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업무 일지 : 6일째(1)
정체불명의 외적 침입 사태는 호국이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한 채 끝났다.
마치 유령이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간 것 처럼 어느 구역이나 다소 어질러진 흔적은 있을지언정, 개미 새끼 한 마리 남아있지 않았다.
특히 B44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양의 모래와 소금기가 가득한 물이 넘쳐났는데, 호국은 이를 청소하기 위해 사흘 밤낮으로 고생해야 했다.
사실은 침입자들이 자신을 엿 먹이기 위해 담당 구역을 죄다 뒤집어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장판인 구석이 많았다.
만약 그들에게 한줌의 인류애라도 남아있었다면, 이곳에서 힘겹게 12시간 근무를 하는 호국을 위해 조금 덜 어질러줬을 수도 있으련만, 저들은 실로 무자비했다.
하루종일 청소기를 돌리고, 락스를 희석한 물을 뿌리고, 대걸레로 박박 문지르는 중노동을 경험했다.
관리봇에게 모두 떠넘길까 생각도 했지만, 로봇따위가 인간의 꼼꼼한 청소 솜씨를 따라올 수 있겠냐는 의문에 바로 생각을 접어버렸다.
공기 청정 시스템의 덕분에 비품인 락스를 잔뜩 써도 별 문제는 없었다. 불편한 점이라곤 기껏해야 청소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큼 물을 자주 마시고,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된다는 것 정도였다.
"모두 떠나고 너만 남았구나."
아래 구역들의 청소를 모두 끝내고 B40으로 돌아온 호국은 3일만에 실물로 보게된 침입자 세력의 안드로이드를 마주했다.
열압력수류탄에 의해 약한 외피가 크게 손상되었다. 여기저기 타들어간 흔적 때문에 재활용은커녕 공무원에게 돈 주고 갖다버려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막상 내다버리기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침입 세력을 막아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이 직장에서 올린 성과가 아닌가?
총 잘 쐈다고 특등사수 취급을 받은 적도 있으니,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으로 처리한 이 안드로이드도 전리품에 딱 어울렸다.
그래서 머리만 뚝 떼어 사무실의 책상에 올려두었다.
"넌 이제부터 윌슨이다."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안드로이드의 머리였지만 생김새가 괜찮아서 허전한 사무실의 장식품으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윌슨의 머리를 통통 두들겨준 호국은 가볍게 짐을 챙겼다.
자신이 지난 3일간 B40 아래의 난장판들을 수습하는 사이, TF측에서 정비반을 보내 지상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수리해두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수리되자마자 호국에게 '제 6 처리시설에 침입한 외적을 막아낸 혁혁한 공을 세운 귀관을 치하하고자 합니다' 라는 메일을 보냈다. 군에서도 곧잘 병사를 상대로 우쭈쭈 해주는 어법이었기에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호국이 한 거라곤 수류탄 하나로 적 하나를 처리한 것 밖에 없지만, 편리한 로봇 놔두고 미련하게 뒷청소까지 했지만, 어찌됐든 상을 주겠다는 의미였다.
겸사겸사 내륙에서 TF 전용 병원에 들러 정밀 검사를 받기로 했다.
직장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전투에 의한 PTSD 라던가, 더이상 근무를 할 수 없을 만큼 심적 불안감을 느낀다던가 하는 것들을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물론 수십 분간 엘리베이터에 갇혀있기만 했던 호국에게 그런 문제들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굳이 문제를 꼽자면, 또 다시 엘리베이터가 멈출까봐 화장실을 더 자주 가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안드로이드의 머리통, 이제는 윌슨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친구를 뒤로한 호국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랜만에 지상으로 나왔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송 헬기 한 대와 TF의 ID 카드를 목에 걸고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 그리고 두 명의 기동타격대 대원이었다.
정장 차림의 사내가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흔쾌히 악수를 받아들인 호국은 짐짓 불안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제가 없는 동안 근무는 어떻게 하죠?"
"대피했던 연구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당신을 대신해서 그들이 실시간 모니터링 겸 시설 관리 작업을 대신 수행할 겁니다."
"그럼 제가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혹시 제가 자리를 비운 만큼 월급이 깎이나요?"
사내는 눈알을 좌우로 굴렸다.
"그건...어...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설마 그런 질문을 받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는지, 잠시 되돌아선 남자는 급하게 어디론가 연락을 넣었다.
몇 분의 기다림 끝에 그는 안도한 얼굴로 호국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월급이 삭감될 일은 없을 거라고 합니다. 당신이 자리를 비우는 건 독자적인 행동이 아닌, TF에서 직접 요청한 것이니까요."
"다행이네요!"
누구나 첫 단추는 잘 꿰고 싶은 법이다. 그러니 첫 직장에서 받는 첫 월급도 온전히 받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니겠나.
크게 안도한 두 사람은 서둘러 수송 헬기에 몸을 실었다.
TF에서 VIP 인사를 모실 때, 특수 요원이나 소수의 기동타격대를 파견할 때 곧잘 사용하는 이 헬기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다.
그 덩치에 걸맞게 이름도 하늘의 코뿔소(Rhinoceros) 라고 불렸다. 육중한 덩치와 두꺼운 장갑을 가진 주제에 비행모드를 전환하면 터보 엔진의 힘을 빌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TF 산하의 기동타격대는 '기동' 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부대 답게 전 세계 곳곳을 빠르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물론 이 또한 헬기를 운용하는 비행기지가 빈틈없이 설치되어 있다는 전제가 필요했지만.
호국을 태운 헬기는 수십 분을 날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옥상 헬리포트에 착륙했다.
205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기술은 놀랍도록 발전했는데, 특히 가상현실 체험기가 상용화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의학 분야였다.
인간의 신체 구조중 가장 분석하기 어렵다는 뇌를 완벽하게 분석해,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가상현실 속에 '정신'만 옮길 수 있게 된 것은 실로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그런 수준까지 도달했음에도 의학계와 가상현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지금도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인류의 문명 발전과 편의성 증진을 위해 수많은 이과들이 희생한 결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대폭 향상된 현대의 병원은 아무리 중한 환자라도 어떻게 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가령 위암 말기 환자일 경우, 안드로이드에게 사용되는 기계 부품과 인공적으로 만든 오가노이드 기반의 새로운 장기로 환자를 치료하는 사례도 적지만 분명히 있었다.
인류가 오래 전 부터 달고 살았던 불치, 난치병들을 완전히 정복한 건 아닐지라도, 모든 질병의 정복에 대한 희망이 보일 정도는 된 것이다.
호국이 그런 대단한 병원에 발을 들인 건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가상현실에 처박혀 있기만 했던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던 호국에게 자잘한 상처는 많았지만, 그만큼 몸이 건강해서 잔병치레를 한 적도 없었다.
정장 차림의 사내 덕분에 프리패스로 접수가 된 호국은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각종 검사들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심리 상담만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채혈부터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와 CT, MRI 외에도 여러 종류의 검사들을 진행했다.
특히 마지막에는 캡슐형 초소형 카메라를 물과 함께 먹여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내시경도 했는데, 화장실만 가면 묘한 안락감을 느끼는 호국은 변기 위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을 즐겼다.
고작 검사만으로도 몇 시간을 소모한 뒤, 호국은 상담자 겸 검사 결과를 알려줄 담당의에게 불려갔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책상 앞에 앉아 호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검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혹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말해주세요. 저희 병원에선 환자 분들의 육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지키기 위해 아주 작은 스트레스라도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거든요."
"밥을 못 먹어서 배가 고프다는 점만 빼면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밥은 중대사항이다. 의료 기술은 이렇게나 발전했지만, 아직도 환자들의 정밀검사를 위해선 최소 하루 이상은 굶어야 했다.
왜 꼭 빈 속으로만 검사를 해야 하느냐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이는 식사에 의한 혈당과 혈압 변화, 그리고 위와 장에 쌓여있는 음식물 때문에 원활한 검사가 힘들다는 점을 아직 극복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실을 외면하고 가상현실에서 하루의 반 이상을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고작 이거라니. 웃지 못할 일이었다.
그녀는 호국에게 검사 결과를 하나하나 집어주며, 일반인이라도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었다.
영양제를 맞지 않으면 금세 비타민D 결핍에 걸릴 현대인들과 달리 호국은 아직 멀쩡하다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탓에 약한 위염 증세가 있다는 등등, 전체적으로 건강한 20대 남성의 몸이라는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 뒤에는 시설에서 겪은 일들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지 않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호국은 별 문제 없다는 대답으로 마무리 지었다.
갑작스럽게 일상이 망가지는 것을 쉽게 견디지 못하는 일반인과 달리, 그는 심적으로 충분히 안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당황스러웠던 점은, 또 다시 신원불명의 세력에게 공격받을까봐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그의 대답이었다.
"그런 직장에서 일을 하는 거니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는 군대를 예로 들었다.
전쟁이 터지지 않음에도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군대의 특성상, 누구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즉 TF 산하의 시설 또한 정체불명의 적들이 침입할 만한 환경, 혹은 특성을 갖춘 직장이기에 그런 상황이 재차 벌어질 수 있다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그럼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근무하겠다는 건가요?"
"월급도 많이 주는 편이고, 복리후생도 괜찮잖아요. 그런 곳 아니면 어디서 절 써주겠어요?"
대담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치곤 자신에게 영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을 안드로이드나 공업용 설비가 대신하고 있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TF 측에서 제시한 그의 프로필을 통해 군을 제대한 것 빼면 특출난 점이 없다는 사실도 이미 파악한 뒤였다.
그의 말대로 변변찮은 자격증이나 전문기술 하나 없는 그를 써줄 고급 직장은 아마 없을 것이다.
"위험한 일을 하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나요?"
단순한 심리 상담과는 관계없는 개인사정에 대한 질문은 본래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김호국이라는 인간이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지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깊숙이 찌르는 질문은 환자들도 꺼려하는 편인데, 호국은 의외로 쉽게 대답해주었다.
"전 어렸을 때 가상현실 체험기가 맞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아주 비싼 가상현실 체험기라면 저도 맞지 않을까 싶어서요. 비싼 게 더 좋다는 말이 있잖아요?"
"......"
그의 프로필에 기재되어 있던 특이사항 중 하나. 특이체질로 인해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없다는 희귀 케이스 항목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가상현실에는 절대로 접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싼 기계들이 자신에게 맞지 않으니, 굉장히 비싼 기계를 사용하면 자신도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이나 할 법한 단순한 생각이었다.
사실은 그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대기업의 총수나 쓸 법한 비싼 가상현실 체험기를 산다고 한들, 자신은 절대로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없으리란 것을.
그걸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환자의 심리 상태를 섣불리 판단하는 건 검사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녀도 빠르게 잡념을 떨쳐버렸다.
상담이 끝났음을 알리자 그는 후련한 얼굴로 일어서 상담실을 나갔다.
출입문이 닫히자 그녀의 등 뒤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이번엔 좀 어때?"
"후우......"
책상머리에서 머리를 싸쥔 그녀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의사가 아닌, 단순히 스트레스에 찌들어 고통받는 직장 여성 같았다.
옅은 신음성을 흘리는 그녀에게 슬쩍 커피를 내민 남자는 30대 후반으로, 그녀의 선배에 해당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이형철 과장이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특정 주기마다 검사와 상담을 받으러 오는 TF 소속 직원들을 상대하는 담당의사들. 두 사람이 하는 일은 매번 절망을 느끼고, 거짓으로 포장해서, 결국 포기해버리는 것이었다.
"TF 내에선 희귀 케이스라고 말이 많은 사람이길래 뭔가 다른 줄 알았더니, 앞선 환자들과 차이점이 없네요."
그녀는 호국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진짜' 검사기록을 서랍에서 꺼내 형철에게 넘겨주었다.
"급성 간염에 신우신염, 위궤양까지. 어떻게 안 죽고 살아있는 거지?"
"심지어 겉보기엔 멀쩡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저런 병들을 줄줄 달고 있으면서도 고통스러운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멀쩡히 돌아다니기까지 한다.
이건 비단 김호국뿐만이 아닌, TF의 시설 내에서 근무하는 시설 경비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 동안 ES들과 시설 내에 함께 생활하는 그들에겐 급작스러운 장기 손상이 흔히 발생했다.
수많은 연구원들이 내놓은 의견들 중엔 ES들이 내뿜는 특별한 독성 물질이 있고 경비들은 이에 오염되는 것이라느니, 혹은 ES와 가까이 있는 인간들에게는 신체의 손상이라는 침식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제 6 처리시설만 해도 무려 12년간 78기에 해당하는 경비팀이 거쳐갔을 만큼 경비팀의 교체 주기는 굉장히 짧았다.
그들 중에 ES에 의한 사고로 죽은 이들도 많았지만, 조금 전의 검사결과처럼 원인모를 장기 손상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급사하는 경우도 잦았다.
간이 손상된다는 건 체내에 들어온 어떠한 독성 물질을 해독 하기 위해 미친듯이 일을 했기 때문이고, 신장 또한 혈액 속에 존재하는 노폐물을 끊임없이 걸러내 소변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손상을 겪었을 확률이 높았다.
과정은 알고 있지만,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 뿐.
"얼마나 갈 것 같아?"
"모르죠.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경비들처럼 일하다가 픽 쓰러져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급작스럽게 신체의 이상 증세를 자각해서 미쳐 날뛰다가 죽을 수도 있고. 확실한 건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알아보니 높으신 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친구던데, 역시 ES를 상대로 예외에 속하는 인간은 없는 모양이야."
이런 검사 결과가 나오는 이들에겐 진실을 알리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따라서 그들은 굉장히 건강하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제대로 된 치료나 약물 처방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직장에 복귀한다. 그리고 원인 모를 오염에 의해 계속 노출된다.
아이러니하게도 TF에선 그런 증상을 겪는 경비들 역시 하나의 실험체로 보고 있으며, 기동타격대 인원에 비해 쉽게 모을 수 있는 경비 인력은 얼마든지 소모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TF 상부의 의중이었다.
기동타격대와는 다르게 시설 경비란 건 약간의 교육과 실습 과정, 그리고 세뇌를 통해 일반인이라도 쉽게 할 수 있다. 언젠가 인력이 부족해질 날에 대비해 안드로이드로 대체할 방법도 구상해두었다고 들었다.
다만 찝찝하게 그냥 넘길 수는 없으니, 원인모를 오염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경비라는 또 다른 모르모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 뿐이다.
누구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고, 극소수를 제외하면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조금 전에 방을 나간 김호국 역시 '좀 특이했지만 결국 뒤져버린' 인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언젠가 모든 인류가 전뇌세계로 이주하면 히포크라테스라는 존재 자체가 역사에서 지워질텐데 뭘."
정신체만이 영혼처럼 존재하는 전뇌세계에선 아픈 사람도,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 할 사람도 필요없게 될테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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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