하기 위해.”

“그렇군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것입니까?”

“아뇨. 그 사람이 가이곤의 무기 흑성의 정신을 찾았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나간 지 사흘이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네요.”

“흑성의 정신이요?!”

난 그녀의 말에 매우 놀랐다.

흑성의 정신.

흑성의 정신은 루기아 세계에서 단 아홉 자루밖에 없는 10성 무기 중 하나다.

“그것이 어딨습니까?”

난 자세를 고쳐 앉은 후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흑성의 정신은 가이곤의 무기. 즉 내 캐릭터의 무기다.

그것을 찾았다고 하니 솔직히 욕심이 나 물어보았다.

“언제부턴가 이 근방에서 강력한 어둠의 에너지가 샘솟는다고 말한 뒤. 곧바로 시종을 데리고 나갔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흑성의 정신인지는 어떻게 안 것입니까?”

“저도 몰라요. 그러나 남편이 고고학자라 그를 믿고 기다리는 겁니다. 남편이 그 무기를 가지고 딸을 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거든요.”

순간 난 그들을 돕고 흑성의 정신을 얻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아직 집에 오지 못한 것을 보면 찾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내 모습이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 양심이 찔렸지만 어쩔 수 없다.

현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니까.

* * *

날이 밝았다.

그러나 엘라의 남편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기대를 조금이라도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

“엄마, 눈 와요!”

그때 웬디고가 메주르가 도시에 찾아온 듯 거짓말같이 사막 지대에 눈이 떨어졌다.

이젠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상황.

우린 떠나야 한다.

“하룻밤 신세 졌습니다.”

“아니에요. 덕분에 아데이가 다치지 않았습니다. 감사해요.”

엘라가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그들이 눈에 밟혔다.

대표 미인으로 선정된 아델은 오히려 동생 아데이와 어머니 엘라를 위로하고 있었다.

“후우······. 가자.”

그러나 우리 또한 눈이 그치기 전에 빠르게 움직여야 했기에 할 수 없이 그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 * *

“저리 비켜!”

불과 어제만 해도 무더운 더위 때문에 고생했는데.

메주르가 도시에 웬디고가 찾아오니 더위는 사라지고 함박눈이 내려왔다.

그리고 드디어 메주르가 도시에서 미인 선발 대회가 시작되었다.

아델은 동생 아데이와 어머니 엘라에게 마지막 인사를 끝낸 후 웬디고 수하들에게 이끌려 미인 선발 대회 장소로 이동했다.

“군주님의 신부를 정하는 곳이다! 군주님만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게 모두 두건을 써라.”

미인 선발 대회 장소는 웬디고 때문인지 살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사막 한복판에 얼음 왕국이 있는 듯한 풍경.

각 도시에서 선발된 미인들은 수하들의 안내에 따라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드디어 웬디고가 미인 선발 대회 장소로 들어왔다.

“이번 주는 여덟 명인가?”

웬디고는 생각보다 거대했고, 흉측한 모습이었다.

신장은 5m에 육박했고, 얼굴과 몸엔 들짐승처럼 털이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마치 킹콩과도 같았다.

“각 도시에서 선별된 미인들입니다. 이제 저희는 나가 보겠으니 군주님이 직접 두건을 벗겨 이번 주의 신부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미인들로 선별된 여자 여덟 명을 무대 위로 올려 둔 채 수하들은 축제 장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홀로 무대에 선 여자들을 바라보는 웬디고.

“후욱, 후욱.”

그는 흥분한 듯 거친 숨소리를 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웬디고가 무대 위로 올라가니 선별된 여자들은 두려움에 휩싸인 듯 뒷걸음질 쳤다.

사람만 한 손으로 두건을 벗겨 얼굴을 확인하는 웬디고.

“두려운가?”

그러던 중.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벌벌 떠는 여자.

웬디고와 직접 마주하니 두려운 듯 눈물을 흘린다.

“나랑 결혼하기 싫은 게냐?”

웬디고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근데 왜 우는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웬디고 또한 다행히도 미인 선발 대회를 다시 진행하는데.

드디어 아델의 차례가 왔다.

“이쁘구나.”

웬디고가 아델의 두건을 벗기고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아름다운 미모가 웬디고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름이 무엇이냐.”

“아델입니다.”

“이름도 이쁘구나.”

웬디고는 아델을 본 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다음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도 웬디고의 시선은 아델을 향했다.

그렇게 모두 두건을 벗긴 채 얼굴을 확인한 웬디고.

“모두 두건을 다시 쓰거라.”

미인으로 선발된 여성들이 두건을 다시 쓰자 밖에서 대기하던 수하들을 불러 이번 주 자신의 신부가 될 미인을 발표하는 웬디고.

“오늘 역대 최고 미모의 여자를 본 것 같다. 수하들은 들어라! 오늘 결혼식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성대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군주님!”

“그럼 발표하겠다. 내 신부가 될 여자는 바로!”

웬디고가 손을 치켜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바로 아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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