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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87화 (187/191)

187화. < ep41. 종말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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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태평양 장막굴곡현상 레드 단계로 격상.]

레드단계. 그건 장막 굴곡이 터지기 일보 직전, 타오르듯 붉은색으로 변했을 때 내려지는 단계였다.

그 말은 즉, 얼마 지나지 않아 태평양 한복판에서도 호주 테즈매니아 섬과 같이 몬스터들이 쏟아지게 될 거라는 것을 의미.

“일났네...”

김수혁이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하린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기적과 같이 소강상태가 되었지만, 아직 호주의 사태도 마무리 된 상태가 아니었다.

당장 보이는 것만 해도 장막을 통해 몬스터들이 계속 들이치는 상태. 이 사태에 태평양의 장막까지 터져나간다면 힘이 많이 분산되었다.

게다가 누군가 듣는다면 미쳤다고 이야기 할 테지만, 호주는 태평양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쪽이었다.

몬스터들의 육지를 선호하는 이동양상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상대적으로 몬스터들이 퍼질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었고, 그나마 헌터가 제 힘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육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평양의 장막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 위 공중에서도 육지와 같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헌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는 바다 위에서 전력이 제로가 되는 헌터도 존재했다.

해상기지 오르카의 도움을 받을 테지만, 전력이 감소할 것임은 기정 사실.

게다가 태평양에서 몬스터를 놓친다면 그 몬스터가 어디로 향할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물 위로 이동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물 밑으로 이동한다면, 대비조차 못하고 몬스터의 습격에 당하는 곳이 생길 것이었다.

그리고 일단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사망자가 발생했느냐 아니냐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린 덕분에 호주가 시간을 조금 벌었다는 것.

“이쪽은 하린님 덕분에 수고를 많이 덜어서, 그리 많은 인력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우선 이 중에서도 가능한 인원 몇을 추려 태평양 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수혁의 말을 샤를로트 피미아가 끄덕이며 받았다.

“각국에서 헌터를 그리 많이 보내지 않은 게 차라리 잘된 일이 되었네요. 태평양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다 막을 수는 없을 텐데...”

“그렇죠. 좀 얄밉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 판단이 맞았어요.”

“어쨌든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자연스럽게 하린에게로 향했다.

인원을 분배하라는 의미의 시선이었다.

하린은 고민을 하며 쭉 둘러보았다.

세세하게 다 나눌 필요는 없었다.

이곳의 핵심전력급은 딱 다섯 손가락.

그들을 알맞게 나누고 나머지 헌터들은 적당히 나누어 가면 됐다.

“리차드님이랑, 탑주님이랑...음 델타까지 딱. 어때요?”

하린의 제안에 리차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혁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바로 가자고.”

델타는 두말 할 것 없다는 듯 주먹을 쥐어 보이며 당장이라도 출발할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쪽에서는 탑주님이 지휘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해상이다 보니 마법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네요."

“그래요. 총무는 여기 두고 갈게요.”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서로를 향한 신뢰의 눈빛을 교환하고, 수혁을 필두로한 태평양 팀이 출발했다.

***

[태평양 장막굴곡현상 레드 단계로 격상.]

[인류의 멸망이 코앞으로...]

[헌터협회旧 “레드단계 당장 터지더라도 이상할 것 없어.”]

[전 세계가 아비규환. “안전한 곳 없어.”]

연쇄적이고 갑작스러운 사건들의 발생에 사람들은 혼돈에 빠졌다.

장막굴곡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여과없이 인터넷기사로 쓰여지고 있었고, 그나마 사람들을 안정시켜주고 하나로 단결시키던 강서의 모습은 더 이상 tv에서 나오지 않았다.

헌터협회차원에서 호주와 태평양으로 향하는 기자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어 당장은 실제 사진 같은 것이 나돌지 않았지만, 몬스터들이 세계에 나타났다는 글씨 만으로도 사람들이 혼돈에 빠지기에는 충분했다.

좀전까지만 해도 강서의 싸움을 응원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에게 일곱신이니 뭐니하는 것들은 안중에 없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하프라인 건너편에서 한 번도 넘어오지 않은 신이라는 존재보다는 당장 우리 집으로 쳐들어올 수 있는 몬스터가 더욱 무서운 법이었다.

혼란이 더더욱 가중된 것은 인터넷에 하나의 사진이 올라온 뒤부터였다.

제목: 야 이거 ㅅㅂ 호주인 것 같은데

말이 돼냐. 저게 도대체 몇 마리야...

-와...아니 이게 위성으로 잡혔을 때 저 정도면...

-ㅁㅊ저게 다 몬스터라고?

-...방구석에 앉아서 이 지랄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78만이래 ㅇㅇ

ㄴ78만...? 아니 이거 진짜임? 출처 어디야.

ㄴ아직 기사 올라온 건 없는 것 같음

ㄴㅇㅇ아직 어디 올라온 건 없음. 개구라;;

-얼마나 강한지가 중요하지 솔직히 수는 그렇게 안 중요함.

ㄴ얼마나 강한지 모르니까 수도 중요하지 ㅂㅅ아

ㄴ222222

인공위성 카메라를 통해 확인한 테즈매니아 섬.

테즈매니아 섬 전체를 잡은 위성사진은 북부 일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갈색으로 물들어있음을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주었다.

쏟아지는 기사와 그 위성사진을 통해 유추했을 때, 갈색이 몬스터를 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게 다 몬스터면...

-여기가 던전도 아니고;; 아니...

사실 그 인공위성 사진은 이미 하린이 검을 휘둘러 그들을 반으로 갈라버린 뒤의 사진이었지만, 그 정도 배율의 사진으로는 테즈매니아를 가득 덮은 것이 몬스터인지, 몬스터의 사체인지 구분할 길이 없었다.

그 사진이 기점이었다.

균열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에 사람들은 공포에 빠졌고, 누군가 이 상황을 타개해주길 원했다. 그렇지 못하다면 해결책이라도 제시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

헌터협회는 나름대로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표했고, 현재 전력과 각국의 협조상황을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균열을 한 번 겪어본 이들은 절망에 빠졌고, 균열을 겪어본 적 없는 이들은 경험해본 적 없는 공포에 완전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때마침.

레이놀드 셩의 세 번째 자료조사가 완료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레이놀드 셩 세 번째 자료조사. 이번이 마지막.]

[레이놀드 셩의 세 번째 발표. 지구의 종말인가.]

[기자회견 없이 곧바로 넷상에 공개.]

시국이 시국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리하려 했던 건지, 레이놀드 셩은 세 번째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헌터협회의 협조를 받아 공식 개별 사이트를 만들어 올린 글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원한다면 찾아볼 수 있도록 게재되었다.

그 글의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

말세에(末世) 끝이 이르리니.

세상이 창조된 후에 처음있는 끝이더라.

영원의 영원이 끝나고 끝의 끝을 보리니.

영겁의 업을 해탈한 이만이 끝의 운명을 벗으리라.

*

레이놀드 셩은 그 아래에 몇 마디를 덧붙였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각 경전의 원전(싯타르 등) 및 고대 유적(아말라얌 동굴벽화 등)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가 모두 달라 해석할 수 없습니다.

-다만, 경전의 이름을 빌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놀드 셩의 이름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각 경전에서는 모두 한 명의 구원자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시내산 정상.

"..."

마몬과의 전투가 끝나고 하프라인 안쪽으로 하린을 돌려보낸 강서는 몸을 움직이려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욱신-

바로 강서가 운용하는 육체가 강서의 것이 아니라 가브리엘이라는 일반인의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영겁의 시간을 거치며 격이 올라가고 비대해진 강서의 영혼을 일반적인 육체가 오랜 기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온몸의 근육 세포들이 찢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큰 상처가 난 것은 아니기에 쉬어준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겠지만, 강서는 지금은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강서의 기감이 말해주는 것이 맞다면, 이미 나머지 여섯 중 다섯의 악신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이 어떤 목적인지는 몰라도 하프라인 안쪽으로 향하는 장막을 찢어버리고 넘어가려 하고 있는 것.

인과율의 문제 때문에 모두 한 번에 넘어갈 수야 없을 터였지만 이 상황에서 한 명 한 명 쉬어가며 잡다가는 놓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육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고민하던 강서의 시선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마몬의 몸으로 향했다.

마몬의 육체를 쓴다는 아이디어.

“저걸 쓸 수는 없고…”

하지만 이내 강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몬의 징크스.

[탐심(貪心) 없는 자가 처음으로 소유한 물건을 손에 쥐는 것.]을 발동시키며 이미 마몬이 가졌던 영원의 권능은 소멸된 상태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와 함께 마몬의 존재는 소멸되어 버렸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것이 마몬이 남긴 전부였다.

물론 육체로 사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의 본질은 육체라기보다는 껍데기에 가까웠다.

창조신은 본래 날 때부터 육체가 없었던 존재. 지금 남아있는 것은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 지어입은 허물일 뿐이었다.

내구도야 가브리엘의 몸보다 훨씬 나을 테지만 본래 영혼과 결합 되도록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서가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랐다.

결론적으로 강서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므깃도.’

강서의 육체가 봉인되어있는 그곳으로 향해 강서의 육체를 되찾는 수밖에.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는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 선택지는 더 이상 강서에게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수행과제: 일곱 악신을 처치하라.]

강서는 시스템이 쥐어준 마지막 수행과제를 다시 열어보았다. 그리고 윤회의 저주 덕분에 겪거온 지난 생애들을 되돌아보았다.

윤회의 저주를 겪고 돌파하며 강서는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했었다.

다른 육체, 다른 지역, 다른 시간, 다른 기후, 다른 문화, 다른 적, 다른 난이도.

언제나 상황은 달라졌고, 그 덕분에 강서는 생애를 계속해서 반복해야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달라지는 것들 가운데서 달라지지 않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해야만 한다’는 사실.

해내지 못하면, 다음 생애도 없었고 나아갈 희망도 없었다. 수행과제를 클리어하기까지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못했다.

‘해야만 한다.’는 그 짧은 한 문장은 영겁의 세월과 함께 강서의 영혼에 새겨져 있었다.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그건 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강서의 발걸음이 움직여 므깃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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