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8화 (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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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칸(2)

“지휘관님, 전쟁이라도 난 겁니까?”

“예상했던 일 아닌가. 두려운가?”

“······.”

왕성 안. 대강당에 모인 하스마 제국 군사 병력.

군사들은 늑대 인간들의 급작스러운 침략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스마 제국을 대표하는 무기 건틀릿을 끼고 늑대 인간들과의 전쟁을 준비했다.

왕성 밖 수만의 늑대 인간들이 진을 치고 있는 광경을 보니 전투로 유명한 하스마 제국의 군사들도 두려운 듯 마른침을 삼켰다.

하스마 제국 군사들의 병력은 고작 1,000명.

수적으로 너무 밀린다.

“두려운 거 다 안다! 그러나 우리가 왕성까지 버리고 후퇴한다면 하스마 제국은 그대로 멸할 것이다. 제국을 위해 싸워라.”

지휘관은 군사들이 정신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게 연설하며 기운을 북돋웠다.

그때였다.

철컹―

군사들이 한데 모인 대강당에 방벽이 깔렸다.

“지휘관님, 뭡니까? 이건?”

방벽을 사이에 두고 지휘관과 군사들이 나눠진 대강당.

지휘관은 그저 제국의 미래만을 기억하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방벽 사이로 붉은 디도스 가스가 군사들에게 뿜어져 나온다.

“콜록. 콜록.”

디도스 가스에 기침하는 군사들.

방벽을 주먹으로 내려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듯 꿈적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디도스 가스에 중독된 군사들이 사람의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바뀐 모습으로 돌연변이화되었다.

* * *

나는 다행히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왕성 안 다락방 같은 곳에 몸을 숨겼다.

내 스킬로 아수라 2세와 늑대 인간들의 발을 묶은 탓에 우리가 있는 위치를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백묘······.”

그러나 스킬을 사용했던 당시. 하수인들을 잃어 슬픔에 잠긴 아델라 공주를 그냥 내버려 두기 좀 그래서 그녀 또한 이곳에 데려왔는데.

그 탓에 다락방 안엔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봐, 시끄러워!”

가뜩이나 심란한 상황에 공주의 울음소리가 더해지니 더욱 침울해지는 공간.

크라운은 아델라 공주에게 울음을 뚝 그치라며 소리쳤다.

나도 아델라의 울음에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크라운의 다그치는 목소리가 더 머리를 울렸다.

“그만하고 이곳에서 어떻게 나갈지 머리를 맞대 보죠.”

그나마 잠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한 탓에 난 숨통이 트여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내 중재에도 공주의 울음소리와 크라운의 다그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내 옆에 있던 제나는 마왕 앞에 거슬리는 존재들은 모두 살생하라며 부추기기 바빴다.

‘난 네가 알고 있던 마왕이 아니라고!’

세 명 다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니 머리가 다시 아파 왔다.

쿵―

그러던 그때. 다락방 밑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그 소리에 반응하며 다락방에 작게 난 창문으로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늑대 인간과 난투전을 벌이는 괴물들이 내 눈에 담겼다.

하스마 제국의 건틀릿을 끼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

그들은 하스마 제국을 침략한 늑대 인간들을 뜯어 먹으며 좀비 같은 잔혹성을 보여 주었다.

“저기, 이것 좀 보세요!”

괴물로 변한 하스마 제국 군사들. 그 군사들 머리 위로······.

[돌연변이가 된 하스마 제국 병사]

돌연변이라는 처음 보는 칭호가 떠올랐다.

내가 알던 시기에서 30년이 지났으니 하스마 제국 군사들도 변화된 건가 싶었는데.

그러나 내 외침에도 공주는 그저 눈물을 흘릴 뿐. 제국 군사들의 변화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이봐, 공주! 동료를 지키고 싶었으면 질질 짜지만 말고 맞서 싸워. 운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깐.”

울기만 하는 아델라에게 크라운이 일침을 가했다.

그 말에 나도 양심이 찔려 가슴이 짜릿했다.

마왕의 엄청난 스킬이 있음에도 난 계속 피하기만 할 뿐 두려움 때문에 맞서 싸우지 못하는 중이다.

공주는 나와 같이 크라운의 일침을 듣고 그칠 기미가 안 보였던 울음을 뚝 그쳤다.

콰쾅!

그때 우리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굳게 잠긴 다락방 문을 누군가 부쉈다.

늑대 인간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흉측한 모습.

그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괴성만 지르며 날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악!”

내 목을 뜯어 먹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괴물. 복장과 건틀릿을 보면 하스마 제국 군사인 것을 알 수 있다.

“옥타비아누스!”

순식간에 내게 달려들어 심장이 쿵 내려앉을 뻔했지만, 마왕의 몸이라 그런지 엄청난 순발력으로 군사의 팔을 꺾어 버렸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해 군사를 중력으로 묶었다.

그럼에도 괴성을 지르며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우릴 바라보는 군사.

팔은 꺾여 있고, 몸은 중력으로 바닥에 깔려 있으며 얼굴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붉은 상처로 덮여 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기괴하다.

“원래 하스마 제국 군사들이 이럽니까?”

난 아델라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녀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흉측한 괴물로 변한 군사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크어얽.”

그때 문 쪽에서 또다시 들리는 기괴한 괴성.

늑대 인간의 울음소리가 아니다.

* * *

그 시각.

돌연변이화된 군사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늑대 인간들에게 지지 않고 맞서 싸우며 참혹한 전쟁을 펼치고 있었다.

왕실에 있던 아수라는 학자 리옹에게 물었다.

“왕가 친족들을 모두 모았나?”

“네. 그런데. 공주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델라가?! 분명 내 오늘 독방에 가두라 지시했건만.”

“몰래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왕자님 또한 바깥에서 늑대 인간과 혈투를 벌이고 있어 말씀을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투가 시작된 직후 아수라는 제국을 버리고 친족들과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동맹 세력인 제국 라노키아와 연락이 안 되는 상황.

아마도 라이칸이 레드우드 전역의 통신망을 끊어 버린 듯했다.

아수라는 아무리 군사들이 돌연변이화됐다지만 압도적인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할 거라 여겼다.

더불어 늑대 인간 사이엔 범죄 집단 헨드릭스의 8군주 라이칸 또한 존재했고, 그를 상대하려면 동맹 세력 라노키아 군주가 직접 나서야 싸움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투약하지 않은 군사들은 몇 명인가?”

“간부들에겐 투약하지 않았습니다.”

“돌연변이가 됐음에도 제정신인 군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자네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이군.”

강인한 육체와 생명력을 증폭시키는 디도스 물질. 그러나 그 물질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투약 대상이 이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아수라와 학자 리옹은 디도스 물질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려 했지만 연구 도중 갑자기 늑대 인간 부대가 왕성을 침략했다.

그래서 아수라는 그 위험한 디도스 물질을 자신을 비롯한 친족들에겐 투약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간부에게 공주를 찾으라 명하고, 내 직접 왕자를 데리러 갈 테니 수송선을 준비하고 있으라.”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아수라는 그 명과 함께 개인 무기고에 있던 자신의 건틀릿을 두 손에 끼고 전장에 나섰다.

비로 젖은 전장은 늑대 인간의 시체와 군사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중앙. 홀로 다수의 늑대 인간과 대치한 한 사람.

하스마 제국의 왕자 아수라 2세.

그의 건틀릿에 목숨을 잃은 늑대 인간이 이미 수백 명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체력이 다한 듯. 숨을 헐떡였다.

“허억. 허억.”

시야가 흐릿한 듯 눈을 비비는 아수라 2세. 늑대 인간 부대는 그 틈을 이용해 달려들었지만, 건틀릿을 낀 주먹 몇 방에 나가떨어졌다.

“제국은 내가 지킨다.”

혼잣말로 의지를 다지며 제국 앞을 지키는 아수라 2세.

그런 그에게 순간적으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는 한 사람.

라이칸이다.

“왕자는 내가 맡을 테니 너희는 왕성에 있는 제국 사람들을 샅샅이 찾아 죽여라.”

라이칸은 늑대 인간 부대에 명령을 내리고 홀로 아수라 2세 앞에 섰다.

방금 전 일격으로 큰 타격을 받은 듯 피를 토하고 있는 아수라 2세.

이젠 가드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제국 군사들의 모습이 괴물처럼 바뀌었습니다. 왕자님.”

“헛소리하지 말고 들어와.”

그 말을 들은 라이칸은 미소와 함께 아수라 2세를 향해 발을 뻗었다.

그 일격에 아수라 2세 뒤에 있던 왕성이 무너졌다.

“이런, 미친!”

왕성이 무너지자 이성을 잃은 듯 라이칸을 향해 돌진하는 아수라 2세.

그러나 그의 공격 루트를 라이칸은 다 읽는 듯 손쉽게 피하며 농락했다.

“순수 혈통 인간이라며 자부심 느낄 땐 언제고 왜 군사들을 괴물로 만들었습니까?”

“뭔 개소리야!”

라이칸의 도발에 넘어간 아수라 2세. 헛손질하는 바람에 그는 자신의 군사에게 일격을 날렸다. 그러자 돌연변이화된 군사가 이성을 잃은 듯 왕자인 아수라 2세를 공격했다.

“뭐야?!”

그제야 자신의 군사들이 괴물로 변한 것을 알아챈 아수라 2세.

주위를 둘러보니 흉측한 얼굴과 몸집이 거대해진 군사들이 보인다.

“당신의 신념 때문에 죽은 종족들이 몇 명인데! 그 신념을 왜 깨셨냐 물은 겁니다!”

아수라 2세가 바뀐 군사들의 모습에 한눈을 팔던 사이 라이칸은 그에게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그대로 아수라 2세의 금빛 건틀릿은 붉은 피로 물들고 그는 형태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잔혹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쏴아아―

추적추적 내리는 소나기가 건틀릿을 적신 핏물을 닦아 냈다.

그리고 땅에 덩그러니 놓인 하스마 건틀릿을 줍는 라이칸.

건틀릿을 자신의 손에 껴 보았지만 그를 거부하듯 고열로 달아올라 화상을 입힌다.

“선택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왕실의 무기조차 자신의 신분이 천하다 차별하는 듯해 라이칸은 있는 힘껏 건틀릿을 밟았다.

* * *

한편. 라이칸의 일격으로 왕성이 무너지기 전.

이성을 잃은 군사들을 피해 아델라는 왕실에 홀로 잠입했다.

그리고 무언가 찾는 듯 황제의 금고를 뒤지다 디도스 물질이 담긴 주사기를 발견한다.

‘이봐, 공주! 동료를 지키고 싶었으면 질질 짜지만 말고 맞서 싸워. 운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깐.’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주사기를 바라보니 크라운의 일침이 다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환풍구에 숨어 아비인 황제와 학자 리옹의 대화를 엿들었기에 디도스가 인간의 초인적인 힘을 극대화시키는 물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델라는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백묘와 강율.

공주는 결의에 찬 눈빛을 한 채. 주사기를 심장에 가까운 왼쪽 가슴에 퍽- 찌르고 디도스를 자신의 몸에 투입했다.

“커억!”

그러자 세포 하나하나 변이되는 느낌이 뇌 속까지 전달되었다.

몸의 변화에 고통을 느끼고 몸부림치는 아델라.

머리카락이 날카롭게 곤두섰고, 동공은 빨갛게 물들며 손톱이 날카롭게 변한다.

왕실 안에 그녀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돌연변이를 자처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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