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피해피 고문재단-207화 (207/209)

< 모두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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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존재한다면 누구를 고를 것인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한 사람을 콕 집어 말할 수 있다.

"모세. 난 모세가 정말 부러워."

왜냐하면 모세는 점보 제트기 50대가 동시에 짓누르는 것 같은 수압을 걱정할 필요 없어, 하나님 찬스를 써서 바다를 갈라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 양반은 홍해의 바닥을 유유히 건널 때, 자신들의 터전인 바닷물을 잃고 바닥에서 펄떡이고 있던 물고기들을 보며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이게 바로 Holy Power란 거다.

출애굽기의 주인공이자 하나님 찬스를 가장 많이 받은 인간. 자신을 뒤쫓던 람세스 2세가 닭 쫓던 개 입장이 되는 것을 팝콘 뜯으며 지켜본 인간.

그런데 무려 2051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인 내가 그를 부러워해서 미칠 지경이다. 나도 하나님 찬스로 바다 한 번 갈라지게 해보면 참 좋을 텐데.

"하나님도 참 무심하시지. 아브라함에 다윗에, 모세에, 다들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신나게 찬스를 퍼주셨으면서 우리만 안 도와줘."

그렇다고 마냥 하나님 탓만 할 수는 없는지라, 나도 나름대로 대안을 생각해냈다.

그 대안이라는 게 신입의 멱살을 붙잡고 '우리를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까지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거대한 슬라임으로 변해라' 라고 말한 것 뿐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꽤 잘 먹혔다.

신입은 흰긴수염 고래 크기의 반투명한 슬라임으로 변했으며, 일행 모두를 집어 삼키고 태평양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너무 만능처럼 부려먹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심 1만m 가 넘는 마리아나 해구를 맨몸으로 잠수해서 내려갈까? 아마 철덩어리를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잠수한다고 해도 꽤 오래 걸릴 것이다.

난 그렇게 불필요한 시간을 잡아먹고 싶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래퍼토리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 만으로도 끔찍할 지경인데, 거기서 시간까지 더 끌겠다는 건 또라이 같은 짓이니까.

내가 멍청했던 시절에도 행동력 만큼은 뛰어났던 이유가 바로 이 성격 때문이다. 주어진 일이 있다면 확실하게, 빠르게, 그리고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수심 1만m 를 거의 돌파했을 즈음, 나는 어두컴컴한 심해의 밑바닥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기술력도 좋지."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고문재단 산하의 감금 시설이었다.

아마 우주선보다 더 튼튼한 무인 잠수정과 작업용 안드로이드를 보내서 저 시설을 짓게 만들었을 것이다. 고문재단의 역사에서 꼭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들을 가둬두기 위해서.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실은 이곳이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한 골인지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우승 후보가 승리 조건을 갖추고 이 심해까지 내려와서 '무언가'를 하면 게임이 끝난다. 그걸 위해 고문재단에서 비밀스럽게 이 시설을 준비해준 것이고, 친척들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하, 친척들은 명절 아니면 안 만나자는 주의인데."

"명절에도 만나는 게 아니야. 내 친척들은 이미 1천 년 전에 죽었다고."

"그런 '설정'이잖아요."

"...그럴까?"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333번에게서 고개를 돌린 나는 시설의 외벽을 가리켰다.

"부수고 들어가."

쌍둥이 세포. 고문재단에서 가장 위험한 ES로 분류해두었고,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받을 것을 우려해 힘의 반 이상을 봉인해두었던 최고의 사기 시스템.

아니, 이 경우에는 '히든 아이템'이라고 해야 하나?

모든 ES들이 참가자인 건 아니다. 당연히 이 넓은 세상을 참가자들로만 채울 수는 없었겠지. 극히 일부는 이 세상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첨가된 MSG일 것이다.

'말을 할 수 있었던 ES는 프로그램, 말을 하지 못하는 ES는 참가자라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신입은 참가자들 중에서도 가장 승리에 가까웠던 일반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직계도, 방계도 제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음에도 운 나쁘게 무력화되었던 것 뿐이지.

쿠르르르르!

겉보기엔 슬라임 같은 놈이 마리아나 해구 감금 시설의 외벽을 건드리자 너무나도 쉽게 입구를 만들었다.

그 틈으로 일행 모두를 밀어넣은 뒤, 마지막으로 녀석이 구멍으로 들어오며 벽을 다시 메꿔버렸다. 센스가 남다른 녀석이다.

"자, 그럼...이제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프롤레타리아 혁명? 아니면 맨날 당하고 살던 놈들의 역습? 그것도 아니면......"

나는 바닷물과 함께 밀려들어왔던 해양 쓰레기중 하나를 집어 캐치볼을 하듯이 전방으로 가볍게 던졌다.

탱! 탱! 데구르르르......

녹슨 철판 하나가 바닥을 튕기다가 누군가의 발치 앞에서 멈췄다.

"위 아더 월드?"

"재미있군."

발치에 심해의 더러운 진흙이 묻어 투명한 위장이 사라진 전라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다부지고 큰 놈이라 나는 이를 갈았다.

"내가 땀내나는 남자 놈 알몸을 봐야 하는 게 재밌다고?"

"이렇게나 빨리 우리의 위치와 목적을 알아낼 줄 몰랐기에, 재미있다고 한 거다."

"그건 쉬운 거지 재미있는 게 아니잖아. 배꼽이 성감대냐? 바람만 불어도 웃어제끼겠네."

나는 신입에게 손짓을 했다. 녀석은 자신의 몸에 가득 넣어두었던 것 중 하나를 뽑아서 내게 넘겨주었다.

철컥!

"그러지말고 진짜 재미있는 걸 경험해보는 건 어때? 12게이지 펌프 샷건. 너보다 크고, 단단하고, 강력하지."

"그건 아닌 것 같군."

사내의 빈 손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물저격총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M107 LRSR(Long Range Sniper Rifle)였다.

겉보기엔 그냥 시대에 뒤떨어진 클래식 총기처럼 보이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총기 제원과 많이 다른 것으로 보아 놈이 개인적으로 커스텀을 한 듯 했다.

"내 조각은 이미 유력한 우승 후보에게 제공했다. 날 죽여도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없지. 하지만 넌 어떻지? 그 몸에 품고 있는 조각들 하며, 너와 연결되어 있는 '아버지'의 육신중 일부는 아주 섬세하고, 예민해보이는데?"

"그냥 잃을 거 많아 보인다고 해. 아니면 발가벗고 다니는 게 너무 쪽팔려서 그런 식으로 부끄러움을 감추는 게 생활 습관화 된 거냐?"

"어차피 이 세상에서 부여받은 육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건 짐승이나 할 법한 생각이지. 짐승들은 알몸이어도 전혀 신경 안 쓰잖아."

유감스럽게도 나는 똑똑하고 예의바른데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문명인이다.

자신의 '대물저격총'을 함부로 남들에게 내보이지도 않고, 그걸 투명하게 만들어뒀다가 서프라이즈! 하듯이 꺼내지도 않는다.

물론 내것도 충분히 크다. 이 훌륭한 크기를 보라. 방아쇠를 한 번만 당겨도 눈앞의 변태따윈 잘게 다진 육편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투명하게 만들어야 할 만큼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8개의 조각으로 유산을 받아봤자 얼마나 나눠 먹을 수 있겠어? 너희 같은 탐욕스러운 종자들이 전체 유산의 6할도 안 되는 결과물에 만족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안 그래?"

"아니, 다들 이미 합의를 봤다. 더이상 게임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끝내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고라는 걸 이해했지. 그리고 남은 유산들 역시, 너와 네 떨거지들을 이곳에 가두고 나면 결국 우리의 손에 들어오게 될 거다. 처음부터 중요한 건 누가 더 빨리 상속권을 선점하느냐 였을 뿐."

"그렇게 허술하게 돌아가는 게임이 아니란 걸 알고 있잖아. 너희에겐 없겠지만 내겐 '기억'이 있어."

"그 또한 우리가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끝이다. 우리가 이성을 택했던 것은 기억의 도움 없이도 이 게임에서 우승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너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방계의 미천한 신분이었으니 기억을 골랐던 것 아닌가? 결국 마지막까지 도움은 되지 않았던 모양이군."

"아니, 마지막이라서 오히려 효과가 확실하더라고."

나는 일행들에게 손을 흔들어 먼저 안쪽으로 보냈다.

모든 조각을 단 한 명에게 몰아주었다면, 조각을 가지지 않은 이 놈들의 전투력도 크게 약화되었을 터. 그들에게도 혁명의 찬스는 충분히 있다.

"어차피 곧 끝날 게임이다.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하군. 하다못해 우리에게 합류하고, 자비를 구했다면 찌꺼기 정도는 받아먹고 '해피 엔딩'을 맞았을 텐데."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가는 333번과 ES들에게 시선조차 주지않은 놈은 오직 총구 끝의 내게만 집중했다.

"자기들은 직계니까 서로 협력해서 공평하게 분배받는 건 당연한 거고, 나는 방계니까 적극적으로 협력해도 찌꺼기만 받아먹는 게 당연하다? 장난치냐 씨발놈아?"

"그런 게 바로 정당한 상속권조차 가지지 못한 놈에게 어울리는 신세지."

"난 딱히 세상의 모든 기득권이 악의 축이고, 가진 자들은 무조건 베풀어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 제도를 공평하게 만들어서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을지언정, 결국 결과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거든. 세상은 무한한 평등이 아니라 무한한 경쟁 속에서만 가까스로 굴러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아. 경쟁이 없는 사회는 발전도 없으니까.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것들이 많으니까."

"그럼 더더욱 우리와는 경쟁할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지!"

"나라고 좋아서 경쟁하고 싶었겠어?!"

나는 녀석에게 바짝 총구를 들이대면서 외쳤다.

"지금 이 광경을 봐! 우리 꼴좀 보라고! 유산 하나 먹겠다고 70억 인간들과 함께 무려 80년 간 엎치락뒤치락 했어! 그런데 다들 뭘 원했다고 생각해? 일발역전, 일확천금, 신분상승이야! 너희 같은 종자들처럼 개개인의 사리사욕과 피지배층에 대한 지배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유산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닌, 문자 그대로 돈이란 걸 좀 만져보고 싶어서 달려든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저들에게 유산을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정당한 상속권을 가진 것은 오직 우리 직계들 뿐이야! 유언과 함께 남긴 이 게임만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우리가 골고로 나눠가지게 될 유산이었다고! 그걸 저 개돼지 같은 천한 것들에게 나눠주란 말인가? 헛소리를 하고 있군."

"정말로 그게 싫었다면 유산 상속을 위한 이 절차(게임)도 없었겠지. 가문과는 관계도 없는 서민들이나, 상속권도 가지지 못한 방계는 유산의 유 자도 들어보지 못 하도록 확실하게 처리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어떻지? 비록 70억 서민들과 우리의 출발선은 달랐을지라도,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골인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어. 과정이 공평하진 않았지만, 평등하게 똑같은 기회를 부여받은 거지. 성별도, 나이도, 신분도, 가문조차도 상관없이."

놈도 사실은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는 있지만, 자신같은 고귀한 신분의 인간이 밑바닥의 인간들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놈은 추한 변명이나 반박 대신, 가장 부끄러운 행동을 택했다.

타카아앙!

무지막지한 총성이 울려퍼졌지만 대구경 탄환이 공기를 찢어발기고 지나간 자리에 나는 없었다.

"어딜 보냐?"

"!"

나는 놈의 훤한 정수리에 샷건의 총구를 들이댔다.

"내가 '호르몬'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냥 처음부터 꼭꼭 숨어있었어야지."

"설마......!"

"지금 네 몸에서 도파민이 미친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거야. 이 세계에서 부여받은 육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 몸뚱아리에 별 다른 대책을 안 해둔 덕분에 지금 네 몸이 뭘 느끼고 있지? 네 정신과 육체 모두 도파민 범벅에서 헤엄치고 있잖아. 환각, 환청, 극도의 과민증. 너희같은 귀한 집 자식들은 나중에 약물 스캔들 터지지 말라고 이런저런 거 배웠을 텐데, 이건 안 배웠나봐?"

"잠....."

퍼엉!

"잠깐같은 소리하고 있네 븅신 새끼."

나는 놈을 처형시키지도 않았다. 이전의 나는 혼탁한 정신 상태라 처형을 비밀 친구에게 맡겨두었지만, 온전한 정신을 되찾은 지금, 적어도 이런 놈들에게 처형을 선물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바깥'에 있을 비밀 친구가 실망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난 이 놈들을 이곳에서 내보내줄 생각이 없다.

"수많은 혁명가들은 다들 이런 광경을 원했겠지. 마지막 한 걸음을 앞두고, 혁명당한 인간의 비틀린 얼굴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기는 상황을."

나는 처참하게 박살난 시설 중심부의 공동 내부를 둘러보면서 감상을 내뱉었다.

조각을 모조리 뇌에게 몰빵해준 친척들이 지난 날 동안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던 ES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었을리가 없지.

모두 갈기갈기 찢겨 육편이 되거나, 씹어삼켜지고 내뱉어지면서 실시간으로 되새김질을 당하는 중이었다. 귀하신 분들은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것들이니...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항상 이런 식으로 마지막에 방해를 받았었지."

"그만큼 내가 필사적이었다는 것 아니겠어?"

나는 샷건을 어깨에 짊어진 채, 자신의 늙고 추레한 몸뚱이에 고전압 튜브를 박아넣은 '뇌'를 바라보았다.

아마 친척놈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뇌라면 가장 확실하게 자신들을 우승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그건 절반만 맞는 소리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면, 이대로 당신이 저 병신들을 이끌고 이 게임에서 당당히 우승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뇌'는 플레이 포텐셜이 가장 높은 대신, 부여받는 육체는 가장 쓰레기지. 그래서 기껏 다른 녀석들에게 조각을 넘겨받아도 그걸 사용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그 몸뚱아리로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이 게임을 조건부 승리로 끝내는 것이지, 남들처럼 박터지게 싸우는 액션 플레이가 아니니까."

"앞으로...앞으로 조금이었다."

"알아, 알아. 그건 진짜 미안하게 생각해.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개뼈다귀가 다된 밥에 3번이나 재를 뿌리더니, 마지막인 4번째엔 아예 밥상을 통째로 빼앗으려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억울하겠지. 나같아도 억울해서 홧병으로 뒤졌을 거야."

"우린...아버지의 유산을 올바르게 상속받아...세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울컥!

놈이 토해낸 각혈이 이미 수없이 내뱉었을 피가 말라붙은 자리에 다시 한 번 흩뿌려졌다.

"그걸...아무것도 모르는 방계인 네가...가로채겠다는 거냐?"

"좋은 일좀 해보려고. 다들 열심히 일했는데 적절한 보상은 해주는 게 도리 아니겠어? 하는 김에 그 썩어빠진 경영 사상도 좀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고. '나'처럼 배척당한 사람들에겐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조치도 취해주면...세상에. 세상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이는 마법이!"

"같잖은 이상만 품고 있군...무릇 가진 자는 항상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힘이 있는 자는 마땅히 힘을 휘둘러야 하고, 지배하는 자는 지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모든 걸 빼앗기게 될 테니까!"

"빼앗기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더 가지지 못 하는 걸 걱정하는 거잖아."

"......"

"그쯤 되면 추해."

추하다 못해 역겹다. 아니, 역겨운 걸 넘어서서 불쌍하기까지 하다.

"다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아. 돈이면 많은 걸 이룰 수 있지만, 많은 걸 이루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내 눈엔 보여. 돈을 가지기 위해서 억지로 많은 일을 벌이고,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거지. 자유란 자신이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야. 그 자유를 '권력'으로 착각하고 무분별하게 휘둘러대는 너희 같은 종자들이 진짜 문제라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겠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그리고 신이 생명체를 창조한 것이 맞다면...신은 왜 그랬을까? 그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철학가들은 신에게 선도, 악의 개념도 없다고들 말하지. 하지만 신은 문제가 되질 않아. 왜냐하면 신은 모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닌, 혼자 살아가는 고독한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가능'했던 일을 행한 것 뿐이지."

하지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다르다.

"우린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타인을 핍박할 자격도 없고, 가능하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힘을 휘둘러대는 게 올바른 것도 아니야. 왜냐하면 우린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니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거대한 사회의 울타리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공생하는 관계니까. 거기서 누군가가 발언권이 대단하고, 돈이 있고, 힘이 세다고 해서 공생 관계를 망가뜨릴 자격이 있다는 건 아니야. 우린 신이 아니니, 선과 악을 제대로 분별해서 문명인답게 살아가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그걸 네가 해낼 수 있다는 거냐?"

"아니."

나는 놈에게 다가가 턱 밑에 샷건을 들이대며 마지막 대사를 내뱉었다.

항상 혼자였던 내가, 무려 80년이란 세월이 흘러서야 겨우 말할 수 있게 된 대사다.

"내가 해내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내는 거지."

그리고 게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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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함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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