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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5화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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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마 제국

한편 비행 수송선.

“레드우드로 간다고?!”

목적지를 물은 나는 비행 수송선이 레드우드로 향하고 있다는 크라운의 말에 몹시 놀랬다.

게임을 하던 당시 레드우드는 고레벨의 몬스터가 득실대던 황폐한 대륙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향해 이동하다니.

“꼭 거기여야만 합니까?”

나는 복개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제나에게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리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크라운은 우리가 그린우드 전 지역에 수배령이 떨어졌다며 허공에 뉴스 화면을 띄우고 말했다.

“안전한 곳이 없어. 그나마 범죄 집단 헨드릭스가 세계 정부와 적대 관계니깐 그 세력이 담당하는 대륙, 레드우드가 우리에겐 안전한 곳이지.”

그린우드를 포함한 근처 평화로운 지역들은 모두 세계 정부 소속 지역이었기에. 다른 지역에 간들 수배령이 떨어진 우리가 안전하게 머물 곳은 없었다.

크라운 말대로 세계 정부가 아닌 다른 세력의 소속인 땅이 그나마 머물 수 있는 지역이었다.

‘그게 왜 하필 레드우드냐고.’

레드우드는 루기아 행성의 중심지. 즉 모든 세력이 탐낼 만한 좋은 위치에 있는 대륙이었다.

그러나 향기 나는 꽃에 벌레가 많이 꼬이는 법. 모든 세력이 탐내는 만큼 하루도 빠짐없이 그 땅에선 전쟁이 일어났다.

더구나 고레벨의 몬스터도 득실대는 판국.

그렇게 레드우드는 가장 중요한 중심지에 있으면서도 황폐화되었다.

“가이곤의 죽음의 비밀도 알고 싶다며.”

맞다. 크라운 처형식에서 난동을 부린 이유가 있었지. 공황 발작이 심하게 와서 잠시 깜빡하고 있었다.

“비밀이 뭡니까?”

“범죄 집단 헨드릭스 대군주 카모라가 가이곤을 죽였다고 알고 있어.”

카모라.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런데 그자가 마왕 브라고를 홀로 무찌른 영웅 가이곤을 죽였다니.

그 정도 실력이면 내가 게임을 했을 당시에도 유명했을 텐데.

“그게 사실입니까? 불치병으로 죽은 게 아니고요?”

“내가 예전에 헨드릭스에서 활동했을 때 들은 얘기라 거짓은 아닐 거야.”

생전 처음 듣는 인물이 내 캐릭터를 죽였다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인데. 괜스레 앙심이 들었다.

“헨드릭스가 범죄 집단이면, 나쁜 쪽이겠네요?”

“순수 혈통 왕가의 집안이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 같은 천민 출신에겐 영웅 같은 존재이지.”

크라운이 말하길. 가이곤이 30년 전 마왕 브라고를 무찌르고 세계 평화를 내세웠던 시절. 가이곤 때문에 신분과 계층으로 구별되는 세상이 더욱더 고착화되었고, 천민과 인간 이외에 다른 종족들은 아예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고 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오히려 마왕 브라고가 있던 시절을 그리워했다고 덧붙였다.

“정말 가이곤이 그랬다고요?”

가이곤이 세상을 더 살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가이곤은 내 캐릭터. 즉 나인데.

내가 영웅이 아니라 악당이었다니.

“가이곤 또한 순수 혈통 왕가의 사람이니 그랬겠지. 제기랄.”

크라운의 말이 맞았다. 내가 게임 했던 당시. 가이곤은 왕가의 캐릭터였다.

그러나 난 그 칭호가 단지 멋있어서 선택했을 뿐 차별 심한 세상을 원한 건 아니었다.

“제나 님, 맞습니까?”

나는 제나에게도 확인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모시던 마왕이 죽고, 그린우드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세상 밖 소식은 정확히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린우드는 탄생의 땅. 마왕님을 부활시키기 적합한 대륙이지요.”

제나는 마왕의 직속 부하였으니, 악마계와 어울리지 않는 그린우드에 30년간 머물던 것이 이해는 되었다.

“그나저나 이 엄청난 소환사님께선 당신을 마왕님이라고 모시는데 마왕님께선 존댓말을 하니 나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네?”

한편 크라운은 나와 제나의 관계를 의심했다. 나는 괜히 내가 30년 전까지도 세계를 지배했던 마왕 브라고라는 사실을 그에게 알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기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제나는 상관없다는 듯 내게 편하게 대해 달라고 부탁하면서도 크라운에겐 마왕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라 명령했다.

“아니, 날 도와준 것은 고마운데 고개를 조아리는 건 쫌 그렇지. 우린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 아니었어?”

“네. 뭐, 편히 말해 주세요.”

나 또한 익숙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것은 오히려 불편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가 된 김에 우리 다 같이 말 놓자. 나만 아까부터 반말하는 것 같은데.”

그러자 크라운이 악수를 청하며 늦은 자기소개를 먼저 시작했다.

“내 이름은 크라운이고, 특기는 검술과 은신. 잘 부탁해.”

나는 그의 악수를 얼결에 받은 다음. 어떻게 날 소개할지 고민했다.

“전······.”

“말 편하게 하자니깐.”

“난······.”

현실 세계의 이름을 말해야 할지 게임 세계의 이름을 말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때 제나가 먼저 선수 치며 날 소개했다.

“이분은 마왕 브라고시다. 어딜 감히 마왕님을 동등하게 대하려 드는가.”

대놓고 내가 마왕이라는 걸 밝히는 제나.

크라운의 눈치를 살피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스캔한다.

“브라고? 그 30년 전 가이곤이 해치운 마왕?!”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나는 복개차만 마시며 심신을 달랬다.

세계를 공포와 불안감으로 뒤흔든 마왕.

그 마왕이 지금 나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니, 말이 안 되는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냐?”

크라운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런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장난 그만하고 진짜 신분을 밝히라고 종용하는 크라운.

아··· 공황이 올 것 같다.

“진짜입니다.”

“에이, 장난도 뇌절까지 치면 재미없어. 나보다 어려 보이는 애가 마왕이라고?”

“저는 3천 살이 넘었습니다.”

가장 어려 보이는 제나가 3천 살이 넘었다는 말에 그제야 사태 파악이 좀 되는 듯 나와 그녀를 번갈아 보는 크라운.

제나의 머리에 돋은 뿔. 그리고 마왕이라고 계속 부르는 행동. 더구나 대장인 그린우드 교도장 플리처를 압도시킨 힘!

“진짜 브라고가 부활했다고?!”

크라운은 심히 놀란 듯 그대로 자빠졌다.

펑―

그런데 그때 굉음이 들리며 비행 수송선이 휘청거린다.

“뭡니까?”

비상벨 소리가 비행 수송선 안을 메웠다. 나는 얼른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았다.

“레드우드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레드우드 황폐지에 있던 몬스터가 비행 수송선에 구멍을 낸 것 같다.

파충류 같은 피부에 산보다도 더 높고 거대해 보이는 덩치의 괴수. 고질라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아무리 레드우드가 고레벨 몬스터가 서식하는 서식지라도 그곳엔 5~6성 몬스터만 존재했다.

그러나 비행 수송선에 구멍을 낸 괴수의 머리 위 칭호를 확인해 보니 마을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까지 홀로 멸망시킬 레벨.

[8성 괴수 오세르]

초고레벨 괴수가 입을 쩌억 벌리며 비행 수송선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 * *

“쉿!”

한편. 레드우드에 유일하게 남은 왕가. 하스마 제국에서 공주 아델라가 병사들 몰래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국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모습. 왕성과 그 주변의 성벽이 하스마 제국 전부인 것인데.

그런 제국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까 아델라 공주는 답답한 듯 믿을 만한 하수인 두 명과 함께 왕성 밖으로 나섰다.

“공주님. 이러다 저희 죽습니다.”

하수인은 왕성 밖을 나가기 직전까지 공주를 말렸지만, 아델라는 혼자라도 나가려 했기에 할 수 없이 따라갔다.

“백묘. 왕성에서만 1년간 갇히다시피 지냈어요. 이게 집인가요. 감옥인가요. 죄는 제가 다 감당할 테니 한 번만 단 반나절이라도 나가게 해 줘요.”

아델라의 간절한 부탁에 그녀의 식모인 백묘와 호위 무사 강율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왔다.

강율이 하스마 제국 경비대의 시선을 끄는 동안 백묘와 아델라 공주는 왕성 밖으로 빠져나갔다.

백묘는 공주의 모자에 망사를 달아 그녀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얼굴을 가렸다.

백묘와 강율은 하스마 제국의 하수인이지만, 노비라는 천한 신분에도 자신들을 평등하게 대해 준 공주에게 목숨을 바칠 만큼 충성심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아델라는 두 사람에게 전부였고, 은인 같은 존재였기에.

그래서 아델라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든 하스마 제국의 황제 아수라의 명령에도 그것을 묵인한 채 그녀를 돕는 것이다.

그렇게 왕성 밖으로 나간 아델라 공주.

숨을 깊게 마시며 바깥 공기를 음미하는데.

생각보다 공기가 탁하다.

“백묘. 저쪽으로 쭉 가면 다양한 물건을 파는 지하 던전 입구가 있다던데. 맞아요?”

“공주님. 지하 던전까지 가시려고요?”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요.”

“필요하신 물건이 있으면 저희에게 부탁하세요.”

“안 돼요. 제가 직접 골라야 하는 물건이에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저리 좋아하니. 하수인들은 아델라 공주의 길을 방해할 수 없었다.

아델라 공주는 주머니에서 캡슐을 꺼내 이동 수단인 마차를 소환시켰다.

마차를 타고 30분 정도 황폐지를 지나면 절벽이 보이는데 그 밑에 많은 상인과 다양한 종족들이 이용하는 지하 던전이 있었다.

* * *

레드우드는 루기아 행성의 중심지이기에 다양한 종족이 서식하고 있었다.

인간을 비롯해서, 드루이드, 엘프, 어인, 오크 등등.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종족들은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지하 던전이라고 하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이곳은 레드우드에서 볼거리가 가장 많은 시장이었다.

많은 종족이 이 시장을 이용하기에 이곳에 없는 물건은 없다고 보면 된다.

“대박!”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신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아델라 공주다.

그녀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절로 어깨춤을 추었다.

따라 나온 하수인들 또한 불안해하던 것도 잠시, 공주님이 행복해 보이기에 덩달아 신이 났다.

양궁 대결하는 엘프들부터 팔씨름하는 오크들, 호수에서 퍼레이드를 선보이는 어인들, 술에 취한 듯 길거리를 자유분방하게 휘젓는 드루이드들까지.

아델라는 지하 던전 곳곳을 돌아다니며 신기한 볼거리들을 즐겼다.

그러던 도중 모자에 달린 망사가 거추장스러운 듯 잠시 하수인들 몰래 팔로 걷어 지하 던전의 전경을 바라봤다.

“공주님, 안 돼요!”

그 모습을 발견한 백묘가 공주를 저지하며 다시 모자의 망사를 내렸다.

레드우드는 현재 왕가를 증오하는 사람들로 득실대는 상황.

지하 던전에 왕가의 공주가 놀러 왔다는 것을 시위대가 알기라도 한다면, 황제 폐하에게 혼나기는커녕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알았어.”

아델라도 현재 정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았기에 자신을 저지하는 백묘의 행동을 이해하며 얼굴을 숨겼다.

“공주님 직접 골라야 할 물건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얼른 물건 사고 왕성으로 돌아가시죠.”

아델라는 백묘의 물음에 당황한 듯 시선을 돌렸다.

사실 직접 골라야 할 물건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꺄아악!”

그러던 그때,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늑대 소굴 입구 쪽이었다.

그곳으로 가 보니 주변에 인간들의 시체가 쌓여 있으며 피로 물든 바닥이 아델라의 시선을 압도했다.

“공주님, 거긴 안 돼요!”

그녀의 눈에 비친 한 사람. 아니, 사람은 아니다.

다양한 종족들은 그가 인간을 무참히 살육하자 환호했다.

인간을 살해한 장본인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인간의 냄새가 아직 없어지지 않는구먼.”

그가 코를 씰룩거린 후. 냄새를 맡고서 다가간 곳은 공주의 앞.

호위 무사 강율이 그를 저지했지만, 검을 꺼내기도 전에 팔이 잘려 나갔다.

“강율!”

아델라는 다친 강율의 팔을 자신의 마력으로 황급히 회복시켰다. 그러곤 고개를 들어 그의 팔을 자른 상대와 마주했다.

“오랜만입니다. 공주님.”

그자 또한 아델라 공주와 초면이 아닌 듯 그녀에게 깍듯이 인사하였다.

“라이칸, 또 네 짓이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아델라에게 인사하는 그자의 정체.

그자는 4대 세력 중 가장 강력하다는 범죄 집단 헨드릭스의 8군주. 라이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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