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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해피 고문재단-5화 (5/209)

와! Task Force! (4)

호국은 한라산의 북쪽 초입에 서있었다.

"여기 4등급 보안 카드와 ID 카드입니다. 절대 잃어버려도, 파손해서도 안 되는 것들이니 취급에 주의해주십시오."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린 것은 호국을 이 곳까지 데리고 온 정장 차림의 남자였다.

정확히 일주일 전에 공장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를 해결한 직후, 호국은 여러 사람들과 만나 정전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들은 '필요한 것은 모두 얻었다' 라고 말하며 호국에게 새로운 직장을 알선해주겠다는 말을 꺼냈다.

더 괜찮은 수입, 대우, 그리고 경력 보장. 이 조건에 혹한 호국은 마지막 의리를 지키기 위해 공장주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단칼에 호국을 해고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호국은 새로운 일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

"설마 부모님도 허락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호국을 싸고 돌기만 했던 양친은 이전과는 달리 한큐에 제주도에 가도 좋다는 허가를 내려주었다.

부모의 동의도 받았겠다, 날림으로 그 자리에서 계약도 끝마쳤겠다, 며칠의 휴식을 취한 호국은 비행기에 실려 이 곳까지 끌려온 것이 지난 날의 과정이었다.

"오늘부터 내 직업은 시설 경비란 말이지...멋진 직업이야."

단순한 공장 설비 관리자에서 시설 경비로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경비라는 단어에 묘하게 이끌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직 군대 물이 빠지지 않은 호국에게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은 매우 익숙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하는 일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 여기도 별반 다르진 않을 거야.'

호국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경비의 업무는 청소, 순찰, 그리고 가끔씩 들락날락하는 외부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 정도였다.

이 곳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호국은 씩씩하게 캐리어를 끌었다.

제 말만 하고 훌쩍 사라져버린 정장 차림의 남성이 산의 초입에 숨겨져 있던 수상쩍은 통로를 열어주고 갔는데, 덕분에 호국은 비밀 기지를 탐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대로 지하 깊숙한 곳에 도달한다면 무시무시한 병기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던 그때, 어두컴컴한 복도의 끝에서 띠잉,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둠을 가르며 열린 엘리베이터의 문 너머에서 흘러나온 것은 강렬한 전등의 불빛이었다.

-환영합니다. 가드-079.

그리고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낯선 여성의 목소리. 다만 기계음이 섞여 있어 매우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정작 호국은 그것이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지만.

"예. 안녕하세요."

호국은 슬쩍 자신의 ID 카드에 'No.079' 라고 쓰여있는 것을 확인했다. 군대에서 상급자에게 이름이 아닌 계급으로 불리던 일이 심심찮게 있었다.

-지금부터 규정에 따라 가드를 처리시설 내부로 유도하겠습니다. 지시에 따라주십시오. 우선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주십시오.

지시대로 얌전히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버튼도 누르지 않은 엘리베이터가 저절로 닫혔다. 애초에 비상호출 버튼외에 인간이 누를 수 있는 버튼은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가드가 향하고 있는 곳은 제주도 한라산의 지하에 건설된 TF 산하의 제 6 처리시설 입니다. 12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최하층은 지상으로부터 920m 아래에 존재합니다. 시설 동력은 지하로부터 올라오는 지열의 일부를 에너지로 전환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대량의 내열성 자재를 동원하여 필요 이상의 지열을 차단했습니다. 또한 수 천 개의 공기 순환 장치를 설치하여 시설 내부 환경을 쾌적한 수준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일반인도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환경입니다.

반쯤. 아니, 호국은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여성의 말을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 했다.

'어쨌든 제대로 도착했다는거네.'

자신은 오늘부터 태스크 포스의 일원이자 제 6 처리시설의 경비가 된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만 알고 있으면 충분했다.

한참을 내려온 엘리베이터는 이윽고 B40에서 멈췄다.

-지하 40층에 도달했습니다. 처리시설과 연구시설은 각 층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지하 40층은 '중간 거점'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일하면 되는 건가요?"

-맞습니다. 가드는 지하 40층에 상시 거주하며 각 층의 구역을 감시, 감독,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지하 40층 이하에서 올라온 존재를 절대 위로 올려보내지 않는 경비 업무입니다.

'디펜스 게임 같은 건가?'

체질 때문에 가상현실을 즐길 수 없었던 호국은 스마트북을 이용해 옛 시대의 게임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혼자서도 몇 시간이고 즐길 수 있는 디펜스 종류의 게임이었다.

특별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서 적들의 공격, 혹은 탈출을 저지하는 것. 그것이 자신이 맡은 업무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안내 방송에 따라 중간 거점으로 불리우는 거대한 건물 앞에 당도한 호국은 입을 쩍 벌렸다.

거대한 방벽과 성문 같은 입구. 그리고 그것을 모두 바깥에서 제어할 수 있는 관리실. 꼭 군 부대의 입구를 지키는 초병들이 일할 법한 장소였다.

-이 게이트는 지하 40층의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방벽입니다. 평상시에는 절대로 개방되어선 안 되지만, 상층부에서 명령이 내려오거나, 보안등급 2급 이상의 인물의 개방 명령을 통해 개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것과는 별개로 가드만이 지닌 고유의 권한을 이용해 게이트를 개방, 혹은 폐쇄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마음대로 문을 열고 닫아도 된다고요?"

-가드는 극히 일부 구역을 제외한, 시설의 모든 구역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고유 권한이 있습니다. 가드-079는 현 시간부로 78기 가드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았으므로 자격이 있습니다.

호국은 자신에게 지급된 또 다른 보안 카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 카드 한 장이면 시설의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지금 당장 돌아다녀보고 싶다!'

기억력이 좋은 호국은 낯선 장소에 가면 일단 돌아다닐 수 있는 만큼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었다. 주변의 지리나 구조를 전부 외워버리고 필요할 때 마다 '상상 속에서' 기억을 사용하려는 의도였다.

-가드-079. 우선 보급품을 지급하겠습니다. 가드에게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보급품입니다.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장의 일부가 열리더니, 프레임에 고정된 거대한 철제 박스가 호국의 앞에 놓였다. 프레임이 다시 천장 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철제 박스가 취이이이익, 하고 수증기를 내뿜으며 열렸다.

"오오......!"

숱한 옛 시대의 게임을 즐겨본 호국이 이 클리셰를 기억하지 못 할리가 없었다.

화려한 연출과 함께 주인공에게 지급되는 특별한 장비! 이 시츄에이션 하나만으로도 주인공이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방호구는 가드 전용 탈착형 아머 파츠와 헬멧, 그리고 군복입니다. 무기는 펄스 라이플 1정과 9mm 특수 제압 권총 1정, 고출력 전기 진압봉 1개를 지급합니다.

호국은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방호구를 꺼내서 착용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무엇보다 이렇게 때깔이 죽여주는 장비들을 착용하지 않고 베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군대에서 배운 필살기중 하나, 초고속 환복 스킬을 이용해 사복을 벗어던지고 군복을 착용했다. 추가로 어깨와 무릎, 그리고 상반신만 보호해주는 파츠 아머들은 군복위에 대자마자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마지막으로 짙은 흑빛의 풀페이스 헬멧을 착용한 호국은 민간인에서 시설 경비로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었다.

-군 전역자라는 정보가 틀리지 않았군요. 좋습니다. 무기의 사용법과 주의사항은 헬멧의 송수신장치를 통해 원격으로 전송하겠습니다. 빠르게 습득해주십시오.

곧이어 검게 차광처리가 되어 있는 바이저가 깔끔하게 투명해졌다. 그 위로 나타난 다양한 정보들은 호국의 시야에 다이렉트로 꽂혔다.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정보의 범람을 정신없다며 한 번 끊은 뒤, 시간을 들여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정보들을 하나하나 외웠겠지만, 호국은 단 한 번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무리 빠르게 정보가 들어온다고 한들, 일단 눈으로 인식한 순간 단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뇌에 새겨진 것이다.

흡사 초고속 촬영 기법으로 눈 앞의 모든 정보를 촬영해, 뇌라는 수납함에 정보라는 이름의 사진을 보관하는 것과 같다.

일단 한 번 보관한 정보는 절대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정보 그대로의 일을 실현할 수 있다.

설명문과 함께 동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무기의 사용법을 숙달한 호국은 권총을 빙글빙글 돌렸다.

호국은 제자리에서 무기를 직접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거나, 고속 장전 및 정확한 사격 자세등을 취하는 것으로 자신의 숙련도를 증명했다. 뇌내에 존재하는 메뉴얼을 따른 것 만으로도 '이정도'의 일이 가능했다.

-가드-079의 정보 습득 능력은 놀랍습니다. 자체 평가를 수정하겠습니다.

정작 본인은 '이정도면 누구나 다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그런 걸 알아챌 수 있을리가 없다.

-가드-079. 현 시간부로 12시간의 경비 업무를 이행하십시오. 경비의 업무 내용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헬멧으로 송신하겠습니다. 가드가 12시간, 본 시설 관리 시스템이 12시간 교대제로 경비 업무를 수행합니다. 다만 본 시스템은 24시간 가동 중이므로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업무를 이관하거나, 별도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점에 유의하며 업무에 임해주십시오.

"......"

시스템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호국은 추가로 들어온 정보들을 뇌에 밀어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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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들었어? 이번에 신입 가드 들어왔다던데."

"두더지들 이야기에 관심없어. 어차피 우리랑 자주 마주치는 것도 아닌데. 특히 지난 번 사건 생각하면...어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든 흰 가운 차림의 남성은 뜨뜻한 김이 올라오는 커피의 향을 음미했다.

기껏해야 몇 백원 밖에 하지 않는 싸구려 믹스 커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에겐 물보다도 자주 마시는 생활 음료였다.

이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순간 만큼은 골치 아픈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지상에 나갈 일이 적은 직종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발밑에서 올라오는 불길한 이야기에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이 곳은 B5 구역. 제 6 처리시설의 지하 5층에 해당하며, 간단한 실험 결과나 관찰 기록등을 얻기 위해 연구원들이 거주하는 연구동이었다.

연구시설에 비하면 처리시설의 연구동 규모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닌데다, 연구원들의 복지나 대우도 썩 좋지 않았다.

처리시설에서 하는 일이야 워낙 뻔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을 시설 관리 프로그램(AI)에게 맡겨두고 있는 실정. 그 외의 잡다한 업무들은 힘 쓰는 일에 특화된 가드들이 나섰다.

문제는 일전에 벌어졌던 대탈주 사건으로 인해 제 6 처리시설의 78기 경비팀이 전멸해버렸다는 것이다.

78기 이전의 경비팀들 중에서도 전멸을 당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처리' 되어야 했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78기 경비팀이 제 6 처리시설에 입주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탈주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다.

덕분에 제 6 처리시설은 대한민국 지부 소속 기동타격대와 TF 본부에서 파견된 대규모 병력에 의해 한동안 홍역을 앓아야 했다.

연구원인 자신들도 이 시설에 복귀한지 이제 겨우 한 달 정도 되었을 뿐이다.

최근에 벌어진 사건인지라 아직 후유증도 남아 있어서, 차라리 지하 40층 아래의 일은 신경끄고 살자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번엔 신경 좀 쓸만한 일이야. 보통 두더지들은 팀 단위로 파견되잖아?"

"그렇지. 78기 경비팀 인원이 스무 명이었던가?"

"그런데 이번엔 딱 한 명 들어왔다더라."

"...뭐?"

남자는 커피를 마시려다 말고 놀란 얼굴로 동료를 바라보았다.

지하 80층까지 존재하는 이 거대한 처리시설의 경비를 부대 단위로 보낸 것도 아니고, 단 한 명밖에 보내지 않았다니? 그런 일은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없었다.

"재미없어, 병신아. 아직 만우절도 아닌데 그런 실없는 농담을......"

"진짜라니까?! 오늘 아침에 경비 명단이 업로드 됐길래 확인해보니 정말 한 명 밖에 없었다고.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봐!"

동료의 권유에 그는 마지못해 자신의 전용 단말기를 꺼내 시설내에 거주하는 인원의 명단을 확인했다.

동료의 주장대로 오늘 아침을 기준으로 새로운 명단이 업로드 되어 있었는데, 정말 딱 한 명의 인원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름 김호국, 나이 23세, 군필자, 특이사항은...정전 미로 국내 1호 생환자."

"끝내주지? 보통 정전 미로에서 살아돌아온 사람이라면 연구시설로 보냈을 텐데, 가드로 채용한 것도 모자라 이 시설에 혼자 보냈다니까."

"이건 그냥 상층부의 인간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별 특징도 없는 사람을 가드로 채용한 건 둘째치고, 달랑 한 명만 보낸다는 게 말이 돼? 이 시설이 작은 것도 아니고,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시설이라고!"

"15번째는 그렇게 큰 편도 아니구만 뭘."

"주변 환경을 따져보면 큰 게 맞지. 일본과 영국 같은 섬나라를 제외하면 섬에 존재하는 시설 중에선 제일 커."

덧붙여서 두 번째는 하와이에 존재하는 미국 지부 산하의 연구시설이었다.

제주도에 위치한 제 6 처리시설은 한라산 아래에 시설을 숨길 수 있으며, 또한 육지(한반도)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어마어마한 규모로 건설되었다.

최하층은 지하 80층이며, 중간 거점인 지하 40층에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41층부터 80층까지 시설의 반을 폐쇄할 수 있는 특수한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지난 번 사건에선 끝끝내 사용하지 못한 비장의 수단이었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아직도 그런 수단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이 시설의 규모가 무시 못할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쳤군, 미쳤어. 대탈주 사건 못 막았다고 이 시설은 반쯤 포기한 건가? 그럴거면 우리들도 빨리 다른 시설로 이직 시켜줄 것이지......"

지하 5층에서 거주하는 연구원들은 돌발 사태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하 40층의 중간 거점을 사수해야 하는 경비팀은 절대로 살아나오지 못 한다.

시설에 문제가 생겨도 사망, 40층 아래에 가둬두고 있는 것들이 탈주해도 사망, 반대로 지상에서 외적 요인이 발생해도 사망한다.

왜 지난 12년 간 무려 78번이나 경비팀이 교체되었겠는가? 이 곳은 지하 10층 아래부터 사실상 무덤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신입이 사건 터지면 경보라도 울려주길 기원해야겠네. 그러면 최소한 빨리 대피할 수는 있을 테니까."

"진짜 경보만 울리게 할 용도로 채용한 건 아니겠지? 흐흐......"

두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실없는 농담들을 주고 받으며 복도의 자판기에서 멀어졌다.

오늘 새로 들어온 가드가 벌써 지하 40층의 게이트를 통과해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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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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