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피해피 고문재단-97화 (97/209)

< 경비 업무 일지 : 특수 근무(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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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처리시설 특수 경비 메뉴얼 #1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특수 경비 메뉴얼 1번은 제 6 처리시설에 진입한 TF 관계자, 혹은 특수 근무를 부여받은 당직 경비에게만 통용되는 메뉴얼입니다. 본 메뉴얼은 다른 시설이나 지역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않으며, 당연히 메뉴얼의 내용을 타인에게 유출해서도, 임의로 조작해서도 안 됩니다.

-특수 경비 메뉴얼 1번은 특수 연구원 메뉴얼 8번과 일부 연동되는 사항이 있습니다. 특정 연구원과 협력 근무를 진행할 경우, 경비는 연구원의 지시 사항을 우선시해주십시오. 경비팀장의 판단 하에 부당하다 생각되는 지시 사항은 거부할 수 있습니다.

-특수 경비 메뉴얼 1번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메뉴얼을 지키지 않거나, 고의로 메뉴얼을 지키는 행위를 방해하려드는 경비가 발견될 시 현장 사살 해주십시오.

-본 메뉴얼이 적용되는 구역은 B59~B60 입니다.

1번 : B59~B60에는 저위험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당 구역들은 모두 고위험군으로 분류합니다. 도착하는 즉시 모니터룸에 보고한 뒤 업무 시작을 알리십시오. 업무 시작을 알리는 순간 특수 근무 시간이 표시됩니다.

2번 : B59에 진입한 특수 근무자들은 가장 처음 보이는 병원으로 진입하십시오. 병원 입구에 특수 방탄 유리 재질의 소형 사무실이 하나, 병원 1층 접수 데스크 근처에 같은 종류의 소형 사무실이 하나씩 존재합니다.

3번 : 사무실에 설치된 8대의 CCTV 화면중 8번 모니터의 상황은 딱히 주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4번 : 병원 내부 순찰은 반드시 한 시간 간격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5번 : 사무실에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전화가 걸려오면 "당직 근무자입니다" 라고만 대답하십시오. 근무자 본인의 이름이나 소속을 밝혀선 안 됩니다.

6번 : 전화를 건 대상이 5초 이상 말을 하지 않으면 "근무를 계속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으십시오. 인터폰이 계속 울려도 다시 받아선 안 됩니다.

7번 : 전화를 건 대상이 5초가 지나기 전에 "책임자를 바꿔주시겠어요?" 라고 질문할 경우 즉시 전화를 끊으십시오. 이 일로 다른 동료나 경비팀장을 현장으로 호출해선 안 됩니다.

8번 : 전화를 건 대상이 5초가 지나기 전에 "공용 화장실의 변기가 막혔어요. 도와주세요!" 라고 말할 경우 즉시 전화를 끊으십시오. 해당 병원에는 공용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9번 : 휠체어를 탄 여성이 사무실 앞으로 다가와 유리문을 두들겨도 대화를 시도하지 마십시오.

10번 : 곰인형을 든 아이가 주변을 마구 뛰어다녀도 주의를 주거나 직접 제지하지 마십시오.

11번 : 1번 특수 근무자는 순찰 업무시 A 병동을, 2번 특수 근무자는 순찰 업무시 B 병동을 담당하십시오. 서로 순서를 바꾸지 마십시오. 또한 특정 근무자가 순서를 바꾸려들면 즉시 사살하십시오.

12번 :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사무실 앞으로 다가와 명함을 내밀면 받지 마십시오.

13번 :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사무실 앞으로 다가와 "B 병동 404호실을 찾고 있습니다. 안내해주시겠습니까?" 라고 질문할 경우 무시 하십시오. 해당 병원에는 A, B 병동 모두 404호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14번 : 스마트패드를 통해 "긴급 공지! 병동 내에서 환자 탈주 사건 발생! 지원 요망!" 이라는 메세지가 오면 즉시 삭제하십시오.

15번 : 스마트패드를 통해 알 수 없는 동영상 파일이 다운로드 되기 시작하면 즉시 스마트패드의 전원을 끄십시오. 전원 버튼이 먹히지 않는다면 배터리를 해제하십시오.

16번 : 해당 병원에서 일체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마십시오.

주의 사항 : 본 메뉴얼에서 특수 근무자가 지켜야 할 절차는 총 1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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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8월은 한창 더울 때지만 호국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누구는 더위를 가시기 위해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카페나 VR방에서 죽치고 있는다지만, 호국은 그런 걸 신경 쓸 필요도 없을 만큼 좋은 직장에서 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우...여기선 열대야 현상 같은 게 없어서 참 다행이야."

침낭 속에서 기어나온 호국은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시작하기 위해 공용 샤워장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싸구려 세면도구를 이용해 씻고, 전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조각같은 근육과 살짝 평균에 못 미치는 얼굴을 감상하고 나면 아침 준비가 끝난다.

프롯이 깔끔하게 세탁이 끝난 작업복을 가져다주면 주섬주섬 챙겨 입으면서 오늘의 업무 목록을 확인한다. 덤으로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 있는지도 살폈다.

'또 등산하느라 바쁘시겠지.'

그때의 일이 떠오른 호국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설마 TF에서 직원과 그 가족을 돕기 위해 직접 항공기까지 보내줄 거라곤 생각치도 못 했다.

그렇게 호국네는 호주까지 직접 찾아온 TF 전용 항공기에 몸을 실어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게 벌써 3일 전의 일이었다.

'이세계 트럭도 결국 찾아서 회수했다고 했지.'

대체 언제 거기까지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도 발견된 놈을 도로 회수해서 레이스 경기장에 처박았다고 한다.

이러나저러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먼 타지에서 일한다고 가족과의 관계를 소흘히 한 호국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계기도 되었다.

일도 좋고 돈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가족이 아니겠나.

말끔하게 아침 준비를 끝마친 호국이 오늘도 B40 아래로 향하려는 순간, 스피커를 통해 사내 방송이 울려퍼졌다.

-가드-079, 가드-079는 즉시 모니터룸으로 올라와주십시오. 이두근 팀장님께서 호출하십니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호국은 중간 거점의 게이트를 열다 말고 도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얼마 전 친 사고는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결국 불려가서 시말서를 쓰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

'그 놈이 탈주한 게 내 잘못은 아닌데, 좀 억울하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직장 생활이란 건 원래 억울하고 서러운 것이라고 들었으니까.

여차하면 프롯에게 몰래 시말서의 모범 답안을 알려달라고 하면 된다. 머리나쁜 호국보다는 훨씬 더 애절함이 묻어나오는 시말서를 쓸 수 있으리라.

아침부터 뚱한 얼굴로 모니터룸에 올라온 호국은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업무를 시작하고 있는 연구원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각종 자료들을 찾거나 상급자에게 그걸 보여주면서 '이게 절차가 맞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왜 본부에선 특수 근무용 인원을 지원 안 해주는건데!' 라며 한탄 섞인 절규를 내뱉곤 했다. 그 절규조차 곧 이두근이 내지른 고함소리에 묻혀버렸지만.

"빨리빨리 준비들 안 하고 뭐해! 오늘부터 모든 시설들이 특수 근무 체제에 들어가는 날인 거 몰라? 특수 근무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서들 그래?!"

박수까지 치면서 부하들의 집중력을 높인 이두근은 멀뚱멀뚱 서있던 호국을 발견하곤 한달음에 달려나왔다.

"아이고, 호국씨! 이제야 오시면 어떡합니까?!"

"예? 오늘 무슨 날이었나요? 제 생일은 아직 멀었는데......"

"물론 호국씨 생일에는 파티 크게 열어드릴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TF 시설 전체에 비상이 떨어졌습니다. 주기마다 찾아오는 특수 근무 체제가 발령됐어요."

"특수 근무 체제요?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는데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듣지 못 했다.

호국이 모두 암기해버린 가드 메뉴얼에도 '특수 근무 체제'에 대한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 아직 일하신지 한 달밖에 안 되셨으니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이건 특정 주기마다 발급되는 특수 메뉴얼이 따로 존재합니다. 상두야! 메뉴얼 파일 업로드 했냐?!"

"예, 좀 전에 업로드 했습니다!"

"좋아! 지금 들으셨겠지만 사내 공지로 특수 메뉴얼 업로드 됐을 겁니다. 그거 다운로드 받아서 확인해보시고, 특수 근무 준비 하시면 됩니다."

그냥 근무도 아니고 특수 근무라니. 특수라는 말이 붙으면 괜히 기분이 좋은 호국은 가장 먼저 수당부터 생각했다.

"혹시 이 특수 근무라는 게 일반 근무랑 수당 차이가 있나요?"

"...예. 특수 근무는 위험 수당이 5배로 적용됩니다. 근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생존 수당도 따로 들어옵니다."

"5배, 별도 수당......!"

입을 쩍 벌린 호국은 꿍해있던 기분이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했다. 주식으로 치면 실시간으로 최고점을 갱신하며 떡상하는 상태였다.

'5배, 5배라니...! 감사합니다 TF!'

호국은 즉시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특수 메뉴얼을 다운로드 해서 암기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외워야 할 내용이 16개 밖에 없어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이제 초롱초롱한 눈으로 뭘 하면 되냐고

호국의 무시무시한 기억력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이두근도 대충 본 거 아니냐며 화를 내지는 않았다. 호국이 좀 엉뚱하고 멍청한 구석은 있어도 일을 대충대충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절차상 질문은 했다.

"메뉴얼은 모두 숙지하셨습니까?"

"예. 몇 개 없어서 금방 외워지더라고요."

"좋습니다. 그럼 당장 궁금한 게 있으실테니 특수 근무를 진행하기에 앞서, 특수 근무 체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두근은 자신의 스마트 패드에 1월부터 12월까지의 달려 이미지를 모두 모아서 보여주었다.

"지금이 8월입니다. 그리고 호국씨가 근무를 시작한 게 7월이었죠."

"그렇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TF에선 매년 4월, 8월, 12월 초마다 특수 근무 체제를 선포합니다. 이 특수 근무 체제란 무엇이냐? TF 산하의 각 시설마다 ES가 아닌, 특별한 지역이나 건물을 통째로 은폐하고 있습니다. 그 지역이나 건물은 ES처럼 직접 움직일 수가 없어 시설을 벗어날 수 없지만, 반대로 TF 시설 자체를 집어삼켜 근방 일대를 영역화 하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

"이해 안 되시죠?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호국씨의 집에 바바 인형과 카페 세트 장난감이 존재하는데, 그 카페 세트 장난감이 호국씨 집을 통째로 집어 삼키고 카페 세트의 일부로 삼으려 한다는 겁니다."

"소름 돋는데요?"

자신의 집이 바바 인형 카페 세트가 될 거라니까. 온통 핑크핑크 할 것 아닌가. 그 바퀴벌레의 방처럼. 그건 정말 끔찍했다.

이두근이 말하고자 하는 심각성을 겨우 이해한 호국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컨대 이 시설이 바바 인형 카페 세트가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이정도 이해력이면 IQ 84에서 85로 성장한 것 같았다.

"야, 상두야! 특수 근무용 장비 가져와라!"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2번 상자 열어보십쇼!"

넓은 원탁 위에 놓여있는 보급 상자를 직접 가져온 이두근은 호국에게 이런저런 물건들을 챙겨주었다.

"내부에선 정상적인 식사가 힘들테니 영양 드링크와 휴대 식량을 2일 분 챙겨드릴겁니다. 그리고 특수 근무 중에는 외부와의 통신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통신 기능이 없는 스마트패드를 따로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최신 영화나 만화, 소설 같은 게 다운로드 되어 있으니 심심하면 그거 보시면 됩니다."

"라면은 없나요?"

"라면은...하. 제가 라면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참아주십시오."

특수 근무는 최소 이틀간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라면을 먹지 못 한다는 사실이 호국의 가슴을 후벼팠다.

"그리고 이 백 안에는 비상 사태가 발발할 시 호국씨가 즉시 바꿔 입어야 하는 옷이 들어있습니다. 비상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는 절대 꺼내 입으시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안이 보이지 않는 검은 포장백까지 건네준 후에야 그의 퍼주기 작업이 끝났다.

"아, 그리고 손목시계는 의미가 없습니다. 벗어두십시오. 대신 B59에 도착하는 즉시 엘리베이터에서 OK 사인을 보내시면 CCTV로 확인하고 시간 체크 들어가겠습니다.

"꽤 본격적이네요."

"실패하면 진짜 곤란해져서 그렇습니다. 호국씨도 나중엔 이 짓거리보다 예비군 훈련을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호국은 압축형 군장을 짊어진 채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이번 업무는 호국씨 혼자 진행하는 겁니다."

"신입이나 해피도 안 돼요?"

"안 됩니다. 그게 조건이 좀 까다로워서...어쨌든 잘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프롯도, 신입도, 해피도 함께 할 수 없는 업무라며 못을 박은 이두근은 어울리지 않게 경례까지 해보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도 곧 저절로 닫힌 엘리베이터의 문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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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특수 근무 체제 현황

-제 1 연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12%)

-제 1 처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5%)

-제 2 연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

-제 2 처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

-제 3 연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

-제 3 처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

*B 특수 근무 체제 현황

-제 4 연구시설 : 준비 불가(사고 발생)

-제 4 처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

-제 5 연구시설 : 준비중......

-제 5 처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

-제 6 연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

-제 6 처리시설 : 준비 완료(진행률 : 0%)(주의 : 인원 부족)

*예외

-AREA 51

-마리아나 해구 특수 감옥

-제 3 우주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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