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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91화 (본편 완결) (191/191)

191화. < ep41. 종말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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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두근-

루시퍼는 자신의 심장이 마구 뛰어대는 것을 느꼈다.

문득 느껴진 것이었다. 장기와 신체같은 것들은 본래 그에게 필요없는 것.

영체가 본신이라 할 수 있는 창조신에게는 껍데기와 같은 것이었지만.

그는 처음으로 심장박동에 주목을 하고 있었다.

‘공포...’

자신이 만든 인간들이었긴 하지만, 창조신이라고 해서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공포라는 감정이었는데, 루시퍼는 이제야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가고 있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근거 없는 불안이 생각을 잠식하며 상상력은 턱 바로 밑에서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자신의 징크스가 무엇인지 모르던 루시퍼였지만, 자신이 죽는 장면이 100가지가 넘게 머릿속을 스쳐갔다.

“뭐지? 내 징크스는.”

그런 맥락에서 던진 말이었다.

계속해서 번복되는 머릿속 죽음을 계속 억누르는 것보다 확실히 그 끝을 아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이다.

태연자약하고, 교만하게 말했지만, 본심은 그러지 못했던 것.

그리고 강서는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앞에 만났던 다섯도 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본능적인 영역이었다.

살 방법을 궁리하기 위함도 아니었고, 계획이 있는 질문도 아니었다.

공포감을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

아무것도 모른 채 끝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는 아우성.

겨우 그것일 뿐이었다.

“추하군.”

질문의 의도가 간단히 간파당하자 루시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쩌적-!

루시퍼가 힘을 끌어올리자 주변 공간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강대한 힘이었지만, 강서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내가 지겠지. 하지만 앞의 놈들처럼 그리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마라.”

내 징크스가 뭔진 모르겠지만, 그리 간단하게 당해주진 않을 테니까.”

루시퍼는 순간 왕좌에서 도약하며 강서에게 쇄도했다.

콰악-!

루시퍼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허공이 깨지다 못해 쥐어짜는 소리를 내며 비틀렸다.

턱-

루시퍼의 오른손이 강서에게 닿음과 동시에 둘의 신형이 사라졌다.

마몬을 만났을 때처럼, 주변 공간이 그들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차원의 틈새로 이동된 것.

그리고 이동되는 순간, 루시퍼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퍼억-

강서가 루시퍼의 휘두름을 그대로 맞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는 강서의 목.

큰 데미지는 없었지만, 당연히 피하거나 막으리라 생각했던 루시퍼에게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루시퍼는 연이어 공격을 가했다. 몸을 돌리며 강서의 복부를 향해 뻗어지는 다리.

퍼억-

"....!!"

이번에도 맞았다. 아니, 맞아 줬다.

연이은 공격에 중심이 잡히지 않은 강서의 몸,

다시 한 번 더 공격의 기회가 있었지만, 루시퍼는 그러지 않았다.

‘설마...’

루시퍼는 강서가 자신의 공격을 맞아줄만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강서가 이곳에 온 목적이 루시퍼 자신을 소멸시키기 위함임은 틀림없었다.

이전에 강서를 봉인한 건도 있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앞선 여섯의 악신이 소멸된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루시퍼를 소멸시키기 위한 목적이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강서가 공격을 그대로 맞아줄만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았군. 큭”

징크스.

루시퍼는 그렇게 생각했다. 강서가 그대로 맞아주는 것과 자신의 징크스가 연관이 있다고 말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루시퍼는 더 움직이기보다 행동을 멈추었다.

“이거 숨긴 게 무색하게 되었군.”

확신한 루시퍼가 중얼거렸다.

“그런가요.”

덤덤히 루시퍼의 말을 받은 강서는 문득 질문을 하나 던졌다.

“영생(永生)을 사는 건 어땠나요.”

"...?"

때아닌 선문답에 루시퍼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지? 이것도 수작인가?”

“글쎄요. 그저 질문일 뿐입니다. 영생을 살았던 존재로서 어땠는지."

잠시 고민하던 루시퍼는 결국 대답을 했다.

“좀 따분하고, 지루하지만, 죽음보단 나은 편이다.”

"..."

"즐거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

루시퍼의 대답이 불만족스러웠던 건지. 강서는 한가지 질문을 더 했다.

"즐거운 건 뭐였나요.”

“그때 그때 다르다. 분노를 보고 싶을 때에는 분노하는 인간을 보면 즐겁고, 교만을 보고 싶을 때 교만한 인간을 만드는 것도 꽤나 재미가 있지.”

“아무것도 갖지 못하던 인간은 조그만 것 하나만 가져도 교만하게 되더군. 그런 걸 구경하는 것도 나름 즐겁다.”

여전히 무표정인 강서.

“그렇지 않은 건?”

“뭐든 싫증이 나면 즐겁지 않은 법이지. 조금 더 스케일을 키우면 해소가 된다. 전쟁이라던지, 신분제도라던지.”

“...그렇군요.”

강서는 거기서 이야기의 결을 바꿨다.

“누가 더 가까웠을까요?”

"...?"

"영생(永生)이라는 단어에.”

강서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잠시 생각하던 루시퍼는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나는 태초부터 존재해왔다. 당연히...”

아니, 대답하려했다.

하지만 정작 말을 내뱉으려다가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

영생(永生).

영생이라는 것은 영원히 산다는 것. 즉 길게 사는 것을 의미했다. 태어나고 죽는 존재중에 루시퍼보다 오래 산 존재는 없었다.

그는 이 세상에 생겨날 때 태어난 창조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강서는 예외 중에서도 예외.

일반적인 존재들과 같은 시간 선을 살지 않았다. 여러 시간선에 존재했고, 동시에 그것을 수십, 수백번을 ‘반복’했다.

루시퍼로서도 강서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살아왔는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루시퍼를 향해 강서가 말했다.

“저일 겁니다.”

"..."

강서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시퍼에 발에 밀려 멀리 날아가 있었기에 거리가 좀 있었지만, 강서는 여유롭게 걸어왔다.

“제 감상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겪은 영생은 조금 더 끔찍했죠.”

***

[몬스터게이트 모두 정상화,]

[하프라인 장막 소멸.]

강서가 루시퍼와 조우하고 있는 순간, 세계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다른 것 때문은 아니었고, 모든 몬스터게이트가 정리되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허탈할 정도로 피해없이 끝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느꼈던 공포감은 균열에 경험했던 그것에 가까웠기 때문에 누구나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크으-

-승---리

-게이트라길래 놀랐는데 그냥 정리해 버렸자너;;

-판다갓...!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델타처럼 하나의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 악신은 어디로 갔는가.’

더불어 강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단 두 가지의 단서였지만,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판다가 마지막 악신을 처리하는 중이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서 혼자 고군분투 하고 있을 강서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 누구도 돕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서 싸우고 있는 강서.

게다가 이제는 강서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뭉클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강서를 응원하는 이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고, 그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강서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강서의 행방과 이 싸움의 종지부를 생각하는 중에-

띠링-!

트프리치tv의 알림음이 울렸다.

‘그것도몰라요?’

일전에 하린이 강서에게 만들어준 부계정.

그 아이디의 오른쪽에 녹색 불이 들어왔다. 해당방송국이 켜졌다는 의미.

처음에는 그 누구도 그 아이디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 아이디의 주인공이 강서라는 사실은 하린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뭐야.”

시작은 하린이었다.

“이건...”

자신의 부계정이 로그인되었다는 알림을 받은 하린은, 단번에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를 파악했다.

「뭐지? 내 징크스는」

「앞에 만났던 다섯도 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추하군.」

하린은 목소리만 듣고도 누구와 누구의 대화인지 알 수 있었다.

스마트워치를 노려보던 하린은 불현듯 고개를 들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눈길을 스마트워치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본계정과 강서의 모습이 나오고 있는 부계정을 연동시켰다.

하린의 방송국에 구독을 해두었던 시청자들에게 알림이 갔고-

사람이 모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뭐야 이거.

-...소름;;

-킹-다좌는 마지막까지 방송인이라 이건가...

-(대충 놀라는 댓글)

-뭔진 모르겠지만 파이팅!

-ㅗㅜㅑ.....

-

.

.

.

.

.

.

강서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방송이었다.

악신이 소멸하고 장막이 옅어지며 일어난 일.

하프라인에 형성된 장막의 영향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던 스마트 워치가 장막이 옅어지며 제 기능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방송이 켜진 것이었다.

.

.

.

.

.

.

“누가 더 가까웠을까요? 영생(永生)이라는 단어에.”

“나는 태초부터 존재해왔다. 당연히...”

화면 속 강서는 힘을 주어 말하거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저일 겁니다.”

"..."

“제 감상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겪은 영생(永生)은 당신이 겪은 것보다 조금 더 끔찍했죠."

하지만 강서의 말은 평소보다 훨씬 더, 강하게 와닿았다.

“끔찍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표정.

그 어느 때보다 날것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감정이 겨우 묻어나는 그런 희미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간 지어왔던 표정은 전부 거짓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서의 얼굴은 정확하게 감정을 짚어내고 있었다.

"...!!!"

그 루시퍼가 정면에서 마주한 것만으로 흠칫 놀랄 정도였으니.

아이러니한 것은 강서의 표정에서 느껴진 감정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닥친 상황에 대한 두려움.

막막함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고통

끝이 아니라는 분노와, 가슴이 미어지는 그리움.

낙망과 공포와.

체념과 비탄.

공허와 고독과 황량함.

강서는 표정만으로 자신의 생애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건 비단 루시퍼에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루시퍼에게 말한 것이 맞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아…

강서는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돌렸다. 강서가 평소에 하던 무표정.

그리고 루시퍼가 줄곧 궁금해하던 이야기를 읊어주었다.

“당신의 징크스는 저를 가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루시퍼.”

“...뭐?”

“‘교만함을 유지하는 것.’ 그게 당신의 징크스입니다.”

"...!!"

"교만함을 버리지 않으면 죽지 않을 겁니다만...”

강서는 여전히 걸어가고 있었다.

정말 느릿했지만, 어느새 강서와 루시퍼의 거리는 꽤 가까워져 있었다.

“당신들이 욕구를 위해 전쟁을 벌였을 때.”

"..."

“나는 그 전쟁을 막았습니다.”

한 걸음.

“유희를 위해 만든 종족을 말살시키려 할 때.”

"..."

“난 그들을 막아야 했고.”

한 걸음.

“나라들의 존망으로 당신들이 내기를 할 때.”

"..."

“그 안에서 떠돌이가 된 용병들의 나라를 세워야 했죠.”

다시 한 걸음.

“사람들을 절망시키기 위해 마법대륙에 둔 드래곤도.”

"..."

“나는 어떻게든 그것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다시.

“거짓말로 사람들을 이간질 시킬 때는 그나마 나았습니다.”

“당신들의 흥미가 빨리 떨어졌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그래도 교만해 보세요.”

어느새 강서는 루시퍼의 코앞에 도달해있었다.

강서의 말에 집중해 걸어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도망치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루시퍼는 강서가 공격범위에 들어왔음에도 움직이지 못했다. 강서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검 한 자루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검은 아니었다. 단순히 베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인 검.

하지만-

공포에 질린 짐승을 잡는 데에는 그 이상의 기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할 수 있으면.”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강서는 검을 휘둘렀다.

강서의 검이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졌고, 그 결과는 담백했다.

군더더기 없는 검격과, 당연하다는 듯 땅바닥에 떨어지는 루시퍼의 목.

"..."

영생(永生)의 끝은 생각보다 별 거 없었다.

[<세계의 조각: 교만>이 소멸되었습니다.]

아니, 이제 영생이라는 말도 맞지 않으려나.

떨어진 루시퍼의 목을 보며 강서가 중얼거렸다.

***

"....음?”

일렁이는 감정을 추스르며, 강서는 문득 자신의 스마트워치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더불어 자신이 방송채널을 열고 있었다는 것도.

‘...언제?’

강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켜진 방송이었으니, 강서는 언제부터 방송이 시작된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닫혀있는 UI를 클릭해 열어보았다.

그러자-

-판-다

-Thank you.

-갓 판-다.

-판다좌 믿었습니다.

-킹갓제네럴마제스티....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정말로

-당신 덕분입니다.

-호주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덕분에 우리의 호주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

.

.

.

.

.

언어를 가리지 않는 수많은 채팅들이 빗발치고 있었다.

모든 채팅들이 강서를 치하하며 그의 공을 높이고 있었고, 강서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송과 말들은 분명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강서의 입꼬리는 이미 휘어지고 있었다.

"..."

강서는 뭐라 입을 열기보다 고개를 꾸벅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화면을 닫아 버렸다.

좋은 기분을 조금 더 즐길 수도 있었겠지만, 강서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텁-

강서는 아공간을 열어 짧은 망치 하나를 꺼내었다. 본신의 아공간에 넣어두었던 무기였다.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위해서.

강서는 망치를 양손으로 쥐고 갑자기 휘둘렀다.

콰아앙-!!

휘둘린 망치는 놀랍게도 강서의 전면, 허공에서 파격음을 울리며 먼지를 일으켰다. 마치 무엇을 가격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을 더 같은 방향으로 망치를 휘두르며 굉음을 내었다.

쾅쾅거리는 망치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소리를 키워나갔다.

그러다 어느 한 점, 망치의 소리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간 것처럼 먹먹해지더니 강서가 망치질을 멈추었다.

일어난 흙먼지에 가려져 있던 강서의 가격대상.

그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이었다.

[주의! 정지를 요합니다.]

[주의! c..계를 무너트립니다.]

[...정ㅈ....요합...]

미친 듯이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이었지만 그것이 강서의 귀에 들어오지는 못했다.

애초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고.

치지직-치직-

전류가 터지는 소리를 내며 시스템의 내가 흔들렸다.

“...인과응보.”

일곱의 악신과 대치되는 존재.

선신들의 염원이 담긴 시스템.

그 시스템의 힘 덕분에 강서가 일곱 악신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게 강서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

그들이 원한 것이었지.

‘이것까지.’

콰아앙-!

[브릇...치직- 치지직]

타들어가는 소리를 내던 시스템의 ui가 이내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프라인 안쪽에 있던 헌터들도 느낄 수 있었다.

“...어?”

“힘이...”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던 몸속의 힘이 방향을 잃고 움직인다는 것을.

그리고, 어딘가 그들을 옥죄고 있던 고차원의 무언가가 사라졌음을.

“야, 나 스킬창이...안떠.”

“나도…"

“너도? 그냥 아무것도 안되잖아.”

그들의 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노력으로 얻은 산물이었으니까.

다만 보조바퀴에 비유하면 비슷할까. 힘을 정제해주던 존재가 사라졌으니 조금은 휘청거리는 상태였던 것.

말 그대로 시스템이 사라진 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

강서는 한 가지 선택만을 앞두고 있었다.

‘윤회(輪回)의 권능.’

강서가 윤회의 저주를 버텨내고 얻은 권능. 그건 태초신들이 받아던 ‘영원의 권능’에 준하는 것이었다.

강서가 원한다면, 강서가 살았던 삶 중에 하나.

혹은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능력.

물론 그 능력을 발휘했을 때,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강서도 알지 못했다.

기억을 잃을 수도, 능력이 사라질지도, 아무런 대가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

하지만 그런 것들은 강서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서는 꽤나 오래전부터 돌아갈 곳을 정해둔 상태였으니까.

당장 돌아간다고 하면 마음에 기대가 될 정도였다.

다만 강서에게 고민이 되는 것은.

[아저씨, 문자보면 답장좀 해줘요. 몸은 괜찮죠? 아저씨도 괜찮으면 델타랑, 탑주님이랑 여기저기서 사람 모아서 쫑파티 열려고 하는데 아저씨 의견은 어때요?]

[고생하셨습니다. 판다님.]

[사부 이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느낌이 왔어.]

[판다님. 상아탑 총무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돌아오시면 저희 후원 계약 관련해서 이야기 할 부분이 있는데 계약기간 동안 후원 총액이 115조 규모에 달하게...]

.

.

.

.

.

.

돌아온 이곳도 꽤나 나쁘지 않았다는 것.

그 아쉬움 때문이었다.

강서가 돌아가기로 정해둔 삶은 오랫동안 염원했던 것이었지만, 이곳에는 강서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강서도 그들이 싫지 않았고.

그 가운데서 저울질을 하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선택을 미루어 버린다면-

‘그냥 남겠지.’

과거로 돌아가거나, 동료들에게로 돌아가거나.

지금의 선택만이 유의미하리라고, 강서는 생각했다.

“흠.”

한참을 고민하던 강서는 결정이 섰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툭-

엉덩이를 털고 강서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혼잣말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돌아갈까.

191화. < ep41. 종말 (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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