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11화 (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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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칸(5)

세계적인 영웅 가이곤이 죽고 난세가 열렸을 시기.

레드우드는 범죄 집단 헨드릭스와 제국 라노키아의 전쟁이 계속되며 황폐지가 되었다.

“공주님, 프리테리아 제국의 왕자가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아델라의 하수인 백묘는 공주의 정혼자이자 프리테리아 제국 왕자가 두 세력 간의 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델라는 깊은 슬픔에 잠겨 그가 묻힌 묘지로 이동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밖은 전쟁으로 인해 어둡고 위험하기에 오래 있지 못하고 아델라는 다시 하스마 제국으로 향했다.

“반군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헨드릭스가 신분 제도를 폐지했던 이유일까? 그동안 왕족에게 핍박을 당했던 종족들 또한 반군이 되어 헨드릭스에게 힘을 보태던 상황.

하스마 제국 근처에는 늑대 소굴인 지하 던전이 있었는데 그곳의 늑대 인간들이 주변에 있는 인간들을 모두 도륙하고 있었다.

“공주님, 일단 벙커에 들어가십시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니 하스마 제국 바깥에서는 늑대 인간들이 날뛰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아델라는 호위 무사의 안내에 따라 근처 벙커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피를 내뿜은 채 다 죽어 가는 라이칸이 발견됐다.

라이칸 또한 아델라가 들어온 것을 인지한 후. 그녀를 경계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움직이지 말아라.”

아델라는 심통한 표정으로 자신의 마력을 이용해 그를 치료했다.

라이칸이 아델라를 죽일 듯 노려봤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그를 회복시켰다.

“···공주님에게 또 신세를 지는군요. 그러나 제 발톱이 언젠가 공주님을 향할 것입니다.”

“반군이라 해도 내 백성이 아닌가.”

라이칸은 그런 아델라의 모습에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지었다.

“제가 두렵지 않습니까?”

“소문으로는 늑대 인간의 왕이 되었다 들었네.”

“헨드릭스의 군주도 될 것입니다.”

“그럼 그땐 적대 관계가 되겠구나.”

“그러니 지금 싹을 자르시죠. 공주님.”

라이칸은 계속 아델라를 도발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 * *

다시 돌아와 현재.

나는 아델라와 붙어 있는 라이칸에게 스킬을 쓰지 못하고 주위의 늑대 인간들을 향해 쐈다.

계속 전투를 하니 라이칸의 성향을 조금 읽었기 때문이다.

잔혹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부하를 생각하는 군주.

그렇기 때문에 부하들을 뒤로 후퇴시키고 홀로 전장에 선 거 아닌가.

내 생각대로 라이칸은 아델라의 손을 뿌리치고 부하들에게 향하는 공격을 막아 냈다.

“생각보다 비겁한 수를 씁니다. 나으리?”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내 스킬을 막았기에 충격을 받은 듯 피를 토하는 라이칸.

그의 말대로 비겁한 행동일 수 있겠지만, 먼저 제나를 건든 것은 라이칸이었기에 그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내 옆으로 크라운과 아델라가 든든하게 나란히 섰다.

그들이 있기에 전혀 두렵지 않다.

“과거 저를 살리신 것을 후회하는 눈빛입니다.”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나약한 내가 안타까울 뿐이다.”

“······.”

라이칸의 질문에 답을 하는 아델라.

그 답을 들은 라이칸은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흉포한 늑대 인간 형태에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한 치도 물러설 마음이 없어 보였던 그가 자신의 군대를 데리고 후퇴한다.

휴.

지옥 같던 전쟁이 끝난 듯한 느낌.

난 라이칸이 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 *

한편.

군대를 데리고 후퇴한 라이칸에게 한 인물이 다가왔다.

그는 지하 던전에서 몰래 디도스 물질을 개발했던 하스마 제국의 학자 리옹이다.

“실망이다.”

돌연변이화된 듯 빨갛게 부어오른 근육질 피부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런 리옹 주변으로 시커먼 기운이 모여들어 온몸을 휘감더니 눈 깜짝할 사이 어두운 망토를 입은 여인으로 뒤바뀌었다.

“죄송합니다.”

제나와 같이 머리에 난 뿔이 돋보이는 여인.

그런 여인 앞에 카리스마 가득했던 라이칸이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그렇게 원하던 힘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한낱 제국의 공주 때문에 그런 꼴이라니.”

여인이 손짓하자 라이칸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 목을 잡고 캑캑거리며 고통스러워한다.

“자네를 헨드릭스 군주로 임명했던 이유는 그 누구보다 제국 사람들을 증오하는 자네의 복수심 때문이었네.”

다시 여인이 손짓하자 주술이 풀린 듯 라이칸은 헉헉거리며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도 자네 때문에 반가운 주술을 오랜만에 봤네. 더구나 공주가 디도스 물질을 투약했음에도 정신을 차린 건 의외긴 했어. 그러니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그들을 산 채로 내 앞으로 데려와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헨드릭스 대군주 카모라 님.”

* * *

“어디로 갈까요?”

조종석에 앉은 제나가 내게 물었다.

제나가 소환한 비행 수송선 안이다.

범죄 집단 헨드릭스 8군주 라이칸과 치열한 전투 끝에 우린 살아남았다.

그러나 온몸은 만신창이.

재정비가 필요해 보였기에 나는 안전한 곳으로 일단 이동하자 말했다.

“그나저나 얘도 데리고 가는 거야?”

뒷좌석에 앉은 크라운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다.

크라운 옆에 나란히 앉은 여인.

하스마 제국의 공주 아델라다.

“브라고 당신이 우리 팀 리더니깐 결정짓고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리더라······.

전쟁으로 하스마 제국 왕성은 무너졌고, 아델라의 가족과 백성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인지 라이칸이 후퇴를 한 후. 아델라는 황무지에 홀로 주저앉았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눈빛을 한 채.

그런 아델라를 홀로 두고 가긴 그랬다.

그래서 내가 아델라에게 먼저 말했다.

같이 가자고.

“난 같이 가고 싶은데.”

크라운은 왕족이었던 아델라의 영입이 탐탁지 않은 듯 투덜거렸다.

과거 크라운은 사생아라는 이유로 왕족에게 버려졌으니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델라의 뜻과 내 뜻이 같았기에 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계 멸망(世界 滅亡).

그녀는 세계 이념 개혁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고, 난 현생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할 수밖에 없는 일.

무엇보다 하스마 건틀릿으로 인한 아델라의 전투력과 치유 능력만 봐도 나에게 있어 힘이 되는 존재였다.

“공주님 뜻은 어때요?”

다시 돌연변이 형태에서 벗어난 아델라에게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델라는 아직 전쟁으로 잃은 가족과 동료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상태라 머릿속이 복잡한 듯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같이 가고 싶습니다.”

잠시 후 생각 정리가 끝난 듯 아델라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내 제안을 승낙하였다.

“에구.”

아델라의 대답에 크라운이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난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기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끼익―

그때 수송선이 급제동하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야,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그 충격으로 앞좌석에 얼굴을 박은 크라운이 제나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수송선 앞 유리를 통해 바깥 상태를 보니 제나의 돌발적인 행동이 이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마치 거미줄처럼 결계망이 둘러진 레드우드.

크게 한 바퀴 돌아보지만 결계가 쳐져 있지 않은 곳은 없었다.

“이곳에 카모라도 있나 본데?”

크라운은 거미줄같이 쳐져 있는 결계를 보고 떨리는 입술로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 결계를 친 장본인이 범죄 집단 헨드릭스 대군주 카모라일 것이라 답했다.

레드우드는 작은 대륙도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결계를 칠 수 있다니.

난 적잖이 놀란 채 크라운에게 카모라에 관해 물어봤다.

“카모라는 헨드릭스의 대군주이자 거미 여왕이야. 이런 결계를 칠 수 있는 괴물은 카모라뿐이지.”

거미 여왕.

난 크라운의 설명을 듣고 의아했다.

내가 게임했을 당시만 해도 거미 여왕은 초반에 나왔던 캐릭터로, 중간 보스였기 때문이다.

“원래 거미 여왕은 엘라 아니었나?”

엘라. 거미 군대를 이끄는 여왕.

상사에서 소위로 승급해야 할 당시에 반드시 깨야 했던 보스였기에 기억난다.

“엘라? 혹시 옐로우우드에 있는 그 거미?”

크라운 말이 맞다. 엘라는 옐로우우드 거미 소굴에 있는 괴수다.

내가 아는 대표적인 거미 여왕은 엘라뿐이었기에 카모라의 정체에 의문이 들었다.

“그자가 우릴 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 왜? 헨드릭스의 8군주 라이칸과 싸운 일 때문인가?’

4대 세력 중 하나인 헨드릭스 대군주가 우릴 노리고 있다 하니 표정이 저절로 어두워졌다.

그러던 중 제나가 황급히 핸들을 꺾었다.

그 충격으로 왼쪽으로 몸이 쏠렸다.

다행히 안전띠를 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다가 운전석에 있던 제나와 부딪칠 뻔하였다.

“흐익.”

그러나 뒷좌석에 있던 아델라와 크라운은 안전띠를 하지 않았는지 서로 왼쪽 창문에 찰싹 붙었다.

그 탓에 서로 가까이 달라붙은 두 사람.

크라운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괜히 조종사 제나에게 화를 내었다.

“지금 레드우드 괴수들이 우릴 쫓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시조새를 닮은 괴수가 우리 수송선을 뒤쫓아 오고 있고 땅 위에서는 바글바글한 레드우드 괴수들이 우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 있었으니까.

더구나 카모라의 결계로 레드우드 밖으로 도망치지도 못하는 상황.

이렇게 우린 독 안의 든 쥐가 되었다.

“그··· 테온의 골짜기로 가자.”

아직 재정비도 안 됐고, 불과 한 시간 전에 라이칸과 전쟁을 벌였는데 또다시 고레벨 괴수들까지 우릴 쫓고 있다니. 한시도 긴장을 놓치면 안 되는 상황.

그때 내 머릿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디어라기보단 나만이 알 수 있는 장소.

레드우드에 숨어 있는 히든 장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테온의 골짜기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려?”

“근방에 있습니다.”

브라고 게임 속 아홉 개의 대륙 곳곳엔 히든 장소가 숨어 있었다.

그 장소를 찾는 것 또한 이 게임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난 이 게임을 10년간 죽돌이처럼 해 왔기에 그 장소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물론 지금 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 속 캐릭터.

모니터로 보는 것과 현재 육안으로 보이는 장소의 면적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쉽게 가늠되지 않아 살짝 혼동이 오지만, 괴수들을 피할 방법은 히든 장소로 도망가는 것뿐이다.

“테온의 골짜기로 가자.”

난 속으로 신께 기도를 올리고 제나에게 명령했다.

다행히 제나의 말처럼 테온의 골짜기는 근방에 있었다.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계곡.

난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뜬 별을 확인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저기 계곡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해 줘.”

“별똥별이요?”

레드우드 하늘엔 반짝이는 별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하늘을 자세히 보면 일정한 타이밍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이 관측된다.

히든 장소로 가려면 별똥별이 떨어지는 시점에 테온의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계곡 근처에 몸을 숨기려는 겁니까?”

“아니, 계곡 안으로 쭉 들어가.”

“네?!”

말이 계곡이지 고인 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얕은 수심. 절대로 저 계곡 안에 수송선을 숨길 수 없다.

제나 또한 내 명령에 의문을 느낀 듯 처음으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은 채 나를 쳐다본다. 뒷좌석에 있던 크라운과 아델라 또한 나를 보고 제정신이 아니라며 소리쳤다.

“마왕님의 명을 따릅니다.”

그러나 제나는 나의 시녀.

어처구니없는 내 말을 꿋꿋이 믿어 주었다.

“지금이야!”

난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체크했고 그 리듬감에 맞춰 제나에게 지시했다.

7성 괴수인 시조새가 우리 수송선 뒤를 맹추격하고 있는 시점.

더는 주저할 수 없다.

내 명령에 제나는 핸들을 내렸다.

그러자 수송선이 테온 골짜기에 고여 있는 계곡으로 롤러코스터처럼 수직 낙하했고, 난 안전띠에 의지한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아악!”

뒷좌석에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수송선이 계곡에 빠지고도 남았을 텐데 아무런 충격이 일어나지 않자 난 조심스럽게 실눈을 떴다.

뒷좌석에서 들리던 비명도 멎었다.

“우와!”

오히려 비명을 지르던 크라운과 아델라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난 그들의 반응을 보고 완전히 눈을 뜨고 바깥을 확인했다.

내 기도가 통한 듯 다행히 레드우드의 히든 장소에 도착하였다.

소환사의 섬 아틀란티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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