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4화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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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입니다(3)

“처형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폭발이 시작되기 1분 전.

팔과 다리가 꽁꽁 묶인 채. 처형장에 선 죄수.

그러나 그의 표정엔 두려움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그런 표정에 화가 난 것일까? 평정심을 잃은 듯 교도관들은 죄수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런데 그때.

콰아앙!

그린우드 교도소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와우.’

대규모 폭발로 극심한 손해를 본 교도소. 죄수는 이 폭발음이 도망치라는 신호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스케일 큰 폭발로 정신이 팔린 듯. 멍하니 무너지는 교도소를 지켜보고 있었다.

“죄수부터 잡아!”

마치 폭죽처럼 아름답게 터지는 교도소를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 죄수.

그때 교도관들이 처형장에 선 죄수를 처형시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죄수의 팔과 다리를 묶은 마법의 밧줄이 끊어졌다.

아무리 날카로운 칼날에도 끊어지지 않는 밧줄인데. 죄수가 포박에서 풀려나자 달려들던 교도관들은 걸음을 멈추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당신들, 운 좋은 줄 알아. 내가 살육에 미친 스타일은 아니거든.”

죄수의 등 뒤에서 은신으로 감춰 두었던 검이 나타났다. 그러나 죄수는 칼집에서 검을 꺼내 들지 않고 교도관들을 돌파했다.

칼집으로도 교도관을 쉽게 제압하는 죄수의 모습.

마치 날다람쥐처럼 처형장 여기저기를 가볍게 뛰어다니며 교도관들을 농락한다.

“이곳에 아직 날 기다리는 동료가 남아 있어서 이만.”

교도관들은 죄수의 농간에 넘어간 듯 틈을 내주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처형장 밖으로 빠져나간 죄수.

다행히 그는 의리가 있는 사내였는지 바로 자신을 도와준 죄수에게 한걸음에 달려갔다.

끼익―

그러나 그의 가벼웠던 몸놀림도 여기까지다.

여유로웠던 표정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공포와 두려움으로 휩싸인 듯 몸을 벌벌 떠는 죄수.

그린우드 교도장이자 세계 정부가 인정한 대장(大將) 플리처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가 한 마리 더 있었군.”

플리처 대장 또한 처형장에서 도망친 죄수를 발견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마치 메두사를 마주한 듯 죄수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그런데 그때.

“블럭!”

플리처 대장이 막고 있는 수감실 사이로 중력 에너지파가 발사되었다.

플리처 대장은 검을 휘둘러 에너지파를 막았지만, 손목에 무리가 간 듯 인상을 썼다.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그사이 제나와 내가 무너지는 수감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허억, 허억.”

난 수감실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땅에 손을 짚고 엎드린 채 숨을 골랐다.

폐쇄적인 공간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수감실에서 빠져나오니 드디어 숨이 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마왕님, 피하세요!”

제나의 다급한 목소리. 그녀의 음성에 고개를 들자. 플리처 대장의 검이 내 앞을 향하고 있었다.

챙!

갑작스러운 플리처의 공격에 아무런 방어 태세도 취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어떤 한 청년이 그의 검을 막아 쳐 냈다.

[크라운 병장]

플리처 대장의 검을 막아 쳐 낸 건 다름 아닌 병장 직급. 한 번이라도 공격을 막은 것이 놀라울 만큼 레벨이 낮은 인물이다.

챙! 챙! 챙!

그러나 크라운 병장은 플리처 대장의 공격을 세 번이나 더 막았다.

“뭐 하고 있어? 도망 안 쳐?”

그때 크라운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자가 어젯밤 나와 약속을 맺은 중범죄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병장 따위가 대장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거지?’

숫자로 따지자면 레벨 10짜리 유저가 레벨 100인 유저와 맞먹는 느낌인데.

그러나 네 번째 일격에 크라운의 검이 버티지 못하고 두 동강 난 채 바닥에 뒹굴었다.

“멍하니 쳐다보지 말고 좀 돕지 그래?”

칼날이 부러지자 크라운은 뒤에서 멍하니 보던 나와 제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 앞에 있는 플리처 대장은 괴물이다.

혼자 힘으로 절대 물리칠 수 없는 인물인데.

그런데··· 그런 중요한 상황에······.

쿠쿵.

또다시 공황 발작이 시작됐다.

“복개차 좀······.”

한숨도 못 잔 탓인가? 공황 발작은 생각보다 심하게 찾아왔고, 난 가슴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바다 한가운데 빠진 듯 귀가 먹먹해지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씨X, 쫌 일어나!”

바로 앞. 크라운의 외침이 들리지도 않을 만큼. 죽을 것 같은 기분. 내 몸 전체가 떨리며 이명까지 나타나 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난 그 공포와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고 전투를 포기했다.

한편. 내 좋지 않은 상태를 본 플리처 대장은 일격에 모두 해치우려 다짐한 듯 검을 양손으로 잡고 마력까지 뿜어냈다.

“하. 최고의 검술에 마력까지 겸비한 마검사라고?”

수세에 몰린 크라운 또한 플리처 대장의 능력에 의욕을 잃은 듯 헛웃음만 지었다.

그리고 플리처 대장 뒤로 수백 명의 교도관이 우리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독 안에 든 쥐가 된 상태.

“잘 가시게.”

때마침 마력이 충분히 검에 담긴 듯. 플리처 대장은 우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크라운은 마지막까지도 반쯤 부서진 검으로 그의 일격을 막아 보려 했지만, 교도관들이 쏜 총알만 튕겨 내기에도 벅찼다.

“제기랄.”

크라운 또한 플리처 대장이 휘두른 일격을 보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옥타비아누스!”

그러나 그때 강한 중력이 플리처 대장의 일격을 무력화시켰다.

더구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교도관들도 강한 중력에 못 이겨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최고 레벨인 플리처 대장 또한 강한 중력으로 무릎을 꿇었다.

“옥타비아누스!”

주술을 쓴 자는 다름 아닌 나였다.

공황 발작으로 잠시 전투 의지를 상실했던 내가 크라운의 비명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스킬 창에 새로운 스킬이 나타난 것!

[옥타비아누스]

지면까지 내려앉을 정도의 강한 중력을 작용시킨다. 적의 원거리 주술을 무력화시켜 방어용으로 쓸 수도 있다.

내 스킬이 상대에게 먹히자 난 계속해서 외쳤다. 그러자 대지가 갈라지며 그린우드 교도소뿐만 아니라 천지가 뒤틀린 듯 굉음이 일어났다.

그러나 플리처 대장은 꼼짝없이 그린우드 교도소가 무너지는 광경만 바라볼 뿐. 강력한 중력 때문에 몸을 아직도 움직이기 힘들어했다.

“옥타비아······.”

한편 이성을 잃은 듯 난 스킬 이름을 계속 외치며 기술을 남발했다.

너무나 많은 힘을 한꺼번에 사용한 탓일까? 지진이 일어나는 위급한 상황에도 난 코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 *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난 자그마한 신음과 함께 눈을 천천히 떴다.

몸살 기운이 퍼진 느낌. 몸이 오들오들 떨렸고, 한기가 뼛속까지 전이되는 느낌인데.

“눈 떴다!”

낯익은 크라운의 음성이 들리자 정신이 점점 선명해졌다.

“마왕님, 괜찮으신가요?”

“여기가 어디죠?”

일어나자마자 난 주위를 둘러보며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하려 노력하였다.

그런데 내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하늘.

비행 수송선을 탄 듯했다.

“우리 제나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너 좋은 소환사를 가졌더만.”

제나가 비행 수송선을 소환한 모양이다.

뭐, 제나가 소환사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큰 비행 수송선을 소환시키다니. 거기다 조종도 직접 하고 있다.

하늘을 비행하는 수송선은 마을 하나를 가릴 만큼 거대한 크기였다.

“복개차 준비했습니다.”

제나는 내 앞에 복개차를 소환해 주었다.

나는 제나가 준비한 복개차를 한 모금 마시며 심신을 안정시켰다. 따뜻한 복개차가 들어가니 몸살 기운도 점점 사라지는 느낌인다.

“그나저나 제나는 그럼 소환시키지 못하는 물건은 전혀 없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돈도?”

제나는 크라운의 물음에 답하듯 화폐는 물론 금과 다이아몬드도 소환시켰다.

“허억! 대박!”

크라운은 재빨리 제나가 소환시킨 금과 보석, 화폐들을 챙겼다.

“저기, 당신이 여기 대장이라던데. 나도 거둬 줄 수 없나? 힘이 돼 줄 수 있는데.”

앞좌석에서 주섬주섬 재물을 챙기던 크라운은 뒤를 돌아 나를 보며 거둬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처형장까지 간 중범죄자. 믿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기에 난 그의 요청에 답을 섣불리 하지 않았다.

관상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크라운은 쫙 찢어진 뱀눈을 가지고 있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중범죄자인 인물이기에 난 그를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죽을 고비에서 같이 살아 돌아온 동료를 너무 범죄자 취급하는 거 아냐?”

크라운은 내 눈빛을 읽었는지 서운한 어투로 투덜거렸다.

“쓸 만한 자 같습니다. 마왕님.”

그때 제나가 크라운을 추천했다.

“그치! 그치! 너희 대장은 사람 볼 줄 너무 모른다.”

“뱀눈을 가진 사람은 마음이 무척 사납고 독기가 있으며 매우 간사하여 남을 속이기를 예사로 합니다. 또 성질이 흉악하고 사납기 때문에 인륜을 모르는 패악 무도한 자로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마왕님이 품어야 할 대상입니다.”

“말이 너무 심하다······. 나 그 정도는 아니거든.”

“부활한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마왕님은 자신의 힘을 아직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위기의 순간마다 마왕님의 마력이 점점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자를 품으시죠. 마왕님에게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제나가 강력하게 추천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의 말대로 위기의 순간마다 스킬 창에 새로운 기술이 생겼다.

그러나 아무리 엄청난 스킬을 얻는다고 해도 위기의 순간은 언제나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크라운을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그러던 중 그가 병장인데도 불구하고 대장을 상대하던 것이 떠올라 의문이 들었다.

“저기,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오오. 뭡니까?”

“플리처의 일격을 어떻게 막으신 겁니까?”

“네? 검으로 막았는데요.”

“아뇨. 직급이 병장인데 어떻게 대장급 공격을 막았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크라운은 내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매우 놀란 듯 토끼 눈이 되었다. 자신의 계급이 병장인지 어떻게 알았냐며 물어보고 싶은 눈빛.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간단합니다. 플리처의 일격을 막을 만큼 전 강합니다. 아직 계급이 병장인 건 제가 사생아라, 승급 시험을 보지 못해서 그럽니다.”

브라고 세계관에 신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신분에 따라 승급 시험조차 치르지 못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럼 왜 중범죄자로 그린우드 수감실에 갇히게 된 겁니까?”

“돈을 훔쳤거든요.”

“도둑질로 중범죄자가 되었다고요?”

“도둑질한 상대가 스펙터클하거든요.”

크라운이 말하길. 그는 왕가의 집안을 털어 자신과 같은 천한 신분에게 재물을 나눠 줬다고 한다. 거의 그는 게임 세계의 홍길동과 다름없는 의적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또 나쁜 인간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제나의 소환술이면 도둑질은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전 정의로운 일은 하지 않습니다.”

뭐. 가벼운 사람 같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았기에 나는 그를 받아 주기로 했다.

“좋아요. 함께하죠. 대신 더는 도둑질은 하면 안 됩니다.”

“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더구나 제나는 전투형 악마는 아니기에 플리처 대장의 검술에도 맞서 싸울 수준의 검객이 동료로 생긴다면 나 또한 든든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난동만 부탁했는데. 그린우드 교도소 전역을 폭발시킬 생각을 하시다니. 뭐, 그 덕에 늙다리 아재 플리처까지 나타났지만 화끈했습니다.”

크라운이 엄지를 치켜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폭발은 내가 한 짓이 아니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교도소를 폭발시킨 장본인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장본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 그건 제 작품입니다. 그린우드 교도소 여기저기에 시한폭탄을 소환시켰거든요.”

“그래도 정도껏 하시지. 진짜 죽을 뻔했어요. 그리고 죄 없는 교도관들도 그 폭발로 많이 다쳤고요.”

역시나 정도가 없는 무자비한 악마. 그 폭발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겪었는데.

나는 제나의 대답에 머리가 아찔했다.

그러나 제나는 덤덤히 말을 이어 나갔다.

“마왕님의 목표는 세계 멸망(世界 滅亡)입니다. 인간의 목숨 따위에 연연하시면 안 됩니다.”

또 세계 멸망은 뭔 헛소리냐. 하여튼 말이 통하지 않는 악마와 얘기를 하니 내 가슴만 답답해진다.

그런데 그때 내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퀘스트 창이 떴다.

[퀘스트 ― 세계 멸망]

*보상 : 당신의 간절한 소원이 이뤄집니다.^^

브라고를 완벽 공략하고 본 것과 같은 문장.

난 그 문장을 보곤 깨달았다. 현생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을.

* * *

레드우드 지하 던전에 위치한 리옹 연구실.

“인간이란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약하고 수명도 짧은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두침침한 연구실 안에 학자 리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커에 든 불그스름한 물질만 보일 뿐 그곳에 몇 명이 있는지, 누가 있는지는 어둠에 가려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리옹은 자신이 개발한 디도스라는 물질을 작은 유리관 안에 있던 실험용 쥐에게 투입했다.

그러자 실험용 쥐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다 유리관을 깨부수며 돌연변이화되는데.

탕―

총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괴물 쥐.

그리고 그 뒤로 학자 리옹이 나타났다.

“왕가를 지키려면 우리가 강해져야 합니다.”

가느다란 목소리와 달리 빨갛게 부어오른 근육질 피부와 핏줄이 선명하게 보이는 학자의 얼굴이 거울 위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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