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 ep40. 마몬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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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는 균열이 열리기 이전만 해도 세계최고의 국가였다.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했으나 그 중에서도 유독 뛰어난 것이 바로 기술력이었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가리지 않으며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각국으로부터 기술자들을 모았다.
게다가 아끼지 않고 자본금을 투자해 국가의 자체 기술력을 키웠고, 그 키운 기술력은 다시 타국의 유학생들을 부르고, 선진적인 학문 수준에 매료된 유학생들은 자연스레 미국에 남아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좋은 굴레가 굴러가기 시작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가속화되었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기술력 차이는 한 세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의 국가였다.
레이놀드도 그 경우에 속했다.
미국의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좇아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대학에 유학을 가게 되었고, 시민권 취득 제의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미국에 정착한 연구가였다.
물론 균열이 일어나며 하프라인 밖으로 규정되고, 망해버린 국가가 되었지만 성은 여전히 뛰어난 연구자였고, 학계에서도 권위있는 학자로 손에 꼽았다.
레이놀드 셩의 전공분야는 고고학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레이놀드는 굉장히 독특한 그만의 연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판다의 생중계를 보고 있던 레이놀드 셩은 의구심 어린 소리를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공이 흔들리며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레이놀드 셩. 그는 갑자기 채비를 하고 몸을 움직였다.
“이건...”
교수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레이놀드 셩이 움직인 곳은 바로 자신의 집무실이었다.
[교수실3 - 고고학과 Reynolds xiung]
레이놀드 성의 교수실은 꽤나 넓은 편이었는데 한쪽에는 레이놀드 셩의 키만한 첨단 홀로그램 장비가 하나 있었고 나머지는 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본래 고고학 교수의 집무실에는 자신이 발견한 위대한 고고학적 발굴품의 사진이나, 그 장식품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레이놀드 셩의 교수실에는 책과 장비 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레이놀드 셩이 세부 전공으로 하는 전문분야가 일반적인 고고학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이빙하듯 방에 들어온 레이놀드 셩은 들어오자마자 홀로그램 장비의 음성인식 기능을 활성화 시켰다.
“17번.”
[17번 테스크를 열겠습니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레이놀드 셩의 말에 응답하며 홀로그램을 출력해냈다.
17번째 테스크 라는 것은 레이놀드 성이 작업하고 있던 여러 과제 중에서 17번째 과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홀로그램이 띄워낸 것은 여러 문헌과 자료들.
딱 봐도 고대의 것으로 보이는 문장도 있었고, 사회에 속해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종교 경전의 한 파트를 떼어온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 17번 테스크의 제목은 <칠죄종>이었다.
레이놀드 셩은 허공에 떠오른 자료들을 손으로 조정해 편집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문장만 떼어 확대시키기도 했고, 과감히 하나의 단락을 지워버리기도 했다.
[경전 ‘크루안’의 15장 11번째 단락을 삭제…]
[경전 ‘싯타르’의 11번째 구결을 편집합...]
[‘하만 동굴 벽화’의 단독구결을 편집합...]
수 시간이 지나고 빠르게 움직이던 레이놀드 셩의 손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그리고 아직 홀로그램 위에 남아있는 문장들을 차례대로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혀 다른 지역, 심지어 이제는 하프라인 너머의 지역으로 소멸권에 있던 자료의 흔적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이샤르의 진노가 돌판에 담기매 길가르의 우상을 멸하고....]
[미소율의 심판이 신상에 임하니라...]
[읍미살의 돌판이 신상을 부수고...]
그동안 레이놀드 셩이 해왔던 연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
[레이놀드 셩 고고학계에 충격 발표]
[판다가 보여준 시내산의 역사기록 발견]
[세계 각 지역에 퍼진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보아 사실로 확인 돼...]
레이놀드 셩은 17번 테스크의 일부를 정리한 내용을 바로 학계에 발표했다. 그리고 고고학계가 한 번 술렁였다.
처음으로 놀란 것은 레이놀드 셩이 그 자료를 발표한 속도 때문이었다. 강서가 보여준 것을 보며 그와 같이 과거의 자료를 떠올린 학자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본 것 같은데.’와 그 자료를 정리하여 입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기이할 정도로 빠른 속도.
물론 그것은 레이놀드 셩이 그 이전부터 해당 자료들의 유사성에 주목하여 진행하던 17번 테스크 덕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연구의 존재를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다.
두 번째로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방대한 양이었다.
레이놀드 셩이 내놓은 입증 자료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고,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다양한 고고학적 증거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레이놀드 셩의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매체를 통해 전달되었고, 어느새 일반인에게 까지 전달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게 뭐.
-나도 그럴 것 같긴 했음 ㅇㅇ
-판다가 사실이라 했잖;; 이제 와서 뒷북은
이미 강서가 해당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환상적인 이야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더 이상 신이라느니 고대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생소하지 않은 것.
때문에 그 자료가 실제라는 레이놀드 셩의 말이 그닥 대단치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놀드 셩의 자료가 시사하는 것은 단순히 강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제목: 아이 빙신들
글쓴이: 아이큐777
빙신들아 단순히 저게 사실이라는 게 아니라, 자료로 남아있으면 다음 내용을 알 수 있잖아;; 으이구
-....?
-오우 쉣....
-레이놀드좌....큰그림이었다니
바로, 강서가 보여주기 이전에,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레이놀드 셩이 분석하여 내놓은 것은 현재의 부분만을 떼어 놓은 것이었지만, 이미 그만한 자료를 빠르게 분석해 낸 레이놀드 셩에게 그 이후의 자료를 분석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
[현대 예언가 레이놀드 셩]
[레이놀드 셩 정말로 미래를 내놓을 수 있는 가.]
[미래, 그 주장의 타당성에 대하여.]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 여론에 실리며, 별거 아니라 치부되던 레이놀드 셩의 발표가 다시 주목되기 시작되었다.
레이놀드 셩이 첫 발표에 내놓은 것이 정확히 현재, 강서가 보여준 곳까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관심을 가졌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회발표에서, 기자회견이 잡히고 레이놀드 셩이 두 번째 자료를 발표하는 순간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콰과광-
돌판이 금송아지 상과 강하게 부딪히며 신상이 깨어져 나갔다.
사람들이 소리에 놀라고, 또 반쪼가리가 난 신상을 보며 돌판이 날아온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의 미슐이 서 있었다.
“미...미슐....”
“아니 그럼...”
“허어...”
머프의 선동에 휘말린 사람들이 신상에 절하는 그 순간, 미슐이 산에서 마몬과의 대화를 마치고 내려온 것.
미슐을 보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람들이 신음성을 흘렸다.
“이...이..배은망덕한...”
미슐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르가스족을 둘러보았다. 미슐의 그 떨리는 목소리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녹아있었다.
미슐은 신상을 반으로 쪼개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미 부서진 신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던진 돌판을 다시 주워 부서진 신상을 다시 내리 찍었다.
쾅- 쾅- 쾅-
계속해서 금송아지 신상을 내리찍던 미슐. 신상이 더 이상 본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미슐의 손은 멈추었다.
들판을 손에서 놓은 미슐은 기르가스족을 향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개만도 못한 것들아...약속의 땅을 코앞에 두고...”
미슐의 목소리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이 느껴졌다. 고센 지방을 떠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주겠다는 마몬의 약속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사흘. 사흘만 더 가면 되는 거리였다.
정말 코앞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그렇기에 땅에 입성하기 전 미슐을 통해 계명을 내려주려 한 것이었다.
“이 돌판에...계명이 적혀있다. 첫 번째가, 첫 번째 계명이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거다 이 멍청한 자식들아...”
미슐이 그렇게 읊조리는 순간 미슐의 옆에 있던 신상의 잔해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
누군가 그것을 보고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 그 탄성을 신호로 검은 기운이 한 사람에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머프였다.
“역시...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그 모습을 본 에드안이 중얼거렸다.
검은 기운을 다 빨아들인 머프는 웃음이 만개한 얼굴을 들어보이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미슐의 뒤에 있던 신상의 잔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기이하게 뒤틀리던 신상의 잔해는 다시금 금송아지 신상으로 변했다.
[경배하라]
[누구든지 나를 경배하는 자마다. 더 많은 제물을 주리라.]
금송아지 신상에서 들려오던 스산한 목소리가 이번에는 머프의 입에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미슐은 오히려 무심한 표정을 짓고 별다른 제지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한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슐이 향한 곳은 시내산. 자신이 마몬과 만나고 내려온 곳이었다.
그곳을 향하면서 미슐이 중얼거렸다.
“심판받아 마땅한 족속입니다.”
“약속의 땅에 들어갈 자격이 없습니다. 마몬이시여.”
“뜻대로 하시옵소서, 다만 영혼의 영원을 소망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에 합당한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미슐의 목소리에는 허망함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미슐을 보며 강서는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준비하죠.”
"..."
하린은 애초에 어느정도 긴장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만 보아도 언제든 싸움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적이 정확히 보였고 말이다.
“저 사람. 저 사람이 문제인 거죠?”
하린이 머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가 보더라도 확실한 악역. 하린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려있었다.
하지만-
“맞기는 한 데...”
"...?"
“쉽게 말하면, 허수아비일 뿐입니다. 저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그럼...”
하린의 되물음에 강서는 한 곳을 가리켰다.
“미슐을 따라 시내산을 오를 겁니다. 본체는 거기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