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Task Forc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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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호국, 나이 23세, 군필, 최종학력 고등학교. 정말 이것 뿐이야?"
"예. 개인 정보 조회를 해봤는데 딱 그것만 나옵니다."
"개인 정보 락 걸려있는 거 아니야? 이럴리가 없는데?"
"관련 부서에도 문의해봤는데 개인 정보에 락 같은 거 안 걸려있다고 합니다.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그냥 일반인이 생환율 0.1%의 정전 미로에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살아나올 수 있냐?"
"그건......"
상관의 지적에 부하도 확답을 하기 어려워 머리만 긁었다.
정전 미로의 생환율은 말이 0.1%지, 실상은 0%나 다름없었다. 중국에서 생환했던 피해자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는데, 그들 모두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생존자 모두 마치 번개를 맞은 것 처럼 전신에 끔찍한 화상을 입었다던가, 혹은 신체 일부가 시커멓게 타버려서 절단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당연히 생존자 모두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병원에서 사망, 그 사이에 간신히 인터뷰를 해서 정전 미로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얻어낸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경기도 외곽의 공업 단지 일대를 덮친 정전 미로에서 너무나도 멀쩡한 국내 1호 생존자를 확보했다.
대한민국 감시기지에선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리고 기동타격대에서 조사관을 파견했습니다. 1호와 즉시 면담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해줘야지. 우리야 뭐 현상을 관측하는 부서에 불과하니까. 면담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해."
일단 대한민국 전역을 감시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맞지만, 감시와 관리는 전혀 다른 분야다.
기동타격대는 침식 현상에 대응하여 모든 것을 '관리' 하는 반면, 감시기지에선 그저 정보를 취합하고 제공하는 선에서 그친다.
게다가 기동타격대의 조사관은 부대의 규모를 막론하고 모두 3급 보안등급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는 감시기지의 국장과 같은 보안등급이었다. 막을 이유도 없고, 막고 싶어도 못 막는다.
정보통제반의 반장인 한성철이 손을 휘휘 젓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 오퍼레이터가 마이크를 통해 1호와 면담을 해도 좋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너도 잘 봐둬. 우린 보안등급이 4등급이라서 이런 구경 하기 쉽지 않아."
"나중에 쓴소리 나오는 일 없는 겁니까?"
"1호를 확보한 건 우리니까 저 쪽도 양심이 있으면 뭐라고 안 하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정전 미로가 지역 일대를 덮쳤는데 자기들은 감자맨을 잡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 깨져도 저 쪽이 깨지는 거야."
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취조실에 들어선 조사관이 1호와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
취조실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내부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이름 김호국, 나이 23세, 서울시 XX구에 거주. 맞나?
-예.
-불필요하게 이것저것 묻기엔 시간이 아까우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 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라뇨?
-네가 일하고 있던 공장에서 벌어진 일.
-아, 정전이 있었죠. 메뉴얼에는 갑작스러운 정전에 대한 대책이 없어서 다른 대책을 따랐어요.
-다른 대책이라니?
-발전기를 다시 작동시키는 거요. 발전기를 작동시키면 불이 들어오잖아요? 그건 메뉴얼에 있었거든요.
1호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해결책을 늘어놓았다.
정작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두 사람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방진 처리 때문에 창문 하나 없어서 햇빛도 안 들어오는 공장에서 갑자기 불이 꺼지면 얼마나 어둡지?"
"암순응이 되기 전 까진 한치 앞도 못 볼겁니다. 일반적인 정전이라면 예비 전력이 즉시 공급될테지만, 정전 미로에선 예비 전력도 차단된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렇지. 중국의 생존자들 모두 예비 전력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길을 찾아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했었는데, 1호는 태연하게 발전기를 찾아서 켰다네?"
"처음부터 발전기 앞에 있었다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부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사관과 1호의 대화에선 예상 밖의 답이 나왔던 것이다.
-발전기를 다시 작동시켰다? 정전이 발생하기 전에 발전기 앞에 있었나?
-아뇨. 관리실에서 밥 먹고 있었는데요.
-뭘 먹고 있었지?
-육개장이랑 도시락이요. 반찬은 볶음김치랑 비엔나 소세지랑 게란말이였어요.
-...그러니까 식사 도중에 갑자기 정전이 발생했고, 넌 그걸 해결하기 위해 발전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발전기가 있는 곳 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지?
-공장 내부의 구조는 전부 외우고 있었거든요.
1호의 마지막 발언에 두 사람은 짧은 탄식을 쏟아냈다.
"와, 그러니까...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억에만 의지해 움직였다는 겁니까?"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그런데 아무리 정확한 기억을 소유하고 있어도 그런 상황이라면 걸음걸이부터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까지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정말 그런 게 된다고?"
자신이 말하고도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건지 알고 있는 성철은 혀를 찼다.
맹인이 왜 지팡이와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야만 걸을 수 있겠나? 시각적인 정보가 전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변사물을 인식할 수 없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이 크다.
자칫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무언가에 부딪치거나, 구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온갖 공포섞인 상상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 또한 대단하다.
아무것도 보지 못 한다는 건 그렇게나 무섭고, 불안한 일이다.
자신이 올바르게 걷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시각적 정보가 필요하고, 그런 정보마저 없다면 지팡이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온갖 설비가 가득한 복잡한 공장 내부에서, 그 어떤 도움도 없이 스스로 정확하게 움직여서 발전기를 작동시켰다? 어둠 속을 꿰뚫어 보는 신비한 능력이라도 있는 게 아닌 이상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주변 사물을 더듬거리면서 거북이처럼 움직였다면 1호는 생존자가 아니라 사망자 중 한 명으로 기록되었을 테니까.
괜히 국내 1호 생존자이자, 최단시간 탈출기록을 자랑하는 게 아니다. 저 청년은 일반인의 탈을 뒤집어 쓴 다른 무언가임이 분명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아무리 정확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거리를 계산하는 일도 힘들었을 텐데?
-저는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전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당연히 계산 할 수 있었다? 상당히 특이한 관점이군. 혹시 특별한 능력이 있나? 예를 들어 어둠 속을 꿰뚫어본다던가.
-없는데요.
-미리 말해두겠지만 혹시라도 거짓말을 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우리는 그런 문제에 굉장히 민감해서...사실은 '그런 쪽'이면서 아닌 척 하는 사람을 상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거든.
-제가 두 살 하고도 11개월 째에 부모님이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 주셨는데요. 전 거짓말 안 해요.
조사관을 고개를 갸웃 하더니, 블랙미러가 설치되어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블랙미러 너머에는 성철과 부하가 있었다.
이윽고 조사관이 취조실을 빠져나와 방송실로 들어왔다.
"혹시 김호국에 대한 특이사항이 있습니까?"
"저희도 찾아봤는데, 딱히 그런 건 없었습니다. IQ가 84라는 점만 빼면 지극히 평범합니다."
사실 IQ 84도 딱히 특별히 신경쓸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평균에서 살짝 미달되는 수준이기에, 경계선 지능이 의심될 정도는 아니었다.
조사관은 턱을 문지르며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조금 더 자세히 파보십시오. 그런 사건을 겪은 것 치곤 지나치게 멀쩡합니다. 게다가 이런 곳에 끌려오면 당황스러워할 법도 한데, 너무 해맑지 않습니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겁니다."
블랙미러 너머로 보이는 1호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연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래봐야 CCTV와 스피커 밖에 달려있지 않은 좁은 취조실인데, 상당히 해맑았다.
"혹시 서번트 증후군 같은 건가?"
"그건 아닐 겁니다.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이긴 하지만 정신병원 의료 기록도 없고, 무엇보다 멀쩡하게 군 생활까지 마친 청년입니다. 게다가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면 사회 생활 능력이 후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차라리 관점을 조금 바꿔서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부하의 말에 성철은 고개를 돌렸다. 관점을 바꿔보자는 말에 솔깃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정보도 없고, 딱히 뭔가 감추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더이상 살펴볼 게 있나?"
"기억력이 뛰어난 점을 주목해보면 어떻습니까? 혹시 세간에서 유명한 절대기억능력 소유자일 수도 있습니다."
"아, 그거! 한 번 보고 들은 건 절대로 잊지 않는다는 능력? 그런데 그건 아직 한 명도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예. 일단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능력이긴 한데...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부하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조사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어둠 속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그 어둠 속에서 상처 하나 없이 걸어나올 수 있을리가 없다.
"우선은 좀 더 붙들어두고 조사를 진행하는 게 좋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연구기지에 의뢰해서 정밀 신체 검사를 진행해보는 것도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래도 국내 1호 생존자인데 연구 기지에 보내는 건......"
"정전 미로에서 상처 하나 없이 탈출한 사람인데 연구 기지가 아니면 어디로 보낸단 말입니까?"
"......"
조사관의 반박에 성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씁쓸한 현실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흔했다.
극히 이질적이거나 위험한 침식 현상의 목격자, 혹은 생존자를 연구 기지로 보내는 것은 이 업계에서 당연하다는 취급을 받는다.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획득하는 건 필수적이고, 또 새어나가선 안 될 비밀을 지킨다는 이유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두 번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어쩔 수 없다.
괜히 씁쓸한 현실이 아니다.
"일단 기동타격대에서 신병을 넘겨받겠......"
조사관이 방송실을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그의 품 속에 있던 스마트 패드가 최신 가요 벨소리를 자랑하며 시끄럽게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잔뜩 굳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예, 82 기동타격대 소속 조사관 김동훈입니다. 아, 1호라면 지금 감시기지 지하 취조실에서...예?!"
그는 깜짝 놀란 얼굴로 예, 예를 반복하다가 통화를 끝마쳤다.
블랙미러 너머를 한동안 바라본 조사관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전 기동타격대 현장 지휘관의 추천으로 제 6 처리시설 시설 경비(가드)로 채용된 사람입니다."
일반인이었던 김호국이 고문재단(TF)내 보안등급 4급으로 단번에 격상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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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