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7화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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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칸

20년 전.

황폐지 레드우드에도 여러 개의 제국이 즐비했었다.

아무리 황폐한 땅이라 해도 레드우드는 루기아 행성의 중심지.

그러하니 세계 정부는 레드우드를 친환경적이게 바꾸려 노력했지만. 땅 자체가 이미 죽어 있었기에. 나무와 식물을 심는다 한들 며칠 사이에 시든 채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일까? 레드우드에 있는 제국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민감한 상황이 닥치면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라이칸의 각성은 이 시점에서 시작됐다.

“뭐야, 이놈은!”

마차에 탄 왕국 사람이 레드우드를 횡단하던 중 늑대 소년을 마주쳤다.

그 시절, 인간 이외의 다른 종족들은 역병이 돈다는 이유로 지하 던전에 갇혀 살고 있었다.

지하 던전에 식량이 떨어져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라이칸은 법을 어긴 채 밖으로 나온 참이었다.

“죄송합니다. 영감님.”

왕국 사람은 호위 무사에게 라이칸을 죽이라 명했다. 뒤이어 나온 라이칸의 어미 카르트가 그 모습을 보고 한 번만 봐 달라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

“굶은 지 사흘이 넘어서 배고픔에 법도를 어긴 것 같습니다. 제가 잘 타이를 테니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넘어가 주세요. 죄송합니다.”

“하.”

빌빌 기는 카르트의 몸 곳곳에는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었고 손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왕국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

“식량이 없으면 해가 저물 때 조용히 나와서 사냥을 하든 해야지! 법도를 어긴 죄로 자식의 목숨은 가져가야 속이 풀리겠다.”

“제발요!”

영감은 카르트의 간절한 모습에도 호위 무사에게 라이칸을 죽이라 명했다.

그러자 카르트가 자식 앞에 서서 자신의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 말했다.

“흠. 너의 용기가 가상하구나.”

샥―

카르트의 부탁으로 라이칸이 아닌 어머니의 모가지가 호위 무사의 검에 잘려 나갔다.

라이칸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호위 무사에게 달려들었지만,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왕국 사람은 약속은 지킨다는 말과 함께 지하 던전 속으로 라이칸을 내쳤다.

라이칸은 어미의 사체를 핥으며 오열했다.

그렇게 개미굴처럼 생긴 지하 던전 안은 라이칸의 울음소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감은 제국으로 돌아와서 소문으로 들은 지하 던전 속 종족들의 역병을 두 눈으로 직접 봤다며 그들을 모두 소탕하지 않으면 인간에게도 병이 옮겨질 수도 있다 말했다.

영감의 말을 들은 제국 왕가 집안사람들은 뜻을 모아 지하 던전 속 생명체를 모두 토벌하기로 기획한다.

“꺄아악!”

그리고 그날 밤. 지하 던전엔 비명만이 들려왔다.

그들을 괴물 취급하며 토벌하는 제국의 군사들.

라이칸 또한 군사들에게 쫓기다 지하 던전 밖으로 나왔다.

군사들 또한 빠르게 라이칸을 잡으러 그 뒤를 쫓았다.

그러던 중 하스마 제국 마차가 보였다. 라이칸을 쫓던 군사들은 그들에게 라이칸의 행방을 물었다.

“혹시 늑대 소년 못 봤습니까?”

“무슨 일입니까?”

군사들은 하스마 제국 하수인들이 몰고 있는 마차 안이 수상해서 그들 앞에 섰다.

마차를 지키고 있던 하수인 백묘가 군사들을 막아 세웠다.

“혹시 마차 안을 수색할 수 있을까요?”

“하스마 제국 공주님이 있는 마차다. 어딜 감히!”

백묘가 강하게 나가자 뒷걸음질 치는 군사들.

그때 마차 밖으로 아델라가 얼굴을 내밀었다.

여덟 살 남짓한 어린 소녀지만. 그 누구보다 강인한 눈빛으로 군사들을 바라보았다.

“뭘 찾으십니까?”

그리고 당돌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조심히 가십쇼.”

마차 안에 공주가 있는 모습을 보자 의심을 거두고 황급히 주변을 수색하는 군사들.

그들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밖을 지켜보던 아델라는 마차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마차 안에 있던 식빵을 누군가에게 건넸다.

바로 라이칸이다.

라이칸은 식빵을 보자마자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공주님, 괜찮으신 거 맞죠?”

“응! 군사들 다시 나타나면 말해 줘.”

“아이고. 공주님, 잘못되면 저희가 죽습니다.”

“괜찮대도.”

아델라 공주는 식빵을 허겁지겁 입 속으로 집어넣은 라이칸에게 우유도 건넸다.

그러곤 라이칸의 몸을 유심히 보다 빨갛게 부어오른 피부를 발견한다.

“왜? 역병 옮을까 봐 겁나?”

라이칸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으며 째려보자. 눈빛을 피하는 공주.

그리고 두려운 듯 두 손을 불끈 쥐고 떨며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라이칸은 그런 공주의 행동에 위선자라고 말하며 값비싸 보이는 그녀의 목걸이를 뜯어 도망쳤다.

“괜찮습니까! 공주님?!”

“응. 괜찮아.”

“그러게 왜 도와줬어요. 아유, 내가 못 살아.”

“그래도 살았잖아. 그리고 몸 보니깐 역병이 아니라 그냥 단순 피부병 같아. 걱정 안 해도 되겠어.”

백묘 또한 천한 신분이었지만, 아델라 공주의 도움으로 하수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역병에 걸렸다고 소문난 늑대 소년 라이칸을 도와준 이유를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역병이 진짜라면, 하스마 제국의 백성들에게도 피해가 가기에 공주는 그 병을 직접 알아보고 싶어서 도움을 준 것 같았다.

“진짜 역병이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그럼 백성들을 위해 치료제를 만들어야지.”

아델라 공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그 자체였다. 하스마 제국의 공주임에도 솔선수범 행동하는 모습.

아델라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왕족 아이들과 달리 떡잎부터 달랐기에, 백묘는 그런 공주가 걱정되기도 했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 * *

다시 현재.

라이칸은 자신의 목에 건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오래전 아델라 공주에게 뺏은 것이었다.

“군주님, 드디어 하스마 제국도 멸하는 겁니까?”

하스마 제국으로 향하던 중. 참모가 라이칸에게 물었다.

10년간 레드우드에 있는 제국을 모두 멸했던 라이칸. 그리고 늑대 인간 군사들.

그러나 군주는 하스마 제국만은 건들지 말라고 명했다.

그래서 하스마 제국이 레드우드의 하나뿐인 제국이 된 것이다.

“오늘로써 레드우드에 왕가 사람들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군주 라이칸이 하스마 제국까지 멸하자 명령했다.

뭐, 라이칸의 명령이 갑작스럽긴 했지만, 늑대 인간들은 수십 년간 자신을 열등하게 바라봤던 왕가 집안사람들을 모두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상태였다.

늑대 인간들은 라이칸의 명을 듣고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황무지를 달렸다.

* * *

그 시각. 왕실에선 하스마 제국의 황제 아수라가 제국으로 들이닥치는 라이칸 군대들을 보고 학자 리옹을 불렀다.

“저번에 제의했던 거 아직도 유효한가?”

“돌연변이화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실 학자 리옹이 연구한 디도스 물질의 힘은 황제인 아수라가 직접 봤었다.

사람을 돌연변이화시켜 초인적인 힘과 생명력을 증폭시키는 물질.

그러나 그 물질을 몸에 투입한다면 순수 혈통의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이었고, 그래서 인간도 진화해야 한다는 학자 리옹의 주장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성벽 밖엔 수만 명의 늑대 인간 부대가 하스마 제국을 향해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결단을 내려야 했다.

“군사들에게 이 디도스를 투입해라.”

“네, 알겠습니다. 왕가 사람들에게도 투입할까요?”

“흠······.”

이제 더는 도망칠 곳도 없다. 그러나 왕족에게까지 디도스를 투입한다면 순수 혈통의 자리를 누가 보전하겠는가. 아수라는 고개를 저으며 군사들에게만 투입할 것을 한 번 더 강조하였다.

“디도스라······.”

그때 황실 환풍구 사이로 보이는 아델라 공주. 공주는 우연히 디도스 물질에 대해 알게 된다.

* * *

한편. 제나는 수송선을 소환시켰다.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내 상태가 복개차로도 호전되지 않자 걱정했다.

위급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짐만 되는 내 몸뚱이가 너무나 짜증 나고 비참했다.

“일단 수송선에 타자고.”

크라운이 날 부축해 수송선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우리에게 도움을 외치는 한 사람.

바로 아델라 공주와 그의 하수인들이다.

아델라 공주는 늑대 인간의 습격으로 왕국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수감실에 몰래 들어가 갇혀 있던 하수인 백묘와 강율을 빼냈다고 말했다.

제국의 법도를 어겼으니 이미 죽은 목숨. 그래서 아델라는 내게 부탁했다.

하수인 백묘와 강율만 이 왕국에서 도망치게 해 달라고.

“이봐. 우리가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도움을 줄 의무는 없다고!”

그러나 크라운은 아델라의 부탁을 거절하며 그냥 우리 셋만 얼른 빠져나가자 말했다.

“공주님, 저희는 공주님 두고 못 가요. 안 갑니다.”

하수인들도 공주를 두고 못 간다며 수송선에 타지 않았다.

그때 폭발음과 함께 수송선에 구멍이 뚫렸다.

고개를 돌리니 하스마 제국의 왕자 아수라 2세가 군사를 이끌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공주. 지금 제국을 배반하는 반역자가 되려 하는가!”

엄청 분노에 찬 표정으로 아델라를 바라보는 아수라 2세.

“오라버니. 그런 게 아니라 제 하수인들의 목숨만 살리고 싶어 부탁한 겁니다.”

“닥쳐!”

아델라 공주의 해명에도 아수라 2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봐, 넌 누군데 남의 수송선을 파괴해!”

그때 남매의 싸움에 크라운이 껴들었다.

“건틀릿 조심해!”

난 아수라 2세에게 다가간 크라운에게 외쳤다. 하스마 건틀릿은 내가 게임을 했을 당시에도 유명했던 무기였기 때문이다.

[하스마 건틀릿(8성)]

단 2% 확률을 뚫어야! 8성짜리 무기를 가질 수 있다. 말이 2%지. 7성짜리 무기도 초고급이라 나처럼 딥한 유저가 아니면 대부분 5~6성에 만족하고 강화를 하지 않는다.

아무리 크라운의 검술이 뛰어나다 한들. 무기 차이는 무시 못 하는 법.

“크억······.”

아수라 2세가 건틀릿을 낀 채 손가락을 튕기자 그 충격으로 크라운이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아유! 5성 정도의 검만 있었더라면.”

아직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걸 보면 크라운의 상태는 다행히 괜찮은 듯했다.

또다시 손가락을 튕기는 아수라 2세.

그 충격은 아델라 공주의 하수인 백묘를 향했다.

“백묘!”

공주의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호위 무사 강율이 법도를 어긴 채 왕자에게 덤볐지만, 건틀릿을 낀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져 즉사했다.

공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백묘 또한 목숨을 잃은 것 같은데.

“고작 천민을 구하려고 제국을 배반하려 들었는가!”

아수라 2세는 하스마 왕국 주변에 자기장을 씌웠다. 수송선을 다시 소환해서 도망간들 자기장 안에 갇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마치 모기장에 갇힌 모기가 된 모습.

우린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

“마왕님,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난 제나의 부축을 받으며 숨을 골랐다. 계속되는 위기에 과호흡이 멈추지 않아 정신이 아득해져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까지 지금 쓰러진다면 아마 이 자리가 우리의 묫자리가 될 것이다.

‘죽지 않는 병이야.’

그래서 애써 공황장애가 죽지 않는 병이라 속으로 외치고 외치며 멘탈을 다잡으려 노력하는데. 그때 성벽이 또 한 번 무너지며 자기장에 틈새가 생겼다.

그리고 그 틈으로 물밀듯 쏟아져 나오는 늑대 인간 부대.

“옥타비아누스!”

난 겨우겨우 멘탈을 잡고 스킬을 외치며 늑대 인간 부대와 아수라 2세를 중력으로 묶어 놓았다.

그러곤 제나와 크라운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기려 했는데. 아무리 봐도 이곳엔 안전한 곳이 없었다.

“제기랄!”

하늘에도 먹구름이 끼며 어둠만이 가득한 내 머릿속을 대변하는 듯 비바람이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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