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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80화 (180/191)

180화. < ep40. 마몬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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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금송아지라니. 자네 지금 우상을 세우겠다는...”

“아니 그러니까. 일주일이면 죽고도 남을 시간이라니까? 우리 여기서 굶어 죽으면 에드안 당신이 책임 질 거야?”

미슐의 형 에드안과 대립하는 남자.

“마몬께서는 우리와 약속하셨네 우리가 약속을 지키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겠다고. 지금 그 약속을 저버릴 생각인가?”

“말로 해선 안 되겠군. 죽기 싫으면, 내 말대로 당장 금송아지를 만들어. 이미 당신을 제외한 우리 기르가스족 대부분이 동의한 일이니까.”

에드안과 대치하고 있는 인물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남자가 가리키는 쪽에는 무수한 양의 금 장신구와 장식품들이 쌓인 수레가 있었다.

"신상을 만들어. 지금 당장."

***

머프.

미슐의 형인 에드안과 대립하고 있는 남자를, 강서는 그렇게 불렀다.

사건의 시작은 모두 이 머프라는 사람으로부터였다.

머프가 미슐이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시내산이 높은 것도 아니고, 천천히 올라간다 쳐도 반나절이면 올라갈 저 야트막한 산에 일주일을 머무른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미슐은 죽은 거야.”

머프의 태도는 단호했다. 확고한 의지. 한치의 의심조차 없는 믿음. 그건 주장이라기 보다는 신념에 가까운 태도였다.

“올라가기 전에 분명 계명을 받는 일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미슐께서 그렇게 이야기했네. 죽었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망발인가. 게다가 금송아지라니.”

“흥, 오래 걸릴 일이었으면 조슈아라도 내려보냈겠지.”

에드안이 침착한 말투로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머프는 요지부동이었다.

에드안의 움막 앞에 뻗대고 서서 수레를 가리키며 금송아지를 만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평소와 같았으면 에드안이 그를 무시하고 지나갔을 테지만, 에드안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머프의 뒤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실제로 머프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자신이 가진 장신구를 내놓은 사람들.

그건 절대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였다.

“대체 왜...”

에드안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머프 뒤쪽의 사람들에게 눈빛을 보내었지만, 그 중 누구도 에드안과 눈빛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도리어-

"...만들어 주십시오.”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머프의 주장에 자신들도 동의한다는 것을 알렸다.

“우리에겐 신이 필요합니다.”

"..."

하린이 강서에게 상황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지난 일주일간 너무 편하게 지내느라 사라져버렸던 긴장감이 꿈틀거리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단순히 목소리나 상황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닌, 분위기에서 채이는 미묘한 감각.

“기르가스족이 처음 거주했던 지역은 원래 이곳이 아닙니다.”

강서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고센지방이라고 해서 원래부터 기르가스족이 살아가던 공간이 있었습니다. 한 번도 그 지역을 떠나 본 적 없었죠.”

“그런 그들에게 미슐이라는 지도자가 나타나게 되었고, 신이 함께하던 지도자 미슐은 기르가스족으로 하여금 고센지방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신의 명령을 대언하는 것이라면서요.”

“거기까지는 알겠어요. 근데 왜...”

하린의 대답에 강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곳 시내산에 도착하게 되었고, 그동안 미슐의 말을 들으며 잘 따라오던 기르가스족이 처음으로 불만을 토로하게 되는 것이 바로 지금입니다. 저기 머프라는 사람을 필두로요.”

“그게 그 미슐이라는 사람이 자리에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하린은 강서의 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이 낮다는 것으로 자기네 지도자가 죽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너무 부족한데요...올라가서 확인해보면 끝나는 일 아닌가요?”

하린의 말처럼 머프가 ‘미슐은 죽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내민 근거는 그가 산에 올라가서 일주일 동안이나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머프의 말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산의 높이가 높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확인도 해보지 않고 죽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하린의 상식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기르가스족은 지도자를 제외하고는 신과 조우할 수 없었습니다. 신을 보는 순간 죽었으니까요.”

"..."

“산에 올라가서 확인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는 거죠. 미슐을 제외하고는 마몬과 조우하는 순간 죽습니다.”

"..."

하린은 강서의 설명을 듣고 다시 싸우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

“만들어라! 만들어라!”

사람들은 어느새 입을 모아 신상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있는 에드안의 표정이 이상했다.

괘씸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그의 얼굴 어딘 가에는 하린이 생각한 것처럼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도 함께였다.

“저기 있는 분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은 데...뭔가 억지에요 이거.”

“억지죠.”

강서가 하린의 말에 동의했다.

“이해가 안 될 정도로요.”

강서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에드안과 머프가 대립하고 있는 곳을 향해 조금 더 걸어갔다.

“그럼 우리가 저쪽을 도우면 되는 건가요?”

하린이 에드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요.”

하지만 강서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보기만 하면 됩니다....아직은요.”

***

강서는 결국 자신이 말한 대로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강서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몬을 잡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던 하린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말이다.

"..."

시간이 흐르자, 에드안이 머프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미슐을 대신해서 이끌던 기르가스족에게 굴복한 것이었다.

그들의 요구대로 금송아지 신상을 만들게 된 것.

일단 결정이 되자 금송아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족히 3m는 되어 보이는 높이에 좌우로도 그 크기가 상당했으니, 멀리서 보기에도 웅장해 보이는 신상이었다.

신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

금송아지상이 완성되자, 머프는 기다렸다는 듯 그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경배하라.”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하린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저씨.”

“네.”

“역시 뭔가 잘못된 거죠?”

하린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신상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기르가스족 전체를 둘러보았다.

“사람들 표정이 꼭...뭐 잘못한 애들처럼.”

하린의 말 그대로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심지어 머프의 뒤에서 금송아지상을 짓자고 옹호하던 자들의 얼굴에도, 미묘한 불편함이 서려 있었다.

“표현이 정확하네요.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서는 고개를 끄덕여 하린의 의견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마몬은 본래 절제의 신이었습니다. 탐욕이라는 신성을 아직 드러내지 않았을 때에는요.”

"..."

그리고 절제의 신 마몬이 직접 지은 기르가스족은, 그와 같이 절제라는 미덕을 타고난 종족이었죠.”

하린은 가운데 있는 금송아지 상을 다시 바라보았다.

에드안이 묘한 표정을 지은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그것이었다. 머프가 싣고 온 수레에 담긴 금의 양.

그것이 평소 기르가스족을 생각했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었기 때문이었다.

고향인 고센지방을 떠나 마몬이 인도하는 약속의 땅으로 향할 때 대부분의 장신구는 녹여 의식용 제기로 만들었기에 그만한 양의 금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센지방을 떠난 기르가스족은 약속의 땅으로 향하며 많은 전쟁을 치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래 지도자 미슐이 정한 법은 불의한 제물을 취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만...”

"..."

“저것들은 모두 전쟁에서 미슐 몰래 취득한 것들이죠.”

“아니 도대체 왜요?”

강서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하린이 되물어 왔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절제의 미덕을 가졌다면서요.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데...”

절제의 미덕을 가졌다는 이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제물을 취득하고, 불편함을 가질 정도로 아직 마몬을 믿는 사람들이 왜 다른 신상을 세운 것인지 하린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작 신상이 세워지자 그 상을 숭배하고 있는 것은 머프뿐이었는데 왜 기르가스족이 머프의 말에 동의 했는지 말이다.

강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서가 대답하지 않아도, 하린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 마몬의 말이다.]

"...!!"

갑자기 금송아지에서 음성이 들렸다. 하린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기르가스족 전체가 그 소리를 듣고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 마몬이 말하노라. 경배하라. 내 이름을 찬양하라. 나를 찬양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이만한 금이 있으리라.]

자신의 주장에 의하면 기르가스족의 신 마몬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본래라면 마몬이라는 이들의 신은 시내산 꼭대기에서 미슐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었어야 할테니까.

그리고 그 묘한 상황의 분위기를 잡아나간 것은-

처음부터 상황을 이끌고 가던 주동자. 머프였다.

“미슐은 죽었다!! 미슐이 죽었기에 마몬께서 친히 나타나신 것이다!!”

머프는 금송아지를 향해 다시 한 번 온 몸을 조아리며 절을 했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마몬께서는 아직 미슐과...”

“신을 경배하라!!”

분위기는 이미 머프에게로 넘어갔다. 에드안이 목청껏 외치며 금송아지에게 절하려는 사람들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본래의 지도자인 미슐이었으면 모를까, 에드안에게 이미 뒤집어진 상황을 바로잡을 만한 힘은 없었다.

쭈뼛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금송아지 신상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움직이고, 마음이 한 번 움직이고, 그것이 대세가 되자. 어느새 조아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분위기가 되었다.

“경배하라!!”

그리고 3분이 채 되지 않아 에드안을 제외한 모든 기르가스족 사람들이 만들어진 금송아지 신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에드안의 설득도 거기서 끝이 났다. 더 이상 해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 것.

"..."

정신이 하나도 없이 돌아가는 상황이었지만, 하린은 대충 지금이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하린은 허리춤에 찬 검 위에 손을 올려놓고 강서를 바라보았다.

“뭐 잘 모르겠지만...저 마몬이라고 주장하는 금송아지를 때려잡으면 되는 거죠?”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하린이 말했다.

그리고 하린의 목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묵직한 사람 몸 만한 돌판 두 개가 금송아지 신상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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